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수 건다머라면 역시 모든 것의 원점인 ‘1년전쟁’을 가장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중 편협한 사람들은 그 외의 모든 것을 부정하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더욱 골수라면, 어거지로 리얼로봇이니 어쩌니 설정놀음이나 하는 것에 혼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그 미묘한 종합선물 짬뽕스러운 요소에 열광해야 마땅하다. 1년전쟁의 이야기를 담은 그 ‘기동전사 건담’은 리얼로봇 전장물이자 슈퍼로봇, 간혹 괴수물에 가까운 요소들까지도 섞여있다. 괴수 취향이라… 마크베의 노골적으로 킹슬라임스러운 메카도 만만치 않기는 하지만, 역시 100이면 99명은 반드시 이것을 꼽고 말 것이다: MA-04X 자쿠레로. 그 환한 미소와 예쁜 이빨, 얼굴이 몸의 절반인 둥글둥글한 체형으로 칼을 들고 날아오는 이 녀석 앞에는 오타쿠들이 아무리 모여서 머리 싸고 만든 어떤 리얼한 설정도 소용없다! 그런데 바로 그 때문에 일부 건다머들에게는 더욱 더 사랑받는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지만, capcold는 이쪽 부류에 속한다… -_-; 그래서, 이번 겨울에 틈틈이 손질해서 만든 구판 자쿠레로. 키트의 자세한 사항은 유리달님 블로그를 가보면 잘 정리되어 있으니 생략. 항상 그렇듯 큰 개조 없이 설정에 가깝게 만드는 정도…로 하려고 했는데, 디오라마에 쓰라고 1/550 꼬마 자쿠레로까지 부록으로 포함된 나름대로 25년전에는 고품질 키트. 그래서 큰 녀석은 약간 추가 손질, 작은 녀석은… 뭐,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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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난 존 1/100 [건담F91 / 구판]
!@#… 조만간 발매될 MG F91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구판 F91 키트 하나 더. 사실 F91은 제대로 꽃피지 못해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쉬운 시리즈. 뭐 귀족주의 설정은 결국 부분적으로 V건담에서 써먹었고, 중요한 향후 전개 중 일부는 만화책 크로스본 건담에서 다소나마 풀었고, 결국 건담 꺼리가 떨어져가는 반다이에서 MG 라인업에 포함시켜주게 되었지만. F91은 설정도 꽤 쓸만했고, 기존 우주세기물과 연계고리도 충분했고, 무엇보다 원년 창작자들이 재결합한 캐릭터나 MS 디자인도 상당했다. 큰선생(오오카와라)이 90년대 후반 이래로는 건담 계열 시리즈에서 하염없이 자기 복제와 싸구려 디자인의 나락으로 빠진 것과 달리, F91에서는 진짜로 ‘빛났다’. 특히 자쿠와 모노아이로 대표되는 기존의 지온계와는 전혀 다르면서도 컨셉과 일관성이 뛰어난 크로스본 뱅가드 MS들은 백미. 화려한 귀족적 이미지의 장식과 전투 실용성이 묘하게 결합되어 세계관과 뛰어난 궁합을 보이는 멋진 녀석들이었다. 하지만 지온 하면 역시 자쿠이듯, 크로스본뱅가드라면 역시 가장 양산형의 기초 유닛, 데난 존. 싸다. 표준적인 맛이 있다. 자, 화려한 위용을 감상해보시길.
RB-79 Ball! 볼 퍼레이드. 1/100(MG)_1/144_1/250(Ver.Yb)
!@#… 건담 서계관 최대의 이단아라면? “쟈크레로”는 아니다. 악역(…)이 괴물 디자인인게 뭐 어떻다고. 그보다, 정의의 편이면서도 너무나 대충 만든 티가 역력하고, 심지어 로봇물에서 로봇형 병기로 등장하면서도 인간형상이 아닌 정도는 되야지. 이런 식으로 어거지를 좀 부리면 역시 결국 무슨말을 하고 싶은지 누구나 다 알아차릴 것이다. 형식번호 RB-79, “볼”. 이름 그대로 그냥 공. 그래도 로보트니까 팔 두개는 달아주고, 병기니까 대포 하나 달고. 그게 전부다!
!@#… 그런데 그 어거지가, 의외로 골수팬들에게는 오히려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아니 생각해보면, 속칭 ‘리얼로봇’을 표방한다는 건담계통에서도 가장 리얼 그 자체니까. 하지만 양산형인 주제에 워낙 마이너한 느낌이 강해서 프라모델로는 인기가 그다지 없…을줄 알았지만, 팬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 속에 올해초에 무려 MG, 그것도 카토키하지메 디자인 버젼으로 등장. 사실 LM급 08소대 선행양산형 볼이 한정발매된 적 있었으나, 워낙 생산 자체가 레어라서 도저히 구할 수 없었기에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었다. MG 볼… 은근히 매니악한 취향이 있는 capcold로서는, 당연히 미리미리 예약구매. 게다가 행운은 겹쳐서, 그 후 한 달쯤 뒤 한 매장에 쌓여있던 떨이 구판 킷 판매대에서 우연히 발견한 구판 키트(그러니까, 최초 건담방영하던 당시의 판본)도 한 개 입수! 1/144 키트에다가, 덤으로 1/250 키트도 하나 덤으로 들어있는 실속만땅 키트. 그래서, 다 만들었다. 모델러의 행복.
