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색이 그대를 절망하게 하리니

!@#… 이번호 와이어드지(개인적으로 빠돌이급으로 좋아하는, 센스쟁이 테크-긱 문화 전문 잡지)에 실린, 또하나의 걸작. BSOD 갤러리! 우리를 분노하게 만들고, 좌절, 허탈, 해탈로 인도하는 바로 그 것. BSOD가 무언고 하니… Blue Screen of Death. 즉 “죽음의 푸른화면”. 즉 컴질하다가 에러나면 모든 기능이 죽어버리고 그 대신 뜨는 문제의 에러메시지 화면. 보통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계열이 파란 화면을 써왔고, 하필 이 녀석들이 가장 에러투성이였기 때문에 아예 파란화면으로 별명이 박힌 것. 요새 XP로 입문한 신참분들 혹은 거슬러 올라가봐야 2000 정도 밖에 안보신 분들은 다소 덜 보셨을 수도 있겠지만, 98이나 Me의 시대, 혹은 95의 시대나 3.1의 시대에 BSOD은 사용자의 끈끈한 (하지만 민폐덩어리인) 친구나 다름 없었다. GUI방식 OS의 역사는 곧 BSOD의 역사.

자, 그럼 애증섞인 익숙한 풍경으로 클릭.
http://blog.wired.com/wiredphotos30/

주: 비스타의 빨간 에러화면 주목. ‘exectuion’의 압박…;;;

개인정보 인증기관 개그

!@#… 몰래몰래 성인 사이트 돌아다니면서 “가입은 안했으니까 괜찮을꺼야” 하시는 이땅의 수많은 어둠 속의 인터넷 유저분들이여, 공포에 몸을 떨어야 할 때가 도래했도다.

privacy.gif

!@#… 뭐 결국,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작은 개그. 최근 행자부에서 주민번호 클린 캠페인을 벌인다는데… 허걱. 개인정보가 얼마나 한국에서 보잘 것 없는 취급을 당하는지 인증기관이 오히려 증명해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는 이야기(자세한 이야기는 여기로). 아, 물론 속임수이기는 하지만, 거짓말은 아닐 수 있다. 각 사이트에서 스스로 정보를 남겨두는 것은 아니니까. 대신에 (주)서울신용정보같은 인증기관에서 (라고 해봐야 결국 이곳도 민간업체 아닌가)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을 뿐… 인증 시간까지 정확히 기록해가면서. 사전 동의 같은 상식적인 절차까지는 바라지도 않더라도, 적어도 기록이 남는다는 것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호도하지는 말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마구 생긴다. 한마디로, “님들하 매너염”.

!@#… 한국에서 개인정보란 참 흔해빠졌다. 원래도 그랬지만, 인터넷의 힘 덕분에 더욱 더. 그러니까 차라리 개인정보 누출이 지나치게 많은 현행 주민등록번호 제도를 없애자는 합리적인 정보운동 진영의 의견이 강한 설득력이 있는 것. 신용카드처럼 랜덤 번호로 부여하고 이중삼중 안전번호를 부여하면 좀 좋아. 하지만 진짜 공포스러운 것은, 이런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참 무신경하다 못해 대단히 귀찮아하기까지 한다는 사실.

PS.위에서 착각했다. 싸이렌24 실명확인 서비스는 ‘서울’신용평가정보로, 한국신용평가정보와는 다른 회사구나. 덕분에 개그는 한층 더 아스트랄해진다. 왜 A에서 인증했다는데 B가 그 정보를 가지고 있지?!

— Copyleft 2007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iPhone, 안습의 씨스코

!@#… 매년 3억달러씩 날로 먹을 기회가 생겼던 씨스코, 자칫하면 지붕위의 닭을 보고 짓는 강아지 꼴 날 판.

http://blogs.zdnet.com/Burnette/?p=236

상황요약: 씨스코가 iPhone 상표권을 1999년부터 미리 등록해둔 터라 이번에 발표된 화제의 애플 신제품 휴대용 단말기가 그 이름으로 나오면 애플에게 상표권 사용에 대한 대가로 엄청난 수익을 요구할 예정이었는데… 아뿔싸. 상표 등록만 하고는 일정 기간 이상 동안 그 이름으로 된 제품을 실제로 만들지 않으면 시효가 만료된다. 그래서 씨스코가 유예기간 내에 박스 패키지 사진 하나 만들어서 특허청에 보내놓기는 했었는데, 이게 또 너무 가라 티가 역력한거다. 프린터로 iPhone이라는 스티커 하나 대충 뽑아서 아무 제품 박스에 대충 붙여놓은 것. 이런 안구에 양파즙스러운 상황이…-_-; 이거이거, 애플의 변호사들이 집단치매라도 걸리지 않는 한 씨스코가 99% 질 상황이다.

