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만화 추천… [시사저널 050130]

!@#… 시사저널 올해 설특집호에 기고한 글. 주간지 문화면의 의례적인 연휴 특집, 연휴 문화 가이드…의 하나가 될 줄 알았는데, 여차저차 만화만 들어간 특이한 케이스. 항상 그렇듯이 여기 올리는 것은 원래 보낸 오리지널 버젼, 잡지에 실리는 것은 그쪽 편집부를 거친 버젼 (특히 도판 설명 같은 것은 대부분 완전히 편집부의 창작인 경우가 대부분… 본문 내용과 미묘하게 어긋나서 이상하게 생각된다면 100% 여기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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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와 만화책의 행복한 상관관계

명절이다. 연휴다. 그리고 우리들은 굳이 이런저런 수식어를 붙이지 않더라도 오랜 경험을 통해서, 이런 시기에 최고의 동반자가 만화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귀경귀성길의 차량 행렬 속에서, 분주한 순간들이 정신없이 끝나버리고 나면 사실 별로 다른 할 일이 없는 고향집에서, 남들은 다 어딘가 놀러갔다고 하는데 별다른 계획 없이 집에서 굴러다니는 행복한 게으름 속에서, 만화책은 필수 아이템이다. 시각적 성찬을 주면서도 텔레비전처럼 강제적이지 않고, 들고 다니며 자유롭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활자서적처럼 딱딱한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 유쾌한 경박함이든 깊은 감동이든, 잘 고른 몇 권의 만화책은 연휴의 주인공인 당신에게 충직한 파트너가 되어줄 것이다.

우선, 시간이 좀 생겼으니 선 굵은 이야기들의 세계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격정적인 시대 속의 다양한 주인공들이 펼치는 그보다도 더욱 격정적인 삶을 지켜보다보면 어느 틈에 다음 권, 그 다음권을 펼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된다. 오랜 연재 끝에 최근 마지막 권이 발간된 <불의검>(김혜린/대원 CI)부터 한번 시작해보자. 종교와 정치, 청동과 철, 주술과 전쟁이 공존하던 고대 부족사회에서 벌어지는 장대한 드라마가 펼쳐진다. 커다란 세상의 흐름 속에 던져진 사람들의 만남과 엇갈림이 일품이다. “순정만화는 **해서 도저히 못보겠어”라는 이상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치유하기 위한 특효약이기도 하다. 작년 영화로도 제작된 <바람의 파이터>(방학기/길찾기)는 강함의 진리를 찾아나선 한 구도자의 이야기다. 최배달, 또는 오오야마 마츠다쓰, 또는 실전 극진가라데의 창시자가 걸어온 길을 자서전처럼 독백하는 작품으로, 굵고 간결한 화풍 속에 역동적으로 녹아들어가 있다. 좀 더 고전적인 느낌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일지매>(고우영/애니북스)가 있다. 구수한 민담을 늘어놓듯이 해학과 모험이 자연스럽게 섞여들어간 고우영 특유의 만화연출만으로도 이미 확실한 재미보증수표인데, 작가 스스로도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자신할 정도면 굳이 다른 말이 필요 없으리라 본다. 난세를 평정하기 위해서 힘보다 화합과 실용주의를 펼친 특이한 영웅을 다룬 작품 <어이, 료마!>(타케다 테츠야,코야마 유우/삼양출판사)도 필견이다. 일본근대화의 분기점이었던 메이지 유신을 만들어낸 명 정치가 사카모토 료마의 일대기다. 안타깝게도 아직 정식 한글판이 완간 되지 않았다는 것이 약점인데, 성미 급한 사람들은 십여년 전 조악한 번역으로 완간된 바 있는 해적판이라도 찾아나서리라.

굵은 모험담보다는 성찰의 시간을 원하는 성격의 소유자라도, 만화책을 펼쳐들 필요가 있다. 가장 스트레이트한 이야기라도 가장 친근한 형태로 전달해 줄 수 있는 매체가 달리 또 있겠는가. <너 좋아한 적 없어>(체스터 브라운/열린책들)은 한 평범한 소년의 사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중에 어떻게 미화하든지간에, 사실 사춘기는 바깥으로 터트리는 격정보다는 변화 와중에서 생겨나는 외로움의 시간에 더 가깝다. 담백한 그림체와 기복 없는 여백이 그 정서를 극대화해주는 작품. 좀 더 직접적인 성찰을 원한다면, 패권주의와 폭력의 본질을 파헤치는 <십자군 이야기>(김태권/길찾기)가 어떨까. 십자군 전쟁의 형성과 진행과정을 통해서 무지와 폭력 위에 세워진 우리들의 현대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대단히 해학적인 재미가 넘친다. 성찰이라면 자고로 뭔가 커다란 스케일의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아예 우주를 바라보시면 될 듯 하다. <플라네테스>(유키무라 마코토/삼양출판사)가 제격이다. 달에는 사람이 살고, 화성이 개발 중인 과학적인 근미래 세계, 우주 쓰레기 청소부인 주인공이 목성이라는 신세계를 개척할 탐사선 승무원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우주란 무엇이고, 그 속에서 사람이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를 주인공과 함께 조금씩 느낄 수 있도록 무겁지 않게 풀어나가는 이야기다. 하드SF 팬이 아니라도 큰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다.

