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들…

!@#… 아, 실로 오랜만에 ‘모형모형’ 카테고리에 다시 한마디. 요새 너무 글만 많고(과연 ‘요새?’) 그림이 없어서 쪼끔 심심해서 다시 이쪽 이야기.

!@#… 에일리언이라는 영화 시리즈가 있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 이름이 아니라 사실은 괴물을 만든 박사의 이름이다. 괴물은? 이름이 없다. 에일리언도 마찬가지로, 실제로 그 남자성기 모양의 머리를 달고 있는 괴이한 외계생명체는 이름이 없다. 그냥 ‘외계인’이라는 뜻의 단어 에일리언으로 통칭될 뿐. 그것도 영화 바깥에서나. 오해 많은 생명들이다.

!@#… 스위스 화가 HR GIGER가 자기 스타일대로 디자인한 이 녀석은, 인간이 지닌 ‘공포의 총합’스럽게 생겼다. 대면 소통의 1차 창구인 ‘눈’은 아예 없고, 머리모양은 남자성기(막무가내 공격성의 상징 그 자체!)이며, 뼈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나서 죽음을 형상화하는 피부, 파충류, 곤충과 인간의 가운데쯤 위치한 골격구조, 그리고 억센 손발까지. 포식의 도구인 ‘입’도, 그 속에 입이 하나 더 들어가 있음으로써 강간의 모티브가 강화된다. 실로, 굉장한 디자인. … 그래서, 로보트를 제외하자면 모형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캐릭터 1순위. 그래서 꽤 오래전에(한 95년쯤?), 소프트비닐 국산 복제 제품을 만들어봤다. 1/6 도그버스터… 즉 영화 3편에 나온, 개와 유전자 융합한 새끼 에일리언. 대부분 모델러들은 화려한 모습과 포즈의 퀸 에일리언(2편 보스)를 좋아하지만, 나는 심플하고 공격적인 포즈의 이녀석이 더 정감(?)어리다. 하지만 당시에는 모델러로서의 실력이 심지어 지금보다도 더 개판이어서… 망쳤다. -_-; 소프비 주제에 서페이서도 안칠하는 만용이라든지, 휜 다리 교정용 보철물도 대충 넘어가는 무책임함이라든지… 커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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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논 1/220> / FSS

!@#… FSS 이전, 나가노 아저씨의 대표작이라면 역시 엘가임. 제타건담에서 백식이나 큐벨레이 등 엄한 기체들로 컬트적(?) 인기를 누린 아저씨가 잔뜩 자기 디자인의 세계관을 풀어보였던 물건인데, 엘가임 시절의 많은 기체들이 모양이나 이름, 혹은 둘 다 FSS에서 재활용(좋게 말해서, 발전적 계승) 되고 있다. 그 중 주역기체인 엘가임은, FSS 세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별로 멋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작품 내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순백의 미인’이니 어쩌느니 하면서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칭한다고 설정되어 있는 녀석으로 탈바꿈했다. 비뚤어진 편애의 극치라고나… 여튼, 그 이름은 쥬논. 하지만 무려 3권에서 봉인이 되어버리고 2부가 나오기 전까지는 대략 퇴장. 그런데 그게 언제나올 줄 알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이 녀석을 계속 그리고 싶어하고… 결국 설정을 덕지덕지 누더기로 자꾸 붙여서, 원래 쥬노 별의 콜러스 왕가에 내려져오는 왕가의 MH인 인게이지 계열의 디자인을 계승하고 있다는 어마어마한 어거지를 썼다. 그래서 인게이지 옥타버라는 짝퉁 쥬논도 등장하고…

!@#… 음음음. 뭐 여하튼. 3권에서 출정할 때의 쥬논. 커다란 돌격창(파이돌 스피어)과, 자기 키만한 대형 방패를 들고 있는 뽀다구 포즈가 있다. 그걸로 만든 1/220 키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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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펠터 1/220> / FSS

!@#… FSS 4권에 언급되는 슈펠터의 다른 이름은 나이트 오브 크롬. 소프가 만든 나이트 오브 골드 시리즈 중 하나란다. 이건 전형적인 ‘어설픈 영어 페티쉬’의 한 사례인데, 한자문화권에서는 金이라고 써놓고는 금속일반을 칭하는 경우들이 많으니까…특히 일본어. 그래서 그 한자에 해당하는 영어라는 gold도 그렇게 쓰인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는거다. 하지만 그럴리가 있나… metal이면 모를까. 즉 잘난체 하고 싶었던 어떤 이의 무식의 소치라는 거다. 하지만 그 정도로 굴하면 진짜 작가라고 할 수 없지… 그래서 이왕 뽀록난 것, 그냥 끝까지 밀어붙여버린다. 그래서 ‘데스티니 미라쥬’ 나이트 오브 골드를 만들기 이전의 프로토타입으로 슈펠터와 오제를 실험적으로 만든 것이었기 때문에 같은 시리즈로 들어가 있다느니 하는 오만가지 설정과 세계관을 가져다 붙인다. 이 정도 뚝심을 있어야지, 암. 그래야 FSS같이 설정이 엉망으로 꼬이고 앞뒤 말이 안맞고 작가 맘대로 변덕을 부리는 엉터리 전래동화집이 거의 20여년간 최소한의 근간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웃음).

