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과 16조 손실과 개그저널리즘

!@#… 아 미치겠다. 이런 쌈박한 것들.

16강 탈락 경제 손실 “16조원”
[SBS TV 2006-06-24 22:21]

!@#… 한국팀이 스위스와 좋은 경기를 펼치다가 스위스팀 굴지의 리베로 ‘Jusim’과 막강 공격수 ‘Sunsim’의 활약으로 인하여 결국 패배했다. 그럼 그냥 그거다. 왜, 아예 8강 탈락 경제손실 80조원, 4강 탈락 400조원, 우승 탈락 1000조원 손실은 왜 안 찾고 있을까? 어쩜 그리 숫자도 이쁘게 뽑아냈을까, 신기하다.

스위스가 ‘우리 조국’으로부터 16조원을 빼앗아갔다는 뉘앙스가 펄펄 풍기누나. 왜, 전 국민적으로 분노하고 촛불시위라도 할까? 여튼 감정적으로 고양된 ‘국민들’에게 점수 따고 싶어서 설레발치는 언론의 생리는 여전하다. 이건 뭐, 거의 황구라 줄기세포 이익 33조 수준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빼앗기고 살고 있어. 너네들 그거 몰랐지? 우리가 알려줄께” 식의 피해망상 자극형 담론이야말로 언론이 한 나라의 ‘국민’들을 상대로 해먹을 수 있는 가장 치졸한 (그러나 가장 효과적인) 전문적 사기다. 저널리즘의 전문성을 부각하기에도 좋고, 우리는 우리편이라는 같은 편 정서를 불러일으키기에도 좋다. 애국심이 넘쳐났다는 명분 덕분에, 심지어 별다른 처벌도 안당하고 반성이 없어도 대충 관대하게 넘어가니 뭐 확실히 남는 장사. 개그저널리즘의 첨단을 달리는 이들에게 경배를.

 

PS. 축구 말 나왔으니 말인데, 월드컵 붐으로 악성황빠질에 대한 책임을 쉬쉬하려고 했던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를 생각하면 이제부터 대략 안습이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은 황우석 파동 따위는 관대하게 잊어버려주었으리라 확신하지만(특히 황빠 여론에 일부나마 동참하고 피디수첩 죽어라를 외쳤던 쑥스러운 과거가 있다면), 가끔 capcold처럼 끝까지 기억하려는 인간들이 있잖아.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좌파만담토크쇼 Stephanie Miller Show 공개생방송

!@#… 금요일, Stephanie Miller Show 공개생방송을 보고 왔다. 라디오 라이브가 아니라 거의 락공연을 방불하게 하는 엄청난 열기. 강력한 좌파만담토크쑈라는 특징과 자유주의-진보주의 성향 강한 매디슨이라는 도시가 만나서 만들어진 천혜의 조건이 만들어낸 에너지.

!@#… 우선 간단한 프로그램 소개. 이 라디오 프로는 문자 그대로 좌파적 정치성향으로 가득하며, 그 모든 이야기를 신랄한 풍자와 비판으로 풀어내며, 유머감각으로 중무장했으며, 전체가 노래 틀며 말하며 시간 허비하지 않고 순전히 말만 뱉어내는 ‘토크쑈’다. 진행자는 사십대 중반의 처자 스테파니 밀러.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아버지, 즉 극강 보수 정계 가문의 딸내미로 태어났으나 크게 탈선(?), 개그와 방송 진행에 능해진 특이한 인생역정의 소유자. 이 사람이 프로를 강력한 포스로 진행하며, 그 옆에는 성대모사의 달인 Jim Ward라는 사람이 각종 정치인 패러디로 운을 맞추어 준다. 여기에 감초격으로, 사이사이에 각종 개그 소리효과 및 그보다도 더 개그스러운 보수파들의 발언들을 넣어주며 가끔씩 한마디씩 거드는 피디 아저씨 Chris Lavoie (이 사람은 라이브에는 같이 움직이지 않고, 스튜디오에서 원격참여). 주로 공화당의 멍청한 정책, 보수층의 바보같은 생활방식들에 대한 풍자적 비판과 진보성향 움직임에 대한 열렬한 지지로 이루어진 프로. 정치인들을 흉내내고 까는 거야 뭐 그렇다치더라도, 부활절날 아침방송에 “그런데말야, 부활절 토끼라는거 따지고보면 이교도적 풍습 아냐?”라고 천연덕스럽게 찔러버릴 수 있는 것은 천부적 재능이라고나. 이 계열에서는 문자 그대로 떠오르는 스타. 공식 사이트는 여기.

