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소 TV드라마 ‘히어로즈’의 세계관을 점검해보다

!@#… 원래는 나중에 완결기념 포스팅만 하려고 했는데, 간지만빨 미래 에피소드 20화(Five Years Gone)을 보고 나니까 이거 가만히 있을 수 없다. TV드라마 ‘히어로즈’, 이제는 말할 때다. 클라이막스 돌입 기념 포스트 들어간다. 3가지 이야기 – 이 시리즈의 시공간 개념, 사회관, 그리고 가족이라는 요소. 당연히 스포일러 만땅이니, 알아서 선택하고 읽으시기를. 시리즈 진행 중에 실시간으로 감상 올린 이전 글들과 같이 보면 더 재밌다. 아마도. (클릭, 클릭,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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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히어로즈, 휴방중 최강 센스 발휘

!@#… 센스 드라마, 히어로즈. 현재는 마지막 스토리 아크 5편짜리를 남기고 잠시 휴방을 하며 긴장감 조성하는 중. 하기야 무려 말콤 맥도웰이 흑막의 보스 린더맨으로 등장하는 엄청난 센스라니… 하지만 더욱 막강한 일 발생. 지금 히로 나카무라 블로그에 가보면, 엄청난 메시지가 있다. 원래는 주인공들 가운데 한 명인 나카무라 히로가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던 곳인데, 드라마 보시는 분들은 알다시피 현재 힘을 되찾자 마자 친구 안도까지 데리고 재난 후의 뉴욕, 미래로 와버렸다! 그래서 업데이트 없이 방치되고 있던 블로그가 오늘 들어가보니 싸그리 업데이트. 난데없이 메시지가 모두 삭제되고 다른 포스트 두 개가…

http://blog.nbc.com/hiro_blog/

첫 포스트는 야마가토 산업에서 남긴 포스트. (작품 속 시간으로) 11월 8일 엄청난 일이 벌어졌서 죄송하고, 본사는 히로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포스트. 수상하다!

다음 포스트는… 필명 쿠조 조타로(…! 이런 센스쟁이)가 남긴 포스트. 그 의미는… 이미 코멘트에 다른 분들이 풀어놨지만, 한번 직접 풀어보시기를. 영어지만.

약간 스포일러: 미래의 영어 잘하고 칼 차고 다니는 히로가 현재에 누군가에게 무언가의 목적으로 남기는 전언. 문자 그대로, ‘죽음’과 ‘행운’으로 묶인 메시지. 빌어먹을, 이 드라마 너무 막강하잖아… 이런 엄청난 센스를 날리다니!

— Copyleft 2007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드라마 ‘히어로즈’ 시즌1 전반부 방영 종료 기념 포스팅…

!@#… 이번주의 제11화로 드라마 ‘히어로즈’ 시즌1 전반부 종료. 한달반쯤 쉬고, 1월 말에 방송 재개 예정. 중간기착점이자, 두번째 스토리 아크인 ‘치어리더를 구하라, 세계를 구하라’의 종료인 만큼 중요한 단서들과 새로운 전개의 예고가 무더기로 쏟아져나왔다. 이것참, 드라마 보는 재미가 막강하다. ##이 벌써 장렬하게 죽어버린 것은 참 아쉬운 일이지만.

!@#… 그런데 뜯어보면 볼수록 이 드라마 대단히 잘 고안되어 있는데, 특히 초능력자 캐릭터들의 구도가 예술이다. 슈퍼히어로 만화장르 특유의 파워밸런스 개념에 어지간히 통달하지 않고는 도달하기 힘든 경지에다가, 심리학적 성향 구분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기까지 하다. 우선, 모든 캐릭터들은 기본적으로 단 한가지의 능력만을 가지고 있다. 해이션(The Haitian)은 남의 기억을 지우는 것과 남의 초능력을 봉쇄하는 두 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이도 있겠지만, 이 캐릭터의 능력은 바로 상대의 정신활동에 방해전파를 보내는 능력 한가지다. 그걸 응용함에 따라서 기억을 지울수도 있고, 두뇌의 활동에 방해파를 보내서 초능력을 봉쇄하기도 하는 것.

