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히어로즈’ 시즌1 전반부 방영 종료 기념 포스팅…

!@#… 이번주의 제11화로 드라마 ‘히어로즈’ 시즌1 전반부 종료. 한달반쯤 쉬고, 1월 말에 방송 재개 예정. 중간기착점이자, 두번째 스토리 아크인 ‘치어리더를 구하라, 세계를 구하라’의 종료인 만큼 중요한 단서들과 새로운 전개의 예고가 무더기로 쏟아져나왔다. 이것참, 드라마 보는 재미가 막강하다. ##이 벌써 장렬하게 죽어버린 것은 참 아쉬운 일이지만.

!@#… 그런데 뜯어보면 볼수록 이 드라마 대단히 잘 고안되어 있는데, 특히 초능력자 캐릭터들의 구도가 예술이다. 슈퍼히어로 만화장르 특유의 파워밸런스 개념에 어지간히 통달하지 않고는 도달하기 힘든 경지에다가, 심리학적 성향 구분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기까지 하다. 우선, 모든 캐릭터들은 기본적으로 단 한가지의 능력만을 가지고 있다. 해이션(The Haitian)은 남의 기억을 지우는 것과 남의 초능력을 봉쇄하는 두 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이도 있겠지만, 이 캐릭터의 능력은 바로 상대의 정신활동에 방해전파를 보내는 능력 한가지다. 그걸 응용함에 따라서 기억을 지울수도 있고, 두뇌의 활동에 방해파를 보내서 초능력을 봉쇄하기도 하는 것.

그런데 그 ‘한 가지 능력’으로 무한한 능력을 취할 수 있는 캐릭터가 딱 두 명 나오는데, 바로 연쇄살인마 시계공 사일라와 정의의 간호부 피터 페트렐리. 초능력자들의 두개골을 깨고 두뇌를 열어서 능력을 흡수하는 사일라, 그리고 초능력자가 곁에 있으면 그의 능력을 일시적으로 같이 구사할 수 있게 되는 피터는 바로 동전의 양면이다. 사일라의 고유능력은 바로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고치는 능력”. 그렇기 때문에 상대의 두뇌를 직접 꺼내서 초능력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스스로의 유전자를 고침으로써 자기 능력으로 만든다. 그 절차를 위해서 상대 초능력자는 두개골이 열린채로 죽을 수 밖에. -_-; 한마디로, 사일라의 능력의 핵심은 바로 절대적인 ‘이성’이다. 부대적 피해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궁극의 이치를 위해서 끝없이 매진한다. 그와 정 반대 극단에 서있는 것이 바로 피터. 그의 고유능력은 바로 “상대의 모든 것을 공감하는 능력”이다. 그렇기에 꿈을 통해서 자기 형이나 죽어가는 자기 환자 등 타인의 경험과 연동되어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그 능력이 극단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바로 가까이에 있는 타인의 능력을 마치 거울처럼 그대로 반영해버리는 것. 바로 절대적인 ‘감성’을 특징으로 하는 존재다. 물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닌 것이, 폭주하면 자칫 아예 자아가 망가질 수도 있는 위험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즉, 시즌1의 핵심 축을 이루는 대결구도는 이성-감성의 구도인 만큼 팽팽한 파워 밸런스를 이루면서 달려나갈 수 밖에 없다 – 그리고 결국 둘이 결국은 어떻게 공멸 또는 융화할 것인지가 관건. 캐릭터 밸런스를 위해서 ‘알고보면 인간적인 슈퍼악당’이라는 (이제는 꽤 뻔해진) 코드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속성’ 그 자체를 통해서 구도를 완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편집증처럼 묘사되는 초능력자 주소록 작성자, 노골적으로 커밍아웃 코드를 지니고 있는 무한 힐링 10대 소녀, 억압된 공격성과 이중인격으로 무장한 주부, 소년 같은 정신상태의 히어로 오타쿠 회사원,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으로는 세상을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세속적 정치가 등 히어로의 원형적 경이와 현대 도시인의 각종 정신상태가 접합된 캐릭터들이 한 다스 서로 얽혀 들어간다. 참 똑똑한 설정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 또다른 측면의 즐거움이라면 역시 ‘장르만화적’ 재미. 이미 4화에서 올백+수염+가죽코트+등에 검을 둘러매고 미래에서 온 히로를 통해서 만화적 슈퍼히어로 후까시를 보여주어 자신들의 ‘슈퍼히어로 장르만화적’ 근본을 보여준 제작팀, 갈수록 더 노골적이 되어가고 있다. 점점 더 캐릭터들이 슈퍼히어로적인 ‘이름'(별명)으로 불리워지고 있는 것. ‘싸일라(Cylar)’, ‘더 해이션(The Haitian)’, ‘DL’은 원래부터 슈퍼히어로틱한 이름들이었다. 그런데 갈수록 스스로를 ‘스파-히로'(슈퍼히어로)라고 지칭하는 히로는 물론, 온갖 사람들에게 멀쩡한 이름 놔두고 그냥 ‘더 치어리더'(The Cheerleader)라고 불리우고 있는 클레어를 보라. 이거, 분명히 의도적이다! 울버린이나 사이클롭스 같은 멋진 히어로명이 있으면서도 뒤로 갈수록 더욱 더 로건이니 스콧으로 불러댔던 모 극장영화와는 정반대라니까. 또는 히로의 미래를 예지하는 아이삭의 그림이 그가 일본도 한자루로 티라노사우르스와 맞서는 장면인 것 역시 (낚시일 가능성도 다분하지만) 장르팬의 환호성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이 정도로 ‘골수 진성’이라면, 근육과 타이즈가 안나오는 정도의 타협은 기꺼이 받아들여주리라.

