!@#… 미국만화…아니, 만화라는 양식 자체의 거장, 윌 아이스너 타계. 2005년 1월 3일, 심장수술 중 운명. 장수를 누리면서 단 한 순간도 낭비하지 않은 노 작가의 명복을 빈다.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소설가(이자 운동가…아니 운동가이자 소설가?) 수전 손탁도 타계. 음음음…
!@#… 윌 아이스너는 한국에서는 스콧 맥클루드의 만화이론서 <만화의 이해>를 통해서 주로 알려졌다. 사실 <만화의 이해>는 핵심논리의 상당 부분을 아이스너의 <만화와 연속예술>(국내 출간명은 생뚱맞게도 “그림을 잘 엮으면 만화가 된다”)에 빚지고 있고, 스콧을 포함한 대부분의 의식있는 미국작가들은 아이스너라는 영웅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표현하고 싶어서 항상 안달이다.
!@#… 하기야 그럴만하기도 한 것이, 이 사람은 한 평생 미국 만화 발전의 최전방에서 뛰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70년간 수많은 주류/비주류 작가와 작품들이 아이스너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에서 자라났다. 그럼에도 과거의 명예에 집착하기보다는 지금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후배들이 활동하도록 판을 짜주고, 만화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인식 개발을 위한 캠페인과 교육을 벌였다. 정말, 만화 그 자체를 사랑한 작가.
!@#… 간단히 약력을 요약하자면:
1936
1936-39 Eisner & Iger Studio 를 통해서 미국만화의 중추를 이룰 수많은 인재 양성. 미국식 히어로물의 비주얼을 완성시킨 잭 커비, 배트맨의 밥 케인, 작가주의 쥴 파이퍼…
1940
1942-45 펜타곤에서 준사관으로 복무. 교육/홍보 만화의 문법과 활용을 새로운 경지로 발전시킴.
1945-52
1978 이런저런 작은 시리즈물과 홍보에 전념하는 듯 하다가, 이 때 큰 건을 하나 터트림. 바로, Graphic Novel 이라는 개념의 발명. . 연재 시리즈물이 아닌 완성된 단행본으로 발행하고, 시각 연출과 문학적 깊이에 초점. 이후 1년에 한 권 꼴로 이런 류의 작품 발표. 부지런하기도 하지. 이후 New York School of Visual Arts 에서 만화 강의. 후에, 이를 기반으로 이 분야의 고전격인 교과서
1988 샌디에고 코미콘에서 수여하는 대상에 Eisner Award 라는 명칭 부여. 그런데 이 사람, 여전히 유능한 현역이어서 자기 이름으로 된 상을 여러번 수상. -_-;
…이후에도 계속 작품 발표하고, 상타고, 공로상 부여받고, 교육하고… 그런 것들의 연속. 5월에 출간 예정인 유작 THE PLOT: The Secret Story of The Protocols of the Elders of Zion 의 설명을 읽어보니, 이 사람은 정말 젊은 작가의 패기와 노 작가의 원숙미를 겸비한 괴인이었다는 느낌이 마구 든다. 100년전 러시아의 유태계 지오니즘과 관련된 음모론의 발생과정을 통해서 시대와 사회를 꿰뚫는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하니… 서문은 움베르토 에코.
!@#… 꼭 한번 한국으로 초빙해서 세미나/강좌 테이블로 끌고 나오고 싶었던 인물이었는데… 타이밍을 영원히 놓쳐버리고 말았다. 만화인생 70년, 평생 현역. 작가로서도 활동가로서도 교육자로서도 솔선수범 진두지휘. 이제는 평안하게 휴식을 취하시기를.
– 작가 소개 (영어의 압박): http://deniskitchen.com/docs/bios/bio_will_eisner.html
– 윌 아이스너 공식 홈페이지: http://www.willeisn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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