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의 EX모형 리뷰. 거대로봇물의 양산형 전함이란 그냥 폭죽이다. 졸라짱쌘 로봇들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큼지막한 것도 잘 부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항상 폭발당하고는 하는 불쌍한 존재들. 하지만 대량으로 나오고, 뭔가 세계관을 보여주는 듯한 멋이 있기에 은근히 골수 팬들이 있기도 하다. 건담 시리즈, 특히 원조 건담 시리즈 (속칭 ‘일년전쟁’)에 등장하는 물량 위주의 양산형 전함들이 딱 그렇다. 특히 기술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연방군 측은 더욱 더. 그런데 CG 애니 시리즈 ‘MS이글루’에서 워낙 띄워준 덕에, EX 계열로 모형화가 되었다. 그런데 양산형 평범 그 자체라는 컨셉에 맞게, 한 박스에 무려 두 종류 함을 동시 포함시켰으니, 그것이 바로 살라미스와 마젤란 합동 패키지. 게다가 1/1700 특유의 1cm 크기 부록 로봇들마저도 ‘볼’과 ‘짐’. 그것도 같은 것으로 3대씩.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양산형 센스. 뭐 모델러도 그 센스를 이어받아 극대화하자면 3박스씩 사서 군집을 이루어야 하겠지만… 돈 없어. 만들 시간 없어. 그래서 겨울 내내 그냥 하나 만들고 땡. 뭐 여하튼 완성하고 촬영. 리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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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04X 자쿠레로 1/250(구판)_1/550(Ver.Yb)
!@#… 골수 건다머라면 역시 모든 것의 원점인 ‘1년전쟁’을 가장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중 편협한 사람들은 그 외의 모든 것을 부정하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더욱 골수라면, 어거지로 리얼로봇이니 어쩌니 설정놀음이나 하는 것에 혼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그 미묘한 종합선물 짬뽕스러운 요소에 열광해야 마땅하다. 1년전쟁의 이야기를 담은 그 ‘기동전사 건담’은 리얼로봇 전장물이자 슈퍼로봇, 간혹 괴수물에 가까운 요소들까지도 섞여있다. 괴수 취향이라… 마크베의 노골적으로 킹슬라임스러운 메카도 만만치 않기는 하지만, 역시 100이면 99명은 반드시 이것을 꼽고 말 것이다: MA-04X 자쿠레로. 그 환한 미소와 예쁜 이빨, 얼굴이 몸의 절반인 둥글둥글한 체형으로 칼을 들고 날아오는 이 녀석 앞에는 오타쿠들이 아무리 모여서 머리 싸고 만든 어떤 리얼한 설정도 소용없다! 그런데 바로 그 때문에 일부 건다머들에게는 더욱 더 사랑받는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지만, capcold는 이쪽 부류에 속한다… -_-; 그래서, 이번 겨울에 틈틈이 손질해서 만든 구판 자쿠레로. 키트의 자세한 사항은 유리달님 블로그를 가보면 잘 정리되어 있으니 생략. 항상 그렇듯 큰 개조 없이 설정에 가깝게 만드는 정도…로 하려고 했는데, 디오라마에 쓰라고 1/550 꼬마 자쿠레로까지 부록으로 포함된 나름대로 25년전에는 고품질 키트. 그래서 큰 녀석은 약간 추가 손질, 작은 녀석은… 뭐,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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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즐 건담 1/144 [AOZ/HGUC]
!@#… 유명해진 작품의 프랜차이즈를 자꾸 늘리려다 보면, 속편을 만든다. 그런데 속편을 만들고 또 만들다가 완전히 이야기가 엉망이 되어버리면? 작가는 마무리지어버리고, 회사는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우려먹으려고 한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외전’. 본편 이야기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본편의 세계관에 그럴싸하게 끼워넣을 수 있는 부수적인 다른 이야기. 그렇기에 외전이 넘쳐나는 것은 곧 프랜차이즈로서의 성공의 상징. 미국의 가장 대표적 사례라면 스타워즈, 그리고 일본이라면 당연히 건담. 그 중 특히 일년전쟁(기동전사 건담)과 그리프스 전쟁(제타건담) 사이의 구간이 특히 외전을 집어넣기가 참 좋은데, 작품 설정상 7년이라는 공백기를 남겨둔데다가 로봇들의 스타일이나 정치구도 등등 워낙에 급격한 변화가 많은 대목이니까.
