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 기자회견, 그리고 잡상.

!@#… 한줄로 웃겨주마:

저는 줄기세포 배양해본적도 없고, 줄기세포를 볼 안목도 없었습니다” (황우석, 기자회견중 답변)

!@#… 여튼 오늘 기자회견은, 수염기르고 병원에 누운 것 이래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였음.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 난 그냥 속은거지만 나한테 화살을 돌려라, 라는 막강 클라이막스까지. 안되겠다. 황우석씨를 언론학과로 모셔야겠다. 이 사람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자기 수족처럼 다룰 줄 아는 분이다. 어차피 이제 검찰조사 불려나가는 것 빼고는 할 일도 없을텐데, 수능보고 언론학부에 입학할 것을 권한다.

!@#… 황 사건에 대해서, 아직도 똥오줌 못가리는 사람들이 많다. 원천기술이 있네 없네, 바꿔치기 당했느니 말았느니… 뭐 이제는 적어도 논문 조작 만큼은 적어도 확고부동한 만큼 과학자로서 생매장 당하는 것은 다들 어쩔 수 없이라도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황우석의 이번 기자회견은, 솔직히 말해서 일본 수상이 역사 사과 하는 것들과 비슷한 삘이었다. 화려한 수사를 동원해서 사과를 하기는 하지만, 도대체 뭘 사과한건지는 도저히 아리송한 것 말이다. “잘못은 없지만 여하튼 다 내 책임이다”라는 가식.

!@#… 그런데, capcold는 다른 지점에 주목한다. 아무리 아무것도 몰랐다는 황의 말에 또 한번 속아주더라도, 어느 특정 시점 – 아무리 늦어도 PD수첩 취재 도중 자기들의 ‘자체검증 결과’가 나왔다는 11월  중순부터는 논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닌가. 그런데 그 뒤에 한 작업이 뭐게? 피디수첩 죽이기. 거짓말로 속이고 사태를 모면하려 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진실규명  노력 자체를 죽여버리려고 한 것. 아직도 원천기술 타령이나 하는 탓에 여기에 초점 맞추는 사람들 별로 없지만, 나는 이게 가장 주목해야할 문제고 또 커다란 죄과라고 본다. 거짓말을 한 정도가 아니라, 진실이라는 사회 원칙 자체를 적극적으로 부숴버리고자 했다는 것. 숨겨놓은 원천기술이 넘쳐나서 알고보니 황우석 연구팀이 전부 황우석의 클론이라고 드러날지라도 이 죄과는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그런데 어째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처벌도 안받고 지나갈 듯한 불길한 분위기다. 심지어 도덕적 비난도 별로 안받고 있으니.

!@#… 이게, 비유하자면 이런거다. 월드컵 축구에서 한국 선수가 카메라맨들 눈 피해서 존내 대범한 파울을 저질렀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근처에 있던 심판이 와서 누런 카드 하나 꺼내들고는 휘슬을 분다. 그런데 그 선수가, 심판을 오히려 졸라 패버린다. 이봐, 그러면 당연히 레드카드에, 장기적인 선수 징계에, 잘못하면 게임도 몰수패에, 덤으로 국제적인 개망신이라고! 나쁜 짓을 하면 거기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룬다. 하지만 그 댓가를 거부하면 훨씬 더 큰 댓가를 치뤄야 한다. 이렇게 해놓지 않으면 아무도 곱게 처음부터 댓가를 치루려고 하지 않을테니까. “음주운전 하다가 단속에 걸려도, 경찰을 치어죽이고 달아나면 대략 오케이~” 인 곳은 지옥에 다름아니다. 제발, 최소한의 사회정의 정도는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한국사회가.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PS. 아까의 축구 비유로 돌아가보자. 무엇보다 이번 건에서 capcold가 가장 어처구니 없는건, 왜 한국팀이 이기고 있는데 휘슬 불고 지랄이냐며 우루루 경기장에 난입해 들어오는 관중들. 그리고 “심판이 앗아간 승리”라고 떠들어댔던 찌라시 언론들, 그리고 그것은 모두 강대국의 음모라면서 가슴만 치고 앉아 있었던 우리네 ‘평범한’ 시민들. 기억하라. 잊고 싶을 수록 기억하라. ‘평범한 시민’인 우리들 자신들의 이런 부끄럽고 치졸한 치부일수록, 더더욱 기억하라. 이런 광기의 늪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거나 아니면 침묵으로 묵인함으로써 일조했던 쪽팔림을 기억하라. 기억은 성찰의 시작이다.

확인사살: YTN은 미즈메디급 공범이다

!@#… 황우석의 ‘제 3의 언론사’ – 라기보다는 ‘사립 황우석 통신’ – YTN, 자체 조사위의 1차 결과 발표…가 아니라, 우선 사과글 세 꼭지만 공개.

http://www.ytn.co.kr/news/news_view.php?s_mcd=0104&key=200601031859454529
http://www.ytn.co.kr/news/news_view.php?s_mcd=0103&key=200601031848010820
http://www.ytn.co.kr/news/news_view.php?s_mcd=0103&key=200601031848010799

(MBC를 증오한 나머지 YTN을 응원하기로 결심한 무뇌 황빠들이 달고간 리플들, 가관이다)

