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의 HG급 건담들> / 건담Mk2, Z건담

!@#… 반다이의 요새 1/144 건담 프라모델들을 지칭하는 용어는 HG로 거의 굳은 듯 하다. 하지만 사실 이 HG라는 것, 처음에 나올 때는 꽤 독특하고 혁신적인 삘의 어감을 자랑했다. 아니, 평범한 건프라가 아닌, 엄청 특별한 건프라구나! 라는 듯한 느낌. 91년인가 92년인가 쯤에 HG급이 처음 나올 때 컨셉은 뭐랄까… 완벽에 가까운 색사출, 간혹 구사하는 다중 색사출까지. 어떤 식이냐 하면, 이제 건담 모형은 색칠하지 않고 그냥 조립만 해도 멋지구리하게 나오는구나! 라는 쾌감. 게다가 당시로서는 반다이 모형들이 요즘처럼 마구 직수입되던 때도 아니고 해서 ‘역시 일본 껀 달라’라는 의식까지도 동시에 자극. 하얀 모빌슈츠 모형이 갈색 플라스틱 부품으로 사출되기 일쑤였던 국내 싸구려 복제품과는 뭔가 다른 오오라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위용이었던 것이다.

!@#… 뭐 지금에 와서 약간 더 객관적인 눈으로 보자면 부끄러울 따름이지만 말이다. 잘 보면 색감도 엉망이고, 비례도 꽝. 접합선도 그리 나아진 것이 없는 말 그대로 실험적인 정도의 신모델. HG같은 낯뜨거운 타이틀 안붙이고도 명품급이었던 F91 시리즈가 운다, 울어.

!@#… 고등학교 때, 친구녀석이 HG 모형을 몇개 사서 만들고 가지고 놀다가 부숴먹었던 적이 있다. 그리고 부숴진 녀석들을 내가 입수. 수리해서 다시 완벽한 모양으로 만들어야지! 라는 큰소리를 쳤으나, 결국 전혀 안했다…-_-; 뭐 덕분에 HG 모형의 초창기 모습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자료가 된 셈이다. 나름대로 올드토이인가,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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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II 1/144> 건담 08소대

!@#…건담 시리즈를 통틀어서, 단 하나의 로보트(MS)만을 뽑아보라면? 물론 과반수는 시리즈 타이틀이기도 한 ‘건담’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그보다는 ‘자크’라는 녀석을 택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나도 물론 그 쪽이고.

…건담이라는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기존 로봇물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비정한 전쟁드라마로 큰 인기를 끌었다. 소위 ‘리얼 로봇물’의 시대의 기수였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 건담이라는 로봇은 그리 리얼하지 않다. 전장에만 나가면 이기는, 실질적인 졸라짱쎈 투명드래곤같은 존재라는 말이다. 그렇다. 건담의 세계관을 진정으로 나름대로 ‘리얼’하게 만든 것은, 적대하는 두 진영에 각각 따로 있다. 지구연방군은 ‘볼’, 지온군은 ‘자크’. 전자의 경우는 아쉽게도 인간형 모습이 아니다보니 로봇 완구로서의 지명도가 떨어지고, 덕분에 아직까지도 제대로 정당한 평가를 못받고 있는 (심지어 오늘날에도 정규 프라모델 키트가 거의 출시되지 못한) 숨겨진 명품이다. 하지만 후자인 ‘자크’의 경우는, 뽀다구도 장난이 아니다. 슈퍼히어로형 로봇이 아닌 병기형 로봇의 컨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투박하고 밀리터리 느낌을 잔뜩 살린 로봇. 그리고 반짝이는 단 하나의 눈(모노아이)가 주는 이질감… 아무리 칭송해도 모자란, 건담 세계의 진정한 ‘얼굴’이다. 건담이 이후 마크투니 제타니 더블제타니 뉴, 나아가서는 별 허연 수염달린 녀석까지 수만가지 전혀 안닮은 녀석들도 다 끌고 들어와서 건담입네 하고 무리수를 두는 동안, 자크는 마치 지온의 혼(-_-;…) 그 자체였다. 원 시리즈의 주력기종 자크2를 위시해서, Z건담 시리즈의 하이자크, ZZ의 자크3, 그리고 약간의 외전 격의 바리에이션 모델들… 모두 훌륭할 정도로 디자인 컨셉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 그 와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버젼(같은 디자인이라도, 조금씩 기체 비례, 모서리 등등은 변화했으니)은 08소대에 나오는 육전형 자크다. 그 중 사진의 이녀석은, HG급으로 육전형 건담 모형과 두개 한 세트로 박스에 들어가있는 염가 패키지에서 나온 녀석. 여러모로 부실한 키트지만, 그래도 자크의 기본 필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매력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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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나 기나 1/100> 건담 F91

!@#… 그러니까, 건담F91에 이르러서 각종 수많은 메카닉들은 기본 디자인 컨셉 자체가 이전과는 좀 다른 구석이 있었다. 크로스본 뱅가드라는 세력은 화려한 장식미가 넘실대는 메카닉의 향연인 것이다! 이에 비하면 지온군은 장식미를 안다는 건 기껏해야 샤아 밖에 없었지… 그것도 무조건 빨간칠에 뿔달기. 여튼, 크로스본 뱅가드 계열 메카닉은 화려하고 이쁘다. 하지만 작품도 망하고, 대중적인 인기도 별로. 곤란하다 곤란해…

