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범의 만화사랑

!@#… 29억 횡령 공무원, 알고보니 꽤 자기 취향을 가꿀 줄 아는 멋쟁이였다 파문.

’29억 횡령’ 공무원, 동전 수집에만 15억원
[노컷뉴스 2006-09-07 11:15]

29억을 횡령해서, 절반을 동전 수집에 투자. 뭐 그거야 단순한 수집욕뿐만 아니라, 투자가치를 노리고 그랬을 수도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별장 지하에는 미니바와 당구대를 설치했으며 방 2개에는 1000만원 어치의 만화책을, 또 다른 방 1개에는 400만원 상당의 비디오테이프를 진열해 뒀다” 는 대목이 진짜 대박. 돈 생기면 보고 즐기고 싶었던 만화로 잔뜩 한 방 채워넣는 뭇 소년들의 꿈을 직접 실현한 셈. 집착적으로 돈을 긁어모으기만 할 뿐 자신의 취향을 가꿀 줄 몰모르고 사기 명품과 골프채에나 돈 꼴아박는 뭇 졸부들에게 경각심을 울릴 만한 문화적 기개라고나 할까. 이 분의 만화사랑을 높게 사서, 감방은 만화도시 부천 인근으로 배정할 것을 강력히 추천하는 바다(거짓말이지만).

!@#… 아니 그보다, 난 이 사건이 왜이리 웃기지;;;

전시 작통권 환수에 관한 뻔한 이야기 한 가지.

!@#… 퀴즈: 다음의 사설이 실렸던 신문은?

“(전략) …냉전 이후 국지분쟁의 귀결에서 보듯 국가 보위의 궁극적 책임은 당사국에 있는 것이 분명한 이상, 우리의 작통권은 우리가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따라서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전시 작전통제권까지 환수하는 것이 다음의 과제다. (후략)”

1) 한겨레신문 2) 민중의소리 3) 진보정치 4)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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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4). 조선일보. 1994년 12월 1일자 사설(“평시작통권의 중요성”).

물론 이 사설에서도 조선일보는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작전능력을 현실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국민정서만을 내세워 단김에 모두 달성하려 해서는 안된다”며 전제를 달아놓고 있기는 하지만, 작통권 환수라는 현실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향후 전략을 냉정하게 세워나가자는 이야기. 미국을 거스르지 말자면서 미국의 뜻을 열심히 거스르고 있는 모순에 빠진 2006년 현재의 완연한 바보 구덩이 무한지옥과는 사못 다르다고 밖에. 그냥 솔직해지자. 조선일보는 노무현이 싫은거다. 노무현과 관련된 모든 것이 싫다. 그리고 온 한국인들이 모두 다 같이 싫어해줬으면 좋겠다. 나머지는 다 그냥 가져다 붙인 이유일 뿐이다. 오죽하면 대통령 부인의 20촌까지 친인척 비리니 어쩌니 한번 엮어보려고 애쓰고 앉아있겠나.

!@#… 그렇다면 전시 작통권 환수에 따른 증가하는 비용이니 국방력 약화니 하는 공포 스토리들은 다 구라냐고? 세상에 100% 진실은 없듯, 100% 구라도 없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조선일보가 또 이미 십수년전에 묘안을 내려놓으셨도다: “…평시 작통권만 잘 수행하면 전시 작통권은 사실상 필요없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우리의 방위체제 정비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위 사설).

(사족): 한가지 덧붙이자면, 미국이 전시작통권을 가지고 있든 없든 간에 북한에 의한 침략전쟁 발발의 경우 미군의 전략은 그대로다. 전략 내용? 미군이 그 화려한 미사일들과 폭격장비들을 공수해 올 때까지, 한국 육군이 총알받이로서 최대한 오랫동안 버티도록 하는 것.

…그게 불안하고 치사하고 싫으면 목숨걸고 남북 교류를 확대하며 평화체제를 추진하든지.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검색어…

!@#… 찾아보니 “미*시 게임 맛*기” 키워드로, 구글 검색순위 1위. 본 블로그와는 관계도 없는 이놈의 키워드 때문에 통계 프로그램 화면마저 버그가 발생해서 깨진다. 경사로다 경사로세.