!@#… 그런 외전 가운데 비교적 최근에 인지도를 쌓고 있는 것이 바로 AOZ. 어드벤스 오브 제타 (모형 전문잡지 전격 하비에서 주로 밀어주고 있음). 티탄즈가 결성되고, 건담의 후계기를 놓고 여러 업체들이 표준안을 경쟁하고, 그 와중에 지온 잔당이니 연방 본대와의 마찰이니 그런 것들. 하지만 뭐 이야기야 그렇다치고, 정작 중요하게 인기를 끄는 것은 바로 메카닉. 20년 뒤에야 나온 외전에서 본전에 충실한 메카닉 설정을 바라는 것은 무리겠지만, 오버스펙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워터십다운의 토끼들’에서 이름을 죄다 따온 헤이즐 건담 시리즈들은 완전히 시대착오. 설정에 끼워맞추기에는 지나치게 모던한 디자인, 지나치게 뛰어난 성능. 하지만… 결정적으로… 뽀대난다. 뭐 사실 그거면 된거다. 별로 이야기로서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0083처럼 정본에 넣을까말까 고민이라도 조금 될락말락 하는 작품과는 달리 그냥 건담세계관의 동인지로 취급하면 딱이니까. 여하튼, 그런 생각을 다들 해서인지 반다이의 HGUC 1:144 라인에서 주역 기체들이 출시되고 있다. 워낙 호평속에 발매된 지라, 한번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여름에 손 대봤던 물건. 헤이즐 개량형, 일반 버젼.
게으르고 미숙한 자의 폼나는 피겨 도색.
!@#… 피겨, 보다 정확히는 카툰화법을 바탕으로 한 만화/애니 캐릭터 피겨는 참 색칠하기 힘들다. 살색의 배합도 힘들고, 선 하나로 표정이 크게 바뀌는 화법 특징도 그렇고, 그것을 다 지켜나가려면 대단한 집중력과 부지런함이 요구된다. 그런데 capcold는 SF물이나 애니의 모형만 다루는 관계로, 가끔가다가 나름대로 특전이랍시고 미도색 피겨가 들어있으면 무척 난감하다. 다소의 수전증도 있는 입장에서, 중국 공장의 피겨 도색 아주머니들의 실력이 마냥 부러울 따름. 그렇다고 게으름과 미숙 때문에 피겨를 방치하고 버리기에는 아깝기에, 나름대로 묘안을 낸 것이 바로 ‘주석 동상’. 대략 이런 식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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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볼텍 킹게이너 (카이요도 리볼텍 시리즈)
!@#… 개러지킷과 피겨의 명가 카이요도가 올해 늦봄부터 토이 업계를 완전히 뒤집어 놓겠다는 듯 내놓은 신개념 액션피겨 시리즈, 리볼텍. 고정성이 높은 전용 플라스틱 관절부를 일반적인 조형성 높은 PVC로 만든 부품 사이에 결합한 제품군이다. 게다가 뽀대나는 역동적 포즈를 위해서라면 ‘올곧은 차렷자세’ 따위는 얼마든지 포기해도 좋다는 진퉁 액션피겨 마인드의 소유자이자 ‘야마구치식 관절’이라는 조어의 주인공인 야마구치 카즈히사가 조형. 이 정도 조건이라면 다소 마이너한 제품군(특히 조형상 양산이 힘들었던 물건들이라든지)도 문제없이 출시할 수 있어서 틈새시장 공략도 가능. 그래서 카이요도에서 공격적 마케팅으로, 리얼로보 슈퍼로보 액션피겨 등 3개 부문으로 나누어 매월 15일 한 개 이상씩 꼬박꼬박 신제품 출시 선언.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공식 홈피는 이곳.
