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뷁만년만의 모형 포스팅… 그런데 만든 것도 백만년 전인, 파인몰드제 1/72 스타워즈 타이인터셉터(tie interceptor). 육각 넓적 날개의 타이파이터의 다스베이더 전용기인 타이 어드벤스드를 기초로 양산화된 고성능 타이 계열이다. 비행 기체라면 뭔가 뾰족해야한다는 우주에서는 별 의미 없는 고정관념을 충족시켜주기에, 그 계통에서 가장 좋아하는 기종. 게다가 건담에서 자쿠를 좋아하듯, 좀 뽀대나는 디자인의 악역 폭죽재료에 은근히 매료되니까. 여튼 적당히 만들고 적당히 도색하고 적당히 마감제를 뿌리다가… 망했다. 하지만 적당히 수습한, 나름대로 위기관리 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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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치코마, 대지에 서다 [1/24 웨이브 / 공각기동대 SAC]
!@#… ‘공각기동대’라는 작품의 행보는, 한때 빛나는 작가였던 오시이 마모루가 얼마나 자기 세계에 도취한 텅빈 겉멋의 제왕이 되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확실한 증명이다. 세계적 칭송을 받았던 첫번째 극장판은 작품 자체만 놓고 볼때는 당시의 기준을 크게 뛰어넘는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공각기동대라는 작품의 세계를 놓고 볼때는 그다지 돋보일만한 이유가 없다. 마사무네 시로의 원작만화에서 중요한 소재들은 그대로 가져오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주제였던 “인간과 기계가 섞이는 것은 어차피 당연하고, 여러 영혼들과 인공지능이 네트워크로 뒤범벅되는 디스토피아라도… 그래도 여하튼 살아야하지 않겠어?”라는 냉소적 유머감각은 죄다 제거해버린 어중간한 작품이었으니까(뭐랄까, 삼겹살에서 정작 비계를 모두 제거하고, 위에 쓸데없이 철학적인 경구와 꽃무늬를 세겨넣은 느낌이랄까). 그 증세가 훨씬 악화되었던 것이 두번째 극장판 ‘이노센스’였음은 다시 말할 나위도 없고. 그래서 항상 지니던 아쉬움은, 만약 원작의 정서와 주제의식을 제대로 살려내고, 나아가 팀웍을 위주로 하는 전개라든지 결국 인간사회에 대한 관심이라든지 하는 요소들을 제대로 살려내는 장편 시리즈물이 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것. 그런 와중에 발표되었던 것이 바로 그 모든 것을 충실하게 채워주며 등장한 공각기동대 TV시리즈, ‘공각기동대 SAC’다. 1기는 초대박급, 2기 시리즈도 대박급. 한층 오시이 마모루의 빈자리가 반가웠던 작품들이었다(완전히 손을 안 댄 것은 아니지만).
!@#… 여하튼 서설이 길었다. 중요한 것은, SAC 시리즈는 팀웍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공안 9과의 돌쇠들인 인공지능 사고전차 ‘타치코마’ (원작은 원래 후치코마라는 다른 모델이 등장하는데, 둘 사이의 관계는 2기 시리즈 마지막쯤 가면 드러난다)가 등장한다는 사실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전혀 이야기는 다른 수준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타치코마는 가샤폰 피겨 말고는 제품화되지 않아서 그 귀여움을 제대로 떨칠 수 없었다. 그러나 결국 올해 봄, 웨이브에서 인젝션 키트를 발매. 이걸 안 만들어보면 어찌 capcold라고 할 수 있겠는가. 여타 다른 일들의 압박 때문에 프라모델을 만드는 속도가 무척이나 더딘 시간이 지속되고 있지만, 하루에 십분씩이라도 다듬으면 언젠가는 뭔가 완성. 자, 그럼 살짝, 이야기 시작.
Savoia S.21F + Curtiss R3C-O 1/72 [붉은 돼지]
!@#… 마감의 압박 속에서 잠시 현실도피하는 좋은 수단: 만들어놓고는 아직 블로그에 안올린 모형들의 올려놓으며 감상하기. -_-; 직접 만들 시간은 없으니까. … 어디보자. 그래 이걸로 가보자. <붉은 돼지>.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정말로 자기 내면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만들었다는 작품. 거창한 메시지나 캐릭터성 대단히 신경쓰기 보다, 정말로 그냥 개인적으로 하는 듯한 이야기라서 솔직히 이 사람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든다. 소재면에서도, 1,2차대전 사이의 비행기. 고전 메카닉의 낭만 그 자체 아니던가. 그래서, 이 모형들을 만들고야 말았던 것이다. 에어브러시도 없는 것으로 보건데 에어로 모형에 특별히 애착이 있는 것도 아닌 capcold라도, SF/애니 모형은 또 은근히 좋아하니까. 모형은 Finemolds제 1/72(이 동네, 품질이 상당하다). 포르코의 Savoia, 그리고 커티스의 R3C 두개를 같이 구했다. 에어로 모형들이 다 그렇듯이, 조립 난이도는 높지 않아도 도색필수, 소형 부품의 압박 등등. 게다가 고작 1/72… 소축적이니 원. 고생 좀 했다.