카우퍼레이드 in 위스콘신 매디슨

!@#… “카우퍼레이드”, 즉 소들의 행진이라는 국제적 명성의 공공미술 이벤트가 있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번갈아 가며 개최되는 행사인데, 섬유유리로 제작된 100-200여 마리의 소 모형들이 화려하게 다양한 컨셉으로 색칠되어 도시 곳곳에 전시되는 것이다. 어디에 언제 어떤 작품을 놓는다느니 하는 정보는 따로 주어지지 않고, 어느날 갑자기 짜잔 하고 소들이 도시를 점령하는 방식의 대규모 게릴라식 문화행사. 한 2-3달 정도 전시되다가, 나중에는 행사 끝난 후 작품들을 경매해서 자선단체에 기부. 뭐 행사의 자세한 내역이야 그냥 공식 홈피를 참조하면 되니까 이쯤으로 생략.

!@#… 여하튼 이 행사의 매력은, 기본형 소 모양 3가지 정도를 바탕으로 각종 아이디어를 발휘, 기발하고 멋진 작업을 하는 것이다. 소라는 형식 안에 개최 도시의 성격, 자신의 상상력, 그리고 심지어 해당 소 작업을 스폰서해준 후원사의 홍보까지 섞어서 완성하는 것이 목표. 여기에 소와 관련된 말장난을 섞어서 제목을 붙여주면 완성이다. 여튼 도시공간과 그 속 사람들의 생활, 공공미술이 자연스럽게 섞여들어가는 아이디어의 경연장. 지방정부와 그곳에서 활동중인 민간기업, 지역 예술가,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을 자신들의 생활공간 속에서 즐기게 되는 시민 일반들이 모두 득을 보게 되는 행사인 셈이다. 이상한 조형물들 몇개 가져다 놓는 거나 그냥 대충 공무원 예산으로 아무 벽화나 몇개 그려놓고는 공공미술이라고 자랑하는 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진짜 ‘재미’다.

!@#… 이 행사는 98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처음 구상되고 99년 미국 시카고에서 첫 행사 후, 세계 여러 주요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는 정식으로 들어온 적이 없지만, 충남 당진 태신목장에서 “소 모형을 예쁘게 칠한다”는 컨셉 부분만 가져와서 전시를 하고 있기도 하다. 여하튼 왜 이 말을 꺼냈냐하면, 2006년 올해에 이 행사가 결국 소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미국 낙농업의 중심지 위스콘신으로 왔기 때문. 그럼 위스콘신주 매디슨시에서 열린 카우 퍼레이드를 한번 감상해보자. 그럼, 사진 도배 개시.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대사면 쑈 잡상.

!@#… 올해도 예외 없는 한국 사법체계 최대의 이벤트, 광복절특사. 작년에 눈치때문에 넘어갔던 안희정 어쩌고 하는 노무현 측근들의 사면 때문에 참 시끄럽다. 사실 무슨 고스톱판에서 개평주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이 무슨 황제나 신도 아니면서 무슨 죄를 사하여 준다는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한 해에 2-3회 정도 꼬박꼬박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다들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기에 의아해하던 터. 이 사회의 ‘원인과 결과’의 책임관계, 즉 법적 정의를 과감히 무효화할 수 있는 궁극의 치트 코드.

노무현의 심복들이 풀려나게 되자, 한나라당은 노발대발. 물론 자기네 팀도 꽤 에이스들이 풀려나게 되었으나 (그 정도 거래 균형도 안해놨을리가 없지), 여하튼 법적 정의를 외치며 규탄. 재계는 재벌 총수들이 거의 포함이 안되어 있다고 항의. 수많은 일반인들은 이놈의 세상, 권력 있는 것들은 다들 쫌만 있으면 풀려나는구나 하면서 다 노무현 탓이라며 불만.

