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의 현재 스토리

!@#… 잠깐 세포 사진 건으로 돌아와보자. 우선 사이언스의 입장인 “황랩의 첫 제출 논문에는 11개 모두 달랐다, 그래서 reviewer들이 못발견했다”는 말. 외견상으로는 황랩의 결백을 두둔해주는 말이지만, 뒤집어보면 지금 그 사진들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새 사진, 즉 문제있는 사진은 누가 언제 바꿔치기 한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서, 고해상도 파일 필요하다고 요청해서 섀튼한테 받았다고 한다. 섀튼이 미국측 연결고리니까, 그런 중계를 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절차였을까 의문은 남지만) 특별히 이상하지는 않다. 그렇다면 사진 조작 공방이 섀튼에게 넘어간 것인가? 섀튼이 황랩 물먹이려고 사진을 포샵질 하고 스케일바까지 새로 입혔나? 거기에 대해서 섀튼의 대변인을 통해서 이렇게 말했다고 국내에 보도되고 있다:

“혼선이 서울에서 발생했는지, 아니면 섀튼이 피츠버그에서 사진을 복사하면서 발생했는지 아직 분명치 않다”

!@#… 음. 좀 이상하다. 복사하면서 파일이 깨지면 깨졌지, 무슨 포샵질이 저절로 일어난단 말인가. 섀튼 연구실은 바보인가? 그래서 원문을 찾아봤다. 여러 보도가 있지만, 이건 LifeNews 것.

But a Schatten spokesman told The Korean Herald newspaper, “Schatten’s lab copied a CD of Hwang’s photos, and one question is whether that copying process accidentally produced duplicates.“

이게 좀 미묘한 뉘앙스인데, 복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정말로 분명치 않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복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리가 있겠냐는 반어적 의미다. 한마디로, 우리는 결백하다, 원래 황랩에서 준게 그 모양이었던 것이다, 라고 역설하는 말이다. 한마디로, 인용보도하면서 잘못 번역한 셈. 앞 뒤 문단의 뉘앙스 정도는 보아가면서 번역을 해야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 여튼 처음부터 곁가지로 샜지만, 외신의 현재 스토리. 우선, 한국에서 BRIC과 사이엔지를 중심으로 세포사진 문제가 제기되기 전까지는 외신들의 포커스는 피디수첩이 제기한 의혹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여전히 난자제공 거짓말이었다. 연구성과는 보존, 한국발 연구논문 전반에 대한 신뢰성은 상처(즉, 한국발 논문의 심사를 까다롭게 하겠다는 발언들은 PD수첩의 결과 검증 논란과는 무관했다). 그런데 사진 문제는 이게 좀 가볍지 않다. 그래서 그것을 매개로 보도가 한줄씩 나오기 시작하고, 사이언스가 발빠르게 해명에 나섰다. 사이언스는 최초 제출본에는 오케이였고 논문 성과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 해명의 요지는 결국 우리 리뷰어들은 잘못 없다는 것(현명한 선택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논문 수정에 대한 사실들이 밝혀졌는데, 11개 성공 세포 가운데 사실은 7개, 아니 나중에는 다시 3개만 성공작이라고 바뀌었다는 것이 하나. 그리고 황랩이 한국에서 발표한 내용과는 달리, 사진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수정요청한 것이 아니라 과학자 커뮤니티에서 문제제기가 된 이후에야 비로소 수정요청을 했다는 것(한마디로, 또 거짓말했다는 것).

!@#… 그런데 이제 국면은 네이쳐가 개입하면서 또 바뀐다. 사진 조작 논란은 물론, 피디수첩서 제기되었던 줄기세포 검증 자체의 필요성까지도 언급한 것이다. 또한 사이언스의 리뷰 과정에서 실제 데이터에 대한 검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도 아예 확인 사살해버리고, 돌리 사례까지 들어가면서 아니 왜 검증을 안할까 하고 질문을 던졌다. 한마디로, 이제는 본격적으로 결과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제가 표면으로 부상한 것이다.