!@#… 아아. 무슨 제품 광고처럼 시작해버렸다. 여하튼 리볼텍 시리즈의 지난달 라인업이 바로 이녀석, ‘오버맨 킹게이너’. 턴에이건담을 통해서 새로운 면모로 부활한 토미노 감독 Mk.II의 호쾌한 모험활극(…) 시리즈의 주역 메카. 시리즈는 최고! 였으나 모에 요소가 부족해서 그런지 대중적으로 큰 반향으로 이어지지는 못한 듯 하여 관련 토이가 참 부족한 비운의 작품. 나아가 프라모델화하기에는 지극히 부적합한 ‘코트’식 디자인도 한 몫하여(물론 시베리아 횡단이라는 작품 테마에는 더할 나위없이 적합했지만), 폼나는 가동 모형을 만들기 참 힘든 물건. 그런데 이 녀석이 리볼텍 라인업으로 결국 출시된 것이다! 예약은 6월에 이미 했으나, 배송 사정이 좋지 않은 나라의 샵을 이용하는 관계로 최근에야 배송. 말이 길었다. 말 그만, 사진 시작.
벤더 태엽 장난감! (퓨처라마 틴토이)
!@#… 지금까지 적잖이 보아 온 모든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통틀어서 단 한 작품을 꼽아보라면, 상당히 고민이 되기는 하겠지만 아마 큰 무리 없이 바로 이거라고 당당하게 소신을 밝힐 만한 작품이 하나 있다. 욕설과 화장실 개그에 의존하지 않고도 막나가는 블랙유머를 구사하며, 정치나 문화는 물론 인류 사회 전반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로 하나 가득이며, 장르 SF의 본질을 가지고 흥겹게 놀 줄 알며, 줄거리로서나 캐릭터로서나 도저히 거부할 수 없도록 만드는 매력이 넘치는 작품. 한마디로 그냥 오만 극찬을 늘어놔도 부족할 작품이 있다. 이름하여, ‘퓨쳐라마 FUTURAMA‘. (이 시리즈를 보신 적 있는 분은, 이 대목에서 스피커 키고 플레이 버튼을 살포시…)
[audio:http://www.capcold.net/pds/futurama_full.mp3|loop=yes]
!@#… 배경은 서기 3000년. 서기 2000년에서 냉동보관되어 이 시대에 깨어난 배달부 프라이, 외눈박이 “외계인” 여자선장 릴라, 성격 더러운 로봇 벤더, 그리고 플래닛 익스프레스 우주택배사의 직원들이 벌이는 사소하지만 사실은 엄청난 일상과 모험담이다. 심슨스로 유명한 매트 그로이닝그레이닝(추후수정07/07. 본인 인터뷰상, 이게 맞는 발음이다) 사단의 99-03년 작 (최근 소식에 의하면 새로운 시즌을 조만간 다시 제작한다고 한다). 뭐 자세한 소개야 언젠가 결국 한번쯤 하게 되겠지만, 코미디와 풍자는 당연히 일품, 종종 나오는 진지한 감동(!)도 일품. 참고로 한국에서도 투니버스에서 시즌3은 자막판으로 2004년에 방영해준 적이 있다는데, 더 자세한 사항은 모르겠음. 한국에는 DVD 미출시. 하기야 스타트렉 오리지널 캐스트가 줄줄이 성우출연해서 스타트렉 폐인을 스타트렉 패러디로 풍자하는 매니악함까지 천연덕스럽게 구사하는 작품이니 좀 어찌 다뤄야할지 난감하기는 하겠지만.
!@#… 여하튼 이 시리즈의 쟁쟁한 캐릭터진 가운데에서도 가장 막강한 캐릭터가 바로 벤더 (사실 조이드버그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원래는 이름 그대로 철심을 ‘구부리는’ 기능을 위해서 만들어진 로봇이지만, 여차저차 택배사에서 선내 요리사를 지망하는 입장. 뭐랄까, 호머 심슨의 무신경함과 바트 심슨의 사악함이 각각 3배 정도 증폭되어 합쳐졌다고 생각하면 될 듯. “Bite my shiny metal ass!” 라는 희대의 명언을 입에 달고 다니며, 항상 술과 담배를 가까이 하고, 도벽이 넘쳐나는 칵테일 쉐이커 모양의 로봇. 비록 시리즈가 천년만년 지속되지 않았던 통에(고작 5시즌 – 그것도 제작 기준으로는 4시즌) 별로 관련 물품이 많이 나오지 않았었지만, 그래도 이 아이템만은 명품! 여차저차 운 좋게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