!@#… 여튼 그런 프로가, 이번에 이곳 매디슨에 라이브를 하러 온 것이다. 여기는 스타보수논객 Billy O’Reilly가 사탄의 자식들이라고 칭했을 정도로 자유주의-진보주의 성향이 강한 곳인데다가(그래서 이번 라이브에 많은 시민들이 사탄 뿔 모양 머리장식을 하고 방청을 왔다…그래 우린 사탄의 자식들이다 어쩔래, 하는 만담 정서), 최근 가장 개가를 올리고 있는 진보성향 상원의원이자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경선에 출마선언한 파인골드의 홈그라운드이기까지 하다. 그러니 뭐 분위기 끝내주지. 아침 8시부터 하는 방송이었고 7시부터 입장 시작이었는데, 당연히 만석. 문자 그대로 남녀노소, 이성애자 동성애자 할 것 없이 열광.

!@#… 좌편향이고 진지한 내용들을 주욱 다루면서도, 유머와 풍자정신으로 대중성을 확보하기. 한마디로 ‘즐거운’ 좌익. 보수주의자들보다도 더 엄숙한 진보들이 스스로의 앞길에 장애물을 던져넣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 반드시 참조해서 한번 만들어보고 싶은 포맷의 방송이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라는 말 이상으로 임팩트가 있는 것, 그것은 바로 “다 즐겁자고 하는 짓인데” 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당일 행사 사진들 모음

 

(2006.5.23 일부내용 추가)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그들은 어디에? 황빠 담론 선동가들을 기억하며 (v1.4)

!@#… 누구나 주지하다시피, 이번 황우석 사건은 일종의 담론전쟁이었다. 평범한 대형 과학 사기 사건으로 끝났어야 할 사건이 국익이 어쩌니 희망이 어쩌니 하면서 무슨 국가의 운명을 건 대단한 것으로 포장되어, 오히려 가장 간단한 사회적 공공선의 지향점인 “나쁜 짓 하면 벌받는다”는 진리마저 당연하다는 듯 부정되도록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혁혁한 뻘타로 사태를 악화시킨 황빠 담론 주범들과 공범들이 참 많이 있었는데, 워낙 일들이 많이 일어나다 보니 다 기억하기도 힘들지 않던가. 그래서, 좀 적어놓을까 한다. 특성상 언론 미디어계가 중심이 되겠지만, 그 못지 않은 활약을 보인 일반인들도 넣어서. 리플반영 업데이트한, ver.1.2(06.5)에, 약간 코멘트와 내용 추가한 ver.1.3(06.6), 그리고 ‘학계’라는 치명적인 누락을 발견한 ver 1.4 (06.11). 설명도 중간중간 새로 파악하는 상황에 따라서 업데이트.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잡스는 아무나 하나… 신제품 발표회 망신

!@#… 최근 관련 블로그계에서 작은 화제를 모으고 있는 훈훈한 미담. 뭐 개요는 대충 이렇다. 삼성-인텔-마이크로 소프트라는 강력한 3인방이 손 잡고, 새로운 서브-서브 노트북 ‘오리가미’ 시리즈를 출시하고자 야심하게 일을 벌인 것. 그리고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늘상 해오듯, 보스급들이 나와서 직접 기기를 만지작 거려주며 프레젠테이션을 함으로써 뽐뿌질 발표회를 가지고자 한 것. 그런데… 잡스는 아무나 하나. 비극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눈물겨운 과정을 단독보도한 코리아타임즈의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하자면 대충 이렇다.

장소는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 회견장. 30여명의 기자 운집. 신제품 Q1의 시연을 기사화하기 위한 것.

1번타자, 삼성전자 PC부 부사장 김현수 등장. Q1에 저장된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두 번째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음 (이노무 기계는 자체적 버튼식 키보드가 없어서…;; 터치스크린 키보드를 쓰기 싫으면 외장 키보드를 달아야 함). 혼자서 몇분간 해결하려다가, 결국 담당요원이 올라와서 도와줌. 그런데 몇페이지 후, 기계 꺼짐(밧데리 로우…;;).

2번타자, 마소코리아의 유재성 회장 등장. 마찬가지로 프레젠테이션 구동 실패해서 버벅대고 있는 중 삼성 직원이 올라와서 수습. 난데없이 수초간 피티 페이지들이 후루룩 맨 끝까지 자동 전환. “자, 이것으로 내용을 미리 주욱 보셨습니다”라는 뻘쭘한 수습용 멘트를 날린 후 간단히 피티 마무리.