!@#… 물론 실제 보도는 의혹이 아니라 드러난 것에 대한 보도여야 하기 때문에, LifeNews 등에서 보도하는 것은 아직 사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앞서 말했듯 사진은 이미 문제있다고 확정되었으니까. 아 황박사가 병원에 누웠다는 보도도 나온다. 그것도 확정이니까. 줄기세포 불일치 등에 대해서는 아직 본격적 이야기가 안나오고 있다. 황랩이 애초에 엉뚱한 샘플을 준건지 아니면 정말로 줄기세포가 없었던 것인지 확정이 안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내일부터는 또 모르지. 한가지 확정적인 것은, 의혹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검증을 안하려고 하고 있다는 사실이고, 네이쳐가 바로 그 점을 지적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 덤으로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과학 전문지가 아닌 NYT나 WP 같은 종합지에서 이 보도는 그렇게 대단히 비중있게 다루어지지는 않는다. 한국에서 황랩 연구 말고, 평소에 과학 관련 단신들 다루어졌던 비중을 한번 상기해보면 된다. 2002년 쇤 사건이 터졌을때의 국내언론을 생각해봐도 좋다.

!@#… 그렇다면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원래 과학계의 상식은 이 정도의 의문이 제기되면 당연히 연구 당국 자체가 사운을 걸고 검사를 해서 결백이든 사기든 확정을 지어주고 그 뒤 보도자료를 뿌리는 것이다. 한가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있는데, 그 기관 산하 연구실에서 사기를 쳤다고 해서 과학계에서의 신용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기를 자신들이 나서서 깨끗하게 못 밝혀낼 경우 비로소 신용이 떨어지는 것이다. 외신들은 그 상식에 의거, 보도꺼리가 나와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한국발로 그런 정보들이 안나와주면? 즉 대통령의 말 잘 들어서 적당히 묻어버리면? 그런데, 피츠버그대 연구조사실이 호구가 아니거든. 섀튼 라인 통해서 그쪽이 먼저 진상규명을 해버리고 보도자료를 뿌려버리면, 정말 한국 과학계는 그때 비로소 본격적으로 물먹기 시작한다.

!@#… 한국에서는 그런 외신이 어떻게 활용되냐고? 외국놈들이 남 잘되는 꼴 못보고 위대한 대한민국의 학자를 폄하하고 기술을 훔쳐가기 위해서 기를 쓰고 있다, 라는 자료로 열심히 활용되고 있지 뭐. 알께뭐야, 그 동네 언론인들이 한국의 언론중재위원회에 클레임 걸 것도 아닌데(관심이 없으니까).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그래서 황교수 데이터 조작 의혹 검증의 현재스코어는?

!@#… 피디수첩이나 기타 언론이나 그런 문제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해왔지만, 한번쯤은 정작 황우석 랩의 논문이 그래서 과연 데이터 페이크를 했냐 안했냐에 대해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한번쯤 정리해야겠지. 진실을 찾아라, 승자에게는 “국익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는 무식한 자칭 애국자들의 욕 한바가지가 상으로 내려지리라. 이미 알려져 있듯, 애초에 이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던 피디수첩은 어처구니 없게도 협잡이라는 반칙으로 중도 탈락. 이제, 한국과학기술인 연합 사이트의 회원들이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원래는 BRIC에 실린 무명 제보. scieng.net 으로 펌당해서 반응 일으키다.

… 그리고 차분히, 그 뒤로 계속 올라온 글들을 읽어보시기를. 비록 같은 데이터에 대한 문제제기는 아니지만 뭐랄까, 피디수첩이 낙마한 그 지점부터 이야기는 완전히 다시 시작되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 다만 이들의 추이가 심히 주목되는 이유는 적어도 “언론 따위가 검증을 하려들다니!” 따위 개소리는 듣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훨씬 유리한 입지에서 달려 나간다는 것.

