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리메이크란…

!@#… 발리우드. 헐리우드 다음으로 강력한 영화산업을 갖추고 있는 (관객 동원력 측면: 인도 인구가 좀 상당하다 / 제작편수: 저렴하고 빨리 찍는다 / 오락성: 아아… 정말, 마음이 다 즐거워질 정도로 한 즐거움한다) 인도의 영화산업을 지칭하는 애칭. 그런데 이 동네는 그 뭐냐 저작권의 개념이 대략 중국과 비슷한 경지라서, 다른 나라 히트 영화들을 그냥 간단하게 발리우드 영화로 리메이크해버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얼추 6-70%…라고도 하는데,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그곳에서 최근 주목받는 신작 액션영화가 최근 예고편을 공개하였는데… 제목하여 . 올해 크리스마스 즈음 개봉 예정, 주목받는 신작. 그런데 어떤 영화의 리메이크냐 하면… 뭐 한번 맞춰보시길. -_-;

에에…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아직도 감이 안잡히는 분들을 위한, 예고편.

… 아니 뭐, 사실 워낙 스타일리쉬하게(즉 MTV식으로) 잘찍기로 유명한 감독이고, 배우들도 꽤 멋지게 생겼고, 예고편 보면 알 수 있듯이 워낙 원작을 그대로 샷바이샷으로 가져온 듯 하니 뭐 그냥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 뭐, 인도 영화들 특유의 도덕성을 고려할 때, 몇가지 플롯상의 변화도 대충 예상을 해볼 수 있다. 뭐 그냥 저냥 잘 찍었지만 독창성은 부족한, 평범한 리메이크작이 될 모든 조건이 다 갖추어져 있다.

!@#… 하.지.만.!!! 발리우드 영화의 진짜 필살기를 잊어버리면 안된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 그것은 바로…

뮤.지.컬.

!@#… 이로써, 반드시 구해볼 목록에 추가.

관련소식은 여기.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그대맘대로 하세요 —

시체신부(The Corpse Bride) 보고오다.

!@#… 팀버튼신작애니메이션,시체신부(TheCorpseBride).알사람은알다시피,<크리스마스악몽>과비슷한분위기의퍼펫애니메이션.목소리(+캐릭터모델)는조니뎁과헬레나본햄카터.학생할인극장에서봄.한줄감상:팀버튼의겨울연가…라면좀과장이지만,치정살인,집안간갈등,엇나간사각관계,신랑보쌈,두번의결혼식…신부가반쯤썩은시체이고해골들이캬바레를한다는소소한사항들만빼면순도100%멜로드라마.연인과함께보길(정말?).짐작하겠지만,전체적포스는<크리스마스악몽>보다부족한편. [예고편보기]

크로마티 고교 실사판 예고편 공개

!@#… 이전에 언급한 바 있는 크로마티고교 실사판. 드디어 개봉을 눈앞에 두다! 두둥.

http://www.starchild.co.jp/kurokou/date/5_256k.wmv

!@#… 다케노우치 역은, 실제 레슬러. 프레디…일본인을 쓴 건 의외지만, 고교생을 넘어서는 압박감은 나름대로 잘 재현. 메카자와 만세. 카미야마의 진지함도 오케이. 내용은 무려 고릴라 행성 외계인들의 침략에 맞서는(?) 크로고 깡패들. 역시 Versus, 지옥갑자원 등으로 악취미 취향을 널리 세상에 떨친 제작진의 작품 답다. 국내에 개봉은 불능일테고, 영화제 한번 소개하고 DVD 정도는 출시해주겠지. 기둘리자, 기둘려.

http://www.kurokou.com (공식 사이트. 도메인 자체부터 명쾌)

http://zambony.egloos.com/947117/  (몇가지 관련정보 링크)

V for Vendetta 실사영화화

!@#… Alan Moore의 작품 가 영화화된다. 전체주의 국가가 되어버린 가상의 영국을 무대로, 가이 포크(의사당을 폭발시켭리려고 했던 그 동네 전설적인 테러리스트) 가면을 쓴 강화인간 ‘V’의 1인 저항 액션을 그린 괴작인데, 당연히 무척 암울하다.  그런데 실사영화화라… 감독은 매트릭스 시리즈의 워쇼스키 형제. V를 지켜보는 역할(이자 나중에 한 몫 톡톡히 하는) 상대역 여자로는 나탈리 포트먼. 삭발도 했단다. 그리고 V는 무려… 휴고 위빙! 원래는 다른 사람이었는데, 중간에 바뀌었다(어차피 영화에서 계속 가면쓰고 다니니까). 스미스 분위기로 갈지, 엘프로 갈지, 아니면 드랙퀸 분위기로(…) 갈지, 은근히 기대됨.

!@#… 젠틀맨 리그에 이어서 V for Vendetta라… 그래, 이 기세로 까지 실현시켜다오!

신시티 국내개봉일.

!@#… 6월 29일이란다. 2005년 최고 기대작. 신시티(Sin City) 실사영화. 광팬인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원작만화가 프랭크밀러의 화끈한 비주얼을 살려내기 위해서 아예 공동감독으로 추대(화면 구성 담당). 정작 스토리가 엉망이면 딕트레이시 꼴 날텐데, <펄프픽션>처럼 서로 엮여들어가는 옴니버스로 구성해서 원작도 잘 살리고, 영화적 재미도 장난이 아니란다. 그것으로 기대치 50% 상승.

