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년들은 지금 – 『소년탐구생활』[기획회의 070201]

그 소년들은 지금 – 『소년탐구생활』

김낙호(만화연구가)

자신이 몸담았던 과거 시절을 회상하는 것은 과거 아름다웠던 자기 생활을 기억하며 재충전을 하는 쪽이든, 우울했던 시절을 기억하며 그래도 지금은 더 나아졌다고 자기위안을 하는 쪽이든 마찬가지로 바로 ‘현재의 나’를 위한 것이다. 그리고 보통은 그 때의 나, 그 때 내가 살았던 시절은 지금보다 덜 애매했다. 실제로 더 어린 나이, 특히 소년소녀 시절 정도에는 삶의 폭이 더 좁고 단순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미 지나온 경험이기에 전지적 시점에서 반추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의미들을 지금은 발견할 수 있고, 그것이 지금의 나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다. 그렇다면 소년 시절의 경험담을 담아내는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 작품이 대상으로 삼고 있는 그 시대의 감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유사한 경험을 같이 투사해가며 과거의 자기 모습을 탐구하고, 현재의 나를 돌아보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도를 걸어가는 회상체의 작품이라면 무릇 ‘생활’에 대한 ‘탐구’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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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세대 만화평론가, 오규원 시인 별세

!@#… 한국의 1세대 만화평론가, 오규원 시인 별세. 비평/평론이 하나의 문화예술판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맨바닥에서 시작해서 깊이있는 실천으로 보여주었다. 가치관을 가지고 의미를 부여하며, 작품의 독자로서 작가와 다른 독자들과 적극적으로 호흡하고자 하는 살아있는 평론의 모범을 세웠고, 나아가 그런 평가들이 자리잡아 자기 역할을 수 있도록 지면과 공모전을 확충해나간 공이 크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PS. 개인적으로는, 지금은 구할 수 없는 고인의 평론집 ‘한국만화의 현실’이 공공도메인으로 올라가서 인터넷에 공개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유족분들이 대범한 결정을 내려주셔서 고인의 공로를 더욱 널리 나누었으면 좋겠다.

만화언론 ‘만’ 부고 기사 [링크]

2002년 당시 웹진 ‘두고보자’ 인터뷰 기사 [링크]

학교개그의 처절함 -『입시명문사립정글고등학교』[기획회의 070115]

학교개그의 처절함 -『입시명문사립정글고등학교』

김낙호(만화연구가)

고등학교라는 공간은 만화, 특히 주류 장르만화와 무척 궁합이 좋다. 청소년 독자들에게는 현재 진형형으로 그 이상 연령대에게는 과거 경험으로 친숙한 공간이라는 장점 위에, 다양한 인간군상이 폐쇄된 공간에서 지내야 하는 소우주적 특성이라든지 성장의 모티브라든지 경직된 학교 문화에서 오는 다양한 패러디 가능성이라든지 여러 가지 요소들을 맞물리기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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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만화대상 2006 결과발표.

!@#… 2006 독자만화대상 결과가 발표되었군요. 차점자 등을 포함한 전체 목록은 여기로.

대상 「타이밍」| 강풀 | 문학세계사
단편상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 김규삼 | 대원씨아이
신인상 「짬」| 주호민 | 동방문고상상공방
온라인상 「26년」| 강풀
심사위원상 「그린빌에서 만나요」| 유시진 | 서울문화사

!@#… 상식적인 수준의 결과가 나온 듯 해서 다행+왠지 모를 아쉬움 약간. 그러고보니 이전 해의 결과들과 비교해서 유난히 출판 순정만화가 약세. 투표인단의 인적구성에 대한 통계까지 나와봐야 알겠지만, 포털들의 홍보 협력 결과 몇몇 편중이 감소한 것 아닐까 추측.

장례, 이별, 남겨진 이들 – 『아버지 돌아오다』[기획회의 070101]

장례, 이별, 남겨진 이들 – 『아버지 돌아오다』

김낙호(만화연구가)

죽은 자를 떠나보내는 의식인 장례란 세계 어느 문화에서나 많은 의미가 부여되곤 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은 제의적인 의식이 거의 없이 오로지 잘 태어나느냐 마느냐의 의학적 관심사로만 가득한 반면, 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은 오히려 정작 본인은 이미 죽어서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을 터인데도 온갖 상징적 행위로 가득한 행사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행사의 주인은 바로 고인이 떠난 후 남겨진 이들이다. 그 중 가장 가까웠던 이들이 상주가 되고, 각종 지인들이 와서 명복을 빌어주고 간다. 그 와중에서 고인이 인연을 맺었던 여러 사람들이 서로를 확인하며 좁은 세상을 실감하곤 한다. 그렇듯 자고로 장례는 남아있는 사람들의 행사인 셈이다. 고인에 대해서 명복을 빌고 저 세상에서 못 다한 무언가를 이루라고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실제로 장례식에서 마음을 추스리는 것은 남아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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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밥이 쌓여가는 일상 -『짬』[기획회의 061215]

짬밥이 쌓여가는 일상 -『짬』

김낙호(만화연구가)

한국에서, 세대를 초월해서 애용되어온 궁극의 격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군대 가면 사람 된다”라는 말이다. 사람도 아니었다가 사람이 되어 나온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분명히 아닐 것이고, 군인으로서 배웠다고 표방하는 각종 살인기술이 인간 본연의 조건이거니 하는 말도 물론 아닐 터이다. 물론 말이야 조국의 소중함을 알게 되며 책임감을 지니고 사회성을 기른다느니 하고 적당히 멋진 말들을 붙여놓고는 하지만, 굳이 맥락으로 보자면 군대 생활을 경험하고 나면 한국의 주류 아저씨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 나갈 만큼 닳고 닳은 생활 요령이 쌓인다는 정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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