만화라면 역시 유쾌함이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도 당연히 만화책이 있어야 한다. 우선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김민희/서울문화사)부터 펼쳐보자. 중세유럽풍의 모험담일듯한 표지를 넘어가면, 왕국을 잃고 전전하는 ‘왕자스러운’ 왕자와 마법으로 꼬마가 되어버린 사상가, 가녀린 외모와 괴력을 겸비한 시녀 등 범상치 않은 인간들의 개그의 향연이 펼쳐진다. 매니아 성향의 고난이도 개그를 바라는 분들에게는 좀 성이 차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얼렁뚱땅 개그 속에서도 미묘하게 성장해 나아가는 캐릭터들에게 정들어버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천진난만한 6살 배기의 생활모험담인 <요츠바랑!>(아즈마 키요히코/대원 CI)도 유쾌함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 위악적인 엽기아동, 또는 어른스러운 고뇌로 어른 독자의 이입을 바라는 껍데기 아동이 아닌, 마냥 모든 것이 궁금하고 또 즐거운 해맑은 아이가 온 동네를 해맑게 물들이는 이야기다. 공원에 그림을 그리러 간다든지 하는 참 시시하고 소소한 생활 속 작은 사건들이 커다란 모험이 되는 즐거움을 되찾아보자. 유머는 유행에 민감하다고들 하지만, <아기공룡 둘리 애장판>(김수정/키딕키딕)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듯 하다. 국민캐릭터라는 명칭으로 포장되기 이전에, 아기공룡 둘리는 무엇보다 재미있고 유쾌한 만화책이었던 것이다. 동네 이야기와 모험여행이라는 명랑만화 특유의 공식이 얼마나 막강한 재미를 주는지 다시한번 기억나게 해 줄 것이다. 오징어와 라면박스로 만든 싼타 썰매가 눈내리는 하늘을 날아다닐 때 그 순박한 상상력, 서민적 즐거움에 미소 짓지 않을 재간이 있을까.

자, 그럼 연휴채비를 위해서 서점에 잠시 들려야 할 시간이다. 당연히도 이런 작품들은 가이드를 제시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눈앞에 펼쳐진 다양한 작품들을 스스로 골라보는 재미는 이제 시작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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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만화섹션 <펀> 퇴장당하다.

!@#… 어제(금요일), 경향신문 주간 만화섹션 <펀>이 공식적으로 사라졌습니다. 소식 자체는 좀 더 전에 들었고 마지막까지 혹시 다른 경과가 있지나 않을까 일말의 가능성도 접지 않고 싶었지만, 여튼 결국 그렇게 완전히 빼도박도 못하게 결말이 공표된 시점이 다가와버렸습니다. 이렇게 탄생했다가, 이렇게 접혔습니다. 봄철 지면혁신을 목전에 앞두고, 만 1년을 못채우고 퇴장당했습니다.

!@#… 갑작스런 폐간 결정의 이유를 납득할 수는 없지만, 굳이 누군가에게 분노하거나 실망하지는 않겠습니다(시작했다가는 3박4일입니다). 그냥 우선은, 지금껏 만들고 유지하느라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모든 기획자, 제작자, 기자 그리고 작가진 일동들에게 지금껏 수고했고, 또다시 다음 기회를 만들어서 힘내자는 한마디 하고 싶군요. 화이팅입니다. 한개의 기회가 쓰러지면 더 좋은 두 개를 만들어 내면 됩니다.

데릭 커크 킴의 <다르면서 같은> 출간.

!@#… 데릭 커크 킴의 <다르면서 같은>(원제: Same Difference) 출간(길찾기, 6800원). http://http://www.lowbright.com 에서 활동하는 코리안-아메리칸 작가의 작품집. 성장에 대한 사색,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사는 것에 대한 성찰이 돋보이는 물건. 우디앨런 영화들 같은 대화형 코미디 + 깔끔한 시각연출의 조화.  미국만화 특유의 진입장벽도 덜 한, 쉽게 입문해서 재미를 느끼기에도 적합. 만화로서, 이야기로서 높은 완성도.