!@#… 원래 이런 만화(상당히 재밌고, 엄청 하드보일드하다) 그리고 이런 영화.

[영화] 말아톤

!@#… 영화 ‘말아톤'(http://www.run2005.co.kr). 보고옴. 총평: 봐라. 시나리오, 입체적 캐릭터 설정, 연출의 섬세성, 주제의 진실성, 무게에 짓눌리지도 경박하게 오버하지도 않는 균형감각… 뭐든 참조하고 싶다면 무조건 봐라. 자폐아를 다루면서 괜히 사랑의 미덕이니 인간승리니 애매하게 칭송하는 전형성에서 벗어나, 자폐아 그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는 감동, 소통의 기쁨. ‘레인맨’의 멍에를 가볍게 털어버리는 도도한 패기도 일품. 그러니까, 화려한 화면과 빈약한 이야기에 좌절한 자들은 반드시… 봐라.

<하울의 움직이는 재앙>을 보고 오다

(애니품평이지만… 그냥 카테고리는 만화품평으로 넣었다. 서찬휘님 블로그에서 트랙백.)

!@#…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고 오다. 이후는 당연히 스포일러 주의. 아니 사실 스포일러라도 많이 보고 가는게 사실 관람에 도움이 될지도. 여하튼 딱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런 폭탄맞은 시나리오라도, 미야자키 브랜드가 붙으면 히트치는구나!” -_-; 뭐랄까, 미야자키 할아버지가 늙으막에 린타로나 제리 브룩하이머 같은 화끈하고 골빈 선남선녀 대파괴 폭죽쑈에 손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흔히 capcold식 표현으로, “재앙영화”. 영화 자체가 재앙이라는 말이다.

!@#… 노장에게 새로운 것을 바라기보다 그 원숙미를 즐기라면서 호평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원숙은 커녕 자기가 쌓아올렸던 좋은 실력을 몽창 날려먹은 희대의 괴작으로 보였다. 무슨 과시욕에 사로잡힌 얼치기 신인 초짜 감독 마냥, 세계관도 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스펙타클 이벤트에 끌려다니기 바쁘다. 이건 유치한게 아니라, 그냥 골빈 거다. 작품 속에서, 마법의 힘을 제거당하고 치매 할멈의 모습으로 폭삭 찌그러져버린 황야의 마녀 – 그것이야말로 이번 작품에서 미야자키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 재미있게 보았다는 분들을 비난할 생각은 아니다. 뭐 나름대로 다들 이유가 있겠지. 그 중에는 합리적인 이유도 있을테고, 그냥 미야자키니까 하면서 부화뇌동하는 자기사고 제로의 바보들도 여럿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왜 이걸 재앙이라고 생각하는지 정리를 좀 해놓고 싶다. 시나리오의 뭐가 그리 노골적으로 불만이라는 것인가? 딱 3가지만 정리해보자.

1) 주인공의 갈등과 성장은 밥말아 먹었는가: <마녀의 택급편>에서 보여준 소녀의 섬세한 성장과정. 그 마법은 이 영화에서는 완전소멸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에게 걸린 ‘늙는 저주’는 결국 마음의 활력을 반영한다. 마음이 소녀적인 활력과 사랑에 눈뜰 때, 그리고 무덤덤한 자기비하를 잊어버리고 잠을 잘 때는 자기도 모르게 다시 소녀로 돌아오는 소피. 이건 꽤 중요한 모티브이며, 작품을 끌어가는 갈등이자 원동력이 되어주었어야 할 물건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선택과 희생을 치루며 결국 새로운 성장을 이루면서 끝나는 기승전결을 완전히 무시. 그냥 하울만 기다리고 쫒아다니다 보니 어느틈에 저주는 해결. 뜬금없음의 극치인 것이, 거의 원더풀데이즈 급이다. 동기 없이 돌아다니기는 하울 역시 대동소이하지만 말이다. 전쟁 중재? 양쪽의 정치인들을 만나가면서 설전을 벌이거나, 혹은 그걸 두려워서 피하거나. 그냥 흐린 하늘을 날라다니면서 곡예쑈한다고 뭘 해결한다는 건가. 주인공들의 성장은 설정상 주어진 것일 뿐, 시나리오 상에서의 설득 과정이 뭉텅 빠져있다.

