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블로그 문화의 현주소 [특집/기획회의 250호]

!@#… 기획회의 250호 커버스토리로 ‘블로그의 진화’라는 좀 짱인 특집을 했는데, 총론과 각계에서 활동하는 유명 블로거들 – 고재열, 김홍기, 조안나, 구본준, 이경훈 – 의 진단글으로 구성. 이것은 그 중 capcold가 기여한 총론 원고인데, 보통 그렇듯 적지 않은 분량을 할애 받았으나 그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구를 꾹꾹 참고 눌러 담은 글… 역시 연재칼럼이나 단행본 챕터가 필요할지도.

 

한국 블로그 문화의 현주소

김낙호(미디어연구가)

자고로, 연속선상에 있는 어떤 발전 상황 속에서 새로운 분기점을 인식하는 가장 편한 방법은 바로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다. 특히 개별 매체의 발달 상황이 빠르고 다양하고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인터넷이라는 미디어 공간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지난 수년간 인터넷 안에 머물지 않고 사회의 온갖 미디어에 오르내린 대표적인 개념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큰 망설임 없이 바로 ‘블로그’라는 용어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5-6년 전에 본격적인 버즈워드로 떠오른 이래로 블로그는 1인 1대중매체라는 인터넷의 포부를 실현시킨 모습, 즉 기존의 제도화된 저널리즘, 출판, 나아가 일상적 소통의 관행까지도 바꾸어 놓는 혁신의 상징으로 칭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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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영화계의 안중에 들어오다 [문화저널 백도씨/0704]

!@#… 만화가 영화 원작으로 열심히 쓰여서 유명세를 타고 돈이 산업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이야 물론 훌륭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만화는 영화를 위한 최고의 보고라느니 하는 식의 호들갑 오버로 흘러가지 않도록 조금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어서 쓴 글.

 

만화, 영화계의 안중에 들어오다

김낙호(만화연구가)

최근 수년간 영화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만화를 원작으로 쓰는 것의 화제성이다. 물론 영화계에서 만화를 원작으로 작품을 만든 것이 비단 어제 오늘일은 아니지만, 한국이든 헐리웃이든 만화에 대한 관심이 난데없을 정도로 지면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300』이라는 만화 그 자체를 화면으로 옮기는 것이 지상목표인 영화가 큰 흥행을 이루며 이런 현상은 한층 더 고무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만화는 희망적 관점의 기사들이 이야기하듯 영화계의 새로운 돌파구이자 활력소인가,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어떤 측면에서 그런 것인가. 한번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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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 멋지다 – NBC 드라마 ‘히어로즈’

!@#… NBC 드라마 ‘히어로즈'(Heroes) 보기 시작하다. 이거, 무지 재밌잖아! 참 당혹스러웠던 것이, 주변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처음 만나서 인사 나누는 미국인들까지도 만화 좀 본다는 capcold라면 당연히 이것을 보고 있겠거니, 하고 가정을 해버리는 것. 매번 아직 안보고 있었다, 원래 드라마 실시간으로 챙겨보는 일이 없다 등등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결국 보기 시작해버렸음. 스판과 근육과 주먹이 날라다니지 않는 슈퍼히어로 리그물은 아무래도 심심하다고 생각하는 쪽이지만, 한번쯤은 초능력을 지녔으나 밋밋한 바디를 지닌 서민들의 이야기도 나쁘지 않겠지 하고 예외를 두기로 했다. 스몰빌은 대형 히어로를 데려다가 작디 작은 일상으로 박아 넣은 소심한(?) 설정이라서 그다지 끌리지 않았으나, 히어로즈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슈퍼 히어로를 끌어내서 결국 대형 활극으로 이어갈 야심찬 프로젝트니까.

