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CI의 앞날.

!@#… 뭐… 뭐냐. -_-;

특허 8건 주고 대원씨아이 인수…재미 한순갑 박사 설립 美바이오벤처들
[한국경제 2006-02-22 17:46] 

“…한 박사는 이를 통해 현재 만화 등 콘텐츠 중심 기업에서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전환하는 대원씨아이의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 이럴땐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다른 기사들을 봐도, 최소한 바이오 벤처 사업 시작은 기정사실인 듯. 이전에도 분자생물학과 출신이 만화출판사를 차린다든지 미생물학 연구자가 월간 성인 순정만화 잡지를 창간한다든지 하는 것을 목도한 capcold로서는, 뭔가 생물학과 만화 사이에 심오한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상상(망상)의 나래를 펼쳐보게 된다.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위스컨신대 동아시아 연구 강좌에서 한국만화 특강하다.

!@#… 위스콘신대학 Communication Arts 학과의 강인규 선배님이 강의하는 학부생 강좌 East Asian Studies, 한국 대중문화 스페셜. 이번 주 토픽인 ‘한국만화’ 세션을 초청강연. 오랜만에 강단에 선 것으로도 모잘라 영어로 하려니 가히 난이도가 좀 있었음. 뭣보다, 실없는 농담 섞어넣기가 쉽지 않아서…(어디까지 농담으로 받아주고, 어디서부터 모욕으로 받아들일지 아직 가늠하기 어려우니까). 여튼 그래도 적당히 무사히 지나간 듯.

전에 앙굴렘 당시와 마찬가지로, 외국의 초심자들에게 한국만화를 선보이는 capcold식 정석은 한국만화의 역동적이고 다양한 지형을 통째로 던져주는 것. 어안벙벙하게 퍼억 충격을 준 후, 알아서 각자 천천히 수습하면서 관심을 찾든지 깡그리 잊든지 하도록 만드는 방식. 어차피 짜잘하게 대가 몇명 붙잡고 원화나 구경시켜주는 방식은 재미없으니까. 그래서 고작 한 시간 안에, 1) 한국만화의 세계적 맥락. 세계만화권역, 아시아권에서 만화와 망가의 관계 등등 한국만화라는 범주를 이야기하는 이유. 2) 한국에서 만화의 역할, 산업, 장르 등. 3) 사회사와 밀접하게 결부되어온 한국만화 발전사. 4) 한국만화 해외교류의 특성. 5) 덤으로 애니메이션(‘움직이는 만화’) 이야기까지. 너무 정보량이 많아서, 듣고 있어야 했던 학생들에게 약간은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다. 아니 사실은 하나도 안 미안하지만. -_-;

!@#… 강의 녹음은 파일 받고 먼저 들어본 뒤에 공개여부 결정. 즉, 정말 바보같고 버벅댔으면 곧바로 역사의 뒤안길로. 뭐 하지만 PT 파일은 여기 바로 공개하도록 하겠다. 위의 첨부파일 클릭. 당연히 영어지만.

!@#… 한국만화에 대한 깔끔한 영어 자료를 만들어 공개해야겠다는 생각이 한층 더 강해졌다. 콘진이나 만협서 하겠다고 하는 작품 포트폴리오 뭐 그런 것 말고, 그런 곳에서는 (당혹스럽게도) 아직까지도 전혀 신경도 안쓰고 있는 듯한 영역인 말 그대로 ‘한국만화라는 것 자체에 대한 비평적 설명’. 우선 앙굴렘 때 썼던 것들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영문 홈피로 공개를… 하려면 근데 어서 capcold.net 을 정비해야 할텐데. 과연 어느 세월에?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퓨전 만담 활극 – 『은혼』[기획회의 060215]

!@#… 개인적으로, 은혼의 한국어판 번역자에게는 대략 200% 보너스를 지급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봉과 의욕부족과 실력부족의 3중고에 시달려서 엉망이 되기 십상인 (일본 주류 장르) 만화번역 관행에서, 참 보기드문 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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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 만담 활극 – 『은혼』

김낙호(만화연구가)

일본 주류 장르만화에서 가장 사랑받아온 역사적 소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오다 노부나가로 대표되는, 전국시대의 화끈한 대결과 치밀한 정치적 암투가 있는데, 중국 고전 삼국지에 비견될 정도로 대하 서사를 위한 좋은 소재거리다. 혹은 거대한 힘에 의한 다양한 문명파괴 및 그 이후의 묵시록적 세계관으로 변용되고는 하는 원자폭탄 피폭 역시 원형적인 테마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분명히 수위를 다툰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대형 서사보다는 개별 등장인물의 캐릭터성을 강조함으로써, 작품의 상품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90년대 이래로 완전히 주류가 되어버린 주류 장르만화라면, 약간 다른 방향의 소재를 찾을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메이지 유신 전후, 개화기 일본이다.