!@#… 결국 시인한 팩트에 의하면 줄기세포 검증도 참여하고, 심지어 영롱이까지도 검증. 검사 결과는 물론 불일치 및 판별불능. 근데 이쪽은 피디수첩이 아니라서, 황우석 말에 따라서 착실하게 검증결과 은폐. 다른 건 이미 알고 있었다쳐도, 영롱이는 새로운 팩트. 도대체, YTN이 개입 안한게 뭐가 있나 궁금하다(그리고 또 윤교수까지도 따로 검증한 게 있었다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진실 은폐에 공범 역할 한거야?). 하지만 아직 ‘사람들이 어느 선까지 개입됐다’라는 건 밝히지 않고 있다. 조사가 예정보다 오래 걸리는 것으로 보아, 당초 생각보다 너무 윗선 + 많은 인원이 연루되어있을 가능성도 농후. 하기야 대통령이랑 독대하는 황우석이 고작 보도국장 하나 정도만 상대하고 놀았으리라는 상상이 너무 순진한 거겠지만. 참 그런데 피디수첩에 협박질이나 하고 줄기 신도들 선동해서 조직적 업무방해를 이끈 미스테리윤 아저씨는 같이 용의선상에서 조사하고 있기는 하는 지 모르겠다.

!@#…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세포를 미즈메디가 바꿔치기 한거고 황은 아무것도 모르다가 속은 것이라면 황도 ‘피해자다’라는 인식. 설령 그렇다 치더라도, 황은 세포에 이상이 있다는 모든 사실을 아무리 늦어도 11월 18일에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자발적인 의지에 의해서, 주도적으로, 피디수첩 및 기타 진실 규명 움직임을 총력 미디어전으로 철저하게 짓밟았다(이미 이전 글에서 분석했듯). 난자 불법 사용, 논문 세포 개수 의도적 조작 그런건 과학(윤리)적 차원에서 단죄한다고 치자. 하지만 진실을 짓밟은 행위는 사법적으로 엄하게 다스려서 일벌백계함이 마땅하다. 논문조작의 파트너가 황랩-미즈메디라면, 미디어전에 의한 진실탄압의 명백한 파트너는 황랩-YTN이다. YTN은 이번 건에서 그냥 찌라시 언론이었던 것이 아니라, 미즈메디 급의 공범이라는 말이다. YTN의 자성? 그거야 뭐 어떻게 되었든, YTN은 처벌을 좀 받아야 겠다. 민언련 같은 곳에서, 맨날 성명서만 내지 말고 이럴때 한번쯤 정식으로 소송을 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진실을 폭로할 권리와 자격을 스스로 지켜내지 않는다면, 저널리즘에 미래 따위란 없다. 아니 오늘도 없다.
PS. YTN 김진두 기자가 황랩 맞춤형 청부 취재 당시 비행기 값을 황랩에 그나마 사후지불이라도 했다고 만들어줬다는 수령증을 미디어오늘에서 입수, 공개했다. 어떻게 이런 문서 하나하나마다 야매의 포스가 철철 넘쳐흐르냐… OTL 불가사의한 일이다.

http://www.mediatoday.co.kr/news/read.php?idxno=42957&rsec=MAIN&section=MAIN

PS 2. 최근, 피디수첩의 최승호cp가 줄기세포 존재할수도 있다고 말했다면서 또 찌라시업계(와 찌라시들에 의존하는 신도들) 술렁인다. 아니, 피디수첩측에서 세포 검증한 건 2005년 논문이자나. 2004년 것은 그렇게까지 완전 검증 안했다고. 그럼 당연히 세포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고 해야지, 소신만으로 없다고 말해야 하나? 그런데 그걸 찌라시 보도에서는 완전히 피디수첩이 줄기세포의 존재를 인정했다느니, 한발 빼기 시작했다느니 별의별 지랄발광을 떨고 앉아있다. 도대체 이 사회의 언론/여론 기능이 어디까지 바닥을 칠지, 그 하한가가 심히 우려스러우면서도 기대된다.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야매 외신은 계속된다: 유럽 라이벌들이 한국을 제쳤단다

!@#… 아직도 정신 못차리는구나, 찌라시 언론들의 지조때로 외신 짜깁기. 황우석의 사기가 만천하에 폭로되고 있는 틈에도, “이러는 사이 외국이 자꾸 한국을 추월하고 있어!”라는 골때리는 채찍질은 그치지 않는다. 사실 언론사의 입장에서, 이따구 논지가 가져다주는 몇가지 확연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뭐냐하면,

1) 독자 일반의 민족주의적 감수성을 건드려줌으로서 공감대 형성

– 심지어 ‘진실’보다도, 독자와의 공감대가 더 중요시된다는 것이 이번 건에서 누차 증명되었으니 뭐. 조선일보가 황을 감싸고 오보를 남발하고 진실규명 노력을 짓밟았지만, 황이 사기꾼으로 판명되었으니까 이제 조선일보 구독 끊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심지어 강단있는 반골 이미지로 자신을 구축해온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조차도 피디수첩의 진실규명 노력을 “재수없다”고 치부하는 판에.

