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네티즌 사이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저작권법 개정에 대해서 한마디. 포탈사이트들의 으름짱성 공고문과 불확실한 정보 덕분에 불안에 떨며 개인 블로그들을 문자 그대로 ‘밀어버리고 있는’ 상태. 자세한 내용이야 워낙 여기저기 다 소개되어 있으니 패스.
여기, 저기, 또 여기, 그리고 저기
!@#… 게다가, 법안 자체는 이미 지난 9월에 통과되었다! 1월 16일이 발효일이라서 곳곳에서 ‘이제 정리 좀 하지?’라는 알람성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는 것일 뿐. 1월16일부터 발효된다는 지금의 개정부분은 사실 ‘법 개정’으로서는 상당히 마이너한 것에 불과하다. 개정된 부분이란 건, 음반 저작권에서 ‘전송권’을 가지는 저작권자를 작곡/작사가에서 인접인들(공연자, 음반제작자 등등)까지 확대한 것 뿐이다. 즉 전송권 관련 문제발생시(무단 사용, 불법 공유 등등) 개입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좀 더 본격적으로 단속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이것도 불법이고, 저것도 사실은 불법이었다’ 리스트…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여기에 명시된 모든 것은 이번에 갑자기 새로 불법으로 선언된 것이 아니다. 원래 불법이었던 것이다!!! 뭐 그딴 경우가 다 있냐고? 그게 자본주의의 저작권 시스템이다. 나는 그 시스템에 근본적인 결함이 여럿 있다고 생각하고 상당히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이것이 바로 현행시스템이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금의 개정 역시, 그런 시스템하에 있는 ‘법’으로서는 당연하고 상식적인 행보를 취한 것 뿐이다. 그리고 사실 기존 저작권법상으로도 충분히 유권해석할 수 있었던 부분을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정도.
!@#… 현행 자본주의 저작권 시스템의 핵심원칙은 아주 러프하게 요약해서, 이거다:
1) 저작권은 창작과 동시에 창작자에게 발생하는 자연권이다.
2) 저작권에는 재산권과 인격권이 있다. 인격권은 이게 내 창작이고 내 창작은 이렇게 생긴 것이라고 모두에게 인정받을 권리다. 그런데 재산권은, 말 그대로 저작권을 재산으로서 소유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이런 권리일체를 계약에 의해서 팔아넘길 수도, 다른 이들과 같이 손잡고 장사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3) 이런 2중 시스템이다 보니 가장 중요한 것: 작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사용 방식을 파는 것이다! 예를 들어 책을 출판한다고 하면, 인격권을 포함한 저작권 자체를 통째로 출판사에 넘기는 게 아니다. 내가 저작권을 가진 그 작품을 활용하는 어떤 방식, 예를 들어서 ‘단행본’이라는 것을 만들어 내다 팔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것이다(물론 돈을 받고). 바로, ‘출판권’이라는 하위개념이 된다는 말이다. 아니, 좀 더 와닿는 비유로 가보자. 씨디를 산다고 해보자. 당신은 그 작품, 그 음악을 사는 것이 아니다. 그 음악을 사용하는 하나의 방식을 사는 것이다. 바로, 씨디 플레이어라는 특정한 기계를 통해서 그 음악을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횟수 만큼 개인적으로 청취할 수 있는 권리를 산다는 것이다. 글씨가 너무 작아서 누구도 안읽지만, 음반에는 항상 써져있는 글귀들이 있다: 허가받지 않은 복제나 방송을 금하며… 등등. 사적인 청취 이외의 모든 다른 활용방식은 애초에 돈을 주고 사온 그 권리에 포함이 되지 않는다. 즉, 불법이다. 음반의 경우 그 사용처를 그렇게 처음부터 규정한거고, 사용자는 음반을 사면서 그 규정에 동의하는 형식이다. 도서라든지 다른 영역의 미디어들은 각자의 사정에 따라서 나름대로 다른 사용규정들을 명시적으로/관습적으로 정의내리고 있다.