개화기 일본은 여러모로 캐릭터적인 매력이 넘쳐난다. 우선 개화 결정 직전의 경우, 서양이라는 외부세력의 등장으로 인하여 일본이 개화파와 수구파라는 상이한 ‘우국충정’ 들이 충돌하는 시기. 그 속에서 용기 있는 개개인들은 각자 ‘지사’가 되었다. 신센구미 같은 사설 경비대(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정치깡패)가 나름의 우국충정을 이야기하고, 무명 시골 사무라이들이 검 한 자루와 대망을 품고 거리와 전장에서 결투를 벌였다. 즉 역사적으로 이미 증명된 풍운의 시절이기에, 가상 캐릭터들을 새로 발명하거나 역사적 인물을 캐릭터화 시키기 대단히 용이한 셈이다. 개화 직후도 매력적이기는 매한가지다. 역사적 결과 개화는 성공했다. 그 결과 새로운 역사적 시련을 맞이하지 않고 지난 혈투를 하나의 후일담으로서 되돌아보는 ‘지금은 평온하게 사는 왕년의 강자’ 라는 매력적인 캐릭터 부류를 도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배경 역시 일본의 전통적 가치와 서구적 신식 가치가 섞인 혼성적인 모습을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다. 전자의 부류에서 신센구미 같은 소대 단위의 조직적 인간 군상 또는 사카모토 료마 같은 걸출한 풍운아들의 굵고 짧은 인생을 모델로 하는 매력적인 현재진행형 이야기들이 즐비하다면, 후자의 경우는 『바람의 검심』의 90년대 후반 히트에서 볼 수 있듯 ‘과거 사연’이라는 멋을 더할 수 있다.

하지만 『은혼』(소라치 히데아키, 학산문화사. 10권 발매중)이라는 작품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아에 위의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사용한다면 어떨까. 개화직전의 매력적 풍운아들을 전부 캐릭터화 시켜서 들고 와서, 개화기 직후 혼성 세계의 ‘사연 있는’ 마을로 들고 오는 것이다. 물론 실제 역사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의 각색은 필요하다. 하지만 뭐 만화 특유의 표현 자유도를 이럴 때 마음껏 활용해야하지 않겠나. 아니 그렇다면 아예 확 나아가보자. 서방세계가 침범해온 것이 아니라, 아예 외계인들이 들어왔다면 어떨까. 그리고 비극적인 최후는 대략 삭제하고 신선조가 개화 후 수도의 경찰대가 되어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 정도로 막나가는 설정인데 꿀꿀한 대하드라마로 하기는 이미 글렀으니, 화끈한 개그로 노선을 정해보자. 물론 과거의 사연들과 캐릭터들이 모델로 삼고 있는 역사적 인물들이 부여해주는 사연의 무게가 무게중심으로 충분히 작용해주기 때문에 언제라도 폼을 잡고 싶을 때에는 잡을 수 있다. 이 정도면 거의 이상적인 구도 아닌가. 『은혼』은 바로 이런 발상을 가득 담고 있는 작품이다. 즐겁도록 황당한 배경, 역사적 모델들을 살짝 비틀어 놓은 매력적인 등장인물들, 과거의 사연이 주는 무게와 작가 특유의 강력한 개그센스가 멋진 조화를 이루며 일종의 퓨전 만담 활극을 펼쳐나간다.