2) 선진국을 따라잡자라는 현대사 이데올로기

– 여하튼 한국은 전후 현대사 내내 잘살아보세를 암묵적 국시로 삼고 있다. 그런데 잘살아보세의 내막은 정말로 행복한 삶을 꾸린다든지 하는 것보다는 선진국, 특히 서구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즉 한국 자체를 판단 기준으로 신뢰하고 싶지 않고, ‘선진국’의 눈으로 우리 자신을 평가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그러니까 미국의 영어테스트인 토익따위가 한국에서 입사 시험의 준거틀이 되지 않던가). 선진외국과의 비교는 아주 근본적으로 잘 먹혀든다. 재밌는건 한국 언론에 대한 불신이 극도로 심해지면서 독자들이 외신을 준거틀로 삼고자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는 것. 그 외신이라 할지라도 결국은 한국 언론을 통해서 필터링되서 들어오는 건데 말이지. 참 골때리는 일이다.

3) 저널리즘의 ‘전문영역’을 자랑하기

– 솔직히 요새는 누구나 다 자기 소식이 있고 특종이 있다. 즉 누구나 기사거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 극단적인 예는 오마이뉴스, 개인 블로그들이고. 즉 특별한 소식을 발굴해서 전한다는 저널리스트들의 입지가 그만큼 좁아졌다. 그런데 아직 ‘일반인’들이 손대지 못하는 분야가 바로 해외 언론들을 통한 소식, 즉 “외신”이다. 언어장벽이 있거든. 그리고 외국 언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왠만해서는 잘 모르고(잘 알 필요도 없고). 그래서 외신 보도를 하면 아주 전문적 저널리즘처럼 이미지가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다만, 실제로는 대다수의 저널리스트들도 그렇게 외신에 밝지 못하기 때문에, 소수 전담 취재자들이 가져온 소스를 가지고 서로 돌려가며 베껴가며 비스무리한 내용들을 양산하지만.

!@#… 게다가 이번 건에 한정시켜 놓고 보자면, 한가지 이점이 더 있다:

4) 지난 과오 묻어버리기

– 알다시피, 찌라시들로서는 참 이번에 밑바닥을 드러냈다. 아니 밑바닥을 파고 천연암반수까지 도달했다고나. 한편으로는 그래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 소재를 우려먹고 싶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추리꺼리’도 슬슬 떨어지는 만큼 어서 봉합하고 넘어가고 싶은 구석도 있다. 어떻게 하면 너무 속보이지 않게 다른 이슈로 넘어갈 수 있을까. 간단하다. “소모적인 논쟁을 이제 슬슬 접고 발전을 바라보자”라는 명제를 주입시키는 거지. 이런 패턴 한두번 본 것 아니지 않나. 가깝게는 2004년의 대통령 탄핵건에서도 화려하게 선보였던 담론 구성방식. 소모적 논쟁을 하면 안된다는 당위성을 주는 확실한 방법은? 이러는 동안 남들이 우리를 추월한다는 것. 명쾌하다.

!@#… 여튼, 그래서 이런 보도들이 나오는 것이다.

황우석 박사 실족, 유럽 라이벌 학자 활개친다
[연합뉴스 2006-01-02 01:05]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기사클릭)

스위스의 유력지이자 세계 우수 저널리즘 톱텐 안에 항상 들어가는 신문,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NZZ)의 1월1일 일요일자판에서 외신 인용. 선정적인 제목에서 볼 수 있듯, 황우석이 낙마하니까 다른 외국 학자들이 활개친다, 뭐 그런거지. 아 이거 위기감 고조. 한국인들이 이러고 있어도 될까, 하는 위기의식이 절로 샘솟는다.

!@#… 자 여기서, 슬슬 원문 뒤져볼 때가 되었지. 무료 기사 공개되어 있는 온라인판이 아닌, 유료 서비스라서 눈물 머금고 기사 단위 결재. 아아, 졸라 비싸다. 여튼 어디보자. 1면에 있는 기사 예고 제목은 “Weiter klonen“. 즉 “복제는 계속된다“. 59면(즉 그만큼 과학 기사는 무척 비대중적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에 있는 본문 기사 제목은 “Europas Klonpionier“. 유럽의 복제개척자. 자세한 내용은 좀 줄이고, 그냥 1면에 소개된 예고글 그대로 옮기자. 움라우트는 코드 깨지니까 생략.

Der Falschungsskandal um den sudkoreanischen Klonpionier Hwang hat die Stammzellforscher erschuttert. Jetzt ruhen die Hoffnungen auf den Wissenschaftlern in Europa. Einer von ihnen ist der in Newcastle tatige Miodrag Stojkovic. (by Mark Livingston, 1.1.2006)

남한의 복제개척자 황의 조작 스캔들이 줄기세포 연구자들을 뒤흔들었다. 이제 희망은 유럽의 과학자들에게 놓여졌다. 그들 중 하나는 뉴캐슬에서 활동중인 미오드락 스토이코비치다.

대략 여기까지만 봐도 원문의 뉘앙스 짐작가지 않나? 스토이코비치 소개 기사다. 황우석 이야기는 그냥 양념일 뿐. 그것도 전체 기사는 줄기세포 연구의 제도적 어려움에 대한 것, 줄기세포 연구가 복제인간 만드는 게 아니라는 것 등의 내용이다. 스페인으로 간다는 것도 고액연봉 스카웃 그런게 아니라 복제 연구 제한이 덜한 곳으로 가는거고.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이 기사는 스토이코비치를 통해서 줄기세포 연구가 무슨 만능 치료약이 아니라는 것, 당장 내일이면 모두 벌떡 일어나서 걸어다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잇다. 즉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세간의 편견과 거품을 오히려 깨버리고자 하는 기사라는 말이다. 유치하게 무슨 국제 경쟁이 어쩌느니, 유럽이 세계최고니(아니 도대체 유럽이 한 나라냐?) 하는 기사가 아니란 말이다.