아, 물론 우석오빠 만세를 외치기 위해서는 오만 찌꺼기 정보도 다 기사화 시키기에 바빴던 YTN이니 조선일보니 연합뉴스니 해럴드 생생뉴스니 하는 찌라시 언론들은 이번에는 무척 신중한 듯 하다. 아직 ‘보도’가 한 꼭지도 없네. 바로 이런 페이스가 사실 정상이고 바람직한 일이기는 하지만, 씁쓸하구먼.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 / 수정 / 영리 자유 —

(약간 추가) !@#… 아, 그리고. 사진 자료 한 두개 틀린 것이 뭐 대세에 지장있냐고 반항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약간의 설명. 만약 데이터 조작으로 판명될 경우, 연구의 이론적 성과와 관계없이 연구자로서의 정직성에 치명타를 받는다. 만약 과학적 오류가 발견된 것이라면 그냥 후속 연구로 때우면 그만이지만, 데이터 조작으로 인하여 정직성에 상처를 입으면 과학자 자체가 매장되는 것이 이 바닥의 룰이니까. 지금 난자매매 건으로 실제로 세계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연구원 난자를 받아서가 아니다(합법이었으니까). 안받았다고 여러번 거짓말을 하다가 들통났기 때문이다. 정직성에 금이 간 것. 그런데 만약 정말로 데이터조작까지 드러난다면, 황랩은 회복불능. 그렇기 때문에 이번 안건의 해결이 중요한 것이다.

(약간 더 추가) !@#… 현재 “대중”의 “여론” 추이를 보면서, 왜 이 땅에서 국가보안법이라는 화석이 안사라지고 있는지를 완전히 이해하고 말았다. 지금껏 모호했던 ‘국익’의 실체도 깨달아 버렸다. 모든 수수께끼는 풀렸고, 범인은 이 안에 있다. 나름대로 쾌재.

황교수 논란을 바라보는 외신보도의 진실

!@#… 황교수 논란을 바라보는 외신 보도의 진실. 긴 말 하지 않겠다. 각 기사들의 전문을 옮기면 저작권위반인지라 주요 파트만 인용. 구글에서 제목 입력하면 전문으로 가는 링크가 나오니까 꼭 한번씩 보시길.

사례1]

“황 교수 기술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
[YTN 2005-11-30 07:25] 
[신현준 기자]
황우석 교수의 기술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에 황교수의 윤리적 문제가 장기적으로 세계 줄기세포 연구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AP 통신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하략)

이 기사에서 원용하고 있는 보도는 이것이다. 제목부터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Stem Cell Setback Won’t Hurt Research
Nov 29, 8:41 PM EST
By EMMA ROSS (AP Medical Writer)

물론, 이 기사에는 황 교수 기술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말 따위는 애초에 없다. 신현준 기자의 소신에 의거한 순수한 창작. 이 보도의 초점은 황교수가 주춤하면 전세계적인 줄기세포 연구의 진전에 장해가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대한 회답이다. 국제적 공조도 이미 잘 되어있고, 기술은 빨리 전파되기 때문에 이상 없다는 것. 게다가 “줄기세포 연구의 99%는 클로닝과 관련 없다”는 영국학자 Peter Andrews 의 말도 인용. 즉 비교하자면 이런 의미구조다.

원래 AP 기사:                        
  줄기세포 연구 전체 차원, 국제공조, 연구의 진전은 계속됨

YTN 기사에 재현된 AP기사:
 황교수의 세포복제 차원, 황교수 대 세계의 경쟁, 기술을 따라잡힐 위험이 있음

흔히 시쳇말로, “왜곡”이라고 부른다. 전문용어로도, “왜곡”이라고 밖에 못부를 듯 하다. 왜곡의 목표는 너무나 뚜렷해서 굳이 지적할 필요도 없다. “한국의 영웅 황랩 연구에 딴지걸면 세계 경쟁에서 지는거야”.

사례2]

“황교수 다음 업적 조심스럽게 점검될 것”
[연합뉴스 2005-12-04 23:24]
이래운 특파원

줄기세포 연구결과에 대한 진위 논란으로 다음에 이루어질 황우석 교수팀의 큰 과학적 업적이 극히 조심스럽게 받아들여 지더라도 한국인들은 놀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략) …이 신문은 특히 “아직도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핵심 문제는 난자 제공에 대한 황우석 교수의 거짓말이 과학적 결과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했을지 모른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지 여부”라고 주장했다. (중략)… 또 황 교수가 난자 제공의 구체적 사실을 알지 못했고, 당시엔 불법도 아니었다는 의견도 소개하면서 “일부 미국 과학자들도 난자 제공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략)

이 기사에서 원용하고 있는 보도는 이것이다:

