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가 일말의 반성도 뭣도 없이, 갑자기 정의의 사도 흉내내며 황우석 의혹 캐기 노선으로 간 것은 뭐 그렇다 치자. 사실 ‘다수 여론’이라는 것 자체가 딱 그 수준이니까. 조선일보가 그런 씨부럴 짓들을 하고 돌아다니는 것은, 다 충성스러운 지지를 보내주는 독자라는 공범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너무 급박하게 노선을 바꾸고 취재를 나서서 그런지, 취재내용들이 아주 개판이다. 최근 조선일보가 전형적인 ‘특종’형 보도로 내세우고 있는 이 녀석을 보자.
관례 벗어난 거액 연구비… 돈거래 조사 불가피: 섀튼, 黃교수에 ‘대금청구서’ 보내 (2005.12.21. 01:36 /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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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튼 교수는 황 교수에게 보낸 청구서에서 자신을 포함한 3명의 기본 연봉(Inst.base salary)을 섀튼 25만9000달러, 시멀리 12만6274달러, 휴잇슨 10만9803달러라고 밝혔다. 기간은 12개월이며 9월에 보낸 청구서에서는 ‘25%’에 해당하는 청구금액으로 섀튼 7만9858달러, 시멀리 3만8829달러, 휴잇슨 3만3764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이 부분은 9월에 보낸 청구서가 처음 보낸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도 비슷한 금액이 청구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즉 이 같은 금액의 요청이 수차례에 걸쳐서 정기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음을 의미한다…”
25%? 어디, 조선일보가 입수했다는 서류 스캔본을 봤다. 아니나 다를까, Effort on Project 항목 아래에 있구먼. 한국에서든 어디든, 대학원서 프로젝트 뛰면서 기안 만들어본 사람들은 이 지점에서 배꼽잡고 자빠져 웃기 시작할 것이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이건 ‘투입율’이라고 해서 개별 참여인력의 가용 시간과 노력 가운데 어느 정도의 비율을 이 프로젝트에 투입하는가 라는 것이다. 섀튼이 연봉 2만6천달러 짜리 가치를 지니는 사람인데, 졸라 프로젝트가 많단 말이지. 그런데 A라는 프로젝트에서 맡은 역할이, 그 인간 전체 업무의 25% 만큼의 노력을 투자한다. 그렇다면 그 프로젝트에서 내게 수당으로 주어야 할 것은 1년 기준 65000달러. 프로젝트에서 man-month를 계산하는 기초중에 기초다. 즉 조선일보 기자님들이 졸라 머리 굴려서 추측한 바는 이번에 25% 청구했으니 나머지 75%도 틈틈이 청구했겠구나, 뭐 그런거지만… 실상은, 이게 바로 전체 청구내역인 것이다. 문서 정도는 제발 제대로 읽을 줄 알았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자꾸 생긴다. 그래도 금액이 졸라 많다고? 무슨 교수가 연봉이 2억원이 넘냐고? 쌓인 업적과 명성에 따라서 연봉 차이가 졸라 큰 게 그 쪽 세계란다.
그리고 무슨 청구내역이냐고? Role on Project 란에 써져 있잖아. Chair, Board of Directors. 이 프로젝트에서, “이사장” 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연구수행이 아니라 이사장. 경영 역할. 뭘 경영하냐고? 제인 더필드 대변인의 미디어 관계 업무 금액도 청구되어 있는 것 보면 얼추 감이 잡히지 않나. 세계 학계 (및 생물학/의학 산업계)에 황우석표 줄기세포라는 상품을 세일즈하는 기업 경영을 하는거지. 그게 무슨 억측이고 자시고야, 문서에 다 나와있구먼. 이름을 붙여볼까? 월드 스템셀 허브 컴퍼니. 뭐 이런 비슷한거겠지. 한마디로, 애초부터 이건 연구 프로젝트용 청구서가 아니다.
아니 그보다. 이 청구내역이, 예산 제안서인지 아니면 영수증인지는 체크해봤나? Budget plan이냐 Invoice냐 Receipt냐? 확인 안해보고 그냥 터트린거지? 그럴줄 알았어.
!@#… 그래도 여튼 문제가 있어 보이는 부분을 의혹 제기했는데, 자잘한 것 가지고 트집잡지 말자고? 날씨도 추운데 쉰소리 좀 하지말자. 국익에 도움되니까 세포 데이터쯤 야매로 넘어가자는 말과 다르지 않으니까. 지들이 입수한 문서를 제대로 읽어내지도 못하고, 그 의미를 제대로 진단도 안한 상태에서 어설프게 펑펑 터트리기만 하는 바보들을 묵과하면, 지난 한달여의 소동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말과 진배없다. 거액 연구비가 미국으로 지출되었기 때문이 아니라도, 어차피 연구비 집행 내역은 조사대상이란다. 민주노동당이 그렇게 입이 부르터라 주장할때는 한줄도 안실어주더니, 이제와서 외국놈 나쁜놈 하면서 이런 식으로 들고 나오니, 참 신선하기는 하다.
!@#… 솔직히 조선일보 당신들이 난데없이 반성을 한다든지, 언론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든지 하면 심장마비로 쓰러져 돌아가실 분들이 너무 많으니 별로 기대도 안한다. 하지만 말야… 제발 기자들 공부 좀 시켜라. 아니면 국장을 공부 좀 시켜서, 이런 무식을 중간에 커트하도록 해주든지. 여튼 기차를 바꿔타려는 조선일보의 몸부림이 무지 애처롭기는 하다. 하지만 더 애처로운 것은, 그것에 기꺼어 속아넘어가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자칭 ‘국민여론’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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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조선일보에는 수많은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있다고 한다. 하지만 모처에서, 사실 조선일보는 졸라 바보집단이라는 제보를 입수했다! 그리고 조사를 해볼수록, 실제로 유능한 인재를 눈으로 보았다는 사람이 없다! (사회)과학적 분석을 해보면 해볼수록, 이제는 단 한명이라도 유능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러다가 방회장이 기자회견해서, “그래도 우리는 원천기술이 있다!”라고 선언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