또 덤으로 연합뉴스 문정식 기자는 “최근까지도 스토이코비치 박사는 건강한 여성의 난자를 확보한 황박사 팀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라고 쓴 대목이 있는데, 원문에서는 “건강하고 젊은 여성의 난자를 쓸 수 있는 남한을 부러워했다“라고 되어있다. 연합뉴스 문정식 기자가 생각하고 싶었던 것 처럼 스토이코비치가 황랩을 시기한게 아니라, 한국의 연구환경을 탐냈다는 거지. 이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연구환경을 찾아서 영국으로 갔고, 또 스페인으로 가려는 사람 아닌가. 참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이토록 뼈저릴 수 없다.

!@#… 하지만 지조때로 읽어낸 기사 하나, 한국 찌라시 업계를 한바퀴 도셨다. 아싸가오리 외치면서 이걸 그대로 이어받아서, YTN, MBN, KBS, 해럴드경제,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바퀴 돌아가면서 다 그대로 썼다. 번역이고 뭐고 그대로 베끼다시피 해서. 연합뉴스 기사에서 ‘미오드라’라고 이름을 잘못 표기하니까, 이후 보도들에서 너도나도 미오드라다. 원문에 원어로 쓰여진 본래 이름 안 읽어본거지. 하기야 영어들도 잘 못하는데, 독일어는 오죽하겠나. 게다가 숫제 이전에 국내에 보도되었던 과학 관련 기사들 검색조차 안해본거지. 중간에 “유럽 학자, 줄기세포 선두 주자로”(중앙일보) 같은 문학적인 제목으로 가끔 탈바꿈도 하고. 뭐 굉장하다고 밖에.

!@#… 하지만 진짜 걸작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있다. 세계일보, 아주 뒤지게 웃겨줬다.

한국은 죽쑤는데…미국 “배아줄기세포 신기술 개발”
[세계일보 2006-01-02 21:06] 조현일 기자
(기사클릭)

개그 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도입해야 할 것 같다. 여기서 UW-Madison에서 개발했다는 연구라는 것은 수정란 배아 줄기세포지, 황랩에서 하고 있던 핵치환 배아 줄기세포가 아니라고. 그것도 영양세포 공급법 개량을 통한 배양 효율 개선.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한 녀석은 브레이크 연구 중이고 한 녀석은 트랜스미션 연구중이었다, 라고 보면 되겠다. 나중에 다 취합되면 좋은 자동차가 나오는 것이지, 무슨 동종 분야의 라이벌 연구가 아니라고. 게다가 황빠들이 원천기술이라고 극구 주장하는 황랩의 주력 분야는 배반포 단계까지라며. 아 그리고 이 기사에도 말미에 “미오드라” 스토이코비치 박사 또 등장하신다.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 외신, 아니 그걸 인용한 연합뉴스 기사 적당히 쑤셔넣어서. 세계일보 조현일 기자는 스포츠고 연예고 정치고 경제고 뭐고 다 뭉뚱그린 ‘국제’ 섹션 전문인지라 과학에는 사전 학습이 좀 많이 부족했나 싶다. 그런데 프로 저널리스트가 그러면 안된다. 특히 전국민(?)이 세포 전문가가 되어가는 한국 현실에서. 너무 쉽게 야매란게 뽀록나잖아.

!@#… 호랑이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외국 과학자 라이벌들”이 몰려오신단다. 겁나 죽겠다. 아 뭐 여튼. 저널리즘의 위기는 온전히 저널리스트들의 몫이다. 어디 딴데 이유 돌리고 자시고 그런거 없다. 이런 식의 같잖은 외신 보도는 그런 야매스러움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이번 황건으로 한국 과학계의 야매가 마구 드러나는데, 사실은 한 구석에서 언론의 야매도 마구 드러나고 있다. 이쪽에도 나중에 사람들이 관심 좀 가져서, 언론개혁 한번 하면 얼마나 좋을까.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비겁하고 치사하고 당혹스러운 이야기

!@#… 황우석씨 대변 방송국 YTN의 주문형 맞춤 줄기 취재에 대해서, 뒷 이야기가 한가지 공개되었다. 비장한 임무를 지닌 안규리 교수가 윤현수 교수와 YTN 김진두 기자를 대동하고 피츠버그로 갔던 당시, 다른 언론사들은 어떻게 물먹었던 것인가. 수수께끼의 일부가 풀렸다.

미디어 오늘 기사. 또 다른 기사.

KBS 민경욱 특파원이 자사의 개인칼럼 코너에 올린 글과 후속 인터뷰. 요약하자면, 비록 단독으로 부름을 받은 YTN보다는 당연히 정보가 느렸지만, 적어도 일행이 비행기를 탄 후에는 다른 언론사들도 낌새를 알아차렸다는 것. 그런데 황팀(윤현수 교수)에서 졸라리 구라쳐가면서 다른 언론들의 접근을 원천 차단했다는 것. 그래서 10여명 여러 언론사들의 현지 특파원들이 다들 물먹고 말도 안되는 상황에 기분나빴다는 것. 그런데 말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다른 언론사들도 YTN의 주문 취재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 특히 민경욱 통신원의 말에 따르면, 그런 상황에 대해서 한국 본사도 통보를 받았고. 그런데도 보도 안하고 가만히 묻어두었다는 것이다!

