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인정하는 순간 – 『바이바이 베스파』[기획회의 224호]

!@#… 답지않게 꽤 자의적인 감상이기는 하지만, 하기야 워낙 주관적으로 보지 않기 힘든 작품이니까.

 

성장을 인정하는 순간 – 『바이바이 베스파』

김낙호(만화연구가)

베스파는 스쿠터의 기종 가운데 하나로, 꽤 올망졸망 귀여운 종류다. 그런데 스쿠터는 상당히 어중간한 탈것이다. 자전거보다는 좀 더 본격적으로 이동거리를 늘려주고, 그렇다고 오토바이처럼 아예 질주할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스쿠터로 도심 질주를 하는 동네 중국집 배달원들 같은 특수한 사례들은 논외로 치자). 게다가 탑승도 그렇다. 좁게 앉아서 한 명 정도 더 태울 수 있을텐데, 그것도 밀착 정도가 심지어 오토바이보다 더 좁기 때문에 웬만한 사이가 아니라면 좀 민망해지기 십상이다. 만약 본격적으로 누군가와 함께하게 된다면, 혹은 무언가를 짊어지고 돌아다녀야 한다면 스쿠터는 곤란하다. 그런데 결국 사람은 더 이동거리가 늘어나고,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더 데리고 다니게 된다. 그럴 때 스쿠터는 ‘졸업’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나름대로 자유롭게 달리는 것을 꿈꾸지만 과장되지 않은 섬세한 삶의 방식으로 선택했던 스쿠터는 계속 함께 할 수 없는, 한시적인 것이 된다. 스쿠터는 소년시절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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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음의 미덕 – 『모험소년』[기획회의 070901]

!@#… 솔직히, 루미코 여사보다 최소한 한 수 아래. 아다치는 어떤 성인 감성 소재를 들고와도 결국 뼛속까지 청춘 소년의 한계를 못벗어난다… 아니 뭐 꼭 벗어나야할 필요는 없지만.

철없음의 미덕 – 『모험소년』

김낙호(만화연구가)

과거를 회상하는 것에는 종종 일정한 후회가 따른다. 좋든 싫든, 그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지금은 보이니까 말이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 알았다면, 그래서 만약 다른 선택을 했으면 하는 상념이 드는 것은 굳이 지난 주 로또번호가 아니라도 인생의 여러 순간에 대해서 해당된다. 왜 그 때 붙잡지 않았을까 하는 연애사든, 왜 그 때 좀 더 열심히 무언가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꿈을 추구하는 과정이든 뭐든 말이다.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자면, 그런 식으로 ‘철없던 시절’을 회상하며 후회를 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철없는 생각이다. 어찌 되었든 지나간 것을 돌아가서 바꿀 수 있을 리도 없는데, 그런 상념에 쓸 지혜를 차라리 지금의 삶에 적용하는 것이 훨씬 나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합리적인 사고를 할수록 마음 한 구석은 허전하다. 가끔 그런 상상이 현재의 삶에, 앞으로의 선택에 비슷하게 반복되는 무엇인가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니까 같은 ‘철없는’ 희망,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떻게 달라졌을텐데 하고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인생사, 어차피 살다보면 비슷한 패턴이 종종 드러나곤 하니까 말이다. 그럴 때, 철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만한 순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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