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생활이 하나 가득 – 『을지로 순환선』[기획회의 220호]

!@#… 이런 책은 사실 3권을 사야 한다. 한 권은 고이 소장용, 한 권은 폼나는 선물용, 한 권은 조각조각 분철해서 벽에 걸어놓기용. 실물 책을 보기 전에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PDF본으로 봐도 상당히 느낌이 좋던데, 홍보용으로 월페이퍼 모음을 만드는 것도 괜찮을 듯. 여튼 서가에 오래오래 꼽혀있어야 할, 좋은 (만)화집.

 

사람들의 생활이 하나 가득 – 『을지로 순환선』

김낙호(만화연구가)

지하철 속, 여러 사람들이 앉아서 각자 자신만의 상념에 빠져있고 통로에는 누군가가 무언가를 설교하고 있다. 창밖으로는 달동네, 곳곳의 빌딩, 그 사이사이를 지나다니는 이들과 노는 아이들이 있다. 혹은 와우산 달동네가 널찍하게 펼쳐진 모습, 다닥다닥 붙은 수많은 집들 사이로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무언가를 하고 있다. 또 다른 장면, 학교가 끝나고 학원으로 아이들이 버스를 타고 옮겨가려는 풍경을 위에서 살짝 바라보듯 잡아낸다. 아니면 두 도시 가운데 놓인 길 한 토막을 놓고 옥신각신 하면서 결국 무언가를 공사하는 모습도 있다. 이런 풍경들은 그림 자체만으로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길지 않은 한마디의 설명과 결합하며 진가를 발휘하기도 한다. 허름한 쪽방 집 아이들이 헌 의자를 놓고 노는 모습에 달려있는 짧은 문장 하나. “울 아빠 10년 다녔다는 회사 망하고 월급 대신 가져온 중역의자. 마당의 우주정거장.” 그 작품들 속에는 우리네 삶, 우리가 사는 세상의 다양한 풍경이 있고 그 속에는 항상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구질구질하게, 때로는 짠하게, 보통은 그 모든 것이 동시에 담긴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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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질주는 브레이크부터 [팝툰 26호]

!@#… 사실 이 비유는 왜 capcold가 사회발전에 관한 방향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닥치고 돌파력이 아니라 바로 성찰과 시스템이라고 강조하는지에 대한 설명에서 시작한 것이었는데, 마침 이런 타이밍이라서 이쪽 칼럼에 써먹었다.

 

전력질주는 브레이크부터

김낙호(만화연구가)

자고로, 자동차의 본분은 앞으로 힘차고 빠르게 달려 나가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긴 거리를 많은 것들을 싣고 이동한다는 것의 실용적인 효과는 따로 말해봤자 피곤한 일이다. 게다가 기능적인 것뿐만 아니라, 엔진의 회전에서 나오는 고속의 움직임이 주는 쾌감은 실로 아드레날린을 펌프질한다. 람보르기니와 페라리가 뭇 청년들의 로망인 이유가 따로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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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형 영혼 –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기획회의 080301]

!@#… capcold.net에서 리플 제로인 경우가 은근히 적지 않은,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의 연재 만화 서평들. 설마 이 작품에도 무플사태가 벌어지지는 않겠지!!! (은근히 신경쓰나…?)

 

진화하는 영혼은 진행형 –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

김낙호(만화연구가)

육체의 진화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아주 극단적인 창조론자가 아니고서야). 어쨌든, 주어진 환경에 대한 효율적인 적응이라는 비교적 강력한 기준이 있기에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느낌이 뚜렷하다. 그 속에는 “만약 내 목이 더 길었다면 저 나뭇가지 위의 열매를 따먹어서 생존을 할 수 있을꺼야” 같은 욕망의 규칙도 쉽게 들어선다. 하지만 영혼의 진화라면 어떨까. 도대체 영혼이 진화한다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할 것인가. 보다 완전한 인격체가 되는 것 같은 편리한 대답 정도로 만족할 만큼 만만하지 않다. 어떤 이들은 사람들 사이 모든 단절의 벽이 없어져버리고 모두의 영혼이 하나의 군집체로 융합하는 상상을 발휘하기도 했고, 순환 속에서 카르마의 적립을 통한 영혼의 해탈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상, 아마 진화하고 있는 영혼이 바로 자신이라 할지라도 영혼의 진화가 무엇인지 모를 것이다. 그저 나아간다는 사실 그 자체를 인식하고 있고, 아마도 육체의 제한과는 달리 여러 시대를 초월하며 과정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알 뿐이다. 그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사연을 겪고, 자연의 여러 면모들을 느끼며, 세상에 대한 여러 생각과 느낌들이 퇴적된다. 해탈이나 최종융합 같은 ‘끝’이 오기를 갈망하는 것이 아니라, 느릿느릿 현명해져 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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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합니다 [팝툰 25호]