2) 세계관도 설명 못하면서 뭘 그리 벌려놓는가: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서는 전쟁으로 치닫을 수 밖에 없는 인간들의 욕망, 그리고 박애 넘치는 해결과정을 방대한 세계관과 함께 자연스럽게 전달해낸다. <하울...>은 도저히 같은 감독이라고 상상도 할 수 없다. 하울에서 전쟁을 한다는 그 양쪽 나라의 논리는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일반인/정치가/마법사/정령/악마 등 여러 종족과 계층들의 관계 역시 얼렁뚱땅 설명 없이 넘어간다. 설명 없어도 이해할 만한 거라면 좋겠지만, 스토리상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건너뛰는 것이다. 그래서 칼시퍼가 하울에게 들어가게 된 과거 회상에서 애초에 왜 칼시퍼가 지상으로 소환당했는지, 어째서 그 합체의 과정 속에서 하울은 저주를 받게 되었는지, 하다못해 그 저주의 구체적인 내용이 뭔지(그냥 힘쓰다보면 괴물로 변한다는 거 말고, 제대로 된 ‘규칙’말이다) 모두 생략. 그렇기 때문에 후반에 들어가서는 모든 스토리 전개의 논리가 급격하게 붕괴된다. 전반에 세계관 구축을 하고 후반에 그 속에서 사건들이 벌어지고 수습되는 구조여야 할 것이, 세계관 구축도 안된 상태에서 사건만 뜬금없이 계속 연속되다보니 망가지는 것이다. 덕분에 소피는 ‘쓸데없이’ 성을 무너트렸다가 다시 세우고,  하울은 왜 싸우는지도 모르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뭘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고생하고 다닌다. <하울...>에서는 스토리 전개 자체에 매우 중요한 세계관 설명이 뭉텅이로 빠졌다. 불친절한 시나리오와 멍청한 시나리오는 한끝 차이다; 유감스럽게도 <하울...>은 후자다. 원작 소설을 찾아읽어보라고? 제대로 된 시나리오 각색에 실패했다는 시인이겠지. 여튼, <하울...>의 시나리오는 작품 속 세계의 구동 원리를 관객에게 납득시키는 것에 처절하게 실패하고 있고, 그 덕분에 결국 남는 건 미야자키 하야오표 ‘코드’들 뿐이다. 날라다니다가 추락할 때 손을 잡아준다든지, 자연 평원과 기계 무기의 대립된 이미지라든지, 고풍스러운 환타지 비행선들의 공중전이라든지 말이다. 각각 그 자체로만 보면 매력적일 지라도, 통합된 추동력 없이는 키치처럼 보일 뿐이다. <온 유어 마크>에서 무려 6분 만에 모든 세계관을 다 표현하고도 여유가 남아서 복합 선택형 스토리구조까지 도입한 천재감독은 도대체 어디로 간건가?

3) 매력적인 캐릭터 구축은 디자인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이웃의 토토로>에서 보여준 환타지 캐릭터들의 활기찬 생명력도 모두 소멸. 그냥 처진 눈에 분주하게 제자리를 돌기만 할 뿐인 개는 아무 매력이 없다. 그냥 쫒아다니면서 가끔 도움을 주기만 하는 허수아비도 마찬가지다. 갈등도 뭣도 없는 꼬마 마법사 역시 마찬가지. 뭐랄까, 마치 <포카혼타스> 이후로 점점 망가져 가던 디즈니 클래식의 동물조연들을 보고 있는 느낌. 그 난잡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조차 이렇게 망가지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임무와 역할과 상징이 있는 캐릭터가 아니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천공의 성 라퓨타>의 거신병 같은 초절정 사연만땅 조연 캐릭터는 다시 만나기 힘든 것인가. 개연성 없는 주연 캐릭터들은 앞에서 이미 언급했으니 패스.

!@#… 지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전 세계의 관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세상에, 이래도 나를 추종할래?” 라는 도발이다. 출중한 이야기꾼으로 자기 입지를 확보해온 지브리, 그중에서도 미야자키 감독이 이렇게 망가질 줄이야. “너따위가 뭔데 대 감독님의 시나리오를 씹는거냐?”라고 항의하는 분들에게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그런 대 감독이, 나 따위한테도 씹힐만한 시나리오를 들고왔는데 어쩌란 말이냐!”

!@#… 만약 쓸데없는 전쟁 이야기가 빠지고 마법사들끼리의 세력/파벌 다툼이 중요한 축으로 다루어졌다면 어땠을까. 그럼 황야의 마녀도 선생님도 그렇게 낭비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울의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소피가 자신의 저주를 푸는 것을 포기해야만 한다면? 소피의 자기희생과 진정한 성장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다못해 주인공이 고민하고 갈등하는 모습 정도는 구경할 수 있었을테지. 하울과 캘시퍼의 운명공동체적 애증관계가 좀더 잘 묘사되었더라면? 서로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아니 어쩔 수 없이 정들어버렸으면서도 힘으로 균형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묘한 긴장감이 돋보였을 것이다. 만약, 만약, 만약… 좀 더 낳은 시나리오가 될 수 있던 수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프로젝트에서, 그 모든 것을 버리고는 이런 물건이 탄생했으니 참으로 개탄할 노릇이다.

!@#… 뭐, 적어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래서는 “이번 것이 진짜 은퇴작이었습니다”라는 선언은 못할 것이다. 어서 설욕작을 새로 만들지 않으면, 막판에 치매성 졸작으로 자기 얼굴에 먹칠을 한 감독으로 대대로 기억당할테니까. 이것이 바로 나름대로 <하울...>의 의의 되겠다.

 

—- Copyleft by capcold. 이동자유/동의없는개작불허/영리불허 —-

Mirror Mask 예고편

!@#… 데이빗 보위가 고블린 마왕 자레스(당연히, 너무나 잘 어울린다!) 로 출연하고, 제니퍼 코넬리가 동생을 되찾기 위해 환타지 세계에서 미로 찾기를 하는 86년작 영화 <라비린스>(http://www.imdb.com/title/tt0091369/)를 기억하시는 분? (에에… 별로 없으리라고 보지만) 서양 환타지 문학의 정수만 골라서 갈아넣은 듯 한 멋진 세계관, 깔끔한 모험 스토리, 그리고 궁극의 인형장인 짐 헨슨 프로덕션에서 만들어낸 환상적인 비주얼. ‘오즈의 마법사’ 이래로 가장 재미있는 환상여행기.