물론 민 특파원은 이야기한다: “KBS는 가십거리를 기사로 쓰지 않는다”고. 아 그래. 홍사훈 기자 통해서 아예 과학적으로 구라틱한 이야기들을 풀어가면서 황빠만세를 부르짖고, 별별 확인 안 된 찌꺼기 정보들도 모두 기사화시킨 K자로 시작하는 방송국이 하나 있었는데 어디였더라? YTN이 그 주문형 맞춤 취재의 결과 들이밀어낸 카드를 보라. “죽이러 왔다” 아닌가. 피디수첩을 통한 진실규명 시도를 박살내고자, 김선종씨의 검증 안된 일방적 발언을 고의적으로 선정적으로 발췌했던 그 보도말이다. 물론 KBS도 잘만 인용해 먹었고. 그런 상황에서 이런 뒷배경 이야기는 가십거리가 아니라 YTN의 보도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혀줄 중요한 단서다. 그 정도 판단을 못할 정도로 저능한 사람들만 널려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그 이야기인 즉슨, 다양한 여러 언론사의 특파원들과 그들의 보고를 받은 한국 본사가, 의도적으로 침묵을 지켰다는 것이지. 여러가지 요소들을 견주어 본 결과, 대다수 여론인 황빠 만세에 줄서서 피디수첩과 더불어 MBC를 뜯어 발겨버리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 아름다운 공범관계 이외에는, 다른 설명 방법이 도저히 없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MBC다. KBS 특파원도 알았는데, 10여명 특파원들이 알고 있었는데 정작 이 문제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처지인 MBC의 특파원이 몰랐을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 ‘알고도 침묵을 지킨’ 사람들 속에 MBC가 없었다면 이상할 것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문제. 왜 침묵을 지켰을까? 일방적 맞춤보도였다는 사실은, 보도 내용의 진실성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서 유용한 반격무기인데 말이다. 왜 피디수첩이 벌겨벗겨지도록 방관했을까? 논리적인 추론은 한가지 결론으로 이끌어진다: MBC 운영진은 피디수첩을 방영하지 않고 사태를 봉합했으면 했다는 것. 대통령도 게시판 전언이라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압력을 넣었고, 광고도 떨어지고, 광기에 휩쌓인 일반 대중들이 잡아먹으려고 달려들고… 정의의 사도라면 모를까, 기업 경영진이라면 아주 기꺼이 진실의 은폐와 거짓을 선택할 만한 천혜의 조건이다. 여기에 보도국과 시사/교양국 간의 알력 같은 것은 양념. 즉 피디수첩 방송을 취소할만한 명분을 찾고 있었는데, 얼씨구나 YTN이 취재윤리 문제를 터트려준 셈이다. 그리고 덥썩, 대국민 사과와 피디수첩 취소로 분위기 반전 시도. 그렇게 해서, 진실은 묻혀버릴뻔 했다. 정작 엠비씨까지도 공범이 된 상태에서. 이것이 바로, ‘비겁한’ 이야기.

!@#… 논문 공저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나는 논문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황랩이 어거지로 내 이름을 가져다가 쓴 것이고 자신들은 사인해준 적 조차 없다고.

(YTN 기사라서 미안하다)

저자서명도 받지 않았는데 철회 서명을 받는다니 말도 안된단다. 아, 그거 말 된다. 한마디로, 저들이 억지로 가라 싸인 했다는 것이지. 사실 그 전에 또다른 주요 공저자인 안규리 교수도 명언을 남겼다. 내 연구 기여 파트는 논문 제출된 다음에야 줬다고. 더 거슬러 올라가서 노성일 원장 기자회견장으로 가볼까? 제출되기 이전에, 논문을 본 적도 없단다. 훌륭하도다. 그런데 말이다. 그렇다면 왜 이제 와서야 항의를 하는건데? 어쩌자고 논문이 유명세 타고 멋진 취급 당할때는 무임 승차했다가 이제와서 다들 뛰어 내리시나. 실제로 *뺑이 깐 박사 연구원들이 논문 저자 순위에서는 뒤로뒤로뒤로 밀려날 때, 당신들은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앞자리들을 떡하니 차지했다는 말인가. 그게 당연하고 옳은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인가.
이제 저울질 시작된다. 기여도 안한 논문에 무임승차했다는 것 즉 명예라는 뇌물을 받아쳐먹은 것이 드러남으로써 잃어버리게 될, 학자로서의 도덕적 이미지가 한 쪽. 희대의 과학 사기극에 공범으로 묶여버림으로써 당하게 될 엄청난 다구리가 다른 쪽. 이 두가지 사이에서 저울질하면, 뭐 당연히 백이면 백 전자의 길을 선택할 수 밖에. 무임승차해서 얻어먹을 것이 있으면 친구, 똥이 튈 것 같으면 남남. 자, 이것이 바로 ‘치사한‘ 이야기.

!@#… 황우석씨, 드디어 입을 여셨도다. 주류 미디어도 등을 돌리고, 진보고 보수고 모두 등을 돌릴때 결국 의지할 것은 하나다. 종교. 그런데 줄기세포교에 의지할 줄 알았더니, 진짜로 자기 종교인 불교에 의지했다.