그런데 그 ‘한 가지 능력’으로 무한한 능력을 취할 수 있는 캐릭터가 딱 두 명 나오는데, 바로 연쇄살인마 시계공 사일라와 정의의 간호부 피터 페트렐리. 초능력자들의 두개골을 깨고 두뇌를 열어서 능력을 흡수하는 사일라, 그리고 초능력자가 곁에 있으면 그의 능력을 일시적으로 같이 구사할 수 있게 되는 피터는 바로 동전의 양면이다. 사일라의 고유능력은 바로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고치는 능력”. 그렇기 때문에 상대의 두뇌를 직접 꺼내서 초능력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스스로의 유전자를 고침으로써 자기 능력으로 만든다. 그 절차를 위해서 상대 초능력자는 두개골이 열린채로 죽을 수 밖에. -_-; 한마디로, 사일라의 능력의 핵심은 바로 절대적인 ‘이성’이다. 부대적 피해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궁극의 이치를 위해서 끝없이 매진한다. 그와 정 반대 극단에 서있는 것이 바로 피터. 그의 고유능력은 바로 “상대의 모든 것을 공감하는 능력”이다. 그렇기에 꿈을 통해서 자기 형이나 죽어가는 자기 환자 등 타인의 경험과 연동되어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그 능력이 극단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바로 가까이에 있는 타인의 능력을 마치 거울처럼 그대로 반영해버리는 것. 바로 절대적인 ‘감성’을 특징으로 하는 존재다. 물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닌 것이, 폭주하면 자칫 아예 자아가 망가질 수도 있는 위험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즉, 시즌1의 핵심 축을 이루는 대결구도는 이성-감성의 구도인 만큼 팽팽한 파워 밸런스를 이루면서 달려나갈 수 밖에 없다 – 그리고 결국 둘이 결국은 어떻게 공멸 또는 융화할 것인지가 관건. 캐릭터 밸런스를 위해서 ‘알고보면 인간적인 슈퍼악당’이라는 (이제는 꽤 뻔해진) 코드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속성’ 그 자체를 통해서 구도를 완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편집증처럼 묘사되는 초능력자 주소록 작성자, 노골적으로 커밍아웃 코드를 지니고 있는 무한 힐링 10대 소녀, 억압된 공격성과 이중인격으로 무장한 주부, 소년 같은 정신상태의 히어로 오타쿠 회사원,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으로는 세상을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세속적 정치가 등 히어로의 원형적 경이와 현대 도시인의 각종 정신상태가 접합된 캐릭터들이 한 다스 서로 얽혀 들어간다. 참 똑똑한 설정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 또다른 측면의 즐거움이라면 역시 ‘장르만화적’ 재미. 이미 4화에서 올백+수염+가죽코트+등에 검을 둘러매고 미래에서 온 히로를 통해서 만화적 슈퍼히어로 후까시를 보여주어 자신들의 ‘슈퍼히어로 장르만화적’ 근본을 보여준 제작팀, 갈수록 더 노골적이 되어가고 있다. 점점 더 캐릭터들이 슈퍼히어로적인 ‘이름'(별명)으로 불리워지고 있는 것. ‘싸일라(Cylar)’, ‘더 해이션(The Haitian)’, ‘DL’은 원래부터 슈퍼히어로틱한 이름들이었다. 그런데 갈수록 스스로를 ‘스파-히로'(슈퍼히어로)라고 지칭하는 히로는 물론, 온갖 사람들에게 멀쩡한 이름 놔두고 그냥 ‘더 치어리더'(The Cheerleader)라고 불리우고 있는 클레어를 보라. 이거, 분명히 의도적이다! 울버린이나 사이클롭스 같은 멋진 히어로명이 있으면서도 뒤로 갈수록 더욱 더 로건이니 스콧으로 불러댔던 모 극장영화와는 정반대라니까. 또는 히로의 미래를 예지하는 아이삭의 그림이 그가 일본도 한자루로 티라노사우르스와 맞서는 장면인 것 역시 (낚시일 가능성도 다분하지만) 장르팬의 환호성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이 정도로 ‘골수 진성’이라면, 근육과 타이즈가 안나오는 정도의 타협은 기꺼이 받아들여주리라.

