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송채성만화상 심사평

!@#… 2005년 제1회 송채성 만화상, 성황리에 마쳤다. 행사 자체에 대해서는 이곳에서도 전에 언급했고, http://www.취중진담.com/ 에 가면 자세히 있으니 패스. 이제 후속 행사로 몇가지 것들이 이어질테고, 이번의 좋은 시작이 더 많은 씨앗을 뿌리겠지. 개인적인 희망은, 이것을 필두로 해서 특정적 취향과 색깔을 가지고 있는 만화상들이 융성했으면 한다. 대충 얼버무리며 ‘좋은 만화’를 뽑는다는 그런 행사들 말고.

여튼, 그쪽에 써준 심사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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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제1회 행사라는 것, 특히 단순히 우수만화를 뽑는 것이 아니라 성향이 뚜렷한 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 속에서 심사위원 일동은 응모작들을 꼼꼼하게 탐독했다. 첫 행사이기에 이전의 참조 사례가 없어서 그랬는지, 응모작들의 전체적인 면모는 여러 방향으로 흩어져있었다. 원래 행사 기획자들이 의도했던 성향의 작품들이 많았지만, 다소 예상외의 느낌으로 다가온 작품들도 여럿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순정극화라는 조건을 해석하는 방식에 있어서, 여러 응모작들이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하기보다는 감각적인 분위기의 단편적 사건만 나열하고자 하는 면모를 보여서 아쉬움을 자아냈다. 시각적 완성도 역시 편차가 있어서, 인쇄용으로 부적합하다 싶을 정도로 세밀한 원고부터 작품 독해에 다소 무리를 주는 밀도 낮은 시각연출까지 다양한 수준에서 응모되었다.

수상권에 들어갈 만한 작품들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시각은 대체로 일치했다. 수상작의 2배수인 6편이 결선에 포함되었는데, 결국 박영아의 <갈증>이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이야기 호흡의 고른 안배, 시각적 스타일의 안정성 등 단편 만화 작품으로서의 완성도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일상성의 분위기 속에서 비일상적 사건을 끌고 나가는 방식이라든지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진솔한 감정과 갈등이 본 상의 취지에 적합하다고 판단되어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가작 두 편은 각각 정진주의 <아이러브커피 아이러브티>, 그리고 송태욱의 <별로 특별하지 않은>이 선정되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각각 두 개의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진주의 작품은 일상성 속에 담긴 따뜻한 유머감각이, 송태욱의 작품은 엉뚱한 상상과 현실의 경계선을 능청스럽게 흐리는 솜씨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는 아쉽게도 마지막 문턱에서 탈락된 김윤희의 , 이정석의 <하트비트>, 정병식의 <기억을 안다> 역시 추후에 반드시 다시 좋은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제 1회 송채성 만화상이 결실을 맺었다. 수상자들의 만화가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여 고 송채성 작가를 뛰어넘는 좋은 활동을 보여주기를 기원한다.

– 심사위원 일동 (가나다순)
강성수, 강인선, 김낙호, 박관형, 석동연

만화와 이야기와 그림 도착증.

!@#… 저번 씨네21 원고에서, 만화가의 존칭이 ‘화백’으로 통용되는 현실을 싫어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화백은 원래부터 미술계의 용어로서 그림 잘 그리는 이에게 붙이는 것인데, 만화는 그림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만화는 어떤 감성과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하는 매체이며, 그 이야기의 수단으로서 그림이라는 표현방식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이런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 분업화의 시대, 스토리 작가가 따로 있는 경우는 어쩌고? : 스토리 작가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 하지만 결국 만화작가가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사람. 각본가와 감독의 차이다. 사실 분업화가 좀 더 되면, 그림도 직접 다 그리지 않게 된다(어시/문하생을 시킨다). 그 경우 더더욱 화백과 거리가 멀어지지.