“원천기술 존재 확실…곧 입증 / 해외유출 우려…연구재개 희망”
 김재일 회장-황우석 박사 단독 면담 2005-12-30 20:39 (법보신문)

 http://www.beopbo.com/content.asp?news_no=44539

긴 말 붙이기도 싫다. 원천기술 있으니 동대에 취직시켜줘, 라는 요지 되겠다. 또 기술 해외유출 나왔고, 원천기술 보유 나왔고 국민 나오셨다. 성체줄기세포 연구가 실패한 기술이라는 이야기는 차라리 애교로 간주하자. 원천기술이 있으면 연구윤리고, 논문 야매고 뭐고 다 용납이 된다는 천박한 의식에 호소하는 수법이 결국 병원에서 오랫동안 누워서 구상한 플랜이었나보다.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원천기술이다. 아니 그보다, 원천기술이 있든 없든, 미즈메디가 공범이든 주범이든 아무것도 아니든, 그 어떤 것도 난자취득의 비윤리성, 실험 데이터 조작과 적극적인 진실 은폐(치밀한 언론전으로 피디수첩을 격침시킨 것 생각하면, 혀를 내두를 수 밖에…)라는 황우석씨의 죄과를 상쇄해주지 않는다. 물론 박정희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라면 얼마든지 이런 말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속아넘어가 주겠지만. 

그런데, 궁금한 것. 특별 조사위의 조사 대상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혼자 돌아다니면서 막 자기 맘대로 미디어전을 수행해도 되는건가? 아직 서울대 교수 사표 수리도 안된, 공무원인데 말이다. 아직 조사위 활동이 끝나지도 않았고. 무슨 구속수감을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소한 조사 방해 활동 정도는 단속해야 정상이라고 생각한 capcold가 바보인가? 황우석씨의 발언이야 뭐 이미 밑바닥 드러낸 사람의 또다른 잔머리라 간주하면 땡이지만, 이런 허술한 상황은 그 자체로서 참 곤란하다. 여튼 좋든 싫든 마지막 미디어전을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 와중인 셈이다. 그런 것이 가능한 이 허술하고 야매스러운 시스템. 아주 “당혹스러운” 이야기다.

!@#… 진실 자체도 물론 중요하지만, capcold가 주로 관심있는 것은 진실이 어떻게 다루어지는가 라는 부분이다. 지금까지의 경과는, 진실을 원하는 사람은 대단히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 역시 여전히 대다수 사람들은 진실보다는 희망을 원한다. 예를 들자면 국익이라는 희망. 야매로 무임승차해도 안걸리겠지라는 희망. 모두의 희망을 건드리면 또 다들 신도가 되어 넘어가주겠지 하는 희망. 희망을 위해서 진실 따위는 적당히 구겨버려도 괜찮다는 발상이 폭주하는 모든 사례들, 그것이 바로 궁극의 비겁하고 치사하고 당혹스러운 이야기다.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PS. 이러고 있는 동안, 딴지일보가 아주 화끈하게 미쳐버렸다.

http://www.ddanzi.com/new_ddanzi/199/199so_043.asp

피디수첩에 대해서 내린 멘트: “그리 이성적인 자들이 황우석을 효수한 순서는 대체 얼마나 합리적인가. 그리고 황우석 아니어도 된단다. 거기까진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이뤄낸 일마저 아무 것 아닌 것처럼 말하는 거, 정말로 재수 없다.” … 아아… 지능형 황빠였구나, 이 사람. 효수한 순서는 합리적이었고, 이뤄낸 일마저 아무것도 아니니까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 것 아닌가. 검증해보니까 줄기세포가 다 구라였잖아. 재수없다고? 재수없어도 어쩔 수 없다. 진실인데 어쩌겠냐. 나도 피디수첩이 더 잘할 수 있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수 없다고 욕먹을 만큼 잘못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단 말이다. 기술 존재유무 몇개월 시간주면 간단하다고? 기술 존재 유무는 자료로서 이미 축적되어 있고 또 곧바로 검증 가능해야 하는 거다. 그래야 기술이 있다고 하는 거지. 입을 안닥치고 있어야 할 때 침묵을 지켜놓고는(논문 진위 문제가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된 것도 총수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였는데 특별한 후속조치 없음; 그리고 오래전 YTN 김진두 기자 인터뷰했을 때도 정작 맞춤형 주문 취재에 대해서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하지 않았던가). 이제와서 입닥치라고 하는 골때리는 작태는, 그냥 화끈하게 미쳤다고밖에는…

스스로 한 3년 이어온 “국민은 강팀이다” 캠페인에 도취된 나머지, 그 국민이 집단적으로 잘못되었을 수 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되나보다. 진짜 강팀은, 자신들이 저지른 반칙에 대해서 겸연쩍어하며 피나는 노력으로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힘쓸 줄도 알아야 한단다.

“서울대 관계자”, 언론과 여론을 주무르다

!@#… 서울대 조사위 2차 발표, 줄기세포 전무. 기록도 없음. 줄기세포라고 녹여준 것은 미즈메디인공 체외수정란 버젼. 원천기술이고 자시고 개뻥임이라는 점을 확인사살. 그런데 그보다 문득 궁금한 점. 불과 이틀전, 5개가 유전자 일치했다느니 하던 기사.