그런데, 한나라당은 작년에 똑같은 규탄을 똑같은 시점에서 똑같은 논리로 했었지, 아마. 그런데 정작 특별사면권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법안은 1년 동안 그냥 처리도 안하고 놀고 있었다. 하기야 특별 사면 대상은 생계형 서민 범죄와 경제발전에 이바지할 기업인이어야 한다고 주장, 상호배타적인 대척점에 있는 두 대상(기업인이 들어가면 권력형 뇌물비리나 대형 탈세 사건으로 들어가는 것이 대부분이니)을 하나의 논리로 감싸안는 궤변에 조금도 거리낌이 없는 자들이니 뭐 할 말 다했다. 재계 역시 사면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논리가 아니라, 당장 활동해야할 자기네 대장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볼멘소리할 뿐이고. 일반인들은? 솔직히 애초부터 사면권에 대해서 굳이 공개적으로 여론의 중심의제로 들고 오지도 않는다. 뉴스에 리플 두어개씩 다는 거라면 모를까. 아니 사실 한 이틀쯤 그것가지고 이야기가 되었으려나, 지금은 이미 다른 사안들에 모두 묻혀버렸다. 된장녀 논쟁에 쏟는 정성의 100분의 1만이라도 쏟는다면 우리사회 좋은사회.

!@#… 사람들은 법적 정의를 갈망하는 존재라는 상식과 대사면이 수십년간 매년 대규모로 여전히 마구 남발되고 있다는 현실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다. 정말 사람들이 갈망한다면 대사면을 모두들 진지하게 반대해서 결국 법적 정의를 지켜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와중에, 오캄의 면도날 원칙에 의거, 가장 간단명료한 가설에 도달. 바로 첫번째 전제를 기각하는 것이다. 즉, “사람들은 법적 정의와 기회의 균등 따위, 그다지 바라지 않는다”! 법적 정의에 대해서 애초에 크게 신경쓰지 않거나, 아니면 더 나아가서 법적 정의의 구멍을 자신들만은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기를 바라거나. 사면 쑈에 대해서 불만은 툴툴거리지만 그것을 제한하고 막기 위한 진짜 노력은 안하는 이유다. 남들이 모두 원칙에 따라서 처분되기에 나에게 ‘예측가능’ 하면 좋기야 하겠지만, 나는 그들을 후딱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상대팀은 모두 발로 축구하는데 나만 손으로 들고 뛰어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안정적 사회정의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갑갑한 것이고, 마구 나아가고 싶은 내 행보에는 방해가 될 여지가 크기 마련이다.

!@#… 그렇다면 대사면은 이 사회는 그런 식의 야매가 가능하다는 것에 대한 상징, 즉 (자신에게 유리한) 야매를 동경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마음의 위안이다. 무려 ‘사회 대통합’이니 하는 이야기가 따듯하고 인간적이고 결국 긍정적인 것으로 여겨지도록 설계되어 있는 이 사회의 성향 자체가 이미 그쪽이니 별로 신기할 것도 없다. 사회 대통합을 위한 명절 특별 감동 쑈가 아닌, 정당한 죄과를 치룰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주어지는 상식적인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다수가 되려면 얼마나 더 필요할지 가히 궁금할 따름이다. 뭐 그런 작은 푸념.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단상] 된장녀 생쑈.