바람계곡의 건쉽 non-scale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라는 작품이 있다. 지브리의 수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라이프워크. 애니메이션은 지브리 레이블의 첫 극장판이었으며, 원작이 되는 만화 연재는 <아니메쥬> 잡지에서 연재되다가 극장판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가 나올 때 즈음해서 단행본 7권 분량으로 종료. 극장판 나우시카는 원작의 2권 정도까지의 이야기를 한 것인데, 실제로는 전체 내용의 서막에 불과했다. 하지만 진짜 주제 – 혹은 감독이 더욱 철들면서 생각해낸 새로운 경지 – 즉 “세계는 변하고 인간도 변하지만… 살.아.라.!” 라는 강렬한 메시지는 중반 이후에서야 명확해졌고, 그것은 원래는 은퇴작이 될 예정이었다던 <원령공주>에서 고스란히 발현된다. 나우시카에서 시작해서 나우시카로 유종의 미를 거둘뻔 한 발걸음이었던 것이다. 여튼, 그 만큼 나우시카에는 미야자키의 엑기스가 담겨있다는 말이다. 치밀하고 장대한 세계관, 자연과 기계와 신적 존재와 인간 종족들 사이의 생존 대립, 탐욕과 성스러운 자기희생, 새로운 세상와 헌 세상… 무엇보다, 흠잡을데 없이 깨끗하고 흡입력 있게 흘러가는 스토리. 이 때 미야쟈키는 젊었다.
!@#… 그 중 주인공네 동네인 바람계곡에서 타고 다니는 전투용 비행기가 있다. 날라다니는 총, 앞 주둥이가 무려 총구인 기체. 츠루타에서 지브리 모형 시리즈를 낸 적이 있었는데, 메베는 너무 밋밋하고 카이나 오무 같은 생물체들은 너무 피겨스럽고 해서 당연히 가장 취향에 맞았던 물건. 최근 반다이에서 금형을 개조해서 다시 냈다고 하는데, 가격이 더 비싸니까 그냥 옛 키트로 샀었던 바다. 잡설 끝, 사진 시작.
<아르카디아호 1600/1> / 캡틴 하록(애꾸눈 선장)
!@#… 마츠모토 레이지 원작의 캡틴 하록 시리즈. 남자, 향수, 우정 뭐 그런 구린 정서를 거의 예술적인 경지까지 집요하게 밀어붙인 물건. 그리고 그것에 등장하는 애꾸눈 선장, 하록 아저씨의 함선. 우주선인 주제에, 뒷꽁무니는 무슨 근대 범선 모양이다. 해적선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 앞에는 해골, 뒤에는 해골 깃발까지… 여튼 참 시대착오적인, 그래서 묘하게 매력적인 디자인.
!@#… 어쩌다가 구해놨던 구판 킷을 조금조금 계속 만들다가, 이번에 주욱 완성.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 호, 발진!
1/72 레드테일. [카우보이 비밥, EX]
!@#… 정통파 전함/비행기류에 맛들이기에는 밀리매니아 성향이 너무나도 희박한 capcold. 그래서 SF 기체들에 더욱 끌린다. 여튼, 저번에 소드피쉬를 소개했으니 이번에는 굳이 말하자면 그 파트너(?)라고도 할 수 있는 기체들도 해보자. 컬렉션의 혼… 을 불태우고 싶지만, 실제로 제트 블랙의 해머헤드도, 온 팀의 보금자리인 비밥호도 구할 수 없었다(극소량 한정생산 레진킷이 한때 있었다고는 하지만…). 소드피쉬 외에 유일하게 그나마 보급가능한 인젝션 키트로 나와준 것은 페이 발렌타인의 레드테일. 하지만 소드피쉬만큼이나 지금은 레어 키트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모 쇼핑몰에서 기적적으로 물량확인! 냉큼 질렀다. 보니까, 아카데미 정식 수입품으로 당시 들어왔던 것이, 우연히 어디 창고에 있었던 듯. 소드피쉬2는 2000엔짜리 무분류 저가 키트였다. 그런데, 역시 그걸로는 장사가 힘들다고 생각했는지, 레드테일은 무려 EX 레이블로 환승. 덕분에, 가격은 거의 두 배. …라고해도, 애초에 소드피쉬를 구하면서 프리미엄을 지불했기 때문에, 내가 지불한 대가로는 오히려 더 쌌다고도 할 수 있다. 하기야 건프라 PG 급, 고가 MG 급들을 지르는 뭇 모델러들에 비하면 나는 하염없는 절약형 인간.
