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논술 근성을 키우기 위해 기억할 것들 5가지.

!@#… 공교육 이야기를 하다가 여차저차 논술의 기초 테크닉(?)을 이야기하게 된 포스팅, 약간의 애프터서비스. 덧글에 기린아님이 달아주셨다시피, 그 어떤 테크닉도 기본적인 의지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시험용 논술이든, 블로그의 자기주장 가득한 개인포스팅이든, 뉴스게시판의 개싸움이든, 혹은 진짜 프로로서의 설득적 글쓰기이든지간에 모두 마찬가지로 필요한 하나의 의지, 그것은 바로 내 주장을 납득시키고야 말겠다는 것. 즉, 아예 설득해서 감화시킬수도 있고, 혹은 완전한 입장변화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내 주장이 일리가 있으니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박아넣는 것이다. 그 뜨거운 의지가 없으면 단지 꾸역꾸역 원고 매수 채우는 것에 불과하고, 그 어떤 화려한 논법이라도 테크닉이 구심점을 잃고 은하계를 헤맨다. 그런데 그 의지 – 즉 어떻게든 납득을 시키겠다는 근성도 다른 모든 능력치와 마찬가지로 타고난 재능 + 수련의 결과다. 재능 부분은 뭐 어쩔 수 없고, 논술 근성을 쌓아올리는 방법을 이야기해보자면… 뭐, 근성의 중요성을 항상 인식하고 자신의 근성을 최대한 발휘해보는 방향으로 연습을 할 수 밖에. 하지만 구체적인 트레이닝 스케쥴 같은 것은 온라인 학원이라도 차리기 전까지는 생각없고, 여기서는 그냥 논술 근성을 키우기 위해 기억할 것들 5가지“.

1. 근성은 읽는 이의 눈에는 잘만 보인다. 근성은 마음 속에 있고, 보이는 것은 테크닉이나 글이라는 식의 생각은 금물이다. 의지는 눈에 보인다. 여느 고등학교 수업을 떠올려보라. 누구나 선생이 별로 교재에서 많이 벗어나는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데 이상하게 수업내용이 머리에 안들어오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그 때, “저 자식, 가르칠 마음이 없구나”라고 본능적으로 떠올랐을 것이다. 마찬가지다. 당신이 근성이 부족한 논설문을 쓰면, 글을 읽는 사람 역시 당신의 글을 보며 “이 자식, 나를 납득시킬 마음이 없구나”라고 판단내린다. 그게 딱 어떤 부분이다라고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의지’는 모든 문장, 모든 단어, 모든 논법, 모든 사고방식 속에 복합적으로 미묘하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쓰는 사람의 눈에는 그게 잘 안보인다. 하지만 읽는 사람은 글과 의지를 함께 읽어낸다. 그래서 근성을 배양하기 위한 첫번째 요소는 바로 근성은 눈에 보인다는 깨달음 그 자체다. 기의 존재를 믿지 않고 내공수련을 할 수 없듯이 말이다.

2. 무리한 도전은 기본이다. 비단 논술 근성 뿐만 아니라 모든 열혈의 핵심은 무리한 도전의 반복을 통한 지옥훈련이다. 논술 근성 수련을 위한 무리한 도전에 해당되는 것은 바로 자신이 별로 생각해본적 없는 복잡한 세상사의 이슈에 대한 자기 의견을 갖추어 보기. 정보를 모으고 끝이 아니라, 의견을 모아보고 끝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입장을 가져보는 것이다. 내 생활과 동떨어져 있는 것 처럼 보이는 것, 너무나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져서 별 입장이고 자시고 없을 것 같은 것, 너무나 거대하고 복잡해서 아무도 어차피 해답이 없을 듯 한 것 등 어디로보나 “나에게는 무리”인 듯한 이슈에 대해서 자신의 확고한 입장을 만들어보라. 양비론 양시론 그런 것 말고, “바로 이렇게 해야한다”라는 진짜 입장. 그 과정에서 당연히 무수히 스스로 질문을 할 것이다. “왜?”. 최선을 다해서 스스로 대답하라. 스스로 납득한 바, 그것이 바로 ‘입장’이다. 그런 무리한 수련을 계속 하다보면, 어떤 이슈든지 간에 매사를 바라보는 자신의 입장의 일관된 틀이 생겨날 것이다. “내가 잘먹고 잘사는 게 장땡이다”라든지, “세계평화가 최우선이다”라든지 뭐든지 말이다. 자기 입장이 있어야, 그리고 그것이 확고할 수록 입장을 지키고자, 타인에게 납득시키고자 노력하게 된다.