바람계곡의 건쉽 non-scale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라는 작품이 있다. 지브리의 수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라이프워크. 애니메이션은 지브리 레이블의 첫 극장판이었으며, 원작이 되는 만화 연재는 <아니메쥬> 잡지에서 연재되다가 극장판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가 나올 때 즈음해서 단행본 7권 분량으로 종료. 극장판 나우시카는 원작의 2권 정도까지의 이야기를 한 것인데, 실제로는 전체 내용의 서막에 불과했다. 하지만 진짜 주제 – 혹은 감독이 더욱 철들면서 생각해낸 새로운 경지 – 즉 “세계는 변하고 인간도 변하지만… 살.아.라.!” 라는 강렬한 메시지는 중반 이후에서야 명확해졌고, 그것은 원래는 은퇴작이 될 예정이었다던 <원령공주>에서 고스란히 발현된다. 나우시카에서 시작해서 나우시카로 유종의 미를 거둘뻔 한 발걸음이었던 것이다. 여튼, 그 만큼 나우시카에는 미야자키의 엑기스가 담겨있다는 말이다. 치밀하고 장대한 세계관, 자연과 기계와 신적 존재와 인간 종족들 사이의 생존 대립, 탐욕과 성스러운 자기희생, 새로운 세상와 헌 세상… 무엇보다, 흠잡을데 없이 깨끗하고 흡입력 있게 흘러가는 스토리. 이 때 미야쟈키는 젊었다.
!@#… 그 중 주인공네 동네인 바람계곡에서 타고 다니는 전투용 비행기가 있다. 날라다니는 총, 앞 주둥이가 무려 총구인 기체. 츠루타에서 지브리 모형 시리즈를 낸 적이 있었는데, 메베는 너무 밋밋하고 카이나 오무 같은 생물체들은 너무 피겨스럽고 해서 당연히 가장 취향에 맞았던 물건. 최근 반다이에서 금형을 개조해서 다시 냈다고 하는데, 가격이 더 비싸니까 그냥 옛 키트로 샀었던 바다. 잡설 끝, 사진 시작.
<아르카디아호 1600/1> / 캡틴 하록(애꾸눈 선장)
!@#… 마츠모토 레이지 원작의 캡틴 하록 시리즈. 남자, 향수, 우정 뭐 그런 구린 정서를 거의 예술적인 경지까지 집요하게 밀어붙인 물건. 그리고 그것에 등장하는 애꾸눈 선장, 하록 아저씨의 함선. 우주선인 주제에, 뒷꽁무니는 무슨 근대 범선 모양이다. 해적선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 앞에는 해골, 뒤에는 해골 깃발까지… 여튼 참 시대착오적인, 그래서 묘하게 매력적인 디자인.
!@#… 어쩌다가 구해놨던 구판 킷을 조금조금 계속 만들다가, 이번에 주욱 완성.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 호, 발진!
실패와 좌절… <건담GP03> / 건담 0083
!@#…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꽤 싫어하는 편이다. 아버지는 누군데? 라고 묻고싶은 만담기질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마치 실패라는 건 꼭 한번 겪어야 하는 것인양 이야기하는 것이 싫은 것이다. 실패를 했을 경우 그것에서 뼈저린 교훈을 얻고 현명하게 다시 극복해내는 것은 좋다. 하지만 실패 안하고도 성공하면 더 좋은 것 아닌가. 실패는 한번쯤 겪어봐야해, 라는 말도 따지고 보면 혹시나 실패했을 때 위기관리를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뿐이다. … 여튼. 모형을 만들다가 실패하기는 엄청나게 쉽다. 너무나 바보같은 실패는 나중에 두고두고 보고 싶어서 간직하기도 한다. 그것으로 부터 어떤 교훈을 얻었냐고? 실패하면 돈과 시간이 아까워진다. 그것 뿐이다. 뭐 그런것이다.