구매(예스24)

!@#… 2004년초 작품 선정부터 작가 및 양국 출판사 컨택, 계약진행, 번역 등 중개 역할 일체를 진행한 책. 이전에 <만화의 미래> 등 번역해서 들여올 당시에는 작가와 이야기한 후 시공사로 들고가서 프로젝트 성사된 다음에는 출판사에서 세부 진행을 해줬으나 이번에는 여차저차 풀코스. 하지만 정식으로 에이전시 차려서 대량 라이센스 거래하며 돈벌고 다닐 요량이 아닌 capcold 같은 사람들에게는, 역시 풀코스는 생기는 것도 없이 지나치게 소모적이라는 교훈도 같이 얻음. 그냥 이 작품을 소개하고 싶어서 한 것 뿐.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여튼 무사 출간.

* 한국어판 출간 소식

* 미국NPR에 심층기사 실린 후, 연합뉴스 거쳐서 들어온 국내 언론 보도들

이거, 저거, 그거

(…그런데, 도대체 언제쯤이면 문화부 기자들에게 ‘Graphic Novel’이 ‘소설’이 아니라 ‘만화’라는 정도의 교양을 기대할 수 있는걸까? –;)

[축하] 김민수 교수 재임용 예정. 이제 첫발.

!@#… 축하합니다! 김민수 서울대 미대 교수, 교육마피아에 의한 부당한 축출에 항거한지 7년여만에 결국 고법의 승소판결을 바탕으로 다시 강단으로 가는 길이 열림.

하도 오랫동안 끌어온 것이라서, 무슨 사건이었는지 사람들이 다 잊어버렸겠다. 한번 다시 좀 참조하자.

…한마디로 요약해서, 학문적 소신으로 원로들의 치부를 찔렀더니, 냉큼 짤린거다.

!@#… 복직이 아닌 재임용. 교수니 원로니 하는 고상한 명칭을 간판으로 한 교육마피아들의 여전한 궁시렁거림과 무책임함. 무엇보다, 지난 7년간의 시간과 에너지 손실. 극적인 승리따위, 현실에는 당연히 없다. 하지만 이제 첫걸음이다. 후학들이 미대 원로 교수들의 친일행적을 비판하는 것 정도는 당연히 이루어질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지고, 정당한 평가가 아닌 마피아식 신디케이트로 누군가를 축출하는 것은 ‘행정절차’가 아니라 ‘악행’이라는 것이 당연시되는 상식적인 사회를 위한 첫걸음이다.

[영화] 말아톤

!@#… 영화 ‘말아톤'(http://www.run2005.co.kr). 보고옴. 총평: 봐라. 시나리오, 입체적 캐릭터 설정, 연출의 섬세성, 주제의 진실성, 무게에 짓눌리지도 경박하게 오버하지도 않는 균형감각… 뭐든 참조하고 싶다면 무조건 봐라. 자폐아를 다루면서 괜히 사랑의 미덕이니 인간승리니 애매하게 칭송하는 전형성에서 벗어나, 자폐아 그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는 감동, 소통의 기쁨. ‘레인맨’의 멍에를 가볍게 털어버리는 도도한 패기도 일품. 그러니까, 화려한 화면과 빈약한 이야기에 좌절한 자들은 반드시… 봐라.

스크랩 야드 050201

!@#… 잠보니님의 아성에는 절대적으로 못미치겠지만, capcold도 가끔 정보 찌꺼기 모음을 올릴 예정. 안 모아두면 스스로 까먹으니까.

!@#… 독자만화대상 결과발표.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굵직한 글을 하나 쓸 요량이지만, 우선 결과확인부터.

!@#… 마찬가지로, 애니주제가 인기투표인 ‘만화인의 노래’ 결과발표.

!@#… 팬들이 진짜로 원하는 슈퍼히어로 실사영화… 가 없다면, 직접 만들어라! 불타는 팬필름, <그레이슨>. 주연: 1대 로빈 딕 그레이슨. DC계열 히어로들, 원래 코스츔 그대로 총출동. (…물론, 예고편만 있는 동인필름)

!@#… 살 수 밖에 없도록 만들다니! 크윽…;;; 크리스마스 전야의 악몽, 보드게임. 뽐뿌질 당하고 괴로워하는 중.

!@#… HIERONYMUS BOSCH 피겨세트. 초현실주의 화가 아저씨를 따라잡은 악취미(?)원형사들에게 갈채를.

!@#… 영화 <그때 그 사람들> 상영금지 가처분 법원결과: 논픽션을 지워라. 그래서 3장면을 빼야하는 지경. 지지세력 많은 다카기 마사오는 참 좋겠다.

!@#… 투표 중인 이라크. 적어도, 이라크의 상황이 더 좋아질지는 몰라도, 적어도 미국이 지네 군대를 철수시킬 첫번째 명분이 만들어진 셈.

!@#… (추억의 사이트) 레고의 달인. 최소부품 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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