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슈라 템플 1/220> / FSS

!@#… FSS에서 등장하는 모터헤드(MH, 즉 로보트) 중, 가장 얍삽한 전법을 쓰는 녀석을 하나만 꼽으라면? 개인 취향 차이야 있겠지만, 나라면 아슈라 템플을 꼽겠다. 어깨에서 팔이 두개 더 나와서 상대방의 어깨를 붙잡고, 그 동안 도끼로 졸라게 내려 찍는다는 설정. 그리고 상대 MH가 어깨가 움직이는 타입이라면? 피한다. 즉… 얍삽하다. 쪼잔하다. 비굴하다. 그러다가 Traffics 에피소드에서, 방돌을 만나서 처음에 얕봤다가 대판 깨진다. 그런 주제에, 모양은 나름대로 꽤 멋있다. 동글동글한 것이, 귀엽다. 게다가 빨갛다. 대략, 토마토. 그래서 여차저차 구해서 만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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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돌(파열의 인형) 1/220> / FSS

!@#… 레진 키트. 전체 도색은 기본이고, 불안정한 부품들을 갉아서 개조하는 것이 필수인 물건들. 당연히, 나와는 잘 궁합이 안맞는다. 귀찮으니까. 하지만, FSS 모터헤드 1/220 시리즈는 예외다. 이건, 뭔가 내 속의 의욕을 마구 자극한다. 대략 라이터 하나 크기의 덩어리가, 화려하기 짝이 없는 악명높은 로보트들을 나타내주고 만다. 에어브러시? 꿈도 야무지지. 이 스케일이면, 붓칠만이 유일한 해답이다. 사실, 에어브러시도 없다. 비싸니까. 여튼… 그래서, FSS 1/220 레진키트를 좋아한다. 하지만 레진키트는 비싸다. 매우매우 비싸다. 나같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안사게 될 정도로, 비싸다. 따라서 나는 일본 원형을 국내에서 다시 떠온 싸구려 복제판만 산다. 가격이 대락 1/4-1/5 밖에 안한다. 그런데 이 시리즈가 별로 인기가 좋지 않은지, 그다지 잘 안들여온다. 하기야, FSS 만드는 인간들은 화려한 디테일에 목숨거는데 이런 소축적 모형이 눈길이 가겠나… 따라서, 어쩌다가 한번 못보던 모델이 들어오면 뛸듯이 기뻐진다. 야크트 미라쥬는 1/220 이 다른 모터헤드 1/100이나 마찬가지니까 논외.

!@#… 여튼. 모 모형쇼핑몰에서 복제판매했던 방돌(파열의 인형)이다. 이 녀석 몸체의 하늘색, 은근히 배합을 맞추기가 힘들었다. 그러니까 일본 모형잡지에서도 매번 이 로보트는 색깔이 제각각. 게다가 작은 주제에, 주렁주렁 매다는 것이 많아서 대단히 약하다. 시안아크릴 순간접착제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고나. 원작에서는 최강의 위용을 자랑한 회전형 발굽(힐)도 모형으로 재현하려니까 세우기만 힘들게 만드는 방해꾼이다. 곤란곤란. 하지만 결국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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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드로비움 1/550> / 건담0083

!@#… 노이에 질의 라이벌 기체, 덴드로비움. 건담을 수납하는 비행병기라는 설정은, 왠지 그렌다이져스럽다. 그냥 애초에 그걸로 타지, 왜 로보트를 합체시키는 수고까지? 라고 묻고 싶지만 뭐 그러려니. 멋있기만 하면 된다. 1/144 모형이 전체길이 1미터를 넘느니 뭐니 하지만, 나는 당연히 1/550. 이 녀석은 밑의 크로우 암 (그러니까, 로보트팔)이 접혀들어가는 게 아니라 접혀들어간 모양 부품으로 바꿔끼워야 한다. 오죽하면 윗쪽의 무기수납장도 열린 모양, 닫힌 모양으로 뚜껑을 바꿔끼워야할까… 가동성 면에서는 가히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약하기도 또 엄청 약하다. 이걸로 과연 우주에서 전투를 한다고? 꿈도 야무지지. 부품이 덩어리져있고 분할면이 많아서 먹선 넣기가 심히 괴로웠던 물건. 1/550 사이즈의 건담GP03 은 말도 꺼내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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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 질 1/550> 건담0083 중.

!@#… 첫 빠따는 이녀석. 노이에 질이다. 알파벳 표기는 Neue Ziel. 독일어로 한다면 새로운 표적. 좋게 말해주면 새로운 목표. 모빌아마(즉 우주 전투선)를 표방한다는 녀석이, 이름이 표적이냐 하필이면. 격추시켜주세요, 라고 온몸으로 외치고 있는 것 같다. 아니나다를까, 0083의 마지막회에서 처절하게 격추당한다. 여튼, 지온 특유의 초록색으로 빛나며, 웅장한 위용을 자랑한다. 모형은 1/550이라서 쪼매만하지만. 게다가, 약하다. 엄청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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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만들기에 관한 잡상…

!@#… 누구나 – 아니 사실은 대체로 남자들 – 한번쯤은, ‘조립식’에 빠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없으면 말고. 그런데 공부는 안하고 장난감만 가지고 논다고 구박을 받든, 이제 다 컸으니 졸업좀 해라라고 핀잔을 듣든, 아니면 스스로 아이 유치해 하고 손을 놓든, 어쨌든 90%의 인간들은 어느 나이대, 어느 성장의 순간에 그 재미를 포기하고 만다.