!@#… 그런데, 사실은… 짐 헨슨 프로덕션에서, 그 영화의 속편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현대 사회와 환타지를 심오하게 결합시키는 것을 업으로 하는 만화 스토리 작가 닐 게이먼, 그리고 꼴라쥬 방식을 기본으로 강렬한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데이브 맥킨. 이 둘이 손을 잡고 만드는 영화 <미러 마스크>(http://www.imdb.com/title/tt0366780/)가 바로 그것이다. 사실 게이먼은 이미 <샌드맨> 시리즈의 하나인 에서 이미 ‘라비린스’식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시도한 바 있고, 맥킨 역시 자신의 기이한 감수성이 의외로 동화풍 스토리에도 어울린다는 것을 <벽속의 늑대> 등에서 증명한 바 있지 않던가.

!@#… 저예산. 스타 배우 없음. 유일한 무기라고는 이야기 솜씨(라고는 하지만, 만화에서 증명되기는 하였으나 영화는 초짜)와 개성있는 비주얼(이라고는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어우러져 들어갈지는 미지수).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중이지만, 실망한데도 그리 손해볼 것 같지는 않은 – 그래서 결국은 더더욱 기대되는 영화. 물론, 국내 정식 개봉 가능성은 한없이 ‘0’에 가까움.

!@#… 최근에 예고편이 떴으니, 한번 보시기를…

http://www.youtube.com/?v=EaCv-lvSEaQ (음악클립으로 추후수정)

MTV Movie Awards 2004 결과발표

!@#… MTV Movie Awards.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영화상이다… 무엇보다, 솔직하고 상식적이니까. 팬 투표만으로 이루어지는, 철저한 동시대 대중의 취향에 기반한 상. 투수부문을 제외하고는 팬투표로 이루어지는 메이저리그 야구 올스타 선발과도 비슷한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작과 몰표, 혹은 특정 스타에 대한 맹목적 애정으로 돌진하지 않고 꽤 냉정하게 선택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좋은거다. 여러모로, 다른 대중문화 분야에 있어서도 두루 참조해봐야할 만한 강력한 긍정적인 모델이다.

!@#… 다음은 2004, 즉 올해의 후보들과 수상작들이다. 오늘 막 발표. 그냥 재미삼아 결과를 옮겨왔다.

Best Male Performance 남우주연상

Jim Caviezel (The Passion of the Christ)
Bill Murray (Lost in Translation)
Tom Cruise (The Last Samurai)
Adam Sandler (50 First Dates)
Johnny Depp (Pirates of the Caribbean: The Curse of the Black Pearl)

…그럼, 그럼.

Best Female Performance 여우주연상

Drew Barrymore (50 First Dates)
Queen Latifah (Bringing Down the House)
Charlize Theron (Monster)
Uma Thurman (Kill Bill Vol. 1)
Halle Berry (Gothika)
…역시 예상범위.

Best On-Screen Team 최고의 콤비

Ben Stiller/ Owen Wilson (Starsky & Hutch)
Will Smith/ Martin Lawrence (Bad Boys II)
Johnny Depp/ Orlando Bloom (Pirates of the Caribbean: The Curse of the Black Pearl)
Jack Black/ School of Rock band (School of Rock)
Adam Sandler/ Drew Barrymore (50 First Dates)

…국내에는 50번째 첫키스라는 제목으로 개봉. 안봐서 모르겠지만, 웨딩싱어때의 감으로 계속 갔겠지 뭐. 잭 블랙과 스쿨오브락 밴드보다 잘했다고? 음… 과연 그럴지 언젠가 확인해봐야할지도.

Best Villain 최고의 악역

Geoffrey Rush (Pirates of the Caribbean: The Curse of the Black Pearl)
Lucy Liu (Kill Bill Vol. 1)
Andrew Bryniarski as Leatherface (The Texas Chainsaw Massacre)
Kiefer Sutherland (Phone Booth)
Demi Moore (Charlie’s Angels: Full Throttle)
…헐리웃권 영화광들을 기절시킨 킬빌. 비록 어눌한 일본어, 어디로보나 중국인티나는 얼굴로 연기한 어색한 일본 야쿠자 보스였지만, 양놈들이 그걸 알께 뭔가.

Best Comedic Performance 최고의 코미디 연기

Ellen DeGeneres as Dorrie (Finding Nemo)
Jim Carrey (Bruce Almighty)
Jack Black (School of Rock)
Will Ferrell (Elf)
Johnny Depp (Pirates of the Caribbean: The Curse of the Black Pearl)
…당연한 선택. 하지만 니모를 찾아서의 ‘도리’도 강력한 후보였다고 생각.

Best Dance Sequence 최고의 춤

Steve Martin (Bringing Down the House)
Omarion, Marques Houston & the Lil Saint’s Dance Crew (You Got Served)
Seann William Scott (American Wedding)
Ben Stiller & Jennifer Aniston (Along Came Polly)
Drew Barrymore, Cameron Diaz and Lucy Liu (Charlie’s Angels: Full Throttle)
…관심없음.

Best Kiss 최고의 키스

Owen Wilson, Carmen Electra & Amy Smart (Starsky & Hutch)
Jim Carrey & Jennifer Aniston (Bruce Almighty)
Charlize Theron & Christina Ricci (Monster)
Keanu Reeves & Monica Bellucci (The Matrix Reloaded)
Shawn Ashmore & Anna Paquin (X2: X-Men United)
…안봐서 모르겠지만… 3명?

