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5년째.

!@#… 5년전 오늘 – 한국시간으로 보면 이미 어제 – 세계사의 흐름은 바뀌었다. 아니 사실 별로 바뀌었다기보다, 이미 망가져가고는 있었지만 더욱 가속되었다는 쪽이 맞겠지. 몇명이 죽었느니 상징적인 전쟁이니 하는 테러의 부산물(!) 격인 비극 말고, 바로 공포‘로 이성을 마비시키는 ‘테러‘ 본연의 진정한 목적이 훌륭하게 충족되었다 (여기에 관한 진짜 명 칼럼이 하나 있다… 영어지만).

!@#… 효과적인 지배구조에 있어서, 피지배인들의 이성과 성찰만큼 성가신 것은 없다. 테러 같은 초대형 부도덕 이벤트는 한 큐에 사람들을 흥분/분노시키고, 그 뜨거운 열기는 순식간에 이성을 증발시킨다. 당한 사람은 당한 사람 나름대로, 입힌 사람은 입한 사람 나름대로. 당한 사람이 입힌 사람에게 보복을 해서 입힌 자가 다시 당한 자가 되고 다한 자가 입힌 자가 되면 더욱더 모두들 사이좋게 공평하게 광기스러운 멍청함의 나락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가장 간단하고 뚜렷해 보이는 자기보호의 상징(실체는 어떻든 간에)에 본능적으로 매달려 든다. 그래서 아랍 세계는 맹목적 강경 이데올로기의 기치 아래 한층 똘똘 뭉쳤고, 부시 정권은 미국의 경제와 외교와 문화와 교육과 복지를 말아먹고도 재선되었다. 모두모두 윈-윈 게임. 이렇게 “해피한” 결과가 나왔을 정도인데, 9/11 자작극 음모론이 안나오면 오히려 이상하겠다. 덤으로 한국의 부화뇌동자칭보수실질바보 세력들도 충미의 길을 더욱 공고하게 할 수 있었고.

!@#… 공포에 의한 권력의 도식: 1) 두렵게 만들어라. 두려워해야할 상황을 일부러라도 만들어내라. 2) 내가 너희들을 지켜줄꺼야, 라고 이미지를 풍겨라. 3) 공고해진 권력을 즐겨라. 여기에 저항하는 방법, 간단한 원칙을 잊지 말자. 1) 두려워하지 말아라. 2) 이미지에 속지 말고 머리로 생각해라. 3) 권력을 즐길 틈을 주지 말고, 물심 양면으로 괴롭혀라.

PS. 9.11 5주년이라. 이번 10월 7일이면 미국이 고작 10여년전에는 우방으로 해방전사로 추켜세우고, 같은 해 3월에는 지진구호를 해준다고 국제 기구까지 들어갔던 바로 그 아프간을 밟아버린지 5주년. 다음 3월 20일이면 안그래도 십여년 넘게 경제봉쇄로 말려죽이고 있던 이라크를 구라로 핑계까지 대가면서 박살낸지 4주년. 뭐, 사람들은 별로 기억 안해주지만.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캡콜드의 색다른 만화 요리 [무크지 밥/0605]

!@#… 앞의 글과 마찬가지로, 무크지 ‘밥’에 기고한 글. 원래는 한국에 아직 안들어온 좋은 작품을 소개해준다는 의미에서 앞의 글의 박스기사로 작성되었던 것인데, 별도 코너로 분리되어 실렸다. 원래 이 박스기사의 제목은…

<부록> 해외 요리 접해보기: 영미편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밥 먹듯 읽는 만화 독서론 [무크지 밥/0605]

!@#… 만화무크지 ‘밥’에 기고한 글. 지난 5월에 나왔으니 꽤 되었으며, 다음 무크(‘에로’)도 목전에 있고, 게다가 온라인 버전도 없는데다가 어차피 어떤 잡지 품평에서도 언급되지 않는 마이너(왠만하면 만화작품만 보지, 누가 칼럼까지 자세히 읽기나 하겠나)인 만큼 뭐 그냥 평소 그리 하듯 여기에 백업성 개제. 기본적으로는 ‘밥’이라는 컨셉에 맞추어, 만화독서에 임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 당연히 게재 편집 버전이 아닌 미수정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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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범의 만화사랑

!@#… 29억 횡령 공무원, 알고보니 꽤 자기 취향을 가꿀 줄 아는 멋쟁이였다 파문.

’29억 횡령’ 공무원, 동전 수집에만 15억원
[노컷뉴스 2006-09-07 11:15]

29억을 횡령해서, 절반을 동전 수집에 투자. 뭐 그거야 단순한 수집욕뿐만 아니라, 투자가치를 노리고 그랬을 수도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별장 지하에는 미니바와 당구대를 설치했으며 방 2개에는 1000만원 어치의 만화책을, 또 다른 방 1개에는 400만원 상당의 비디오테이프를 진열해 뒀다” 는 대목이 진짜 대박. 돈 생기면 보고 즐기고 싶었던 만화로 잔뜩 한 방 채워넣는 뭇 소년들의 꿈을 직접 실현한 셈. 집착적으로 돈을 긁어모으기만 할 뿐 자신의 취향을 가꿀 줄 몰모르고 사기 명품과 골프채에나 돈 꼴아박는 뭇 졸부들에게 경각심을 울릴 만한 문화적 기개라고나 할까. 이 분의 만화사랑을 높게 사서, 감방은 만화도시 부천 인근으로 배정할 것을 강력히 추천하는 바다(거짓말이지만).

!@#… 아니 그보다, 난 이 사건이 왜이리 웃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