(NYT) Editorial
South Korea’s Cloning Crisis
Published: December 4, 2005

South Korea’s high-flying stem cell researchers – reputedly the best in the world at cloning – have stumbled badly in handling the ethical issues of their controversial craft. Worse yet, the research team’s leader, a national hero in his homeland, lied in an effort to hide his ethical lapses. We can only hope that he has not also lied about the astonishing scientific achievements of his research team. (중략)… But what really torpedoed Dr. Hwang was the cover-up: his repeated lies to the effect that his eggs were donated by unpaid volunteers. These misrepresentations led his most prominent American collaborator to sever ties because his trust had been shaken. (하략)

원문의 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난자매매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한 이야기 투성이다. 제목의 ‘Crisis’ 라는 표현은 바로 거짓말에 따른 신뢰성 상실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기사 말미에 가서야 비로소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 The key unresolved issue is whether lying about egg donations suggests that the Korean team may have lied about its scientific results. So far there is no evidence of that. Indeed, American collaborators and observers remain confident that the team’s achievements were real. But science is an enterprise that relies heavily on trust. The Koreans should not be surprised if their next scientific breakthrough is greeted with extreme caution.

즉 마지막의 결론은 과학은 신뢰에 의존하는 분야인데 한번 거짓말이 탄로났으니 이후 연구 성과들이 훨씬 더 조심스럽게 검토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라, 라는 것이다. 결과물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나 하는 의혹 이야기는, 증거도 아직 없고 미국측 협력자들도 확신하고 있다는 것 뿐. 이번에도 비교하자면 이런 의미구조다:

원래 NYT 기사:                        
 황랩이 윤리문제에 부딛혔다. 난자기증 거짓말 때문이다. 앞으로 신뢰성 검증이 더 까다로워질 것이다.

YTN 기사에 재현된 AP기사:
 황교수 다음 논문이 외국에서 견제 당할 것이다. 결과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우리도 의심스럽다.

이번에는 원문에 아예 없는 말을 새로 지어내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기사의 핵심 이슈를 입맛에 따라서 왜곡했다. 이번에도 목표는 뚜렷하게 보인다: “실험 결과에 대한 의혹을 네놈들이 제기하는 바람에 외국에서 앞으로 잘 안 받아준다더라.”

사례3] 이건 워낙 걸작이라서 전문을 옮기고 싶지만, 저작권법이 있으니 적당히 중략.

로이터 “외국 연구자들 황교수 망하길 원해”
[한국일보 2005-12-05 06:42]

“다른 나라 연구자들은 그(황우석 교수)가 폭삭 망하기를 바라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4일‘한국 과학자 은든 중, 그러나 폭풍은 계속돼’라는 기사에서 미 버클리대 데이비드 위닉코프 조교수를 인용… (중략)… 뉴욕타임스는 이 날 ‘한국의 복제 위기’라는 사설에서… (중략)…  “핵심은 황 교수가 과학적 결과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했을 지 모른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지 여부”라며 “황 교수의 큰 업적이 조심스럽게 받아들여 지더라도 한국인들은 놀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외신=종합

원용한 기사는 앞서 이야기한 NYT 기사와, 바로 이 기사다:

(Reuters) S.Korea scientist in seclusion; storm continues
Sat Dec 3, 2005 10:04 PM ET
By Jon Herskovitz

이 기사 역시 사례1의 AP 기사와 마찬가지로 윤리문제와 그것이 얼마나 전세계적인 줄기세포 연구 진행과정에 장해를 줄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기사에 거의 문단마다 bioethical이라는 단어가 도배되어 있다). 문제의 다른 연구자들 어쩌고 부분을 보자.

Another is honesty concerning Hwang’s decision not to give information about the donations in a timely fashion, and there is the problem of a lack of global ethical standards for procuring human eggs for research.

“He (Hwang) really is the face of stem cell research and cloning research right now. He has been lionized in some ways,” Winickoff said by telephone. “Researchers in other countries are all too eager to see him go down in flames.”

위니코프 교수의 이야기를 인용한 취지가 바로 앞 문단에 설명되어 있다. 황교수가 제 시간에 난자 기증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은 것의 부정직성, 그리고 인간 난자를 연구에 사용하기 위한 전지구적 윤리 기준의 부재. 그리고 황교수는 바로 이런 문제들을 담고 있는 분야의 얼굴마담. 그래서 이런 문제에 우려를 가지고 있는 다른 나라의 연구자들이 황교수의 몰락을 바라는 것이라는 취지의 인터뷰다.