Best Action Sequence 최고의 액션장면

Battle at Gondor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Escape from Mongolia (Charlie’s Angels: Full Throttle)
Intercoastal freeway pursuit (Bad Boys II)
Champion crane chase (Terminator 3: Rise of the Machines)
…애초에 다른 후보를 세우는 것 자체가 실례였다고나.

Best Fight 최고의 결투

The Rock vs. Kontiki Rebels (The Rundown)
Keanu Reeves vs. Hugo Weaving (The Matrix: Reloaded)
Hugh Jackman vs. Kelly Hu (X2: X-Men United)
Queen Latifah vs. Missi Pyle (Bringing Down the House)
Uma Thurman vs. Chiaki Kuriyama (Kill Bill Vol. 1)

…역시 세라복의 위력. (것보다, 매트릭스3는 완전히 관심밖이군…심지어 후보도 매트릭스2라니)

Breakthrough Female 괄목할 여자배우

Jessica Biel (The Texas Chainsaw Massacre)
Keira Knightley (Pirates of the Caribbean: The Curse of the Black Pearl)
Lindsay Lohan (Freaky Friday)
Scarlett Johansson (Lost in Translation)
Evan Rachel Wood (Thirteen)
…알께뭐야.

Breakthrough Male 괄목할 남자배우

Shawn Ashmore (X2: X-Men United)
Cillian Murphy (28 Days Later)
Ludacris (2 Fast 2 Furious)
Shia LaBeouf (Holes)
Omarion (You Got Served)
…아이스맨. 별 관심없음.

Best Movie 최고의 영화

Finding Nemo
50 First Dates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Pirates of the Caribbean: The Curse of the Black Pearl
X2: X-Men United
…뭐냐, 반지의 제왕 시리즈 3년 연속 싹쓸이?!

 

— Copyleft 2004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이성이 증발하는 온도, 화씨 911도

!@#… 아아… 장난이 아니다. 마이클 무어 아저씨, 당신은 천재입니다 (다큐멘터리는 반드시 ‘객관적’이며 ‘공정해야’ 한다고 믿는 돌대가리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드디어 떳다, 예고편. ‘화씨911’.

http://www.apple.com/trailers/lions_gate/fahrenheit_911/

!@#… 맨 마지막 부분, 부쉬의 인터뷰에 주목. “저는 테러리스트들의 살인행위를 반드시 멈추기 위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입니다.” …라고 비장하게 말한 후 호쾌한 스윙으로 드라이브샷을 날리는 골프장 장면.

!@#… 사실 부쉬보다 더 위험한 건 아무 생각없이 부쉬를 뽑아준 50%의 순진하고 멍청한 – 그래서 잠재적으로 한없이 위험한 – 일반 미국 시민들이다. 그리고 부쉬가 남의 나라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있을 때 잘했다고 지지를 보낸 70%의 머저리 국민들(아까 그 50%보다도 더 많다!)이 또한 그렇다. 민주주의를 가장한 우민정치가 갈 수 있는 극단을 보여주는 최강의 실험샘플. 하지만 역시 그 이상으로 더더욱 위험한 것은… 아직도 혈맹이니 어쩌니 헛소리하면서, 부쉬의 똥꾸멍을 경쾌하게 속속들이 핥아줄 준비가 되어있는 이쪽 나라의 꼴통들. 정치판,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정치인들이 개판 한복판이라고 해서 욕하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쁩아준 수많은 돼지들의 죄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 속에 자기 자신까지도 포함되어 있을지라도.

 

—- Copyleft 2004 by capcold. 이동자유/동의없는개작불허/영리불허 —-

마이클무어의 깐느 황금종려상 수상을 보고…

http://www.aintitcool.com/display.cgi?id=17624

!@#… 애인잇쿨뉴스의 해리 노울즈가 아주 신났다. 자기가 팍팍 밀어준 두 영화가 깐느를 휩쓸었으니까. 화씨 911 황금종려상, 올드보이 심사위원 대상. 굳이 비교하자면 1등과 2등이다라고들 많이 하지만, 사실 심사위원대상은 심사위원들이 뽑은 최고의 영화라는 거고 황금종려상은 심사위원들의견을 포함해서 영화제가 뽑은 최고의 상 – 즉 모든 걸 다 감안한 상이라는 말이다. 영화라는 측면만 떼놓고 보자면 두 개의 상은 사실상 동격이나 다름없다. 덕분에 이 아저씨는 더더욱 파워가 강해지겠지… 지금도 한국의 스포찌라시에서는 거의 뭐 신으로 떠받들듯고 있지만 (한국 스포찌라시 기사만 보면 이 사람이 전미영화인협회 회장쯤 되는 줄 알 것이다).

여튼, 마이클무어의 비서사 영화(내가 굳이 다큐멘타리라는 좋은 말을 이 사람 영화에는 안쓰는 이유는, 다큐멘타리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도 뭔가 저널리즘적인 가치들을 억지로 기대하고 강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객관성’이라든지, ‘중립성’이라든지 하는 말도 안되는 어거지 말이다)가 이번 수상에 힘입어 디즈니사의 아집을 깨고 배급에 성공했으면 한다. 올드보이는? 이번 기회에 세계 개봉으로 가면 해피하겠지. 하지만 DVD가 이미 출시되어버렸는걸… 이미 립 버젼과 영어자막smi 가 네트 상을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그냥, 나중에 UE버전 DVD를 바탕으로 세계 비디오 시장에서 대형 성공을 거두기를 바란다.