 

PS. …그런데 와이프님은 아무래도 “각본 예측”이라는 초능력이 있는 듯 하다. 같이 보고 있노라면 어떤 장르의 드라마라도 10분 뒤에 벌어질 상황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해낸다. -_-; 그런 류의 능력들만 잔뜩 모아서, 한국식의 ‘히어로즈’ 드라마를 만들면 대박일 듯.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김어준 총수, 버로우를 풀다. 이런.

!@#… 황우석 과학 사기극 당시 적극적 황빠로 커밍아웃해서 배째겠다고 설레발치다가 적당히 버로우해버렸던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가 오랜만에 딴지일보에 글 하나 올렸다. 무려 ‘북핵 성명‘이란다. 쿨한척 하면서 실상 곱씹어보면 뜨거운 민족만세를 부르짖는 기본 자세는 여전하고, 영양가 없는 원론적인 내용 두어마디를 위해서 이런저런 자료만 잔뜩 붙여서 스크롤의 압박을 만드는 방식도 황빠 선언 당시와 대동소이. 한때 간결명확하고 풍자적으로 촌철살인을 일삼던 코스모폴리탄 쿨가이의 이미지는 이제 완전히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봐도 무방할 듯. 황빠질로 눈이 뒤집혔을 때 한번 잠깐 미쳐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제는 완전히 그것이 본체가 된 듯. 재기발랄하게 시작한 담론가의 퇴물화 과정은 언제봐도 씁쓸하다. 정치적 입장과는 별개로, 조갑제도 지만원도 복거일도 맨 처음에는 나름대로 실력있고 제정신이었던 기억이… 언젠가 한번 그 이야기(담론가가 망가지는 패턴)도 좀 자세히 풀어봐야겠다. 뭐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이 드라마, 멋지다 – NBC 드라마 ‘히어로즈’

!@#… NBC 드라마 ‘히어로즈'(Heroes) 보기 시작하다. 이거, 무지 재밌잖아! 참 당혹스러웠던 것이, 주변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처음 만나서 인사 나누는 미국인들까지도 만화 좀 본다는 capcold라면 당연히 이것을 보고 있겠거니, 하고 가정을 해버리는 것. 매번 아직 안보고 있었다, 원래 드라마 실시간으로 챙겨보는 일이 없다 등등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결국 보기 시작해버렸음. 스판과 근육과 주먹이 날라다니지 않는 슈퍼히어로 리그물은 아무래도 심심하다고 생각하는 쪽이지만, 한번쯤은 초능력을 지녔으나 밋밋한 바디를 지닌 서민들의 이야기도 나쁘지 않겠지 하고 예외를 두기로 했다. 스몰빌은 대형 히어로를 데려다가 작디 작은 일상으로 박아 넣은 소심한(?) 설정이라서 그다지 끌리지 않았으나, 히어로즈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슈퍼 히어로를 끌어내서 결국 대형 활극으로 이어갈 야심찬 프로젝트니까.