그런데 한국일보 박상준 기자는 이 이야기를 NYT 기사로 마무리하는 합성 신공까지 선보인다. “핵심은 황 교수가 과학적 결과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했을 지 모른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지 여부” 라는 놀라운 왜곡번역으로 말이다. The key unresolved issue 는 그냥 핵심이라는 말이 아니라, 아직 해결 안된 주요 이슈라는 말이다. 즉 아직 논쟁중이거나 해결 안된 것들 가운데 주요 안건이라는 뜻. 그리고 앞서 보았듯이 원문에서는 그래서 우리도 결과를 의심한다는 것이 아니라 부정직함의 대가로 검증이 더 빡쌔질꺼다라는 것 아닌가.

덤으로 진짜 히트는, “국가적 자긍심과 국제적 과학이라는 이해 관계가 걸려 있는” 이라는 구절이다. 원문은 “national pride and global science at stake”, 즉 “국가적 자긍심과 전세계적 과학이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적 이해관계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과학발전의 문제라는 말이다. 이 구절을 교묘하게 틀어서, 다시 그 유명한 ‘국익’ 이데올로기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박상준 기자가 의식적으로 이렇게 했다면 고수, 무의식중에 이렇게 했다면 국익이데올로기라는 거대한 기계의 충실한 부품. 뭐 둘 중 하나다. 여하튼, 의미구조 요약이다:

원래 로이터스 기사:
황교수 은둔이 세계적 줄기세포 연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원래 이 분야는 윤리문제 때문에 민감한 분야. 한국사회가 황교수 연구를 보는 자세의 국가주의적 측면.

원래 NYT 기사:                        
 황랩이 윤리문제에 부딛혔다. 난자기증 거짓말 때문이다. 앞으로 신뢰성 검증이 더 까다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한국일보에서 재현된 기사들:
 로이터: 이때가 기회다, 하고 외국이 황교수를(즉 한국의 업적을) 뭉개버리려고 한다. 
 NYT: 결과가 거짓일 것 같다는 의혹에 외국인들은 무척 솔깃하다.

즉 한마디로 “외국은 이번 기회 삼아 황교수를 깔아뭉개고 기술을 빼앗아가고 싶어한다”고 자연스럽게 묘사해버리는 신공을 발휘하는 것이다. 굉장하다. 

!@#… 이상 3가지 사례 모두 국내에서 이들 소위 ‘언론’이 하고 싶은 프레임 설정에 맞도록 외신을 난도질 도입했다. 원래 외신의 틀은 어디까지나 윤리문제다. 거짓말을 해서 과학자로서의 신뢰를 위축시켰다는 것, 그리고 줄기세포 연구가 가지고 있는 원천적인 인간생명 윤리문제. 그리고 그 윤리문제가 줄기세포 연구 발전이라는 과제 자체에 어떤 장해를 줄 것인가, 라는 문제.

그런데 YTN, 한국일보, 연합뉴스 등이 설정한 현실 인식의 틀의 핵심은 이것이다:

“황교수에게 딴지 걸면 외국놈들이 기를 쓰고 기술을 빼앗아 간다. 그런데 난자기증 윤리문제고 데이터 진위고 자꾸 딴지를 거니까 외국놈들이 신나서 기뻐한다.”

그것을 위해 외신의 내용을 근거로서 제시한다. 물론 왜곡해서.

!@#… 한국 언론판의 찌라시성이 지금 극단을 달리고 있다. 그것도 ‘여론’까지 등에 업고. 양쪽이 합심해서 전근대적 국익만능주의를 향해서 무한한 폭주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사례 3개만 가지고 간이 해석만 살짝 건드렸지만, 언제 한번 이번 이슈의 언론 보도 전체를 묶어놓고 정식으로 총체적 프레임 분석을 한번 해볼 일이다. 

 

— 2005 copyleft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PD수첩…;;

!@#… 뉴스데스크가 PD수첩 취재과정 협잡 시인, 대국민 사과. 증언을 따내기 위해서 협잡질이라니, 그냥 옷 벗어라, 인간들아.