!@#… 헉, 벌써 팝툰이 1년이 되어버렸다니. 잡지 창간을 목전에 두고 응원 기사를 써낸 것이 엊그제 같은데, 참… 빠르다. 마감 한 이십몇번 하면 1년인 것이 격주간지의 페이스. 여튼, 앞으로 더욱 번창하고 비슷한, 혹은 더 나은 시도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기를.

생일 축하합니다

김낙호(만화연구가)

생일을 축하하는 것은 생각해보면 상당히 재미있는 풍습이다.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땅히 축하받아야할 일이라고 취급하는 엄청난 낙천성의 발현이랄까. 혹은 그런 낙천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세상은 살만 하다는 인식을 보급할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결과적으로 생일을 축하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나머지, 오히려 축하받지 못하면 비참해지는 쪽이 된다. 뭐랄까, 인생 별 것 없다는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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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단결 한마음의 어두움 – 『이끼』[기획회의 080215]

!@#… 하지만 이왕이면 ‘발칙한 인생’으로 돌아와주기를 바랬다…;;;

 

일치단결 한마음의 어두움 – 『이끼』

김낙호(만화연구가)

인류라는 종의 생존을 뒷받침해준 하나의 철칙이 있다면 바로 뭉치면 강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맘모스 사냥할 때의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득을 지키기 위해서 철저하게 뭉치고 타인을 배제하는 지극히 현대적인 이합집산에 정통으로 들어맞는다. 특히 같은 지역에 살기에 공동의 이익을 지니는 동네 사람들끼리 뭉칠 때 그 힘은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다. 그것이 주거단지에서 임대아파트 세입자들을 내쫒고자 하는 펜스 세우기든, 동네에 위치한 공고를 문 닫게 만들기 위한 실력 행사든 말이다.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단결이야 당연한 행동이지만, 그것을 위해 타인에 대한 해코지를 당연시하는 순간부터 광기는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번진다. 마치 습한 바위 밑의 이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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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보다 한 표 [팝툰 24호]

!@#… 이미 1억불 부동산 내각, 표절이라도괜찮아주의 같은 차기 정부의 최신 특급 야매질에 묻혀서 누가 아직 “전봇대 뽑는 대통령” 같은 떡밥을 기억이나 할지 모르겠지만.

 

전봇대, 천만 영화, 데우스 엑스 마키나
(실제 게재 제목: 한 방보다 한 표)

김낙호(만화연구가)

작년 여름의 국내 흥행작 괴수영화 『디워』의 만듦새에 관한 숱한 혹평 가운데 단연 돋보였던 개념이 있었으니, 바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다. 이 용어는 진중권의 글에서 작품의 스토리가 지니는 갈등해결 방식의 황당함을 지적하기 위해 동원되어 대중적으로 유명해졌다. 원래 이것은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꼬이고 꼬인 운명으로 도저히 해결이 나지 않을 것 같은 갈등상황이 고조되었을 때, 난데없이 기계장치를 타고 신(의 역할을 맡은 배우)이 내려와서 후딱 모든 문제는 해결되어 무대는 끝나고 이제 집에 돌아 가세요 분위기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캐릭터들의 의지나 사회의 규칙 등 작품 속 세계관과 이야기의 내적 동력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초월적 개입으로 대충 덮어버리는 간단명료한 방식이다. 그리고 현재에 와서는 굳이 신이 내려오지 않더라도, 모든 것을 급박하게 초월적 개입으로 적당히 마무리지어버리는 방식 전반에 적용하는 개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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