4) 이건 법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시장의 관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도둑질’ 개념의 적극성이다. 내 물건을 가지고 네가 돈을 버는 것이 ‘전통적’인 도둑질이라고 치자. 하지만 현대에서는, 내 물건을 가지고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네가 망쳐놔도 도둑질의 범주에 넣는 것이다. 지적 재산물의 경우 특히. “사람들이 당신이 올린 불법복제를 공짜로 다운받아서 정품이 안팔렸다, 그러니까 고소하겠다”라는 말이 성립될 수 있는 이유다.
!@#… 그런데 온라인 상에서의 음악이 저작권 관계자들에게 골치아픈 것이, 개인적 활용(음반 구매, 방송 청취 등으로 합법적 권리가 보장됨) 과 공개적 보여주기(별도의 공연 저작권 허가가 필요)의 벽이 왕창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는 어차피 계속 보장되는 거고, 앞으로 문제는 후자인데… 뭐, 실용적으로 생각하자면 간단명료한 문제다. 사용하려면 저작권 허락을 받으면 되니까. 싸이월드의 음악 구매 시스템, 그리고 그것을 베낀 네이버 음악샘(튜브 음악의 컨텐츠 제휴)도 한 가지 모델이다. 노래가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고 부실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합법적이니까(벅스가 이쪽 시장으로 뛰어들면 엄청나질 것이다). 포털 말고 개인페이지에서는 못쓰니까 문제다, 라는 것 역시 그런 서비스를 출범시켜서 해결할 수 밖에. 그 저작권 시스템에 불만이 있어서 대항/반항하고 싶다면, 반대급부의 위험(즉, 적발시 책임)도 같이 감수하면 되는 것이다. 혹은 법정 싸움으로 갔을 때, 이것은 사적인 활용이다! 라고 끝까지 주장하고 증명할 자신이 있거나. 중요한 건, 이제 이쪽 카드가 열렸으니 저작권자측에서도 그럼 합법적으로 합리적인 비용으로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건 소비자로서 요구할 수 있는 – 아니 요구해야만 하는 – 정당한 권리니까.
!@#…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역시 사적 활용이라는 범주 자체를 완전히 새로 정의해야한다는 것이다. 지금 움직이고 있는 건 뭐랄까, 구시대적 모호함만 가득하니까. 예를 들어 현행 저작권법에서도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라는 용어로 확장된 개인의 개념을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기가 산 씨디라 할지라도 그것을 mp3로 떠서 홈피 배경음악으로 까는 것은 불법이라고 각종 포털의 안내문에 나와있다. 하지만! 홈피를 만든 다음에 자기가 산 씨디에서 음악을 립해서 올리고, 어디 멀리 미국에 있는 자기 친지들만 볼 수 있도록 비공개 설정을 해놨다고 해보자. 이 경우는 분명히 예외조항에 해당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정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라… “나는 모든 네티즌의 친구야!”라고 한다면 어쩌란 말인가! 공연/방송 역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반대급부를 받지도 않을 경우 판매용 저작물을 재생하여 공연할 수 있다(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빼고)”라고 현행법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대통령령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서 뭐라도 할 수 있겠다. -_-; 왜냐고? 간단하다. 누구 자기 블로그로 돈 벌고 있는 사람? 그런데, 또 거꾸로 생각하면 정말로 아무런 반대급부도 없는 건가? 이 얼마나 애매모호한가. 더 유능하고 비싼 변호사를 살 수 있는 사람이 이기는 구조일 뿐이다, 이래서야.
한마디로, ‘불특정 다수’와 ‘한정된 범위’를 현재의 사용패턴에 맞게 재정의 내려야 하며, ‘영리’와 ‘반대급부’를 새롭게 타진해야 한다. 그런데 어차피 법 개정은 힘있고 돈버는 쪽, 즉 저작권자 입장에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사용자 입장에서의 지분확보에 해당하는 ‘사적 영역의 재정의’는, 사용자들이 직접 나서서 운동이라도 벌이지 않으면 씨알도 안먹힐 것이다. 이건 정말 엄청난 이데올로기 싸움이며,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승부다. 중간계의 운명을 건 펠렌노르 평원의 대전투는 이에 비하면 애들 골목싸움이다. 여기에서 사용자들이 확실하게 밀어붙여서 자기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일본식 관료주의(절차가 복잡해서, 왠만하면 아무것도 사용 못한다!)나 미국식 소송 만능주의(여하튼 고소하고, 법정에 가고, 배상금을 문다!)에 빠져도 할 말이 없어지는 것이다.