!@#… 그런데 말이야… 그래서 취재는 안끝낼꺼냐? 검증 안할꺼야? 니들한테 제보한 사람들은 뭐가 되는데?

KBS의 피디수첩 공격. 아주 웃겨죽이는구나!

!@#… KBS에서, 자칭 애국시민들의 사랑도 좀 받고 경쟁자도 좀 깔아뭉개고 싶었는지, 아주 분연한 11분짜리 심층 분석 코너를 내주셨다. 피디수첩이 졸라 야매라는 취지로.

 (공짜다… 클릭)

웃다 죽을뻔 했잖아, 이눔들아. -_-;

!@#… 이런 야매 언론 같으니라고. 다음은 카페애니메이트에 올려 놓은, capcold의 ‘검증결과’다. 관심있는 분들은 마음껏 퍼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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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크로스카운터 게시판에서, 중간 과정에서 별 보도가치도 없는 찌라시같은 정보들이 난무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거기에 이번 KBS 뉴스가 막 추가되었습니다. 홍사훈 기자분이 최소한 피디수첩 기자회견 보도자료와 한겨레 신문의 취재 기사 정도는 읽고 오셨더라면 좋을 뻔 했습니다. 저는 결국 논문 데이터가 조작이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라, KBS 보도가 형편없다는 것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 받아낸 세포 내역부터 화끈하게 틀려버립니다. “15개 중 반이 줄기세포, 반이 체세포입니다”라니…-_-; 이봐, 15는 이래뵈도 홀수라고! 줄기세포 5개, 체세포 5개, 그리고 바탕영양세포 5개. 그렇게 해서 검증용 세트 5개가 구성되는 겁니다.

덤으로, 그 후에는 이를 4개 패키지(총 세포수는 15 * 4 = 60개)로 나눈 후 한 패키지는 양측이 합의한 변호사가 증빙용으로, 하나는 아이디진, 하나는 국내 대학 법의학랩, 나머지 하나는 피디수첩 자체보관용. 즉 두 군데 검증을 맡기고 하나는 자사보관, 하나는 증빙자료 보관이라는 형식입니다.

(2) 고정시료 트리졸과 파라포름알데히드 문제는 제 전공영역 바깥이라서 패스. 병원이 야매였다면, 뭐 그것 나름대로 이미 낭패. 하지만 뉴스 바로 밑에 오동하님이 단 댓글이 있습니다: “파라포름알데히드에 고정한 시료로 PCR 등 DNA 분석 많이들 합니다. 유향숙박사님 말씀도 전부 다 나온 게 아닌 것 같고, ‘변형이 될 수도 있지요’ 라고 했죠. 파라포름알데히드는 DNA, RNA, Protein 같은 것들이 서로 ‘엉겨붙게’ 만들지만, DNA 분석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며, 이걸로 염기서열이 변할 가능성도 적습니다.”

(3) 검증결과에 대한 보도가, 아주 지조때로군요. 우선 홍사훈 기자가 이야기한 것 처럼 ‘벤쳐기업’으로 칭해진 아이디진 한군데만이 아니라 법의학랩까지 두 군데에 맡겼습니다. 아이디진의 결과는 홍기자의 말대로 14개 불가 1개 검출. 법의학 랩 검사결과는 15개 검체 모두에서 DNA지문이 검출 안됨. 그래서 PD수첩이 자체보관용으로 가지고 있던 세트를 다시 아이디진에 맡겼는데, 또 판독불능.  같은 것으로 재검사했더니 한번은 나오고 한번은 안나온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상황이었던 겁니다.

여튼 30개(법의학랩 포함시 45개) 중 하나 나온 2번 배아줄기세포로 사이언스 논문과 비교해봤더니 불일치.
(참고로 아이디진이라는 회사가 전에 오류를 일으켰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봐라 야매 아니냐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2000년에 발생했던 문제는 샘플이 뒤바뀌어서 생긴 촌극이었지 해독 자체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4) 홍기자는 운반과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전달과정에 황교수팀이 지정한 전문가가 전 과정을 참관했다는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는군요.