사실 앞서 배경과 캐릭터의 매력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이 작품을 단지 특이한 소재로 접근하는 작품 정도가 아니라 최근 장르만화 가운데 손꼽을 만한 매력덩어리로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그 유머감각이다. 아무리 진지하고 급박한 상황이라도 금방 인물들은 말다툼 모드로 들어가며, 어느 누구 하나도 말재간이 만만한 사람이 없다. 재치 있는 발언이 하나 나오고 나서 황당한 상황 속에서 여운을 느끼도록 하는 방식의 표준적인 상황개그가 아닌, 재치 있고 공격적인 유머성 발언에 대한 마찬가지로 재치 있는 맞받아치기가 꼭 수반되는 엄격한(?) 스탠딩 만담 개그를 구사하는 것이다. 그런 만담적인 요소는 단어 의미를 통한 말장난 역시 훌륭하게 활용한다. 사실 작품의 제목부터가 말장난인데, 주인공 긴토키의 성인 ‘은(銀)’자와 ‘혼(魂)’자를 합친 것이기는 하지만, 일본어 발음으로 읽은 ‘긴타마’는 남자의 고환을 나타내는 속어다. 또한 만담 특유의 뻔뻔함을 위하여 이 작품은 자신의 연재지면인 일본 최대급 주류 만화 잡지인 <소년점프>마저도 한화가 멀다하고 냉장고 밑에 괴어놓는 물건이라든지 불타는 쓰레기에 분리수거할 대상이라든지 하는 등 개그의 도구로 등장한다. 이러한 만담 분위기가 계속 되다가, 과거 사연의 무게를 바탕으로 하는 ‘멋진 대사’가 한번 씩 구사될 때의 느낌 역시 그냥 허구한 날 폼 재는 대사를 남발하는 여타 소년만화들과 임팩트가 다르다 (작품 속 맥락 효과 특유의 매력이 사라질 수 있어서, 사례는 아쉽지만 생략하도록 한다).

언어적 매력에 의존하는 해외 작품의 맛을 제대로 살려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어판 『은혼』은 대형 출판사의 일본 수입만화에 흔히 만연해 있는 오역 투성이 저급 번역과 다행히도 궤를 달리한다. 90년대 이후 주류 소년지의 인기작으로서는 거의 이례적으로 보일 정도로 이야기가 늘어지지 않고 확실하게 달려 나가는 빠른 전개와 철저한 에피소드 방식이기에 더욱 대사 하나하나의 힘이 중요한데, 무리하지 않고 일관성있게 잘 소화하는 장점을 지닌다. 게다가 유머의 핵심적인 의도를 살리는 적절한 번역, 말장난의 어감을 번안하여 자연스러운 독서를 가능하게 해주는 성실함은 근래 일본 만화 번역 수준 가운데 최고를 달리고 있다.

물론 각 에피소드의 마무리 임팩트가 아무래도 매끄럽지 못하다거나, 대형 사건 없이 전개하는 경우 필연적으로 다가올 소재고갈을 돌파할 방법이 아직 보이지 않아 향후 전개가 순탄치 못해 보이는 등 가시적인 단점들을 무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장르 소년만화 가운데 이 정도로 ‘일관적인 막나감’의 유머와, 뜨거운 활극의 매력을 적절히 섞어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활극과 유머의 만남으로 널리 칭송받았던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이 지녔던 장점들의 상당 부분을, 만화에서는 『은혼』이 계승하고 있는 셈이다. 단, 만담 정신을 가미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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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기획회의>.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발간. 여기에 쓰는 글에서는 ‘책’이라는 개념으로 최대한 접근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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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자유/동의없는개작불허/영리불허 —

90년대 만화/애니사

(추가: 아래 내용의 확장판 및 다른 시대의 이야기들까지 합쳐서, 2010년 말에 책으로 묶여나온 바 있습니다: 클릭 )

!@#… 한국의 각 문화예술분야의 역사를 10년 단위로 종합하여 집대성한 역작, <한국 예술사대계>. 그 90년대편에 수록된 90년대 만화/애니메이션사. 나중에 소위 ‘정사’ 로 불리울 물건이다(원튼말든). 여튼 최근 오마이뉴스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만화판을 걱정하기 좋아하는 아저씨 아줌마들이 의외로 90년대의 역학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지해서, 80년대 기준으로 2000년대를 이야기하는 괴이한 현상들이 난무. 그래서 이번 기회에 본문을 여기에 공개. 어차피 연구비 형식으로 작업한 것이고 이미 책은 나왔기 때문에 여기 공개하는 것에 문제는 없음. ‘사관’과 ‘자료’로 뒷받침되는 역사 서술을 하고자 했는데, 여튼 당시 지면이 부족해서 참 많은 내용을 오히려 커트. 당연한 이야기지만 본 책에는 도판도 좀 들어가 있으나… 이 황폐한 문자 블로그에서는 문자만 그득.