!@#… <로저와 나>의 후줄근한 아저씨가 결국 여기까지 온 셈이다. 이 기회에 그 사람의 유일한 장편 극영화 <캐나디언 베이컨>도 재출시되고, 아예 좀 박스세트라도 나와주면 좋을 듯. 아직 보지도 못한 영화가지고 칭찬하기는 좀 그렇지만, 마이클무어의 수상은 취향으로 힘을 얻은 정치성의 승리다. 자신의 진보성향 정치성을 숨기지 않고, 자신의 영화에 있어서 장르적 취향(전작 볼링 포 콜롬바인만 보더라도, 리펜슈탈식 다큐에서 사우스파크까지)을 한껏 발휘해서 ‘웰메이드’의 경지로 올려놓는 타입. 아니, 애초에 진정한 웰메이드가 되려면 당연한 요소인지도 모르겠다. 해당 양식의 장르적 핵심을 두루 잘 꿰뚫고 있으면서 그중 자신이 잘하는 것/좋아하는 것을 취합해서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 ‘살’이다. 그 속에 자신이 세상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굳건한 메시지를 심어넣는 것이 ‘뼈’다. 마이클무어가 진보진영에서 만드는 수많은 영상물보다 더 절절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압도적으로 재미있다. 특별히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당대의 일반 대중들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잘 만들어진 재미있는 몸체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겨주고 있는 셈이다. ‘밥/꽃/양’은 의무감으로 보지만 (그러면서 중간에 졸기도 하지만), ‘볼링 포 콜롬바인’은 자연스럽게 열광하며 볼 수 있는 이치다. 진정성, 메시지의 강도, 진보성의 잣대만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파급력의 힘. 기록 보관용 영상물이 아니라 메시지 확산용의 영상물이라면, 당연히 적극적으로 키워야할 힘이다.

영화뿐만 아니라 소설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그리고 무엇보다 막강한 대중 호소력을 자랑하는 만화로서도 반드시 명심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즐기는 것을 스스로 폄하하지 않기. 그것을 파고 파다가 결국 자신만의 새로운 힘으로 승화시키기. 이 모든 것의 핵심이자 목적인, 세상에 대한 인식과 세상에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를 잃어버리지 말기.

 

— Copyleft 2004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오락영화를 판단하기 – 아라한 장풍대작전

아라한 장풍대작전을 보고. 거기에 대한 딴지일보의 영화평도 보고. 거기다가 남겨준 한마디. 왈가왈부하지말고 닥치고 그냥 봐라…주의자는 결코 아니지만, 비평을 위한 비평…즉 목적도 뭣도 없이 단지 지면을 채우기 위한 비평에는 상당히 비판적이다. 개인 홈피도 아니라 나름대로 언론이고 뭐고를 표방한다면, 비평은 순수한 개인감상이어서는 안되고, 반드시 이유와 의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그것을 컨트롤하지 못하면, 폭주해서 어디선가 저절로 그런 의도가 만들어져서 필자의 손아귀를 벗어나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끔 이런식의 말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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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딴지 게시판은 분위기 타는 거 빼면 솔직히 시체 아닌가? 이전에 다른 영화평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가끔은 누군가가 조회수나 추천수 조작기도 동원한다. 지금 분위기가 무조건 아라한 장풍대작전 까면 플러스, 좋았다고 하면 졸라 마이너스 때리는 분위기다. 그런데… 난 재기발랄한 영상실험을 보러 간 것도 아니고, 유쾌한 오락영화 한편 보러 간건데 흡족했거든? 언제까지 다찌마와리 타령이냔 말야. 정두홍의 악역이 너무 얕다고? 그럼 줄줄이 하나하나 다 설명해주리? 신선계와 인간계가 분리되고 그 사이에서 드문 왕래가 있고 인간계의 혼란을 보다못한 신선이 개입을 하다가 마성에 사로잡혀 폭주한다… 전형적이잖아! 무협 환타지에 익숙한 사림치고 이런 캐릭터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왜, 신선이니 도인이 뭔지도 다 설명해달라고 그러지 그래? 허공답보도, 경공술도, 전음입밀도 모두 다 일일이 설명해주라고 하지 그래? 이미 장르의 약속으로 정해진 것들은, 그냥 다들 알고 있으려니 하고 해피하게 넘어가는 게 바로 장르영화 아닌가. 대신 그자리에 또다른 ‘즐거움’을 집어넣고.

!@#… 난 근데 류승범의 캐릭터가 충분히 즐거웠거든. 괜히 러브러브 분위기로 안간 것도 좋고. 아 씨발, 방송국이라잖아, 방송국. 난 그 대사 하나만으로도 영화표 값어치의 즐거움은 뽑았거든? 즐기지 못했다는 열분들은 말이야… 스.스.로.영.화.표.어.치.만.큼.의.즐.거.움.을.얻.어.낼.생.각.이.애.초.에.없.었.던.거.야. 가만히 앉아 있으면 영화가 즐거움을 가져다 주든? 스스로 즐길 준비를 하고 즐겨야 즐겁지. 특히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으로 승부하는 닳고닳은 장르영화…나아가 그런 장르영화들을 공개적으로 짬뽕하겠다고 나선 장르영화라면 더더욱. 류승범의 원맨쇼로 진행되는 무협성장물을 두고, 류승범은 재밌으나 영화는 워스트 쥬니어라는 식의 평가는 솔직히 좀 닭살돋는다. 적어도 이 영화는 류승범이 재밌었으면, 재미있는 영화인거다. 스테이크 요리를 먹으면서, 고기는 맛있는데 요리가 형편없네요…라고 평가하나? 아 물론 그렇게 평가할 수도 있다. 같이 나온 당근이니, 파세리니 하는 것들이 졸라 상한 것일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원래 의도한 본체 – 즉 고기덩어리가 육즙 가득 신선발랄하고 입에서 살살 녹으면 그냥 해피해지는 거다. 나머지는 부수적이란 말이다. 고기를 즐기기 위해서는, 그냥 잊어버리는 것이 더 나은 약점들이다. 그 다음에 주방장에게 항의하든 말든. 