 * 여하튼 그림을 그리니까 화백이라고 하는데 뭐가 불만이냐: 호타준족에 지능형 플레이까지 하는 야구선수에게, 당신은 최고의 육상선수라고 ‘나름대로 추켜세우면’ 좋아하겠나. 영화감독을 사진가라고 부르는 격이랄까. 원래 화백은, 신문사에서 신문만화가를 부른 호칭이다. 다른 부분은 어차피 다 빽빽하게 글인데, 만화만 그림이 들어가서 확실히 차별화가 되니까. 그뿐이다. 

 * 그래도 화백이라고 하니까 폼나잖아?: 정확히 하자. 화백이라고 부르면 폼이 나는 것이라고 서로 어느틈에 합의를 했을 뿐이다. 단적으로, 내가 보기에는 하나도 폼 안난다. 고작 그 정도 호칭에 편승하고자 만화를 미술계 담론의 하위분류 중 하나로서 전락시켜버리면서 그게 무슨 폼인가. 그래서, 그냥 보편적인 극존칭인 ‘선생’을 쓰는 것이 좋다. 이야기꾼, 혹은 아예 그림 이야기꾼에 대한 극존칭 단어가 새로 생겨나기까지는. 아니 생겨나지 않아도 사실 상관없다. 영화판에서, 명감독에 대한 전용 극존칭이 따로 있던가?

!@#…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차원에서 볼 때, ‘화백’ 호칭은 만화계의 만성적인 그림 도착증의 여러 결과중 하나에 불과하다. ‘미술’에 대한 하등 필요 없는 혼자만의 열등감. 

http://montblanc-kay.com/blog/archives/2005_05.html 참조.

…유효적절한 문제제기다. 확실히, 상당수/대다수의 본격 만화 커뮤니티들은 그림 페티쉬에 걸려있다. 이야기의 부재를 메꿔주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오히려 DC 카겔 같은 곳들의 여러 개인플레이어들. 하지만 사실 그 쪽도 90%는 서사적 완성도에 대한 고민보다는 즉각적인 아이디어를 4칸 속에서 발휘하는 것에 매진하고 있다. 물론 만화를 창작함에 있어서,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은 흉이 아닐 뿐더러 굉장한 장점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림 잘 그리는 것이 장땡이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나감에 있어서 시각적 연출의 선택의 폭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 만화에서 좋은 그림이란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 “적합한 그림”이다. 그런데 애초에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도 없는 주제에 그림만 딥따리 수련한다고 해서 도대체 무슨 좋은 만화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인가. 그런데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우선 세상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예를 들어 소위 대학이라는 곳의 만화학과에 필요한 “교양과목”은 교육학 개론이니 일본어회화니 일과 윤리니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근현대사와 철학사와 세계신화학이라는 말이다. 그런 고민들을 갖추지 못하면 단지 속이 빈, 즉각적인 이미지만 난무하는 때깔좋은 쭉정이가 될 뿐. 화려하니까 독자들이 몰려들었다가, 얕으니까 이내 실망하고 우루루 흩어지는 패턴의 반복에 불과하다. 똑같이 그림 도착증에 걸려있는 창작 지망생들에게나 선망의 대상이 될 뿐, 이야기를 느끼고 싶어하는 일반 독자들과는 점점 멀어진다. 

!@#… 뭐 기술이 본질을 압도하는 이런 현상이 오로지 만화만의 문제인 것도 아니다. 영화든 소설이든 뭐든, 현대 이야기 매체들의 보편적인 골칫거리. 기술을 갖추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리고 기술만 갖춰도 얄팍하게나마 호응을 얻어낼 수 있는 듯 보인다(화려한 의상으로 TV화면에서 열심히 춤추는 붕어 엔터테이너 – 자칭 가수 – 들을 생각해보라). 그것이 목표하는 바라면, 말리지 않겠다. 하지만 10명 중 1명, 아니 100명 중 1명이라도 본질적인 길을 갈 때 비로소 만화는 진화한다.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자유 /수정자유 / 영리자유 —