(5) 국과수의 역할. 국과수에 DNA 지문분석 Raw data와 사이언스 논문에 있는 환자의 DNA 데이터를 주고 두 가지가 일치하는지 체크해달라고 한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사실 이미 불일치라는 것은 이미 다른 전문가를 통해서 알고 있었으나, 국과수의 공식 검증을 얻고자 한 것이죠. 물론 무슨 자료인지는 숨긴 채로.

국과수에서 구두통보를 했느냐 안했느냐는, 했어도 안했어도 녹음을 안해둔 이상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최종 분석소견서만이 중요하죠.

(6) 외신이 한마디 보도 없다… 외신들의 반응이 정확한 반응이다… 아주, 웃겨 죽여버리려고 작정한 듯 합니다, 이 기자분. 외신 보도가 적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피디수첩이 최종결론을 내서 본 프로를 방영을 하지도 않았는데 오버질을 하는 것은 무척 쪽팔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보도를 한 경우도, 조선일보에서 이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 라는 인용 방식으로 갔습니다. 황랩의 편을 들거나 피디수첩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아직 보도대상으로서 성립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7) 홍사훈 기자가 AAAS 회원만 볼수 있다는 대단한 사이언스, 학교 도서관마다 꼽혀있습니다. 구독 자격이 AAAS 회원(그리고 학술 기관)이라는 것 뿐. 아니 정확히는, 구독하려면 자동적으로 AAAS에 가입하는 것이지만. 그렇다면 회원 자격은? 과학 종사자이긴 한데, 그게 또 범위가 좀 넓습니까. 실제로 AAAS에 가서 멤버쉽 지원서 가입란을 봅시다. 분야만 하더라도 인문학, 사회과학도 다 범주 안에 들어있죠. 그리고 프로페셔널 멤버라는 범주가 있어서 사실 왠만하면 누구나 다 가입할 수 있습니다. 뭔가 대단히 잘못 알려지고 있는데, AAAS에 가입해서 SCIENCE를 구독할 수 있는 방법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아니, 심지어 가입이고 뭐고 그냥 아마존에서 구독할 수도 있네요. 다만 왠만하면 과학, 특히 자연과학 전문가들이 그것을 구독해볼 뿐이죠. 돈도 드는데다가, 그쪽 분야 기사들이 들어가 있는 잡지니까요. 그것 뿐입니다. 아까 이미 웃다가 죽어버렸으니, 이제는 웃다가 환생할 차례입니다.

(8) 홍사훈 기자, 마지막에는 아주 소설을 쓰고 계시는군요. 사이언스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서, 사이언스 말고는 낼 수가 없어서 황교수가 망설인다는 의견이 설득력 있다… 황교수가 과연 그렇게 생각하는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추측가지고 기자로서 보도를 하고 있다면, 저널리스트로서 심각한 자격미달이죠. 그리고 우선 사이언스가 다른 나라에서 일개 피디들에게 권위를 의심 받았다고 해서 자존심이 상해하고 그 결과로 논문을 안실어준다고 하는 치졸한 발상 자체가 저는 너무나 유치해서 견딜수가 없군요. 사이언스가 무슨 동창회보입니까. 실어줄 가치가 있는 과학적 업적의 논문이라면 실어줍니다. 물론 이전에 연구 성과에 문제가 있었던 학자의 차기 논문이라면, 당연히 더 까다롭게 검증하겠죠. 그런데 스캔들에 연루되었다 안되었다가 아니라, 정말로 그 연구가 가라였나 아니었나가 판단기준인 겁니다. 그것 하나로 쌓아올린 명성입니다.

!@#… 이상, 제가 11분이나 되는 귀중한 시간을 한 자격미달 기자의 찌라시 보도에 낭비한 후 짜증나서 30분을 더 낭비해서 정리한 소견입니다. 제 검증결과는 이겁니다: “보도로서 일말의 가치도 없다.”

PS. 본의 아니게 자꾸 유전자 검사에 대한 잡학지식만 늘어나는 중입니다. 

 

— 2005 copyleft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무척이나 자유 —

이 시대, 한국인과 언론

!@#… 이 시대, 평균적인 한국인(?)에게 있어서 언론의 위치를 한문장으로 요약하면 이거다.

“언론을 죽도록 불신하면서도, 언론에 죽도록 휘둘려다닌다.”

 

— 2005 copyleft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당신들 맘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