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자에게 닥쳐오는 직업병, 그것은 ‘현실성 결여’다. 물론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자신이 실제로 체험하고 체화시킬 수 있는 지식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양의 것들을 먹어치워야 하는 것이 비단 학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학자야말로 ‘지식과잉섭취’의 첨단에 있는 직종이고, 그 결과 소화불량 – 즉 현실성 상실 – 에 걸리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마치 벽돌 나르는 사람에게 류마티스가 쉽게 다가오듯이. 가장 간단한 현실의 상황으로 생각하면 명쾌한 것들을, 자꾸 엄청난 지식의 차원으로 치환하려고 하는 것에서 오는 곤란함.
!@#…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지난 4월, 모 대학의 모 교수가 패스트푸드와 비만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각 신문에서 우루루 보도화를 시켜줬고… 무슨 의학 전문기자니 어쩌니까지 다 이름붙여가면서.
클릭. 또 클릭.
…그러니까, 논지는 이거다. 실제 업체들이 직접 칼로리를 계산해보니까, “맥도날드의 빅맥이 590㎉, 불고기버거 433㎉, 프렌치프라이 450㎉, 아이스크림콘 150㎉이다. 버거킹의 와퍼는 680㎉, 치킨 텐더 4조각 170㎉이며, KFC의 치킨 불고기버거는 448㎉, 오리지널 치킨 닭다리 한쪽 337㎉ 등이다. 반면 이와 함께 이들이 비교한 한식의 칼로리는 돌냄비가락국수가 565㎉, 볶음밥 617㎉, 떡볶이 482㎉, 비빔밥 500㎉ 등” 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패스트푸드는 비만의 주범이 아니라, 운동부족이 주범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반박하기 위해서 위의 논문은 무려 칼로리가 아니라 지방량이 문제라고 장황한 분석을 내놨다. 그에 비해서 한식은 탄수화물 위주라서 해피하고. 음. 오히려 최근의 웰빙 바람과 함께 탄수화물을 더 줄이기 위해서 햄버거의 빵 자체를 점점 없애나가고 있는 그런 추세는 차치하고서라도, 참으로 당혹스러운 분석방법이다. 왜냐하면, 칼로리라는 전통적인 잣대 하나만 가지고도 여전히 패스트푸드의 해악은 충분히 증명하고도 남으니까. 다만 그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발상이 있다: “실제로 사람들은 어떻게 식사하는가?”
…무슨 말이냐고? 간단하다. 나는 맥도날드에 가서 밥을 먹으면, 빅맥세트를 시킨다. 빅맥 590kcal, 프렌치 프라이 450kcal, 콜라 200kcal. 거기다가 하나 더 덧붙이자면, 햄버거류는 한식의 ‘밥’류보다 공복감이 더 빠르게 온다. 경험적으로, 더 빨리 ‘배가 꺼진다’는 말이다. 칼로리는 넘쳐나는데도 말이다. 빅맥세트는 먹고도 금방 배고픈데, 돌냄비가락국수를 두 그릇이나 우겨넣지는 못한다.
!@#… ‘오캄의 면도날’이라는 격언(?)이 있다. 요약해서 설명하자면, “같은 현상에 대해서라면, 가장 간단한 설명이 베스트”라는 거다.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지만, 나름대로 학자가 빠질 수 있는 직업병에 대한 경고가 담긴 나름대로 유용한 말이라고 본다. 하지만 아예 좀 더 필요한 것은, “가장 현실적인 말이 베스트”라는 말이다. 같은 현상에 대해서라면, 가장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 말 그대로 ‘현실적인’ – 설명이 가장 좋다.
…아아… 원래 무슨 말을 할려고 했더라… 아, 그래. 그러니까, 이라크서 양놈새끼들이 주민들을 고문하고 생쑈한게 드러났다. 심리학적으로 무슨 ‘누구나 교도소 환경 같은 권력 구조에 들어가면…언제적의 무슨 실험에서 증명된 바 있는데…’어쩌고 변죽이나 울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아 미국 니들 사람 고문이나 하는 나쁜놈들이구나. 그러니까 우리는 거기에 동참하기 싫어…파병안해.” 하고 상식적인 판단을 내려달라는 거다. 교도소 관리하고 고문 담당한 specialist(전문가…라는 말이 아니라, 상병 비스무리한 계급을 지칭하는 말이다)가 제네바 협약이 뭔지도 교육받은 적이 없다는 데 그게 무슨 얼어죽을 심리학적 문제냐. 정말, 이래도 혈맹이고 국익이냐? 이래도 파병해야겠냐?
!@#… 무슨, 파병예정지에서 한국군 파병 환영 서한이 왔다느니 8월이면 결국 간다느니 어쩌니 하는 기사들을 보고 짜증나서. 무슨 이상한 교수들이라는 인간들이 그래도 파병이다 어쩌고 칼럼을 쓰면서 이상한 이론들 동원하고 어쩌고 하는 거가 짜증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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