!@#… 초반 스토리 전개에서는 평범한 생활을 살아가던 각 주인공들이 초능력을 발현하게 되는 중. 초능력이 거의 무슨 정신이상 증세처럼 묘사되는 전개가 멋지고, 영화 엑스멘 시리즈의 영향이 뚜렷한 그 커밍아웃스러운 분위기가 재밌다. 시공간을 굴곡시키는 오타쿠 화이트 칼라 일본 회사원의 소년스러운 사고방식이 상쾌하고(실제로 이 사람은 ILM의 CG 프로그래밍이 본업, 연기가 부업), 날아다니는 근엄한 정치가 아저씨도 은근히 깬다. 그리고 당연히 슈퍼히어로물이라면 등장해줘야 하는 지구종말도 쌈박하게 예고.

!@#… 그런데 사실 그보다도 더 재미있는 점은, 드라마의 전개 방식 자체가 완전히 미국의 이슈 단위 만화 연재 포맷 그대로라는 것. 즉 몇개 화 단위로 하나의 ‘스토리 아크’로 묶인다. 1-4화가 하나의 스토리로 묶이고(심지어 그것에 대한 별도의 부제까지 붙고), 5화부터 연속되지만 다음 ‘챕터’스러운 단위의 새 이야기가 전개되는 식. 이 방식은 나중에 단행본으로 묶을 때 편한 방식이기도 하다. 뭐랄까, 슈퍼히어로라는 소재나 상상력뿐만 아니라 형식까지도 만화에 기대고 있는 드라마. 그러면서도 드라마로서의 재미를 최대한 살리는, 매체간 영향력의 진정한 윈윈관계. 게다가 공식 사이트에 가면 매 주 온라인 만화로 각 캐릭터들과 관련된 외전이 한편씩 새로 연재되는데, 각 주에 방영된 내용과 당연히 연계된다. 이거이거, 만화를 대충 만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작가진 가운데 Jeph Loeb 같은 만화계의 베테랑이 끼어있을 정도니(덤으로 공동 총제작자이기도 하다).

!@#… 여튼, 만화에서 캐릭터나 소재만 따오는 것이 아니라 만화라는 양식 자체의 여러 재미 요소들을 제대로 끌고 오면 더욱 다양한 재미가 생겨난다는 명백한 증명.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중인 미국 고예산 드라마계에 새로운 강자가 출현했고, 그 강자는 만화라는 말을 타고 있다. 향후 추이에 주목할 필요.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결국 보고 오다. 크리스마스 전야의 악몽.

!@#… 결국갔다. 소원성취. 이하생략.