 

PS. …그런데 와이프님은 아무래도 “각본 예측”이라는 초능력이 있는 듯 하다. 같이 보고 있노라면 어떤 장르의 드라마라도 10분 뒤에 벌어질 상황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해낸다. -_-; 그런 류의 능력들만 잔뜩 모아서, 한국식의 ‘히어로즈’ 드라마를 만들면 대박일 듯.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이 드라마, 멋지다 – NBC 드라마 ‘히어로즈’

!@#… NBC 드라마 ‘히어로즈'(Heroes) 보기 시작하다. 이거, 무지 재밌잖아! 참 당혹스러웠던 것이, 주변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처음 만나서 인사 나누는 미국인들까지도 만화 좀 본다는 capcold라면 당연히 이것을 보고 있겠거니, 하고 가정을 해버리는 것. 매번 아직 안보고 있었다, 원래 드라마 실시간으로 챙겨보는 일이 없다 등등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결국 보기 시작해버렸음. 스판과 근육과 주먹이 날라다니지 않는 슈퍼히어로 리그물은 아무래도 심심하다고 생각하는 쪽이지만, 한번쯤은 초능력을 지녔으나 밋밋한 바디를 지닌 서민들의 이야기도 나쁘지 않겠지 하고 예외를 두기로 했다. 스몰빌은 대형 히어로를 데려다가 작디 작은 일상으로 박아 넣은 소심한(?) 설정이라서 그다지 끌리지 않았으나, 히어로즈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슈퍼 히어로를 끌어내서 결국 대형 활극으로 이어갈 야심찬 프로젝트니까.

!@#… 초반 스토리 전개에서는 평범한 생활을 살아가던 각 주인공들이 초능력을 발현하게 되는 중. 초능력이 거의 무슨 정신이상 증세처럼 묘사되는 전개가 멋지고, 영화 엑스멘 시리즈의 영향이 뚜렷한 그 커밍아웃스러운 분위기가 재밌다. 시공간을 굴곡시키는 오타쿠 화이트 칼라 일본 회사원의 소년스러운 사고방식이 상쾌하고(실제로 이 사람은 ILM의 CG 프로그래밍이 본업, 연기가 부업), 날아다니는 근엄한 정치가 아저씨도 은근히 깬다. 그리고 당연히 슈퍼히어로물이라면 등장해줘야 하는 지구종말도 쌈박하게 예고.

!@#… 그런데 사실 그보다도 더 재미있는 점은, 드라마의 전개 방식 자체가 완전히 미국의 이슈 단위 만화 연재 포맷 그대로라는 것. 즉 몇개 화 단위로 하나의 ‘스토리 아크’로 묶인다. 1-4화가 하나의 스토리로 묶이고(심지어 그것에 대한 별도의 부제까지 붙고), 5화부터 연속되지만 다음 ‘챕터’스러운 단위의 새 이야기가 전개되는 식. 이 방식은 나중에 단행본으로 묶을 때 편한 방식이기도 하다. 뭐랄까, 슈퍼히어로라는 소재나 상상력뿐만 아니라 형식까지도 만화에 기대고 있는 드라마. 그러면서도 드라마로서의 재미를 최대한 살리는, 매체간 영향력의 진정한 윈윈관계. 게다가 공식 사이트에 가면 매 주 온라인 만화로 각 캐릭터들과 관련된 외전이 한편씩 새로 연재되는데, 각 주에 방영된 내용과 당연히 연계된다. 이거이거, 만화를 대충 만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작가진 가운데 Jeph Loeb 같은 만화계의 베테랑이 끼어있을 정도니(덤으로 공동 총제작자이기도 하다).

!@#… 여튼, 만화에서 캐릭터나 소재만 따오는 것이 아니라 만화라는 양식 자체의 여러 재미 요소들을 제대로 끌고 오면 더욱 다양한 재미가 생겨난다는 명백한 증명.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중인 미국 고예산 드라마계에 새로운 강자가 출현했고, 그 강자는 만화라는 말을 타고 있다. 향후 추이에 주목할 필요.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