!@#… 역시, 지적 재산권 아귀다툼의 세계는 재밌다니까.

— Copyleft 2007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2ch 폐쇄위기, 그리고 ISP의 책임

(상세보도는 여기)

!@#… 일본의 분산형 거대 유저 커뮤니티 니챠네루(2ch)가 폐쇄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2ch는 한국으로 치면 디씨웃대루리웹DP를 합쳐놓은 듯한 곳. 즉 찌질한 리플놀이, 어처구니 없는 개그부터 황당한 소문과 쓸만한 좋은 정보까지 어지럽게 넘쳐나는 대형 게시판 커뮤니티 모음집. ‘전차남’의 주무대이기도 할 만큼 천만 일본 넷 폐인들의 고향. 그런데 이곳이… 운영자의 소신(배짱으로 읽거나 배쨈으로 읽어도 무방하다)으로 인하여 폐쇄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타임지 ‘올해의 인물’의 실수와 웹2.0의 본질을 생각하다

!@#… YouTube 플레이어를 형상화하고 그 속에 은박지로 거울을 만들어놓은 타임지 표지(온라인 판에서는 재현불가라서 그냥 You라고 쓰여있는 화면이지만).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은 바로 ‘당신You’이라는 존재다, 라는 논지. 어차피 인터넷의 세계는 사용자들이 직접 자신들의 콘텐츠를 유통시키며 여기까지 왔지만, 유튜브라는 막강한 동영상 유통 서비스 덕분에 업계로부터 산업적 전망의 주목을 받아서 결국 UCC라는 단어가 횡행한 한 해. 그 2006년을 상징하고자 하는 기발한 발상의 표지. 하지만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독자의 얼굴을 반사시켜줘야할 스크린 모양 빤짝이가 그리 좋지 않아서? 에이 설마. 그렇게 명백하면 그냥 감안하지, 위화감을 주지는 않는다고. 약간 더 자세히 보다보면… 찾았다. capcold.net 방문객 여러분들은 어떨까.

!@#… 정답: 유튜브 플레이어가 표시하는 동영상 총 재생시간이 20:06이다. 꽝이다. 유튜브는 저작권 침해 가능성과 호스팅 용량 등을 고려해서, 10분 이하 100메가 이하의 동영상만 업로드할 수 있다. 그래서 기를 쓰고 저작권 침해를 하며 드라마나 애니를 올려놓은 인간들은 모두 10분 단위로 쪼갠다. ‘Suzumiya Haruhi ep1 (part1 of 3)’ 뭐 이런 식으로. 아 물론 2006년을 나타내고 싶었다는 의도도 알겠고, 또 이건 유튜브가 아니라 그런 류의 서비스를 총칭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누가봐도 유튜브의 인터페이스고, 기사도 전부 유튜브로 도배했는데 어쩌라고. YouTube 쫌 쓴다는 사람치고, 위화감이 안들면 이상한거다. 한복에 게다짝 만큼 이상하고, 장동건 얼굴에 호머심슨의 몸을 이어붙인 것 만큼 이상하다. capcold.net에 화사한 그림이 넘치는 것 만큼 이상하다.

!@#… 그렇다고 오타쿠틱하게 자잘한 오류나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다. 타임지가 무려 ‘누구나 참여해서 당신들, 우리들이 핵심이 되는 현상’에 관한 특집을 마련하면서도, 정작 작성자들 자신은 유튜브에 동영상 한번 올려본 적 없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듯 해서 꺼내는 말이다. UCC니 웹2.0이니를 설파하면서도, 자신들은 여전히 그 현상의 바깥에 있기에 나올 수 있는 상징적인 ‘간과’로 느껴졌다.