!@#… 이하생략할까 했으나, 역시한마디안할수가없다! 나중에 갑부라도 된다면 극장을 하나짓고 매주 한번씩 상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디지털 리마스터링과 디지털 영사기의 위력 덕분에 코아아트홀에서 기스난 필름으로 본 기억이나 VHS로 복습한 기억, DVD로 본 버전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영화 감상 경험. 작품 성격상 결 하나하나 눈빛 하나하나가 더 자세히 보인다는 것이 완전히 새로운 표정과 감성으로 다가오기에, 이런 기술적 업그레이드는 축복에 가까웠다. 게다가 삼차원 효과 역시 압권으로, 유원지 마냥 뭐가 튀어나와서 사람을 놀래키는 식이 아니라 화면의 깊이를 만들어서 생동감을 더욱 배가시키는 쪽으로 활용. 특히 달빛 내리는 나선언덕 위에서 잭이 신세한탄의 노래를 하는 장면은 원래 100점 만점짜리 장면에서 가볍게 150점 짜리 장면으로 승격. 그러다가 마지막의 화려한 눈 내리는 피날레에서 만큼은 객석으로 눈이 내리도록 만들어서 따듯한 마무리. 아무 영화나 이런 방식이 효과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이 영화 만큼은 이 방법이 가히 최강의 조화. 신기한 삿대질 오락효과를 위한 입체가 아닌, 영화 자체를 더욱 멋지게 만드는 입체 효과의 매력에 흠뻑. 아, 그리고 리얼디 씨네마 방식의 입체 처리는 한 프로젝터로 두개의 상을 각각 초당 72번씩 쏘는 것이기 때문에 인터레이스 방식 특유의 화질 저하도 적청 방식 특유의 색감 저하도 없는 현존 최강의 입체 상영기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영사기에서만 되고, 현존 DVD시스템으로는 재현 불가 (색상이 망가지는 적청 방식으로 재제작을 한다면 모를까). 즉 이번에 극장에서 못보면 향후 최소 십수년은 다시 못올 기회. 비록 할로윈때 보지도 크리스마스때 보지도 못한 셈이지만, 크리스마스 전야의 악몽 관람을 멋지게 지르고 돌아온 뜻깊은 주말. 훗훗훗훗훗훗훗훗훗훗훗훗훗훗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단상] 언론이 아파트 시세에 목숨걸 때

!@#… 연말이 다가오니 또 한국 언론 공간의 경제지면은 부동산이 어쩌느니 하고 난리다. 그래, 또 신도시 어쩌고 이야기가 나오고 집값이 마구 미쳐날뛴다. 무슨 수를 써도 안잡히는 부동산 경제와, 그럴 수록 다 팽개치고 부동산에 올인하고 싶어하는 듯한 황당한 정부 정책의 모습이 대비되곤 한다. 그리고 이럴때 마다, 조중동은 항상 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1) 시장기능에 맡기고 2) 공급을 확대해라 3) 이 모든 것은 실수요자의 목소리다 어쩌고. 하나씩 해석해보자. 1) 노무현 정부는 반시장세력이다, 2) 노무현 정부는 사람들에게 집도 안준다, 3) 집값 상승이 투기때문이라는 건 정부의 구라다. 뭐 저능하기는 하지만, 일관성 있어서 편하긴 하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 1) 지금 시장기능에 맡기지 않고 있는 것이면, 가격을 정부가 정해주고 있나? 얼마나 시장기능이 활성화되었는지, 부녀회와 부동산중개업의 담합으로 호가를 몇억씩 퍽퍽 올리는데 말이다. 더 시장기능에 맡길 것이 뭐가 있는지 심히 궁금하다. 그냥 양도세도 없애버리라는 걸까? 2) 공급 확대라… 매번 ‘새로운 공급’인 수도권 신도시 이야기 나올때마다 그곳이 부동산 투기 거품으로 초토화되는 건 우연인가? 판교에 3만세대말고 30만 세대를 만들었으면 흔해빠져서 가격이 내려가기도 했겠다, 그치? 검단 지구에 2010년까지 20만 세대를 넣겠다는데 이번에 폭등 난리쌩쑈 벌어진 것도 공급이 부족해서 그런거겠구나. 3) 투기 목적이 아니라 실수요라면, 왜 아파트만 죽어라 오르는데? 아 물론 ‘땅값’이 올라서 덩달아 연립주택도 오르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다 아파트만 사려고 하고 연립주택이나 소규모 단지는 ‘마이너 상품’ 취급받는 건 왜일까. 대형 아파트에서 표준화된 삶을 살지 않으면 같은 동네에 사는 것이라도 삶이 무지막지하게 쾌적도가 떨어져서 그럴까? 에이, 대답은 여기까지 와서 읽고 있을 사람이라면 다들 알면서.

