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과 자경단 -『시빌워』[기획회의 263호]

!@#… 주류 슈퍼히어로물을 통해 실로 많은 정치적 함의를 담아낼 수 있었으나, 시빌워 이벤트 이후의 뒷수습이나 후속 크로스오버 이벤트들을 통해서 그런 가능성들을 싸그리 날려먹은 케이스.

 

공권력과 자경단 – 『시빌워』

김낙호(만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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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돈된 자료와 효과적 소통 – 『9/11 테러 리포트』[기획회의 071001]

정돈된 자료와 효과적 소통 – 『9/11 테러 리포트』

김낙호(만화연구가)

세상 살아가는 것은 어차피 항상 경쟁자, 적대자들과 마주치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고도로 발달한 사회일수록 때때로 불안은 활용할지언정 충격과 공포만큼은 최소한으로 줄이고자 노력을 한다. 그래야 사람들에게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안도감을 주고 세금도 고분고분 내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런 방식이 전혀 작동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 있으니, 막강한 폭력으로 삶의 터전이 직접적인 공격을 받을 때다. 직접적인 파괴의 현장에서는, 승패니 이권이니 하는 나름대로 세련된 이해관계와 논리가 아니라 순수한 적의와 공포가 지배한다. 특히 적의 정체, 공격의 방법, 그 모든 것들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 동안에는 더욱 더 공포가 공포를 먹고 성장한다. 사회를 위협할 정도의 적의와 공포를 해소하는 방법은? 쉬운 길과 어려운 길이 있다. 쉬운 길은, 대충 외부의 적을 하나 만들어서 사회에 팽배한 공포와 적의를 죄다 그쪽으로 돌리는 것이다. 선악구도 같은 단순명쾌한 것도 도입하면 더욱 호응이 좋고, 얼떨결에 적의를 뒤집어쓴 자들이 실제로도 뒤가 구린 것이 많고 또 일반인들이 사실 별로 자세히 알거나 가깝게 여기지 않는 존재라면 안성맞춤이다. 반면에,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한 때가 있다. 사건이 일어난 과정을 밝히고, 그것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기술하며, 어떤 식으로 이런 일이 방지될 수 있는가 복잡하게 경우의 수와 가능성, 대안들을 타진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 것을 심지어 공포와 적의에 사로잡힌 사회 성원들에게 이해시키기 까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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