!@#… 하지만 여전히 이쪽 ‘진영’은 힘이 미약하기 짝이 없다. 운동으로서 정보운동을 표방하는 사람들이 일반 대중과의 접점을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법 개정의 문제라든지, 사용자 권리라든지 하는 것에 대해서 이 쪽에서는 항상 힘들여 캠페인을 벌여 왔지만 정작 힘을 모아야 했을 일반 대중들에게는 뭔가 어렵고 법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로 밖에 안들렸고, 그래서 무관심하게 넘어갔다는 것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지난 9월에 이미 통과된 법이, 발효를 코앞에 둔 이제서야 대중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고. 그렇다면 왜 지금 화두로 떠올랐나? 더욱 더 간단한 이치다. “내 블로그에 내가 음악을 올려놓는게 불법이고, 이전에 올렸던 걸 다 지우라고 하니까!!!“. 다시말해서 이제 이 문제는 사회의 발전이니 정보의 공유니 하는 거창한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내 생활이 불편해지고 내 시간과 노력 투자가 헛것이 되는 지극히 일상적인 문제로 돌아오기 때문에 공감을 얻는다는 말이다.
사실 진짜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것이다. 아직 ‘안’으로만 제시되어 진행중인 친고죄 조항 폐지 움직임. 지금은 위법사항이 있을 때 저작권 주체가 그것을 고소해야 죄가 성립된다. 하지만 저작권법이 친고죄에서 벗어나버리면, 정부기관이든 뭐든 누구나 감시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이건 정말 엄청난 파란을 몰고 올 것이다. 저작권 보장을 통한 득보다는 전체 정보유통의 경직성을 통한 실이 절대적으로 큰 부분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실명제’ 만큼이나, 말은 번드르르 하지만 실상은 정작 형성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붐을 폭삭 죽여버릴 극약이다.
!@#… 이번 음반법 개정을 통해서 저작권자들의 권리가 향상되고, 도를 넘어섰던 불법(아니 불법이라고 대부분은 자각하지도 않고 있던) 권리 침해행위들이 줄어든다면 그건 나름대로 좋은 결과일 것이다. 그런 지점을 부인할 생각도, 필요도 없다. 하지만 변해가는 환경 속에서 저작권자의 권리 확보의 폭 만큼 사용자들의 권리 확보도 발을 맞추어서 균형관계를 맞추지 않으면, 발전의 원동력은 꺼져버리고 말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개정에서 같이 문제가 된 ‘노래가사’를 들어보자. 노래가사가 엄연한 저작물인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기 블로그에 가사를 소개하고 노래를 칭송하며 그것에 얽힌 애틋한 사연을 서술하여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행위를 불법으로 도장찍고 막아버리면 그게 도대체 뭐하는 짓거리가 되겠냐는 말이다. 이래서야 대중의 사랑을 성장기반으로 삼는 대중음악 자체가 멸망의 지름길로 빠져드는 꼴 아닌가.
여튼 말이 길었다. 내가 희망하는 것은 단 한가지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모여든 저작권 개념에 대한 수많은 관심들. 제발이지 이것이 조금이라도 더 끈기있게 지속되고 힘있는 여론을 형성하여, 저작권 시스템의 균형적 발전을 이룰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끈기있게 지속된다’가 최대 난관이다).
!@#… 그리고 당연히 음악 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 이런 움직임들이 적용되어야 하고. 만화의 대여권과(대여는 사회악이야!라는 유아적 논리가 아니라, 저작권자가 대여라는 유통방식/시장을 선택할 것인가 말 것인가 권한을 가지도록 한다는 것의 의미… 현재도 이미 가능한 실용적인 해결책은 이곳을 참조) 인터넷 전송권이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 이 글이 마음에 들었으면 자유롭게 퍼가십시오. 출처는 명시하시고. 제가 생각하는 네트의 이상향입니다.
—- 2005. Copyleft by capcold. 이동자유/동의없는개작불허/영리불허 —-
====================================================
[초대형 뱀다리 부록] 현행 지적 재산권의 제한 규정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