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고발보다, 성장에 관한 – 『피부색깔=꿀색』[기획회의 242호]

!@#… 신문기사나 도서리뷰는 대호평인데, ‘네티즌 감상’ 같은 것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취향의 작품. 즉 “모에 없음 / 쿨함 없음 / 짤방매력도 낮음 / 하지만 작품적 재미와 깊이 상당” 부류.

 

사회고발이 아니라 성장에 관한 이야기 – 『피부색깔=꿀색』

김낙호(만화연구가)

‘미안하다 사랑한다’라는 히트 드라마가 있었다. 결국은 눈빛 멋진 남자주인공과 비련의 여주인공이 본격 연애하다가 비극으로 끝나는 드라마가 되기는 했지만, 적어도 초반만큼은 해외입양아 문제를 소재로 해서 묵직한 화두들을 몇 가지 던져주곤 했다. 적어도 필자는 그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의 허무한 멋스러움보다는 그런 표정이 몸에 스며들 때까지 겪었을 사연이 더 궁금했으니 말이다. 다른 피부색의 사람들 틈바구니, 심지어 자신을 받아들인 가족들도 외모에서부터 나와 다르다는 느낌을 주는 상황에서 자라난다는 것이 주는 고독감은 정신세계의 구석구석에 스며든다. 나를 버린 곳, 하지만 나의 원류가 된다는 어떤 곳에 대한 애증은 또 다른 응어리가 된다. 그런데 이런 조건들은 중간에 걸려 넘어져 좌절하기 쉬운 만큼, 반대로 잘 삭여서 인생의 일부로 잘 받아들이면 그만큼 성숙해질 수 있기도 하다. 만약 스스로 그 성장경험을 회고하고 정리하면서, 극적으로 과장하지 않는 담담함과 다소간의 유머감각으로 스스로 아픈 부분을 다독일 줄 안다면 말이다. 나아가 그 과정을 여러 사람들과 같이 나눌 수 있기까지 하다면 귀중한 성숙함으로 간주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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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것의 강렬함 – 『남한산성』[기획회의 241호]

!@#… 이번에는 무사히 마무리 좀… 그리고 여세를 몰아 남자이야기 연재 재개 성사 내지 해와달 시즌2 같은 희소식도 나오면 좋겠지.

 

버티는 것의 강렬함 – 『남한산성』

김낙호(만화연구가)

세상에는 두 종류의 싸움이 있다. 무언가를 무너트리기 위한 싸움, 그리고 이쪽을 무너트리려는 힘에 저항하며 버티는 싸움이 그것이다. 물론 많은 싸움은 그 두 가지 싸움들이 크고 작게 섞이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두 가지 구분은 전략적으로나 철학적으로나 항상 유용하게 쓰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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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해먹고 사는 생활 – 『어제 뭐먹었어?』[기획회의 240호]

!@#… 요시나가 후미가 남성커플이 요리하는 만화를 그리니, 이거야말로 물을 만난 고기.

 

밥 해먹고 사는 생활 – 『어제 뭐먹었어?』

김낙호(만화연구가)

자고로, 밥을 해먹고 산다는 것은 상당한 일이다. 메뉴를 고르기 위해 쓰는 신경, 준비하는 것에 걸리는 시간, 기술적 숙련을 위한 노력 등 이것저것 갖출 것이 적지 않다. 이런 투자의 폭 또한 넓어서, 하한선이야 굶지 않는 정도지만 상한선은 삶의 유일한 낙이자 거의 집착적 수준까지 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 어떤 경우라 할지라도 밥을 해먹는 것은 직업적 영리활동이 아닌 가장 일상적인 생활풍경이기에, 약간 과장을 섞자면 밥을 해먹는 것에 대한 자세는 그대로 그 사람이 자신의 삶을 대하는 자세의 일면이 되어준다. 사먹는 밥은 그냥 일터에서의 양분 보급, 혹은 취향이 섞인 소비활동에 머물 수도 있지만, 밥을 해먹는다는 것은 그런 특별한 의미가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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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의 탈을 쓴 인격존중 -『삼단합체 김창남』[기획회의 239호]

!@#… 전작 ‘삼봉이발소’ 쪽이 비록 페이스는 불안정하고 연출은 가끔 흔들렸으나 더 알찼다. 아쉽.