!@#… 자꾸 류승완 감독이 안타깝다는 식의 별 필요도 없는 걱정이나 하면서 폼잡고 있지 말고… 감독은 대자본 동원해서 자기 찍고 싶은 거 해피하게 찍고 있잖아. 너무 자기맘대로 해서, 막판 결투씬 늘어지는 거 봤지? 다찌마와리는 그 때 주어진 예산으로 자기 찍고 싶은 거 찍은거고, 아라한은 아라한인 거다. 왜, 자본이 재능을 타락시켰다느니 하는 말을 하고 싶은거냐? 그럼 샘 레이미는 1억짜리 스파이더맨을 만들 수 있는 실력과 지명도를 가지고 다시 이블데드 찍으러 가야하게? 성냥팔이소녀마냥 한국영화계를 말아먹을 재앙급 프로젝트도 아니고… 매트릭스니 킬빌은 또 왜 맨날 들먹이나. 철학이니 아시아 무협영화에 대한 오마쥬니 어쩌니 하는 껍데기들을 다 벗겨내고 오락이라는 단일한 잣대로 평가를 했을때, 그것들은 도대체 얼마나 더 대단했다는 건가.

!@#… 적어도 난, 내가 이 영화 보면서 겪은 즐거움 – 즉 오락으로서의 즐거움 – 은 그냥 간직하고 있을련다. 그리고 아쉬웠던 부분은, 속편이나 만들어달라고 부탁하련다. 예를 들어서 난 말야, 봇짐 할머니나 구두방 아저씨같은 생활도인들이 문파를 이루어서 서로 항쟁을 하는 이야기도 보고 싶다. 사실 그게 이 영화의 진짜 핵심정서가 되어주었으면 했거든… 일가를 이루는 사람들이 진짜 득도한거고, 그들이 이 세상의 진짜 주인들이라는 거. 그냥 고수들이 평범하게 살고있더라 하는 소림축구의 세계관보다 훨씬 진일보했다고 생각한다…더욱 그쪽으로 파고 들어가면 얼마나 훌륭하겠나. 류승범이 변신슈퍼히어로 마냥 대활약하면서 좌충우돌하는 모습도 더 보고싶다. 반칙왕과 스파이더맨과 품행제로를 합쳐놓을 수 있는 최강의 남자 캐릭터, 그리고 그걸 아무 무리없이 소화해내는 배우가 있지 않는가.

!@#… 그래서 당신은 아라한을 별 다섯개, 베스트로 봉하겠냐고? 전혀. 하지만 재미없으니 보지말라는 말은 안한다. 그 반대다. 재미있으니까 봐라. 대신, 재밌는 장면 같으면 낄낄대며 웃으면서 좀 봐라. 그걸 위한 영화다. 그 이외의 목적에 대해서는 어차피 부실덩어리다. 하지만 빨래방망이로 야구하랴?

 

—- Copyleft 2004 by capcold. 이동자유/동의없는개작불허/영리불허 —-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그리스도의 정열’? 그럴리가. ‘그리스도의 수난’이지. 여튼, 말많고 성공도 많았던 영화, 결국 보게 되었다. 짧은 인상들.

1. 브레이브하트.

…뭐 다들 알다시피, 이 영화는 멜 깁슨의 원맨쇼다. 유대계 자본(한마디로, 주류 헐리웃, 미국 금융 그 자체)들이 투자를 꺼리고, 또는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투자를 꺼려서 결국 멜깁슨 호주머니에서 돈 3천만달러를 털어 만든 “독립 블록버스터 영화”. 나도 호주머니가 그렇게 컸으면 좋겠다. 제작 투자 각본 감독 다 멜깁슨 이름이 들어가 있다. 그러다보니, 멜깁슨이 원맨쇼를 했던 또다른 과거의 영화 한편과 이미지가 많이 겹친다. <브레이브하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브레이브하트의 마지막 30분(그러니까, 마지막 전투 끝나고 고문받다가 장렬하게 죽는 부분)의 두시간 버젼이다. 얻어맞고 고문당해서 육체가 문드러지면서도, 눈빛만은 잃지 않고 버티기. 그러다가 마지막에 장렬하게 한마디 외치고 끝. 그리고 에필로그. 간단명료 그 자체이면서, 완전한 복사판이다. 그러니까 그 때 그걸 보고 재밌었던 사람들은 이번 영화도 재밌게 보겠지.

2. 말초.