V for Vendetta 실사영화화

!@#… Alan Moore의 작품 가 영화화된다. 전체주의 국가가 되어버린 가상의 영국을 무대로, 가이 포크(의사당을 폭발시켭리려고 했던 그 동네 전설적인 테러리스트) 가면을 쓴 강화인간 ‘V’의 1인 저항 액션을 그린 괴작인데, 당연히 무척 암울하다.  그런데 실사영화화라… 감독은 매트릭스 시리즈의 워쇼스키 형제. V를 지켜보는 역할(이자 나중에 한 몫 톡톡히 하는) 상대역 여자로는 나탈리 포트먼. 삭발도 했단다. 그리고 V는 무려… 휴고 위빙! 원래는 다른 사람이었는데, 중간에 바뀌었다(어차피 영화에서 계속 가면쓰고 다니니까). 스미스 분위기로 갈지, 엘프로 갈지, 아니면 드랙퀸 분위기로(…) 갈지, 은근히 기대됨.

!@#… 젠틀맨 리그에 이어서 V for Vendetta라… 그래, 이 기세로 까지 실현시켜다오!

[부고] 고우영 선생 별세

!@#… 고우영 선생 별세. 탁월한 해학으로 한 시대 – 아니 여러 시대를 풍미한 한국만화계의 거장 가운데 한명을 떠나보내다. 그가 남긴 만화 유산들이 더 좋은 만화를 일구어내는 씨앗이자 거름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삼가 명복을 빈다. 일지매와 임꺽정과 삼국지 수호전의 영웅들이 그를 어디선가 반갑게 맞이해주겠지.

바람의 나라, 태왕사신기, 김종학 프로덕션, 유치한 개그

!@#… 뭐 다른 말이 필요하겠나. 그냥 개그를 즐겨라. 김종학 프로덕션의 하이코미디 협박문. 혹은 이곳을 사칭한 누군가일지도? 여튼 무려 공문서이며 배포하라고 해놓고는, 대표 성함과 공식 서명/날인조차 되어있지 않다니 만약 이게 진짜라면 ‘인터넷 이용자’들을 우습게 봐도 아주 쌩 우습게 보고 있는 셈이다.

http://mishaa.egloos.com/1224798

!@#…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송지나 작가의 해명글이 여러분의 개그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줄 것이다. 졸지에 ‘바람의 나라’를 지지하는 나까지도 존내 유치한 청소년 취급 당해서 즐거웠다.

http://mishaa.egloos.com/1146660 (여기서 링크를 타고 들어가기를)

!@#… 이런 글들도 참고할만함. (이글루스는 뭐랄까, 성향이 은근히 뚜렷하다고나)

http://cren.egloos.com/1230459

http://hamadris.egloos.com/1228524

http://mayura.egloos.com/1228589

http://mishaa.egloos.com/1228776

!@#… 조만간 며칠 이내로, “그래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겠다. 좀 정리 좀 하고.

게임에 묻힌 만화, 게임을 넘어서는 만화 [계간만화 05 봄]

!@#… 하드하고 긴 글의 연타. 하기야 나중에 내 개인페이지 capcold.net으로 블로그를 이전하면, 네이버분점은 주로 하드한 글 백업용으로만 쓰게 될터이지만. 그게 언젠지는 나도 모른다니깐.

!@#… 여튼. 지난달에 발간된 계간만화 2005 봄호에 실린 글이다. 이로써 다섯계절째 계간만화 커버스토리 개근. 종종 해왔듯이, 이번에도 “지면상 다 못한 이야기들이 담긴 풀버젼”. 단, 제목은 편집부에서 달아준게  꽤 마음에 들어버려서 그걸로 간다(부제가 원제였다). 이건 일종의 맛보기라 생각하고, 잡지에 들어있는 전체 커버스토리를 다 읽으면 대략 교양 수준이 100배 상승하리라 사료된다. 아님말고.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