!@#… 그런데, 세상에는 나머지 10%도 있는 법. 포기도 안하고 쓸데없이 곤조를 부리며 결국 그 취미를 못버리는 족속들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똑똑하게 성장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난이도 높은 물건들을 가져다놓고는 ‘프라모델’이라고 뽀다구나는 새로 이름을 붙인다. 열심히 만들어서 색칠도 하고, 진열도 하고, 뭐 별 짓 다한다. 단지, 워낙 섬세하고 약해서 더 이상 가지고 놀기는 힘들어질 뿐.

!@#… 작은 세계를 만들어서, 자신이 신이라도 된 듯이 마음껏 변덕을 발산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 안그러면 인간사회에 난무하는 변태적인 권력욕을 어디다가 또 해소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모형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다, 10%다. 하지만 이게 또 적지않은 시간을 잡아먹는 것인지라, 자주 또는 많이 하기 쉽지 않다. 나아가, 너무 깊게 엉뚱한 방향으로 빠지면 비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소중한 사람이라도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미묘한 문제가 된다. 왜 굳이 골방에서 웅크리고 앉아서 그런 거나 만들고 있나, 바깥에서 마음껏 청춘을 만끽할 노릇이지.

!@#… capcold라는 인간은, 나름대로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타입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이상의 비용은 절대 안들이며(안 들어가는 제품만 사며), 한번 완성시키는 것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 것을 선호하며(이건 사실 조립의 문제보다는, 색칠의 문제가 더 크다), 너무 우람하게 커서 보관하기 힘든 것은 피한다. 그러면서도 만드는 보람은 충분히 있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직접 만드는 건 자연스럽게 취향이 한정된다:

(1)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하는 SF 메카닉: 조립이란 부품들을 조합하는 건데, 완성품 자체가 부품들이 조합된 느낌이 살아있는 것이 좋다. 그래서 메카닉. 캐릭터피겨같은 건, 해당 캐릭터에 대한 변태적인 애정이 없으면 완성도 있게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 지론.

(2) 축적은 작은 것으로: 완성품이 길이가 1m 라든지 하면 대략 낭패. 보관을 어디다가 하나. 이 좁은 지구 위에서. 게다가 다 색칠하기도 힘들고, 에나멜 도료 비용만 많이 든다. 남들이 모터헤드는 1/100, 1/144 어짜고 할 때 나는 1/220. 덴드로비움이라도 1/550. 뭐 그런거다.

(3) 기본 프로포션이 좋은 것: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개조는 하고 싶지 않다. 원형 제작자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지…라기보다, 귀찮다. 퍼티나 런너를 사용한 개조는, 부품을 잃어먹었거나 망가트렸을때만 한다.

(4) 접합선이 좋은 것: 부품 두개가 붙을 때 사이에 생기는 물리적인 경계선을 접합선이라고 한다. 그런데, 훌륭한 모델러는 완성시키고 싶은 모양으로 그 접합선을 수정한다. 플라스틱을 녹이고 사포로 갈아서 접합선을 없애거나, 칼로 긁어서 자기가 원하는 위치에 선을 만들어 넣거나. 난 귀찮다. 그래서 애초에 접합선이 원래 완성되어야 할 모양새와 비슷한 모형이 좋다. 어쩔수 없는 경우는 어쩔 수 없겠지만. 대신, 접합선이 들어가야할 위치에 검은 잉크를 넣어서 비슷한 효과를 내주는 ‘먹선’의 경우는 나름대로 꼬박꼬박 잘 챙긴다.

(5) 이왕이면 이야기 단위로: 결국, 모형을 만드는 건 그 녀석들을 세워놓고 감상하면서 뭔가 머리속으로 이야기를 상상하는 거다. 가끔 그걸 디카로 연사해서 스톱모션 애니로 만드는 어마어마한 사람들도 있지만. 따라서, 이야기 단위로 모형들을 모으는 게 좋다. 뉴건담이 있으면 사자비, 덴드로비움이 있으면 노이에질, 방돌이 있으면 아슈라템플… 뭐 그런거다. 안나와 있거나, 혹은 키트가 너무 개판이면 어쩔 수 없지만.

!@#… 그래서, 만든다. 자주는 못하지만, 꾸준히 한번쯤 한다. 그러다보면 프라모델 말고 레진캐스트 키트도 손대보고, 페이퍼크래프트도 손대보고… 하지만 뭐, 여전히 별로 실속은 없다. 시간을 별로 할애하지 않는 편이니. -_-; 그냥, 그런 거다. 하지만 이왕에 하고 있는 것, 자랑이라도 해야 나 자신 내부 어딘가 한켠에 꿈틀대고 있는 이상한 “날 좀 봐줘” 기질이 충족될 것 아닌가.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여기다가 하나씩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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