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만든 환경을 기억하다 – 『재미난 집』[기획회의 221호]

!@#… 재미난 집Fun Home에 대해서는, 고백할 것이 하나 있다(뭔가 커밍아웃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쪽 리뷰에서는 물론, 심지어 책내 서평에서도 왜 그랬는지 이해못할 실수를 하나 저질렀다. 아버지의 커밍아웃이 죽음 ‘직후’라고 썼는데, 첫째는 아버지가 죽은 이후 비로소 아버지에 관한 여러가지 것들을 새로이 발견해나간다는 비유적 의미, 둘째는 어머니가 사실을 폭로했고 아버지는 딸에게 직접 대놓고 고백하지 않았다는 미묘함을 포함하려 한 것. 하지만 다시 읽다보니, 마지막 자동차에서의 대화장면이 충분히 직접적인 커밍아웃 아닌가. 여전히 뒤늦었고 ‘어긋난 타이밍’이라는 문맥은 그대로지만, 상당히 당혹스러운 팩트 실수가 되어버렸다. 한마디로, 무척 쪽팔리는 실수. 출간된지 얼마 되지 않는 책이기는 하지만, 2쇄를 찍을 때 반드시 수정 필요. 그런 의미에서, 빨리 다들 책을 사서 초판을 소진시켜주셈. (핫핫)

 

자신을 만든 환경을 기억하다 – 『재미난 집』

김낙호(만화연구가)

가족의 기억을 다루는 작품은 흔히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채워줘야 한다. 한쪽으로는 굳이 작품으로 만들었을 때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줄 만큼 나름대로 특이한 측면이 있는 가족이어야 하고, 다른 쪽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가족으로서의 특징을 담아줘야 하는 것이다. 전자가 미비하면 그냥 일기장에 불과해지고, 후자가 미비하면 애초에 가족물로서 성립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런 소재면의 균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의 기억을 애초에 왜 다루고 있는지 그 자체다. 가족의 모습을 통해서 일종의 사회 풍자나 민속지 기록을 노릴 수도 있겠지만, 굳이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이야기한다면 그보다 좀 더 담아내고 싶은 것이 있기 마련이다. 바로 현재의 자기 자신을 만들어낸 환경을 되짚어보는 것 말이다. 어쩌다가 내가 나 같은 사람이 되었을까, 그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자신이 가장 밀접하게 같이 살아온 인연인 가족의 이야기로 가는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회한일 수도, 애정일 수도, 그 모두일 수도 있다.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향수로 풀어내는 것도 좋겠지만, 진정한 사색은 과거의 가족 관계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현재의 내가 그 당시의 모습들과 대화를 하면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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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워를 지지하기, 이왕이면 취향의 당당함이 필요하다

!@#… 미디어 연구자로서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항상 재미 있는 담론쌩쑈가 끊이지 않는 한국의 온라인. 현재의 핫이슈에 아프간 피랍사건이 돋보이는 것이야 당연한 귀결이지만, 흥미롭게도 그것과 거의 맞먹는 정도로 주목받는 토픽이 있으니 바로 영화 ‘디워’. 특별한 사회적 이슈거리가 들어있지 않은 순수한 장르 오락영화 한 편으로 이렇게 시끌법적한 것을 보고 있다보면 참… 역시 고온다습한 날씨가 고온안습한 쌈박질을 만들어낸다고나.

!@#… capcold는 바로 그 헐리웃식 한국 괴수영화(…) ‘디워’를 아직 보지도 않은 입장에서, 솔직히 사람들이 그 영화를 좋아하든 열광하든 싫어하든 혐오하든 별로 상관없다. 다만 기왕이면 근거있는 사회, 앞뒤 ‘말이 되는’ 대화를 선호하기는 하지만. 뭐 그래도 자기가 좋아서 본다는데, 자기가 싫어서 안본다는데 뭐가 문젠가. 영화적 완성도, 장르적 성취의 기준으로 보는 사람들이 아무리 디워를 싫어하더라도, 당신이 어떤 이유에서든지 간에 좋아했다면 당신의 영화표 값은 한 것이다.

!@#… capcold에게 정작 흥미로운 것은 그저 영화를 마음에 들어한 사람들이 아니다. 남들도 닥치고 마음에 들어해야 한다고 미친듯이 소리치며 설파를 하는 뉴스 리플러들, 블로거들 쪽이 더 관심이 간다. 황우석 줄기세포 사건이야 뭐 줄기세포 만들면 산업이 쑥쑥 성장하고 옆집 병자가 모두 벌떡 일어선다는 식의 직접적 이익의 느낌이라도 있었지만, 솔직히 장르오락영화 한 편이 잘된다고 해서 그들에게 어떤 이익이 떨어진다고 상상하고 있겠는가. 심지어 종교라 할지라도 선교를 함으로써 자신이 얻는 이익(천국행)이 있다. 즉 정말로 ‘취향’의 문제이고 자기만족 이외에는 별반 동기부여가 없는 것이 정상일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열성을 다 하는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런 귀찮은 짓을? 항상 그렇듯 뻘스럽게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다가 도달한 capcold의 가설은 이거다: 자신의 취향에 그저 한없이 자신감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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