냉동보관 세포 일부, 체세포와 일치“(종합)
[연합뉴스 2005-12-27 17:08]  (홍제성 기자)

한동안 아이러브황 까페에 희망의 광기를 불태워주었고, 네이버 등지의 광신도들에게 감격의 눈물을 흘리게 해줬던 이 기사 내용이 한마디로 확인도 안된, 택도 없는 헛소문이었다는 것 아닌가. 물론 이 기사를 받아다가 YTN(연합뉴스 받아다 쓴 주제에, 방송시 무려 수의대에 나가있는 기자를 연결해서 보여주는 기민함으로 엄청난 기만을 떨기까지 했다… YTN은 이번 건 통해서 진짜 밑바닥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일보 등 몇몇 언론사들이 같이 기뻐해주기도 했다. 조중동은 오히려 좀 차분해하는 특이한 사례이기도 했지만.

그런데 이 기사의 구성이 무척 재밌다.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설명) – 서울대 관계자가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 – 그런데 조사위측은 아직 확인해줄수 없다고 한다 – 황교수는 원천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 이에따라 어디까지 원천기술인지 논란중이다.

황랩 말대로 결과가 나왔는데 조사위가 원천기술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전략 짜느라 어물쩍거리는 중이다, 뭐 그런 뉘앙스로 구축된 기사란 말이다.

1) 서울대 관계자와 서울대 조사위라는 두 입장을 깨끗하게 나눠버리는 것은 기본. 즉 대결구도에 의한 승패를 만든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조사위는 ‘패자’로 간주.

2)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선언으로 시작하고, 원천기술의 범위로 마무리를 하는 능란함까지.

3) 제목도 가관이다. 따옴표 처리를 함으로써 인용된 문구임을 밝혀서 나중에 도망갈 구석을 마련하는 치밀함이 있지만, 정작 그 문구를 이야기한 주체를 쏙 빼놓음으로써, 공인된 사실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부여해준다.

…기자 훈련 헛 받은게 아닌가보다, 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그걸 받아 쓰면서 제목에 따옴표 처리도 안한 세계일보 황계식 기자는 좀 안되어 보이지만.

!@#… 여튼 그런데, 맨 처음에 이야기했던 그 궁금한 점. 도대체, 이런 류의 어거지 찌라시 보도에서 맨날 나오는 그 ‘서울대 관계자’는 누구냐? 혹시 서울대 앞에서 붕어빵 뒤집는 아저씨 아냐?

!@#… 피디수첩 제보자 색출하자 소동에서 봤듯 취재원 보호라는 개념 따위는 1mg도 존재한 적이 없는 당신들이기는 하지만, 도대체 그 서울대 관계자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아마 결국 취재원 보호니 어쩌니 하는 이유를 들겠지. 오케이, 인정한다. 밝히지 마라. 하지만 최소한, 취재원 신빙성에 대한 검증은 스스로 해봐야 할 것 아니냐. 피디수첩은 시간과 돈이 남아돌아서 제보자 여럿이 나올때까지 기다리고, 무리수 둬가면서까지 제보 내용 검증받으려고 미국까지 찾아가고(결국 거기서 자충수를 뒀다가 나중에 낙마하고;;) 또 그것도 모자라서 과학실험까지 했냐? 연합뉴스는 얼어죽을. 동네 초등학교 학급지 어린이 기자들이 차라리 더 프로 저널리스트답게 군다(뭐라고 이야기해주면 항상, “어어어… 진짜루요?” 하고 재차 확인한다).

!@#… 그런데 역시 더 재미있는건, 이런 기본도 안된 보도들이 정작 여론을 이끄는 영향력 면에서는 막강하다는 것. 참 신기한 노릇이다.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YTN 커넥션, 점점 수면 위로

!@#… 이제야 슬슬 YTN 쪽도 슬슬 전면으로 드러나시는구먼. 뭐 결국 세상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민감한 문제, 바로 돈 문제를 통해서.

YTN 기자 체재비도 안교수가 지불

YTN 11월14일경 줄기세포 검사 취재했다

…그리고 여기서 언급된 CBS노컷뉴스, 그리고 YTN의 반박보도문.

여하튼 아직 미확인된 것, 주장들이 엇갈리는 것 빼자면 드러난 팩트만 해도 이정도다:

 – YTN 김진두 기자의 말에 따르면 안규리 교수가 김선종 연구원 만나러 미국 나간다는 정보를 알고 끈질기게 달려들어서 독점 동행을 허가받았다고 한다. 다른 어떤 언론사도 몰랐는데 YTN만 알았다? 아니면 누구나 다 알았는데 YTN 기자만 동행을 허용했다? 어느쪽일까. 뭐 어느쪽이든 YTN과 황랩의 ‘각별함’에 대한 근거가 되어준다.

 – YTN 김진두 기자가 (출처와 사용처 모두)의문의 3만불 반출에 도움을 주었다. 미신고 반출 한도가 1인당 1만불이니까 3명 머리수 채워준 것. 출처도 사용처도 몰랐다고 김진두 기자가 이야기한다. 출처도 사용처도 모르는데 거액의 외화 반출에 기꺼이 응해준다. 원래는 취재원과 객관적 거리를 유지해야할 기자가. 나중에 문제될까봐 비행기 비지니스석 운임 600여만원을 헐레벌떡 현금으로 챙겨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아 비행기 운임도 사실 쫌 까리하다. 김진두 기자의 주장은 집에서 300만원 챙겨갔고, 피츠버그 가서 300만원 뽑아줘서 600만원 완납했다고 한다. 그건 다시 말하자면, 처음 공항에서 결재할때는 황랩측(안규리 윤현수 교수)이 먼저 내준 것이 맞다는 이야기 아닌가. 즉 몇 백정도는 현장에서 가볍게 가불해주는 사이다. 아름다운 우정이로고.

