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국면을 맞이하여 방역후진국 미국은 지난 두어달 동안 너도나도 일도 휴식도 여가도 뭣도 다 집안에 눌러 앉아 하는 상황. 이 기회에, 천만년(은 아니고 한 15년) 묵혀놓았던 파이브스타스토리즈 모터헤드 1/220 스케일 리캐스트를 마침내 손보게 되었다. 카이요도가 FSS 판권 잃기 전 90년대와 00년대 초까지 한동안 내놨던 물건들을 한국 리캐 업체가 비합법 복제했던것이라서, 정품과는 비교못할 품질이지만 당시 환경에서는 그나마 유일하게 구할 수 있던 것들. 지금은 작품 본편에서 사라진지 오래인(사실 디자인 리부트 이전에도, 옌싱이니 하는 후기 디자인들은 너무 몸매가 인간화되어 매력이 고만고만했다고 생각), 전성기의 갑옷 느낌 디자인들인데, 예전 것들을 다시 꺼내고, 안 만들었던 것들을 완성하고. 도색이야 서피에서도 없이 프라모델 전용도 아닌 범용 아크릴 컬러로 대충. 대충 다 한 것 같아서 모아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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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미라쥬 Flame Launcher 1/220> / FSS
!@#… 오랜만에 식구가 추가된, capcold의 1/220 FSS 모터헤드 소장록. 왜 추가가 더디냐 하면, 저렴한 리케 제품만 사기 때문. -_-; 여튼, 가장 최근의 ‘재’리케 제품인 레드 미라쥬 플레임 런쳐 버젼. 당연히 구입. 틈틈이 다듬기는 했으나, 이번 기회에 주욱 마무리. 사실 SOL에서 첫번째 리케가 이루어졌던 96년에는 아직 1/220 레진 시리즈에 맛들이지 않았었기에, 기회를 놓쳤었다는… 하여간, 레어키트를 구하는 것은 결국 1) 타이밍 2) 돈지랄 둘 중 하나. 2)는 현실적으로 무척 힘들기에 1)을 할 수 밖에.
!@#… 아마 디자이너 마모루 나가노가 단지 커다란 백팩과 길다란 창을 주고 싶어서 디자인한 듯한, 지극히 비실용적인 생김새.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FSS의 주역 기체인지라, 가능하면 하나 구비해놓고 싶었던 차에 해피하게 제작.
그저바라보기만할뿐인…(LED1/220, AUGE1/220, 알비온1/1700)
!@#… 오랜만에 모형 이야기. 모형을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경우가 있다. “여차저차 힘들여 구해놓고는, 시간이 없어서 조금도 진전을 시킬 수 없는 물건들이 쌓여 나간다”. 특히, 마음에 드는 모형이니까 성의있게 잘 만들어야지..하고 일부러 나중을 위해 세이브해뒀다가, 오히려 가조립도 채 안끝난 상태로 뒹굴고 다녀서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것. 그리고 몇 달이고, 심한 경우 몇 년이고라도 지난다… 오늘은 그런 물건들 3개를 소개한다. 시간이 나기 전까지는 앞으로도 몇달이고 쳐박혀있을 불행한 녀석들. 내세에서는 더욱 훌륭한(한가한, 또는 궁극적으로는 ‘부지런한’) 주인을 만나기를.
<쥬논 1/220> / FSS
!@#… FSS 이전, 나가노 아저씨의 대표작이라면 역시 엘가임. 제타건담에서 백식이나 큐벨레이 등 엄한 기체들로 컬트적(?) 인기를 누린 아저씨가 잔뜩 자기 디자인의 세계관을 풀어보였던 물건인데, 엘가임 시절의 많은 기체들이 모양이나 이름, 혹은 둘 다 FSS에서 재활용(좋게 말해서, 발전적 계승) 되고 있다. 그 중 주역기체인 엘가임은, FSS 세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별로 멋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작품 내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순백의 미인’이니 어쩌느니 하면서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칭한다고 설정되어 있는 녀석으로 탈바꿈했다. 비뚤어진 편애의 극치라고나… 여튼, 그 이름은 쥬논. 하지만 무려 3권에서 봉인이 되어버리고 2부가 나오기 전까지는 대략 퇴장. 그런데 그게 언제나올 줄 알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이 녀석을 계속 그리고 싶어하고… 결국 설정을 덕지덕지 누더기로 자꾸 붙여서, 원래 쥬노 별의 콜러스 왕가에 내려져오는 왕가의 MH인 인게이지 계열의 디자인을 계승하고 있다는 어마어마한 어거지를 썼다. 그래서 인게이지 옥타버라는 짝퉁 쥬논도 등장하고…
!@#… 음음음. 뭐 여하튼. 3권에서 출정할 때의 쥬논. 커다란 돌격창(파이돌 스피어)과, 자기 키만한 대형 방패를 들고 있는 뽀다구 포즈가 있다. 그걸로 만든 1/220 키트가 있다.