!@#… 이외에도 90년대 이후 만화판도에 대한 종합적 접근을 더 보시고 싶다면, <만화세계정복>(두고보자 저, 2003)을 보시길. 지금은 나름대로 레어아이템. 자 그럼 마음의 준비를 하시고, 클릭.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한국만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걱정하다

!@#… 세상에는 어처구니가 참 부족하다. 다음 글은 다른 꼭지들과 조율 후 웹진 두고보자 기획글로 재등장할 예정. 만화언론 ‘만’용 버전도 약간 다른 방식으로 다듬어서 올려야…;; 여튼 우선 capcold블로그 버전으로 구경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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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걱정하다

김낙호(만화연구가)

!@#… 잊을만 하면 다시 나오는, “한국만화 죽었다” 기사가 최근 오마이뉴스에서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망해가는 한국만화계를 분연히 걱정하고 나서는 사람들. 이런 논조, 정겹기까지 하다.  이제는 심지어 만화계의 몰락을 반면교사 삼아 다른 분야에 교훈으로 적용하려는 시도까지. 덕분에 오마이뉴스 사이트에서 무려 대문에 한동안 걸려있기까지 했다고 한다.

!@#… 다른 이야기 더 꺼내기 전에, 먼저 본문 분석부터 들어가자. 원래 남의 글을 토막내서 토 다는 방식의 분석은 전체 맥락을 의도적으로 흐리는 효과가 있어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한 해당 부분을 ‘인용’만 하는 방식을 취해야 하지만… 거의 전문에 걸쳐서 팩트의 오류가 넘쳐나는 경우는 도저히 어쩔 수 없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소심한 낙천주의자의 도시 잡상: 『올드독』[기획회의060201]

!@#… 이번 호 원고는 책내 서평용으로 쓴 글을 약간만 개조했음. 같은 원고의 부분적 재활용은 별로 좋아하는 방식은 아니라서 나름대로 양심선언. -_-; 올드독의 네이버 블로그는 http://blog.naver.com/hhoro 에 가면 있음.

 (나중에 추가) 에에에엣! 이런 실수를. 단행본에는 경향신문의 ‘고충상담실’ 부분 미포함. 이게, 책이 완성되기 전에 미리 읽고 쓰는 글이 빠질 수 있는 함정. 영화로 치자면 러프편집본으로 시사회보고 평했다가 최종본이 결론이 바뀌는 격이라고나…-_-; 여튼 참 송구스러운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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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낙천주의자의 도시 잡상: 『올드독』

김낙호(만화연구가)

눈에 확 들어오는 개성적이면서도 간명한 그림체, 작가의 자화상격인 동물 캐릭터, 일상에서 발굴하는 소재들, 대중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 순간의 잡상들로 가득한 에피소드. 아,  『스노우캣』. 이쪽 분야의 선구자 중 하나. 그럼 개인 블로그와 미니홈피를 휩쓰는 팬시적 인기까지 누린다면? 이런, 그러고 보니 『마린블루스』가 있다. 아예 작가가 이 만화를 그리다가 팬시 전문업체에 취직해서, 회사생활까지도 다시금 만화 소재로 사용하기까지 했다. 음, 하지만 여기에 지리멸렬한 인간사를 가로지르는 묘한 통찰력이 출동한다면 어떨까. 아마 자칭 ‘늙은 개’ 한 마리가 소심한 표정으로 살짝 걸어나올 듯 하다. 

사실 이름만 늙은 도시형 청년 견공(이라고 해도, 설정상 작가의 14살이나 먹은 실제 개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인 올드독은 시사만화계를 거친 정우열 작가의 페르소나로, 현대 도시 생활에서 겪는 일상적 경험들과 그 속에서 피어오르는 생각들을 풀어놓는 것이 특기다. 『올드독』(정우열/거북이북스)는 일상만화 컨셉으로 작가의 개인블로그에서 연재중인 『일일꼼지락』과 경향신문 만화섹션 <펀>에서 연재되었던 바 있는 『올드독의 고충상담실』을 위주로 묶인 첫 단행본이다. 올드독식 세상읽기의 극치를 보여주며 온라인 <씨네21>에 연재중인  『TV감상실』 시리즈가 빠진 것은 못내 아쉽지만, 그만큼 일상만화로서의 특징이 강조되어 있는 셈이다. 책으로서의 만듦새 역시, 페이지 귀퉁이에 플립북 애니메이션 효과를 부록처럼 삽입하는 등 소소한 숨겨진 재미를 강조한 점이 작품의 컨셉과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원래 일상만화, 또는 생활만화라는 장르는 극적인 드라마 구조보다는 생활 속의 일상적 에피소드와 단상을 독자들과 공감해 나아가면서 생명력을 얻는다. 그래서 일상생활 속 유머러스한 사건들을 꽁트로 꾸미거나, 친숙한 평범한 생활을 새로운 눈으로 재발견해주곤 한다. 올드독의 이야기들은 명백하게 후자의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각종 일러스트에서 보이는 화려한 필치에서 추론할 수 있을 법한 ‘감상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각종 잡생각으로 상황을 풀어나간다. 그런데 올드독식 잡생각의 주제는 흔히들 그렇듯 자기 취향에 대한 함몰이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어디 커피가 맛있었다, 어떤 장난감이 멋있었다는 것보다, 이사 온 새 이웃에게 어떻게 자연스럽게 접근해서 엉뚱한 질문을 나눌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한 잡상의 대상인 것이다. 편협한 감상주의와 자기감정 토로의 울타리에 갇혀버리기 쉬운 이 장르에서, 이러한 인간사에 대한 통찰은 올드독의 중요한 미덕이다.