3번타자, 인텔 코리아의 이희성 회장 등장. “앞의 분들이 좀 힘드셨으니, 제 방식대로 하겠습니다”라고 자신만만하게 장내를 수습하며 시작. 물론 프레젠테이션 파일 못열어서 또 삼성직원 출동.

… 결과 정리: 3타자 연속 삼진, 쓰리 아웃. -_-;

!@#… 기술을 밑천으로 장사하는 판이라 할지라도 경영과 기술은 다르다는 것 물론 누구나 하는 이야기지만, 이건 진짜 히트작이다. 빌게이츠가 윈도우 안정성시연 당시 파란 화면이 떳다는 전설적인 사례도 있기는 하지만, 굴지의 세 타자를 연속 범퇴시킨 Q1의 위력에 경배를. 아 그리고, 당시 무대를 지켰던 삼성 직원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 하지만 뭐 보통 그렇듯 capcold의 관심사는 약간 다른 곳에. 재미있는 것은 이 소식이 국내 언론에 전혀 보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코리아 타임즈는 외국인 대상 영자신문이고. 이 정도면 충분히 가십거리 정도가 아니라 꽤 강렬한 뉴스거리인데 말이다. 하다못해 맨날 언론쟁이들이 말하기 좋아하는 그 ‘한국사회에 필요한 전문성’ 어쩌고 쪽으로 담론을 가지고 가기에도 딱이고. 그런데 도대체, 현장에 있던 30여명의 기자단은 다 뭐하고 있을까? 하기야 삼성, 마소, 인텔이면 언론 관리에 있어서 정평이 나있는 동네들이기는 하지, 암. 이들이라면 발표회 현장의 쪽팔림을 숨기기 위해서라면 능히, Q1이 알고보니 프리메이슨의 음모였으며 그 안에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발견되었다고 할지라도 보도가 안나가게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지, 암. 황우석은 쇠고기를 돌리며 인적 네트워크 관리를 했는데, 이들은 뭘 돌리며 관리를 했을지 은근히 궁금하다.

!@#… 왜, 혹시 삼성전자의 무궁한 발전을 통한 국익 향상을 위해서 침묵하셨나?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애국적 열망과 숭고한 과학…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 황우석 과학 사기사건과 저널리즘에 대해서 열심히 이야기해온 만큼, 결국 논문 작업까지 이어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 최근 서울대학교 언론정보 연구소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서 국제 세미나 행사 “방송 탐사 저널리즘의 이론과 현실”(클릭)실시. 여기서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강명구 선생님 주도로 수행한 연구 Patriotic Passion and ‘Sublime’ Science: Un-searching for Journalistic Truth (한국어 제목: 애국적 열망과 숭고한 과학: 진실추구를 억압한 저널리즘)에 2저자로 참여. 아직 작업중인 논문이기는 하지만, 여튼 첫 공개.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사기사건 자체보다 그것을 다루는 저널리즘의 자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기자들도 속았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보다 저널리즘적 진실 추구의 과정 자체를 적극적으로 억압했다는 문제를 지적. 뭐 결국 여기 블로그에서 계속 해오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_-; 주로 집중한 부분은 저널리즘적 실천의 담론전략과 맥락조건, 그리고 무엇보다 결국 그 절대적인 황우석 만세 분위기가 뒤집혀 나갔던 “담론 균열의 기제”. 특히 capcold로서는 담론 균열의 기제 부분에서 분석틀을 의욕적으로 고안해낸 만큼, 이후에 분리해서 개별 논문으로 총대 매고 직접 진행하고자 한다. 행사 자료집은 위의 링크에 있고, 여기에는 당시 발표자료로 사용한 요약판 파워포인트 자료를 링크한다.

영어판은 이쪽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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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pyleft 2005 by 강명구/김낙호/김학재/이성민. 이동자유/수정불가/영리불가 —

황우석 사태와 저널리즘의 야매성 [차원/2006봄]

!@#… 3월 발간 예정인 서울대 언론학부 학생회 학회지 <차원> 이번 호에 기고한 글(비록 해당 지면의 마감 스케쥴을 완전히 재구축하는 민폐를 끼쳤지만…;;). 이 주제에 대한 논문 프로젝트도 따로 들어가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가볍지도 아주 학술적이지도 않은 이 정도의 ‘기름진 에세이’ 스타일이 가장 맘편하고 솔직하게 쓸 수 있어서 선호. 내용이야 뭐, 결국 계속 해오던 이야기인 황우석 논문사기 사건과 저널리즘. 일종의 방향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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