!@#… 여튼. 그러니까, 이건 슈펠터. 여전히 1/220 축적. 1/220 모터헤드 중 가장 처음에 만들어 본 것이라서 나름대로 각별한 의미라고나… 정말로 이녀석은, 드래곤같이 생겼다. 얼굴, 몸통, 모두… 오죽하면 개조 이전의 원래 이름이 워터 드래곤이었겠나(다른 이유들도 있지만). 보기와는 달리 의외로 꽤 튼튼한 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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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전야의 악몽 가샤퐁 세트

!@#… 크리스마스 전야의 악몽 가샤퐁 세트. 팀버튼의 골방 감수성과 시각적 상상력을 워낙 좋아하는데다가, 이 영화를 개인적으로는 all-time 베스트로 항상 꼽고 있기 때문에 좀 긍정적 편향이 심하지만… 아아… 명품이로소이다. 모 전시회에서 동전 자판기로 처음 발견했다가, 연초에 결국 인터넷 전문점에서 세트로 구입. 이상하다, 별로 인기가 없나? 구하기가 가히 쉽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세부 디테일 표현이나 색감, 포즈, 합체 디오라마 구성 등등 뭐 하나 꿀릴 것 없는 뛰어난 제품. 조립이야 가샤퐁이 뭐 다 그런거고, 색칠 역시 중국 4천년의 신비에 의하여 칠해져서 본인으로서는 별로 할 일이 없었던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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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슈 더 블랙 나이트 1/220> / FSS

!@#… 건담 이야기만 한동안 하다가, 다시 FSS. 나이트 오브 골드라는 문제 로보트를 제외하고, 작가가 가장 애착을 가지고 묘사하는 녀석은 뭘까. 1권 첫머리부터 등장했고, 주인이 바뀌고 또 바뀌어도 한결같이 시대를 가로지르며 용맹(악명?)을 떨치는 물건. 바로, 밧슈 더 블랙 나이트… 흑기사다. 애초에 MH와 파티마가 핵심이고, 이들이 강한 기사를 골라서 조종사로 스카웃한다는 설정 자체가 얼마나 임팩트 넘치는가. 게다가 원래 온 몸이 검은 녀석은 다 뭔가 후까시 잡을 일이 있어서 검은 것 아니겠는가. 외로운 늑대 (사실 늑대는 무리지어 다니지만).

!@#… 여튼, 검은 몸체. 둥근 방패. 길다란 창이 어울리는 자태. 역동적인 포즈가 가장 잘 어울리는 MH 가운데 하나다. 덕분에, 1/220 레진 모형도 상당히 역동적인 모양새로 나왔다. 너무 역동적인 모양새라서, 다리 균형 잡아놓기가 꽤 힘들었다. 흠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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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와 좌절… <건담GP03> / 건담 0083

!@#…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꽤 싫어하는 편이다. 아버지는 누군데? 라고 묻고싶은 만담기질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마치 실패라는 건 꼭 한번 겪어야 하는 것인양 이야기하는 것이 싫은 것이다. 실패를 했을 경우 그것에서 뼈저린 교훈을 얻고 현명하게 다시 극복해내는 것은 좋다.  하지만 실패 안하고도 성공하면 더 좋은 것 아닌가. 실패는 한번쯤 겪어봐야해, 라는 말도 따지고 보면 혹시나 실패했을 때 위기관리를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뿐이다. … 여튼. 모형을 만들다가 실패하기는 엄청나게 쉽다. 너무나 바보같은 실패는 나중에 두고두고 보고 싶어서 간직하기도 한다. 그것으로 부터 어떤 교훈을 얻었냐고? 실패하면 돈과 시간이 아까워진다. 그것 뿐이다. 뭐 그런것이다.

!@#… 0083에 등장하는 마지막 건담, GP03. 덴드로비움과 합체해서 날라다니며 최강의 액션을 보여준다. 하지만… 건담만 따로 떼놓고 보면 엄청 못생겼다. 당시는 그 사실을 깨닿지 못했던 것이다. 여튼 GP01이나 GP02는 원형이 어려워서인지 어째서인지 국산 복제품 프라모델이 안나왔었던 지라, 그냥 이걸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플라스틱의 색깔이 대략 개판 일보직전. 하얀색이어야 할 부분치고 햐얀 색이 하나도 없다! 노랑, 파랑, 회색… 돌아버이는 줄 알았다. 93년인가 94년인가 당시 안그래도 에나멜 색칠 기술이 미천했는데… 에어브러시는 비싸고. 덕분에, 달랑 붓 하나로 전체 도장을… 그것도 어두운 색을 하얀색으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아마도 이때 이후로 전체 도장을 싫어하게 되었나보다(거짓말). 그리고 이내 질려버려서, 먹선 넣는 것도 대충 넘어가버렸다. 그런데 하얀색 자체도…음… 완전히 새햐얀색. 플래트 화이트. 정말 바보같은 색감의 극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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