!@#… 꽤 지났음에도, 된장녀 어쩌고가 아직도 한참 위세를 떨치는 듯. 여성들에 대한 피해의식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딱 이거다 싶은 키워드가 하나 등장하고 나니, 마초병 말기 환자들과 이제 막 발병하고 있는 중생들이 너도나도 달려들어 저능함의 경연을 벌이는 중. 뭐 capcold는 개인적으로 “양성은 평등하게 멍청하다”는 신조를 지니고 있는지라 된장녀니 고추장남이니 하는 쌩쑈가 참 재미있을 따름이지만. 그런데 개념없이 남자에게 매달리는 여자들의 이중적 의존성에 대한 비난과, 스타벅스에서 커피마시는 취향에 대한 비난이 왜 그렇게 위화감없이 섞여들어가 있는지, 그것만큼은 정말 새로운 경지의 멍청함이라서 잠시 감탄했다. (1) 의존성의 문제라면 바로 당신이 안 사주면 땡이고, (2) 취향은 애초에 당신이 뭐라 할 바가 아니잖아. 스타벅스가 허영인지 아닌지에 대한 이야기는 그냥 제쳐놓자. 스타벅스에 그냥 비싼 커피 마시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여하튼 허영스러운 분위기가 사회에 해악이 된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애초에 허영 따위를 동경하는 바보같은 삶의 자세를 버리도록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슨 구치 지우개 십만원짜리를 누가 들고다닌다고 해서, 아무 구체적인 필요성도 없이 “나도나도 저런 지우개로 연필을 지우고 싶어”하고 매달리는게 애초부터 멍청한 짓 아닌가. 왜, 국가 경제에 해악이 되기 때문에 애국 시민으로서 그런 낭비를 좌시할 수 없다고 강변이라도 할 차례인가?

!@#… 결국 a) 취향은 허영투성이고 b) 그 허영을 위해서 남자들의 돈을 뜯어낸다, c) 그 허영끼에 기반해서 남자를 업신여긴다, d) 그러면서도 잘난척은 다 한다 뭐 그런 식의 스테레오타입으로 귀결되기는 하는데… 뭐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물론 사실이다. 그러니까 나름대로 공감을 자아내지. 하지만 a) 허세 투성이의 소비생활을 하며 b) 그 허세를 위해서 남들의(부모의, 카드회사의, 사회의) 돈을 뜯든 빌리든 하고, c) 그 것에 기반하여 다른 모든 이들을 업신여기며 d) 우월감을 느끼고 잘난척을 하는 패턴은 전혀 신선한 것도 새로운 것도 혹은 여성 전용인 것도 아니다. 소비 자본주의, 특히 천민 자본주의 사회라는게 원래 그런 것 아니던가. 한국 현대사회가 지난 수십년간 그 루트 위에서 전력질주하고 있다는 것 정도야 상식 중에 상식이고. 성별도 세대별도 아닌, 남녀노소 누구나 이미 빠져있거나 언제 빠져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거대한 구덩이다. 사회 일반의 거대한 문제를, 젊은 여성이라는 특정 계층의 특징으로 축소시켜서 적용시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참 쪼잔한 일이다. 혹은 단순히 그런 사실조차 깨닫지 못할 정도의 절망적 수준으로 멍청하거나.

!@#… 하지만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지금 당장 된장녀 컨셉에 감동하고 쾌재를 부르고 있는 수많은 바보들이 갑자기 설득당하거나 성찰을 시작할 것이라는 생각 따위는 무리다. 그냥, capcold 같은 인간들은 멍청한 소리가 왜 멍청한 소리인지 ‘근거’를 남겨주는 쪽으로 만족해야 할 듯 하다. 왜냐하면 세상은 합리적 논리에 의한 ‘옳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의 동조에 의한 ‘공감’으로 움직이니까. 그런 정체성 가운데 민족이나 국민 빼고 최고봉이라면 바로 ‘남자’ 아니겠는가. 게다가 자신의 실수나 과오를 인정하는 것을 사회적 자살행위 취급하는 분위기 때문에 스스로 담론적 배수의 진을 치기 십상인 한국 사회의 특성상, 역시 된장녀 운운하는 것을 즐기기 시작한 사람들이 제정신으로 돌아오기란 멀고 험난한 길이 될 것이다. 뭐 그때까지는 가끔 이렇게 비웃어주는 수 밖에.

 

— Copl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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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황) 학회 + 피서(?)로 샌프란시스코 갔다가 돌아오고, 이것저것 약간 뒤정리했습니다. 이제 블로그 재개. 뭐 결국 아무도 크게 관심은 없을만한 개인 사정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