 – 체제비를 누가 냈는가에 대해서, YTN의 대답이 없다. 황팀이 내줬다고 추측해도 무방. 고작 10여시간 머문 007작전이었으니 엄청난 비용은 아니지만, 여튼 ‘데리고 다녔다’는 컨셉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 황랩측이 피디수첩과 별도로 자체 검증을 맡기는 과정을 독점 취재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것도 무려 황랩측에 지정당해서. 아예 세포를 받아가서 검증자 역할을 했느냐(CBS, MBC주장) 아니면 취재만 했느냐(YTN 주장) 하는 것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도 물론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여하튼 어떤 경우든 간에 황랩에게 있어서 다른 언론사와는 다른 특권적 지위를 누렸다는 것은 확실해졌다. 즉 황우석씨가 이야기한 ‘제3의 언론기관’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한다.

!@#… 즉, 이 단계에서 이미 밝혀진 팩트만 놓고 봐도 YTN은 황랩의 인사이더로서 결합되어 있었다. 아주 밀접한 관계. 미스테리윤씨도 YTN 기조실장 출신이고 황우석씨 자신도 위원으로 들어가 있으니 가깝게 지낼 명분도 충분하다. YTN 입장에서는 황랩의 단독 밀착취재가 가능하고, 라이벌로 여기는 MBC를 물먹일 절호의 기회를 얻는다는 이득이 있다. 마찬가지로, 황랩으로서는 대변인격 뉴스채널을 하나 얻는다는 이득이 있다. 아니 애초에 그런 것을 위해서 열심히 사교생활을 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언론계에 넓혀온 것 아니었던가. 한마디로 윈-윈 게임이지.

!@#… 그래서 YTN이 죄를 저지른 것이냐고? 그게 참 거시기하다. 뇌물을 먹지 않은 한 법적인 죄는 아니다. 취재대상에 개입해서 고급정보를 얻어낸다는 것 역시 그 자체로 문제는 아니고. 황랩이라는 취재원과 모든 관계를 항상 완전히 공개하고 다닐 필요도 없다(나름대로 영업비밀인데). 하지만 그런 이해관계 때문에 보도의 객관적 사실관계 따위 은하철도 999타고 안드로메다까지 날라가버리면 그때부터는 곤란해진다. 뭐 상상하는 대로… 아니, 겪어본 대로다. “황우석 죽이러 왔다”고 말했다는 김선종씨의 일방적인 발언이 사실확인 없이 기정사실화되어 YTN의 대형 단독 특종이 되는 작태. 비지니스석 600만원어치 값어치는 충분히 뽑는다. 훌륭한 일이로다. YTN 경사났네. 사람들도 열광적인 호응을 해주고. 이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만약 황랩 쪽이 알고보니 거짓이었다면? 그때는 깔끔하게 꼬리를 자르면 된다. “우린 몰랐다, 우린 취재만 했거든”. 게다가 사람들은 YTN에 분노해줄 준비따위는 전혀 되어있지 않다. ‘국익에 반했던’ 피디수첩의 경우 당시와는 달리. 아무리 쓰레기 찌라시 같은 짓을 해도 전혀 밑질 것이 없는 최적의 조건.

!@#… 뭐 더 자세한 이야기는 사건이 더 정리되면서 차차 하도록 하겠다. MBC가 아주, 제대로 벼르고 있다.

(속보 추가) YTN에서 노사 합동 ‘자정작용 절차’를 시작했다. 당연히 그래야지, 꼬리(홍상표 보도국장, 김진두 기자… 그리고 사실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황우석씨부터 이쪽까지 두루뭉실 연결이 되는 커다란 인맥라인?)를 자르지 않으면 방송국이 통으로 엿먹는데. 뉴스에서 엿먹어도 드라마로 만회할 수 있는 여타 방송국과는 달리, YTN은 무려 뉴스전문채널 아닌가. 늦게나마 아주 약간은 정신 차려서 감사하다. 약간 더 정신차려서, 어거지 찌라시 보도에 관해서도 일괄 심층 조사를 좀 해보기를. 요새는 진짜, “이승은 기자가 보도합니다”로 시작하는 멘트만 나오면 파블로프의 개 마냥 조건반사적으로 아, 구라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니까.

 – 결국, 앞서 이야기했던 항공비 자사 결재 어쩌고, 완전 구라. 내줬단다. 이제 향응 제공, 즉 뇌물의 범주로 가뿐하게 세이프. 여기서부터는 확실하게 죄 맞다(공무원이 아닌지라, 법적인 죄가 아닌 윤리적 죄지만). 좀 있으면 체제비 내역도 나오겠지? 혹시 그것도 비지니스석 급으로 갔으면 빼도 박도 못한다. 기다려보자.

 – YTN 기자를 미국으로 꼬셔낸 것, 즉 주문취재를 의뢰한 건 사실상 이병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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