…이 영화, 말초적이다. 엄청 말초적이다. 고매한 종교적 영적 영감이니 뭐니, 깡그리 배제했다. 그냥, “예수는 이렇게 졸라 맞아가면서도 니네를 사랑하고 용서했다; 그러니까 니네도 이제부터 교회 다녀라”. 영화는 예수가 신의 아들이자 인간의 아들로서 겪는 정신적 갈등은 대략 5분 정도로 축약해버린다. 나머지는, 그냥 호쾌하게 두들겨 맞는거다. <시계태엽 오렌지>의 말콤 맥도웰이 생각났다. 그 인간은, 성서를 읽으며 예수에 감정이입하지 않고, 뒤에서 채찍질하는 로마병사에 이입하고 즐거워했다. 뭐… 이 영화라면 그게 좀 어려웠을꺼다; 로마병사들이 라틴어로 말하니까. 하지만 어떤 SM보다 강력하고 구체적인 신체폭력의 말초적 자극은 대단한 임팩트를 준다. 중세의 수도원 가운데 어떤어떤 일파들은 스스로 등에 채찍질을 하면서 신앙을 다졌다지 아마? 대략 그런 컨셉이다. 그래도 종교적 가르침에 관한 것인데, 너무 말초적으로 단순화시켰다고? 여튼, 어차피 생명유지 기능에 필요한 최소한의뇌세포만 남겨놓고는 나머지는 다 퇴화해버린 현대의 주류 영화관객들에게 딱 맞는 수준의 접근법이었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지 않은가. 미국의 박스 오피스에서. 아마 한국에서도.

3. 언어.

…아람어와 라틴어로 된 영화. 영어로 안하고 당시 현지어를 사용한 것은 충실한 사실재현을 위해서라고 한다. 정말로 그런 식의 어감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노력이 가상하다. 아람어…는 내가 중동의 언어들을 전혀 모르니까 생략하지만, 라틴어의 재현은 정말 감동이다. 여기서 로마 병사들이 구사하는 라틴어는 바티칸식의 딱딱한 기도문의 어감이 아니라, 현재 이탈리아어의 어감(그렇다고 내가 이태리어를 한다는게 아니라… 들리는 ‘느낌’ 말이다)을 상당부분 품고 있는 살아있는 생활 언어 그 자체였다. 이 황당한 시도에 우선 박수. 재밌는 건, 유대 사제들과 빌라도가 대화할때는 아람어, 예수와 빌라도가 대화할때는 라틴어라는 것이다. 즉 예수는 당시 지배민족이었던 로마인들의 언어이자, 더 교양있고 깊이있는 언어로 취급받은 라틴어도 제대로 구사할 줄 아는 훌륭한 인텔리로 묘사된 셈이다.

4. 유대.

…알려져있다시피, 이 영화는 “유대인에 대한 악한 묘사로 인하여 편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인하여 자본 투자를 못만났다. 미국의 금융자본은 유대계가 잡고 있으니까. 하지만, 영화에서 묘사된 유대인의 모습은 이미 2000년 전에 묘사된 것에서 그리 새로울 것도 없었다. 유대인이라서가 아니라,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단지 우매하고 나약하고 따라서 한없이 잔인한 군중들의 모습이었을 뿐이다(물론, 여기 한국에서도). 정말로 유대인에 대한 편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영화속의 사제들이 아니라, 현실의 그런 인간들이다. 배타적이고, 자신들의 돈과 권력을 십분 이용해서 다른 삶의 방식들을 철저하게 박해하고 억압하는 잘난 족속들… 이라는 이미지 말이다. 그런데, 오늘 뉴스를 보니 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하마스 지도자를 헬기로 사살해보렸다고 하는군. 또 (‘유대인들의’) 미국은 비난성명 한번 안하고 침묵을 지키는군. 이 이미지, 편견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5. 마무리: 그래서 감동은?

…종교적 헌신과 진정성으로 만들었다는 점은, 뚜렷하게 보인다. 멜깁슨씨, 고생하셨습니다. 하지만, 종교적 헌신과 진정성이라면, <삼손과 데릴라>를 위시한 김청기 감독의 수많은 성경 애니메이션들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안바라고 사비로 만들다시피 한 것도 그렇다. 내게 있어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누군가의 진심이 담겨있구나, 라는 것이 줄 수 있는 감동 뿐이다. 그것이 결코 적은 것이라거나 폄하될 것이라는 말은 아니지만, 딱 그 정도까지라는 것이다. 시각적 쾌감으로 즐기거나(멜깁슨은 팀버튼이 아니란 말이다), 이야기의 매력(워낙 많이 보고 들은 스토리라서…)으로 즐기기에는 사실 좀 턱없다. 그냥, 영상으로 보는 기독교 성서 + 한 호주출신 미국 영화인의 신앙에 대한 절절한 의지. 나에게 영화적 감동을 주는 것은 그럭저럭 가능하지만, 나를 다시 일요일마다 교회로 직행하게 만들만한 영화에는 39.304% 쯤 부족하다. 하기야, 아람어와 라틴어로 된 것으로 미루어보아 원래 이 영화의 의도가 포교활동보다는 기독교 신자들을 위한 컬트영화에 가까웠을 수 밖에 없지만. 여튼, 볼 만 하다.

PS: 하지만 가능하면 보기 전에 성경 4대복음 중 아무거나 하나를 한번 더 읽고 가거나(기독교 신자라면), 성경의 내용을 어느정도 꿰고 있는 친구를 데려갈 것(신자가 아니라면)을 권한다. 워낙 성서의 wndy 이벤트들이 별다른 설명없이 물흐르듯 플래시백 이벤트로 주욱주욱 흘러가버리기 때문에…)

PS2: 눈썹을 홀라당 밀어버린 사탄 아저씨, 당신의 묵직한 카리스마는 가히 대천사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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