!@#… 건담 세계관의 특징은, 사람들이 로보트를 대략 오토바이 마냥 쉽게 몬다는 것이다. 누구나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탄다. 여기 이 ‘비기나 기나’는 여주인공 세실리가 타고다니는 기체. 후딱 배워서 잘만 몰고다닌다. 연방쪽의 건담F91과 콤비를 이뤄서 멋진 장면 여럿 연출한다. 프라모델은… 해피하다. 아카데미 과학은 90년대 말부터 반다이 라이센스 수입을 하기 이전에는, 다른 대부분의 국내 모형업체들과 마찬가지로 해적판 프라모델을 생산해냈던 것으로 유명하다. F91 시리즈 중 유일하게 이 녀석, 비기나 기나만 출시된 적 있다. 물론 다중 색사출 같은 고도의 최신기술은 있을리 없었지만, 나름대로 성실한 색선정과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 부품품질을 자랑했다. 물론 세밀한 부분에 있어서는 싸구려 재료의 티가 역력해서 가동부가 쉽게 헐렁해지고 부러지고 난리 났지만, 뭐 가지고 관절꺾기하면서 놀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랴. 만족스러운 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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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F91 1/100> / 건담 F91

!@#… 건담의 장대한 스토리라인…은 사실상 88년의 극장판 ‘역습의 샤아’로 한번 커다란 매듭을 지었다. 3배 빠른 샤아와 아버지한테도 안맞아본 아무로의 전 우주를 건 자존심 대결의 어처구니없는 마무리. 그리고는 0080이라는 이전 시기를 무대로 하는 ‘외전’이 나왔을 뿐. 아 생각해보면 뉴타입에 100년 뒤의 우주세기를 다룬 <가이아 기아>가 연재되고 있었고, 소설 ‘섬광의 하사웨이’도 있구나… 음음음.

!@#… 아 뭐 여하튼. 이전의 ‘연을 끊고’, 새로운 건담 시리즈를 시작해보고 싶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감독이고 제작진들이고, 얼마나 시달렸겠나. 건담 시리즈는, ‘오타쿠 팬들이 사후에 설정을 만들어주다시피’한 물건인데다가 그 성공에 비례하는 엄청난 외압…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세기라는 개념은 아직 버리지 못하는 그 미련도 동시에 존재하고. 그래서 1991년, 역습의 샤아로부터 30년이 지난 시점을 상정한 새 작품이 만들어졌다. 극장판 <건담F91>.

!@#… 하지만 반응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래서 30년간의 간극을 메꾸는 실루엣 시리즈라든지, 이후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차기 시리즈 모두 좌절.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도입하는 주제에 극장판으로 승부를 하다니, 애초부터 무모했단 말이다. 게다가 프랑스 혁명기의 공포정치식 악(?)의 세력이라는 컨셉은, 이전의 지온공국에 비하면 일본인들에게 호소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사실 작품이나 세계관으로 놓고 볼 때, 꽤 괜찮은 물건이었는데 아깝다. 메카닉도 꽤 괜찮고. 특히 모형으로 나오면서, F91 프라모델 시리즈들은 명품의 양산소였다. 높은 퀄리티의 색사출, 훌륭한 프로포션, 유연한 관절구조, 후까시 넘치는 실루엣. 이후 HG시리즈의 초석을 만들어줬다고나… 그 중에서도 명품 중에 명품은, 단연 주역메카인 건담 F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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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인터셉터> / 스타워즈 종이모형

!@#… 한 때, 프라모델 색칠하고 사포로 갈고 하는 작업이 너무 짜증이 났던 때가 있었다. 뭐 지금도 지겨운건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즐기면서 지겨우니까. 여튼, 그 때 모형의 대안으로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페이퍼 크래프트…종이모형.

… 종이모형은, 종이를 접고 자르고 풀로 붙여서 만든다. 그런데도, 상당히 복잡한 삼차원 형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좋은 물건들이 다 그렇듯이, 모형가게에서 파는 녀석은 비.싸.다. 폼나지만, 주머니가 가벼워진다. 프라모델 가격과 그리 큰 차이도 안난다. 곤란하다. 고작 종이 위에 인쇄한거구먼(어이, 창작의 고통은 무시하냐?-_-;).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워낙 여럿 있었는지, 그런 모형의 단면을 스캔해서 인터넷에서 공유하는 풍토가 생겨났다. 물론 공짜로 돌릴 것을 전제로 한 모형도 있고, 아마투어 창작도 있지만… 그냥 불법복제가 참 많이 돌아다닌다. 건담이니 자크니 에반게리온이니 하는 것들이 한때 큰 히트를 쳤고, 그 이외에도 참으로 많이 있다.

…파일을 받는다. 그리고 칼라로 출력한다. 돈 있는 자들은 약간 두꺼운 전용지와 컬러레이저를 쓰고, 돈 없는 자들은 대충 번들거리는 종이에 가정용 잉크젯. 아주 당연하게도, 나는 후자.

…그런데…음. 이거, 생각보다 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만들기도 어렵다. 키트로 파는 건 칼자국이 다 있지만, 이건 자기가 뽑아서 세부적으로 칼질. 게다가 종이의 ‘힘’을 배가시키기 위해서 개조 부품도 달아야 하고… 그 시간 투자해서 알바라도 하나 더 해서 그냥 정품 모델을 사! 창작자한테도 도움이 되고! …하지만 이미 시작한 것, 그럴 수는 없다. 만들고 본다! 이얍!

 

 

…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받침대가 너무 약한 것이다! 종이를 세로로 세웠으니 오죽하겠나.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표면장력의 문제로 종이가 휘고 난리났다. 지금은 완전히 박살. 나름대로, 역사 속의 한장면…인 사진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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