!@#… 시작부터 샛길로 빠졌지만, 굳이 부동산 세태 비판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돈 되는 곳에 돈 쏟아부어서 돈 벌고 싶은 발상은 인지상정. 내가 집 살때까지는 떨어지고, 내가 산 뒤에는 자산가치가 마구 올라가서 한 몫 잡고 싶은 심리는 뭐 자본주의 특유의 ‘천박하지만 인간본성에 가까운’ 속성이니 좋든싫든 (사실, 싫지만) 인정은 하고 넘어가야겠지. 이런 저런 변명을 붙이고 우리 잘못이 아니라 모두 정부가 잘못했다느니 하는 건 너무너무 구차하긴 하지만, 뭐 보잘것 없는 최소한의 자아존중감의 껍데기라도 보존하기 위한 애처로운 노력이겠거니 하자. 아, 물론 정부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경기위축을 각오하고서라도 확실하게 분양원가공개와 호가/거래가 동시공개, 그리고 양도세 최소 3배 확대 등 부동산의 투자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마구 떨어트리는 강력한 투기 억제 대수술을 밀어붙였어야지. 그보다, 이 부동산 과잉 세태의 소용돌이에서 언론이라는 축이 담당하는 부분을 줄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규범론적으로는 분배정의를 생각하면서도,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평범한 ‘우리’들의 모순은 담론 장사꾼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장사꺼리다. 한국의 종합일간지 치고 부동산 정보라는 황금 담론 시장에 목숨걸지 않는 곳이 과연 있을까. 개인들의 모순을 그대로 반영하고 확대재생산하면 독자가 생긴다. 매주 자세하게도 나오는 아파트 시세표(부동산? 얼어죽을. 그냥 아파트 시세표다), 매일매일 여러 면을 할애해서 펼쳐지는 아파트 시세 관련 뉴스를 통해서 말이다. 어디가 가격이 오를지 잘 찍어서 알려주는 기사들로 평소에 열심히 뽐뿌질을 하다가, 그쪽이 가격이 확 올라가버리면 투기가 어쩌느니 정책이 어쩌느니 말세라느니 특집기사들을 쏟아내면서 또 재미를 본다. 심지어 같은 날의 신문 하나에서도 “지면에서는 부동산 급등을 걱정하고 부동산 섹션에서는 돈벌자”고 하는 골때리는 짓도 전혀 새롭지 않다.

세상에 이리 날로 먹는 장사가 또 어디있을까. 사회는 정의를, 나는 정의를 넘어서는 잘난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의식. 모든 사람들이 난데없이 한꺼번에 의식개혁을 일으켜서 사회주의적 이상향의 개인으로 재탄생한다든지 하는 환타지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고서야 (하기야 지난 세기초의 공산주의 혁명가들은 정말로 그딴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해서 결국 사회를 종종 말아먹곤 했지만) 해결될 리 없는 워낙 근본적인 모순이다. 모두의 관심은 높지만 해결은 안되는 것에 대해서, 더욱 더 해결이 안되도록 부추키며 불지르는 것 만큼 잘 팔리는 담론장사가 또 어디있을까. 그렇게 해서 오늘도 내일도 부동산… 아니 아파트 시세는 언론의 자랑스러운 황금알 거위다.

!@#… 그렇다고 해서 난데없이 신문들에게 아파트 타령 좀 그만하라고 강요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좀 제정신을 가진 신문 한개 정도만 찍어서 “너희들까지 그러고 있으면 안되잖아”라고 해봤자, 누구나 아파트 정보를 보고 싶어서 신문을 구독하는 마당에 그 신문사보고 망하라는 이야기다. 한국 언론, 이러면 안되지 하고 규범론적으로 타이르는 것은 언론학자들의 위신을 세워줄수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실제 효과는 한없이 제로에 가깝다. 싸구려 뽐뿌질 기사가 더 잘팔리는데, 뭐하러 한국사회 주거환경의 미래를 신경써줘야 하겠나. 아니 그렇다면 이런 바보같은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란 무엇인가.