 

SF의 탈을 쓴 인격존중 -『삼단합체 김창남』

김낙호(만화연구가)

원래 인간이 인간형 피조물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는 최소한 그리스 신화 시절부터 존재했다. 모습은 유사하지만 낯선 이, 그것도 만들어진 존재에 대한 관심이 애정의 수준으로 올라선다는 것은 여러모로 실제 인생 속 어떤 패턴들을 이입해 볼 만한 요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현대 SF 장르의 경우, 이 소재는 로봇을 사랑하게 되는 인간으로 나타나곤 한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로 동원되는 것은 인간이 지니는 결함이 없는 완벽한 존재로서의 로봇이다. 하지만 좀 더 깊숙하게 이 소재를 파고드는 작품들의 경우, 사실은 정반대의 본질을 담고 있다. 인간들은 고등 두뇌 활동의 복합적인 인지과정에 의하여 사회활동을 하고, 덕분에 권력관계에 대한 수많은 이성적 및 감성적 세부적인 맥락 속에 살고 있다. 반면 로봇들은 그런 복잡한 것을 제거하고 순수하게 사전 프로그래밍된 논리에 의해서 판단한다. 그 결과 예를 들어 인간들은 열등한 상대를 폄하하는 것에 익숙하지만, 로봇은 그저 기본적인 도덕률에 의하여 상대를 인격체로 존중해준다든지 말이다. 덕분에 로봇은 정작 인간들이 잃어버린 무언가를 오히려 고지식하게 계속 가지고 있는 위치에 처하고, 인간이 상실해가는 어떤 ‘인간적’ 본성에 대한 알레고리가 되어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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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부조리 개그 – 『파레포리』 [기획회의 238호]

!@#… 요점은, 이건 좀 과격하지만 개그만화라는 것. 그러니 안심하고 지르시길… 아니 안심할 만한 건 아니지만.

 

예술적 부조리 개그 – 『파레포리』

김낙호(만화연구가)

여느 표현 양식과 마찬가지로, 만화 역시 가장 대중적인 기법들의 반대편 스펙트럼에는 전위의 영역이 있다. 예술적 파격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그쪽 영역의 경우 일반 대중들이 바라는 적당한 익숙함과 약간의 새로움이라는 황금공식을 구태여 신경 쓰지 않는 덕분에 보통 그들만의 리그에서 호평이든 혹평이든 평가받곤 한다. 하지만 어쩌다가 한번씩, 전위의 첨단에 서있으면서도 나름대로 다양한 재미의 층위를 배치해줌으로써 더욱 더 효과적으로 자신이 지닌 파격의 에너지에 감상자들을 흡수하는 작품들이 있다. 예를 들어 끝도 없는 다양한 전위적 실험을 하면서도 내면에는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펼친다든지, 혹은 그저 순수하게 어떤 ‘정서’에 집중해서 공감을 유도한다든지 말이다. 사실 후자의 경우는 굳이 독자들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작가 자신의 자의식이 그쪽인 경우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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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로봇은 가장 인간적 로봇 -『플루토』[기획회의 237호]

!@#… 작가 특유의 만성적인 후반 페이스 망가짐 증후군이 언제 발현될지 몰라 조마조마했지만, 6권까지 이정도 전개해줬으면 안심… 이라고 판단하고 써버렸음. 물론 다음 권에서 당장 뒤집혀서 가토의 왼팔이 될지도 모르지만.

 

최강의 로봇은 가장 인간적 로봇 -『플루토』

김낙호(만화연구가)

한국에도 ‘우주소년 아톰’(원제: 철완 아톰)이라는 작품을 기억하는 분들은 많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종종 어린 날 재미있게 보았던 추억 속 무언가로 치부할 뿐, 그 작품이 얼마나 한 시대를 대표하고 이후의 만화는 물론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은 적다. 현대만화 문법의 상당 부분을 일거에 만들어내고 대중적 인기 또한 출중하여 일본에서 ‘만화의 신’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데즈카 오사무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이 작품에는, 인간과 피조물의 관계를 통해서 인간성의 본질을 묻는 SF적 실존의 질문과 활극의 직선적인 재미가 동시에 묻어나온다. 그런데 단순한 추억상품이 아니라 세대를 초월한 파급력이 있는 고전은 종종, 그 영향을 받고 스스로 주목받는 작가로 성장한 후대에서 새롭게 재해석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런 재해석이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림만 새로 입힌다거나 배경과 소품만 현대로 바꾸는 정도로는 부족하다(애석하게도 많은 경우 여기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원작의 핵심 가치를 보존하고 큰 맥락을 유지하여 원작의 원형을 쉽게 연상시켜주는 동시에, 가장 현재적인 맥락에서 주제의식들을 구체화시켜서 리메이크 작업에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리메이크를 하고 있는 작가 자신의 개성과 장기를 잔뜩 버무리는 것 역시 기본이다. 그렇지 않으면 애초에 리메이크를 하는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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