!@#… 여튼 이게 그 키트다. 프로포션은 나름대로 만족할만 하지만, 가격대비 만족도는 무진장 떨어지는 녀석. 크기, 무척 작다. 작동? 거의 안된다. 레드테일이라면 당연히 주차모드시 팔이 올라가는 정도는 해줘야 할텐데, 그냥 스탠드로 만족하란다. 쓰잘데기 없이 색사출 같은 거에 돈낭비하고… 어차피 이런 류 모형은 완전도색이 아니면 도저히 퀄리티가 안나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종포드는 소드피쉬와 완전 동일(설정상으로도 그렇다), 피겨 부록 첨가 등 소드피쉬와 한세트라는 자기주장은 엄청나게 강력하다. 음음음… 뭐, 어쩔 수 없지. 말이 길었다. 사진 나간다.
소드피쉬II 1/72 [카우보이 비밥]
!@#… 음, 밑에 마른붓칠 이야기를 꺼낸 김에 생각나서… 기본적으로 시간도 잘 못내고 다양한 기술 구사하는 것을 안좋아하는 B급 모델러인 capcold가 맨 처음 마른붓질이라는 모험(?)을 한 건 어느 모형 때문이었더라. 아 그래, 이 녀석이다: 카우보이 비밥의 ‘소드피쉬II’. 2000년 초, 반다이 출시. 제작은 한국의 아카데미사에서 위탁. 원래 2000엔 짜리 저렴한 모형이지만, 금방 레어가 되어버려서 상당한 웃돈을 주고서야 구했던 녀석. 카우보이 비밥이라는 애니를 워낙 좋아하는지라, 기회가 주어졌을때 ‘노’라고 할수가 없었다;;;
!@#… 카우보이 비밥의 주인공 스파이크가 몰고 다니는 기체. 그런데 애니를 보신 분들은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주인공 성격이 좀 거시기해서 기체를 엄청 험하게 몰고다닌다. 그래서 항상 실제보다도 더 고물로 보이고, 기스 투성이인 물건. 도저히, 박스 포장에 붙어있는 식의 깔끔 버젼으로는 맛이 날 수가 없는 녀석인 것이다. 그래서 칠도 벗겨지고 흠집 투성이인 모습을 구현하는 방법으로 눈을 돌린 것이 결국 뻔하게도 마른붓질. 타미야 XF-16 플랫 알루미늄 에나멜.
!@#… 뭐, 한번 처음부터 천천히 살펴보자.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만든 모든 프라모델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물건.
<빅오 (논 스케일)> / The Big O
!@#… 빅오, 액션! 90년대 애니판 배트맨과, 마찬가지로 90년대 애니판 자이언트 로보의 감수성이 합쳐지고, 덤으로 영화 다크시티의 영향과 에반게리온의 ‘정체성 찾기를 빙자한 자학’을 살짝 양념으로 뿌리고. 그렇게 탄생한 애니가 바로 이 <빅오>라는 녀석이다. 다른 건 둘째치더라도, 역시 거대로봇의 매력은 둔탁한 쇠덩어리들의 육중한 육박전! 마크로스의 날파리떼는 저리 가라! 태권브이의 무술잘하는 돌쇠들도 미안하지만 물러서라! 원초적인 무게감의 주먹질… 즉 상대로봇을 쥐어패는 것을 컨셉으로 하는 정의의 로봇, 빅오(Big-O)다. 당연히 팔뚝이 뭐 아주 왕이다. 주먹도, 엄청나다. 90년대 말/00년대 초 한때 반다이가 ‘슈퍼로봇’계열의 물건들을 프라모델로 출시하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 바로 MC시리즈다. 그 첫 주자가 바로 이 빅오라는 녀석이었다(이후 라이덴, 마징가Z 등이 이어졌다). 상당히 잘만든 키트임에도 불구하고, 애니 본편이 일본 국내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었는지(하기야, 인기없을만 하다) 약간 있다가 절판. 난데없이 몇년만에 희귀아이템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여기저기 뒤져본 결과, 홍콩의 인터넷 프라모델 쇼핑몰에서 구한 녀석이다. (다행히도 키트 자체의 가격은 그리 높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