그런데 잡생각이 많으면 기본적으로 소심하기 마련이다. 소심하기에 자꾸 상황을 다시 끄집어내고, 잡생각을 한다. 게다가 인간사에 대한 것들이기 때문에 다분히 성찰적이며 냉정한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드독이 냉소주의자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특유의 삶에 대한 자세에 있다. 이 장르의 선배격인 스노우캣이 게으름의 외피와 신경질적 까다로움으로 도회적 감수성의 공감대를 자아냈다면, 올드독은 소심함의 외피를 쓰면서도 특유의 낙천성으로 정반대 지점에서 같은 목표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올드독은 좋아하는 가수인 노라 존스 콘서트장 맨 끝에 줄에 앉아 곤혹스러운 땀을 흘리며 목을 주욱 빼며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면서도, 그 와중에서도 같이 음악을 흥얼거리는 모습의 낙천성을 지니고 있다. 소심하기에 곤혹스럽지만, 낙천적이기에 비굴하지 않다. 위대한 광대로 치자면 우디앨런보다 찰리채플린에 가깝다고나 할까. 올드독의 또 다른 미덕은, 그 구김살 ‘있는’ 낙천성인 셈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올드독 최고의 매력은 바로 앞의 모든 미덕들을 효과적으로 감싸 안는 확실한 재미다. 이제는 부담스럽기까지 한 무리하게 둥글고 깔끔한 팬시 캐릭터들과는 궤도를 달리하는 독특한 화풍이 재미있고, 완전히 낙서체라고 하기도 힘들지만 마치 솜씨 좋은 친구의 연습장 마냥 자유롭게 흘러가는 배치와 연출도 재미있다. 극적이고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누군가의 머리 속 망상을 살짝 끄집어내서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강조하기에는 이쪽이 훨씬 적합하다. 다만 아무래도 생각의 분량이나 시각연출의 밀도가 은근히 높다 보니 한꺼번에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독파하기에는 아무래도 다소 부담이 있고, 하루에 한두편씩 들춰본다는 느낌으로 읽어나가는 것이 가장 적합한 독서 방식일 듯 싶다.

소소한 상황에 대처하는 소심함, 이내 이어지는 통찰력 있는 잡생각, 그리고 의기양양한 낙천성으로 이야기를 맺어내는 연쇄작용이 재미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수다이면서도, 정작 수다스럽지 않아야 할 때를 잘 아는 이야기 솜씨가 재미있다. 덕분에 무엇보다 올드독은 재미있는 만화로 우리 앞에 선보이게 되었고, 지금 여기 여러분의 손에 안착한 것이다. 이것보다 더 확실한 미덕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일기체 만화들이 대개 그렇듯이 에피소드별 질적 편차도 있고, 개별 에피소드의 시기적 맥락이 중요한 경우도 있다. 때로는 확실한 통찰이 통렬한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피상적 개그에 안주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미 올드독의 매력에 빠져본 결과, 소심하게 일일이 단점을 지적할 때는 하더라도 작품의 총체적 재미와 통찰을 낙천적으로 즐기는 쪽을 택하고 싶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도시에는 인간사에 관심 있는 소심한 낙천주의자들이 더욱 더 많이 필요하니까 말이다. 만약 이 책을 즐겼다면, 독자 여러분들도 어느 틈에 그 대열에 합류해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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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기획회의>.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발간. 여기에 쓰는 글에서는 ‘책’이라는 개념으로 최대한 접근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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