!@#… 초반 스토리 전개에서는 평범한 생활을 살아가던 각 주인공들이 초능력을 발현하게 되는 중. 초능력이 거의 무슨 정신이상 증세처럼 묘사되는 전개가 멋지고, 영화 엑스멘 시리즈의 영향이 뚜렷한 그 커밍아웃스러운 분위기가 재밌다. 시공간을 굴곡시키는 오타쿠 화이트 칼라 일본 회사원의 소년스러운 사고방식이 상쾌하고(실제로 이 사람은 ILM의 CG 프로그래밍이 본업, 연기가 부업), 날아다니는 근엄한 정치가 아저씨도 은근히 깬다. 그리고 당연히 슈퍼히어로물이라면 등장해줘야 하는 지구종말도 쌈박하게 예고.

!@#… 그런데 사실 그보다도 더 재미있는 점은, 드라마의 전개 방식 자체가 완전히 미국의 이슈 단위 만화 연재 포맷 그대로라는 것. 즉 몇개 화 단위로 하나의 ‘스토리 아크’로 묶인다. 1-4화가 하나의 스토리로 묶이고(심지어 그것에 대한 별도의 부제까지 붙고), 5화부터 연속되지만 다음 ‘챕터’스러운 단위의 새 이야기가 전개되는 식. 이 방식은 나중에 단행본으로 묶을 때 편한 방식이기도 하다. 뭐랄까, 슈퍼히어로라는 소재나 상상력뿐만 아니라 형식까지도 만화에 기대고 있는 드라마. 그러면서도 드라마로서의 재미를 최대한 살리는, 매체간 영향력의 진정한 윈윈관계. 게다가 공식 사이트에 가면 매 주 온라인 만화로 각 캐릭터들과 관련된 외전이 한편씩 새로 연재되는데, 각 주에 방영된 내용과 당연히 연계된다. 이거이거, 만화를 대충 만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작가진 가운데 Jeph Loeb 같은 만화계의 베테랑이 끼어있을 정도니(덤으로 공동 총제작자이기도 하다).

!@#… 여튼, 만화에서 캐릭터나 소재만 따오는 것이 아니라 만화라는 양식 자체의 여러 재미 요소들을 제대로 끌고 오면 더욱 다양한 재미가 생겨난다는 명백한 증명.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중인 미국 고예산 드라마계에 새로운 강자가 출현했고, 그 강자는 만화라는 말을 타고 있다. 향후 추이에 주목할 필요.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이 만화를 노려라! 영화가 탐낼 만한 한국 만화 추천작 [씨네21/570호]

!@#… 지난 씨네21 570호(그러니까 지지난주)의 ‘한국만화의 영화화’ 특집에서 한 꼭지로 실린 글.

이 만화를 노려라!
<돌아온 자청비> <바람의 나라> <폐쇄자> 등 영화가 탐낼 만한 한국 만화 추천작

김낙호(만화연구가)

영화는 만화를 사랑한다. 영화가 오래전부터 스토리보드라는 공정을 통해서 만화언어를 제작과정에 활용한 역사를 고려하자면, 90년대 중반 이래의 만화 원작 영화제작 붐이 오히려 지나치게 늦었다고 느껴질 정도다. 물론 다른 매체양식을 옮겨오는 과정은 생각보다 수월하지 않기에 <비천무>(김혜린)의 경우처럼 어설픈 캐릭터 해석과 낮은 영화적 완성도로 오히려 원작 팬들의 원성만 산 경우도 있다. 하지만 원작의 몇 가지 핵심 정서를 효과적으로 영화만의 색으로 녹여낸 <비트>(허영만·박하)라든지, 원작의 설정과 이야기 뼈대를 전혀 새로운 주제와 결론으로 이끌어낸 <올드보이>(쓰지야 가론·미네기시 노부아키) 같은 매력적인 성공 사례들이 있다. 나아가 최근의 <신 시티>(프랭크 밀러)처럼 아예 만화의 시각적 표현 하나하나를 그대로 이식하는 것만으로도 영화예술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디서 어떻게 영화로 이식하면 좋은 도전이 되어줄 만한 원작 만화를 찾아볼 수 있을까. 해답은 간단하다. “드넓은 만화의 바다 그 어디에나 있다.” 이미 영화화 기획이 진행 중인 <위대한 캣츠비>나 <로맨스킬러>(강도하), <26년>(강풀) 등 인기 만화들 말고도 시기나 장르 가릴 것 없이 고르게 한번 후보군을 모아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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