!@#… 결국 언론, 적어도 종합일간지와 전국방송에서 뽐뿌질해대는 아파트 정보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수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정보의 분업화부터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쓸만한 아파트 정보는 아파트 전문지와 부동산 전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것이 전부가 되도록 이들 매체들을 성장시키는 것. 사실 지금도 주간 전문 타블로이드와 웹사이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용이 이미 일간지들에 나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도의 고만고만한 전문성 수준이니까 일간지의 독자들을 끌고오지 못한다. 하지만 신문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정보의 표시가 한계가 있다. 전국(을 빙자한 수도권) 시세표 빼곡하게 쳐넣는것과, 이미 시중에 공개될대로 공개된 내용의 투자정보를 기사화하는 것 이상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렇기에 실력있는 전문 정보지를 육성해서 호가와 거래가, 뒷소문과 앞소문을 망라해서 준다면 종합 언론의 아파트 시세 정보 가치는 그 만큼 떨어지게 된다. 아니면 아예 국가차원에서 세무 정보를 바탕으로 조사해서 공식 거래 정보를 총망라한 총괄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서 서비스를 하든지 말이다. 여하튼 최소한 종합일간지와 뉴스에서 아파트 이야기만 줄창해서 모든 사회적 의제의 최전선처럼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 투자의 본질이 “재산증식” 이라는 점을 빼도박도 못하게 뚜렷하게 해주는 효과 정도는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 하지만 그 이전에 당장, 언론으로서의 룰을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더 확실한 감시와 처벌이 먼저다. 브레이크 없는 저널리즘의 자유에 법적 책임이라는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 기사를 누를 수 있는 방법이야 당연히 없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최소한 어디가 개발된다더라 하면서 근거없는 뜬소문을 기사화하면 곧바로 토지공사가 수십억 고소를 해서 본때를 보여줄 수 밖에. 즉 하다못해 ‘틀린 보도’만이라도 확실하게 잡아서 지멋대로 막 쓸 수 없도록 하는 것도 대단한 첫 걸음이다. 허위 과장 보도에 대한 확실한 제제를 해서 섣불리 야매스럽게 뽐뿌질해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만으로도 아마 일간지들의 부동산 관련 기사 가운데 절반은 지면에서 사라질 것이다 (어떤 섹션인들 안그러겠는가만은).

!@#… 물론 시민들 개개인이 신문지상의 온갖 부동산 소식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정말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고급 정보만을 고급 소스를 통해서 취득하고 나머지 헛소문들은 과감히 무시하는 지능을 갖추는 것이 가장 강력하고 근본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 것은 대략 SF의 영역이니 현실적인 부분부터 파고 들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우선 한껏 끓어오른 담론의 거품을 좀 꺼트리고 그 다음에 하나씩 냉정하게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것이 정석이라면, 그 거품의 가장 뚜렷한 현상이자 인도자인 언론 뉴스의 막나감을 제정신 차리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로 그 목표를 위해서, 일간지들로 하여금 아파트 시세 설레발질의 뉴스 가치를 떨어트리게 하는 묘안들을 계속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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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원두값이 싸서 세계가 어지럽단다.

!@#… 모기불님 블로그에서 트랙백. 된장녀 끝물이라도 먹고 싶은지, 아직도 스타벅스 가랑이 잡고 늘어지는 언론이 좀 있어서 잠시 즐거웠다.

3100원짜리 스타벅스 카푸치노 원두 값은 단돈 90원
[국민일보 2006-10-27 18:14] 신창호 기자

!@#… 그럼그럼.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미덕이고, 세계적 경제 불평등에 대한 관심을 가져준다면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데 말이다… 지식정보사회니 서비스 경제니 하면서 “무한한 무형의 가치를 창출하자“며 십여년째 설레발치고 있는 것들은 누구고, 스타벅스 커피의 원가가 어쩌느니 하면서 “무형의 가치는 날도둑질이다“라고 주장하는 것들은 또 누구인지;;; 뭐 어쩌겠나. 세계평화에 관심있어서 쓴 글이 아니라 스타벅스 때리기에 관심 있어서 썼다는 티가 줄줄 흐르는 글인데. 하다못해 현지 농장들이 원두를 “썩기 전에 팔아야 할 농산물”로 여길 수 밖에 없는지라도 고민해주지 않으니까.

!@#… 역시 언론은 재미있어! (데스노트의 ‘류크’ 풍으로 읽으시길-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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