<슈펠터 1/220> / FSS
!@#… FSS 4권에 언급되는 슈펠터의 다른 이름은 나이트 오브 크롬. 소프가 만든 나이트 오브 골드 시리즈 중 하나란다. 이건 전형적인 ‘어설픈 영어 페티쉬’의 한 사례인데, 한자문화권에서는 金이라고 써놓고는 금속일반을 칭하는 경우들이 많으니까…특히 일본어. 그래서 그 한자에 해당하는 영어라는 gold도 그렇게 쓰인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는거다. 하지만 그럴리가 있나… metal이면 모를까. 즉 잘난체 하고 싶었던 어떤 이의 무식의 소치라는 거다. 하지만 그 정도로 굴하면 진짜 작가라고 할 수 없지… 그래서 이왕 뽀록난 것, 그냥 끝까지 밀어붙여버린다. 그래서 ‘데스티니 미라쥬’ 나이트 오브 골드를 만들기 이전의 프로토타입으로 슈펠터와 오제를 실험적으로 만든 것이었기 때문에 같은 시리즈로 들어가 있다느니 하는 오만가지 설정과 세계관을 가져다 붙인다. 이 정도 뚝심을 있어야지, 암. 그래야 FSS같이 설정이 엉망으로 꼬이고 앞뒤 말이 안맞고 작가 맘대로 변덕을 부리는 엉터리 전래동화집이 거의 20여년간 최소한의 근간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웃음).
!@#… 여튼. 그러니까, 이건 슈펠터. 여전히 1/220 축적. 1/220 모터헤드 중 가장 처음에 만들어 본 것이라서 나름대로 각별한 의미라고나… 정말로 이녀석은, 드래곤같이 생겼다. 얼굴, 몸통, 모두… 오죽하면 개조 이전의 원래 이름이 워터 드래곤이었겠나(다른 이유들도 있지만). 보기와는 달리 의외로 꽤 튼튼한 키트.
<밧슈 더 블랙 나이트 1/220> / FSS
!@#… 건담 이야기만 한동안 하다가, 다시 FSS. 나이트 오브 골드라는 문제 로보트를 제외하고, 작가가 가장 애착을 가지고 묘사하는 녀석은 뭘까. 1권 첫머리부터 등장했고, 주인이 바뀌고 또 바뀌어도 한결같이 시대를 가로지르며 용맹(악명?)을 떨치는 물건. 바로, 밧슈 더 블랙 나이트… 흑기사다. 애초에 MH와 파티마가 핵심이고, 이들이 강한 기사를 골라서 조종사로 스카웃한다는 설정 자체가 얼마나 임팩트 넘치는가. 게다가 원래 온 몸이 검은 녀석은 다 뭔가 후까시 잡을 일이 있어서 검은 것 아니겠는가. 외로운 늑대 (사실 늑대는 무리지어 다니지만).
!@#… 여튼, 검은 몸체. 둥근 방패. 길다란 창이 어울리는 자태. 역동적인 포즈가 가장 잘 어울리는 MH 가운데 하나다. 덕분에, 1/220 레진 모형도 상당히 역동적인 모양새로 나왔다. 너무 역동적인 모양새라서, 다리 균형 잡아놓기가 꽤 힘들었다. 흠흠흠.
<클라우드스카츠 1/220> / FSS
!@#… 기본 스펙상 너무 뻥이 심해서, FSS의 로보트들은 보통 못날아다닌다. 무거워서. 하지만, 결국 날아다니는 모터헤드들이 등장하고야 만다. 역시 날아다니는 것은 로보트의 로망. 제트 스크램블을 달 당시의 마징가가 이런 심정이었을까. 여튼. 주인공격인(?) 사람들의 조직인 미라쥬 기사단이라는 녀석. 거기에서 두 가지의 비행 로보트를 만든다. 운더 스카츠와 클라우드 스카츠. 앞의 것은 커다란 비행전함 모양이고, 뒤의 것은 커다란 비행전함…에서 무려 로보트로 변신하는 녀석이다! 오오오!