!@#.. 사실 이런 식의 문제는 학계, 특히 미디어 현상을 다루는 분야에 있다보면 꽤 자주 마주치게 된다. 스타크에 대한 논문이 포스트모던이니 사회현상이니 각종 학문적 개념이 난무하지만, 종족과 유닛간 파워밸런스에서 나오는 미묘한 균형과 견제의 재미가 바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라는 매력요소에 대해서는 아무런 개념이 없어서 뭔가 글이 비어있다든지. 블로그 현상에 대한 분석논문을 표방하면서,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메인으로 다룬다든지. 안에 들어가서 본질을 캐내보려 하기보다는, 바깥에서 관찰하고 뭔가를 목격할 수 있기만을 바라기 때문에 생기는 위화감. 단순히 ‘피상적’이라는 말로는 설명될 수 없는, 사회과학의 ‘객관’ 개념이 가지고 있는 꽤 근본적인 한계. 그 길 위에 있는 capcold에게 있어서도 항상 고민거리다.

!@#… 아이러니컬하게도, 웹2.0이니 UCC니 하는 열풍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그런 식의 관찰자적 객관이 아니라, 무수한 참여적 주관의 통일되지 않은 집합에 의한 새로운 가치체계의 창출이다. 그렇다고 해서 주관이 객관이 되는 것은 아니고, 객관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닌 이상한 상태. 안티 엘리티즘이 팽배하면서도 엘리트의 역할은 조금도 감소하지 않은 기묘하게 유동적인 상황의 연속이다. 충분히 많은 대중이 모이면 전문가 못지않게 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 속에 묻혀있는 전문가로서의 기능들이 더 쉽게 소통의 루트를 얻어내는 상태. 에잇, 아직 나도 뭐라고 정리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지식으로 밥벌어먹기가 한층 힘들어질 것이라는 한 가지 확실한 점만 빼고는.

— Copyleft 2007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정보화 사회 예언서 EPIC 2014, 이제는 2015로 업데이트.

!@#… 구글이 지배하는 미디어 세계를 다룬 가상 다큐멘터리 ‘EPIC2014’ (자세한 한국어 소개 기사는 여기). 구글과 아마존이 병합되고 사용자 맞춤형 정보의 천국이 되며 여타 언론사들은 와해되거나 늙은이 전용 추억상품이 되는 그럴듯한 시나리오. 이 과정에서 구글은 정보를 사유화하여 재산으로 만들기보다는, 정보라는 생명체를 더욱더 자유롭게 날뛰고 스스로 퍼지며 성장하도록 북돋음으로써 정보계의 독점기업이 아닌 정보계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실제로 지금 그렇게 하고 있듯이). 그런데 이것이 처음 만들어진 2004년 이래로 아무래도 여러가지 일들이 계속 진행되었다. 그래서, 업데이트된 버전이 나와있다. 이름하여, ‘EPIC2015’ (클릭).

!@#… 새로 추가된 내용 가운데 특기할만한 것은 아이팟의 휴대용 터미널화와 그것을 통한 실시간 지리 정보 교환. 물리적 공간에 대한 정보의 지배력과 온라인에 대한 정보 지배력이 같이 만나는 지점이다. 구글은 구글어스와 구글맵이라는 지리 정보 서비스를 통해서 한층 굉장해지고, 아이팟과 팟캐스팅은 (북미지역에서는) 젊은이 문화의 일부가 된지 오래. 또한 유튜브의 활성화에서 보듯 UCC 동영상 서비스 역시 태풍의 눈. 바로 이런 경향들을 주루룩 반영한 셈이다. 이미 이전 버전부터 이야기했던 언론 뉴스의 완전 자동화, 모든 정보의 개인 맞춤과 연동이라는 측면들과 결합하며 더욱 더 정보 자체가 거의 자체적 생명을 얻는 것.

!@#… 열린 정보와 통합적 생활 편의의 유토피아? 은폐된 정보 독점의 디스토피아? 그냥 그러려니 하는 중간쯤의 세상? 글쎄. 중요한 것은 그 어떤 순간에도 사람이 정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가 사람을 질질 끌고다니는 양태를 슬기롭게 방어해나가는 비판적 성찰이겠지. 물론 2015년이 아니라 2006년 현재도 이미 실패하고 있지만.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