!@#… 0083에 등장하는 마지막 건담, GP03. 덴드로비움과 합체해서 날라다니며 최강의 액션을 보여준다. 하지만… 건담만 따로 떼놓고 보면 엄청 못생겼다. 당시는 그 사실을 깨닿지 못했던 것이다. 여튼 GP01이나 GP02는 원형이 어려워서인지 어째서인지 국산 복제품 프라모델이 안나왔었던 지라, 그냥 이걸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플라스틱의 색깔이 대략 개판 일보직전. 하얀색이어야 할 부분치고 햐얀 색이 하나도 없다! 노랑, 파랑, 회색… 돌아버이는 줄 알았다. 93년인가 94년인가 당시 안그래도 에나멜 색칠 기술이 미천했는데… 에어브러시는 비싸고. 덕분에, 달랑 붓 하나로 전체 도장을… 그것도 어두운 색을 하얀색으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아마도 이때 이후로 전체 도장을 싫어하게 되었나보다(거짓말). 그리고 이내 질려버려서, 먹선 넣는 것도 대충 넘어가버렸다. 그런데 하얀색 자체도…음… 완전히 새햐얀색. 플래트 화이트. 정말 바보같은 색감의 극치.
<비기나 기나 1/100> 건담 F91
!@#… 그러니까, 건담F91에 이르러서 각종 수많은 메카닉들은 기본 디자인 컨셉 자체가 이전과는 좀 다른 구석이 있었다. 크로스본 뱅가드라는 세력은 화려한 장식미가 넘실대는 메카닉의 향연인 것이다! 이에 비하면 지온군은 장식미를 안다는 건 기껏해야 샤아 밖에 없었지… 그것도 무조건 빨간칠에 뿔달기. 여튼, 크로스본 뱅가드 계열 메카닉은 화려하고 이쁘다. 하지만 작품도 망하고, 대중적인 인기도 별로. 곤란하다 곤란해…
!@#… 건담 세계관의 특징은, 사람들이 로보트를 대략 오토바이 마냥 쉽게 몬다는 것이다. 누구나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탄다. 여기 이 ‘비기나 기나’는 여주인공 세실리가 타고다니는 기체. 후딱 배워서 잘만 몰고다닌다. 연방쪽의 건담F91과 콤비를 이뤄서 멋진 장면 여럿 연출한다. 프라모델은… 해피하다. 아카데미 과학은 90년대 말부터 반다이 라이센스 수입을 하기 이전에는, 다른 대부분의 국내 모형업체들과 마찬가지로 해적판 프라모델을 생산해냈던 것으로 유명하다. F91 시리즈 중 유일하게 이 녀석, 비기나 기나만 출시된 적 있다. 물론 다중 색사출 같은 고도의 최신기술은 있을리 없었지만, 나름대로 성실한 색선정과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 부품품질을 자랑했다. 물론 세밀한 부분에 있어서는 싸구려 재료의 티가 역력해서 가동부가 쉽게 헐렁해지고 부러지고 난리 났지만, 뭐 가지고 관절꺾기하면서 놀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랴. 만족스러운 키트.
<건담 F91 1/100> / 건담 F91
!@#… 건담의 장대한 스토리라인…은 사실상 88년의 극장판 ‘역습의 샤아’로 한번 커다란 매듭을 지었다. 3배 빠른 샤아와 아버지한테도 안맞아본 아무로의 전 우주를 건 자존심 대결의 어처구니없는 마무리. 그리고는 0080이라는 이전 시기를 무대로 하는 ‘외전’이 나왔을 뿐. 아 생각해보면 뉴타입에 100년 뒤의 우주세기를 다룬 <가이아 기아>가 연재되고 있었고, 소설 ‘섬광의 하사웨이’도 있구나… 음음음.
!@#… 아 뭐 여하튼. 이전의 ‘연을 끊고’, 새로운 건담 시리즈를 시작해보고 싶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감독이고 제작진들이고, 얼마나 시달렸겠나. 건담 시리즈는, ‘오타쿠 팬들이 사후에 설정을 만들어주다시피’한 물건인데다가 그 성공에 비례하는 엄청난 외압…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세기라는 개념은 아직 버리지 못하는 그 미련도 동시에 존재하고. 그래서 1991년, 역습의 샤아로부터 30년이 지난 시점을 상정한 새 작품이 만들어졌다. 극장판 <건담F91>.
!@#… 하지만 반응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래서 30년간의 간극을 메꾸는 실루엣 시리즈라든지, 이후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차기 시리즈 모두 좌절.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도입하는 주제에 극장판으로 승부를 하다니, 애초부터 무모했단 말이다. 게다가 프랑스 혁명기의 공포정치식 악(?)의 세력이라는 컨셉은, 이전의 지온공국에 비하면 일본인들에게 호소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사실 작품이나 세계관으로 놓고 볼 때, 꽤 괜찮은 물건이었는데 아깝다. 메카닉도 꽤 괜찮고. 특히 모형으로 나오면서, F91 프라모델 시리즈들은 명품의 양산소였다. 높은 퀄리티의 색사출, 훌륭한 프로포션, 유연한 관절구조, 후까시 넘치는 실루엣. 이후 HG시리즈의 초석을 만들어줬다고나… 그 중에서도 명품 중에 명품은, 단연 주역메카인 건담 F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