… 클라우드스카츠. 알파벳 표기는 Cloudschatze. 스카츠… scha(움라우트 붙이고)tze. 독일어로 보물(Schatz)의 복수형이다. 그러므로 이 이름의 의미는… 의미불명. 멍청하면서도 단순히 아무 어감 좋은 단어 끌어붙이기 좋아하는 일본만화작가들의 공통적인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도저히, 바보같아서 참을 수가 없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멋있는데.
<나이트 오브 골드 KOG 1/220> / FSS
!@#… 이번에는 금덩어리들. 금에 환장한 작가 마모루 나가노, 결국 온 로보트를 다 금칠했다. 하나만 금칠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아예 시리즈를 만들었다. 뭐 결국 실제로는 크게는 라키시스 타입과 아트로포스 타입 두 가지로 정리되지만 (슈페르타나 오제는 그냥 넘어가자, 제발. 그것까지 KOG시리즈로 들고오는 건 너무 어거지다). 하나는 민짜머리, 하나는 삐죽머리. 나머지 몸통은 거의 똑같고. 당연히 이 세계관에서는 거의 최강급이다. 파워 밸런스가 전혀 맞지 않는다. 그냥 졸라짱쎈 투명드래곤 같은 존재다.
…여튼. 1/220으로, 라키시스 모델(데스티니 미라쥬)과 아트로포스 모델(파트락쉐 미라쥬… 파트라슈? 대략 플란더스의 개?) 둘 다 국산 염가 복제판이 나와준 관계로, 둘 다 만들었다.
<아슈라 템플 1/220> / FSS
!@#… FSS에서 등장하는 모터헤드(MH, 즉 로보트) 중, 가장 얍삽한 전법을 쓰는 녀석을 하나만 꼽으라면? 개인 취향 차이야 있겠지만, 나라면 아슈라 템플을 꼽겠다. 어깨에서 팔이 두개 더 나와서 상대방의 어깨를 붙잡고, 그 동안 도끼로 졸라게 내려 찍는다는 설정. 그리고 상대 MH가 어깨가 움직이는 타입이라면? 피한다. 즉… 얍삽하다. 쪼잔하다. 비굴하다. 그러다가 Traffics 에피소드에서, 방돌을 만나서 처음에 얕봤다가 대판 깨진다. 그런 주제에, 모양은 나름대로 꽤 멋있다. 동글동글한 것이, 귀엽다. 게다가 빨갛다. 대략, 토마토. 그래서 여차저차 구해서 만들어봤다.
<방돌(파열의 인형) 1/220> / FSS
!@#… 레진 키트. 전체 도색은 기본이고, 불안정한 부품들을 갉아서 개조하는 것이 필수인 물건들. 당연히, 나와는 잘 궁합이 안맞는다. 귀찮으니까. 하지만, FSS 모터헤드 1/220 시리즈는 예외다. 이건, 뭔가 내 속의 의욕을 마구 자극한다. 대략 라이터 하나 크기의 덩어리가, 화려하기 짝이 없는 악명높은 로보트들을 나타내주고 만다. 에어브러시? 꿈도 야무지지. 이 스케일이면, 붓칠만이 유일한 해답이다. 사실, 에어브러시도 없다. 비싸니까. 여튼… 그래서, FSS 1/220 레진키트를 좋아한다. 하지만 레진키트는 비싸다. 매우매우 비싸다. 나같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안사게 될 정도로, 비싸다. 따라서 나는 일본 원형을 국내에서 다시 떠온 싸구려 복제판만 산다. 가격이 대락 1/4-1/5 밖에 안한다. 그런데 이 시리즈가 별로 인기가 좋지 않은지, 그다지 잘 안들여온다. 하기야, FSS 만드는 인간들은 화려한 디테일에 목숨거는데 이런 소축적 모형이 눈길이 가겠나… 따라서, 어쩌다가 한번 못보던 모델이 들어오면 뛸듯이 기뻐진다. 야크트 미라쥬는 1/220 이 다른 모터헤드 1/100이나 마찬가지니까 논외.
!@#… 여튼. 모 모형쇼핑몰에서 복제판매했던 방돌(파열의 인형)이다. 이 녀석 몸체의 하늘색, 은근히 배합을 맞추기가 힘들었다. 그러니까 일본 모형잡지에서도 매번 이 로보트는 색깔이 제각각. 게다가 작은 주제에, 주렁주렁 매다는 것이 많아서 대단히 약하다. 시안아크릴 순간접착제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고나. 원작에서는 최강의 위용을 자랑한 회전형 발굽(힐)도 모형으로 재현하려니까 세우기만 힘들게 만드는 방해꾼이다. 곤란곤란. 하지만 결국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