3. 설득은 항상 실전이다. 이것은 연습 설득이고, 다른 기회에 제대로 된 설득을 해볼꺼야, 라고 건방떨지 말자. 머리 속에만 있을 경우를 제외하고, 설득에 연습 따위는 없다. 그냥 덜 정제된 설득과, 세련된 설득이 있을 뿐이다. 블로그에 끄적거린 것이나 논술시험 답안으로 쓴 것이나 책으로 출판하는 것이나, 모두 독자와의 승부다. 매 순간 각각의 지면, 각각의 독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납득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논술 근성을 수련하고 싶다면, 자신의 모든 설득적 글쓰기 행위 – 그것이 신화와 동방신기 간의 선호에 대한 잡문이라 할지라도 – 를 실전으로 받아들여라.

4.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아라. 입장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자료라도 동원하라. 무조건 많이 동원하라는 것은 물론 아니고 (그런 걸 누가 읽겠나), 도구에 제한을 두지 말라는 것이다. 내 입장의 전파에 도움이 되는 구석이다면 나와 정반대 입장에 있는 자들의 논리든, 동네 유치원생의 순박한 주장이든 얼마든지 끌어들여라.

5. 합리적 근거에 따라 의견을 수정하는 것이 대인이다. 확고한 입장이라고 해서, 바꾸지 말아야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자신의 입장과 다른 충분히 합리적인 근거가 나온다면, 망설이지 말고 수용하라. 그리고 그렇게 수정된 내용으로 또다시 확고한 입장을 다져라. ‘확고한 입장’이라는 것은 매사에 뚜렷한 판단을 거부하지 않는 것이라는 의미로 쓰일 때에나 중요한 것이다. 근거가 뻔히 나와있는데도 똥고집을 부린다면 그것은 새로운 맥락에 따른 판단을 거부하고 가만히 앉아있겠다는 바보짓일 뿐이다. 생각하기를 두려워하는 소인배들이나 할 짓이다. 자신의 과거 입장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면 나는 끝장이라는 식의 두려움에 벌벌 떨며 아집의 방벽을 쌓아올리는 송사리들은 그 어느 누구도 납득시키지 못한다 (잡배들끼리 자신들만의 폐쇄적인 자위 네트워크를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수정하는 것이 줏대 없는 것이 아니라, 수정 못하는 것이 쫌스러운 것이다. 얼마든지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수정할 수 있는 강철같은 열린 사고를 연마하라.

!@#… 이런 식으로 해서 누구든 성공사례가 나오면 필히 알려주시길. 뭐, 이것도 나름대로 야매처방이니까.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논술 쌩쑈 단상 + 논술을 위한 5가지 팁

!@#… 논술쌩쑈의 뜨거운 불길이, 수능이 끝나자 한층 더 후끈하다. 누구나 말로는 떠들고 있듯, 필요한 것은 모범답안을 따라잡는 훈련이 아니라 자신의 길을 만드는 훈련인데… 판박이 답안을 쓰지 않도록 가이드해준다는 책조차 결국 모범답안을 열심히 정리해서 던져주고 있는 판.

여튼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기사, 서강대 논술에서 3700명 가운데 2000명이 학원의 모범답안을 쫒다가 피봤다는 소식. 사람들의 상상력이 어쩌네 하기 전에, 그렇게 실력없는 학원강사들에게 돈을 꼴아박아넣는다는 것 자체부터가 안습이라서 잠시 웃음. 세상에, 양시론을 모범답안이랍시고 내놓다니… 쌍팔년도인가. 근거에 기반한 자기 관점 주장과 타 관점 비판, 그리고 토론과 의견 수정을 위한 열린 자세가 논술은 물론, 대부분의 주장형 글질 행위의 핵심인데 말이다. 기사에 같이 소개된 성균관대 문제의 아도르노의 하위문화 관련 주제는 왠만한 명문대생들이나 대학원생들도 비틀거릴 문제이긴 하지만, 여튼 학원강사의 ‘모범’답안이 너무나 가관이다. 클래식 공연 많이가니까 고급문화의 힘이 어쩌고… 이 사람들, 정말이지 공부 안하고 그냥 날로 먹고 살았구나. 하위문화를 받아들임에 있어서의 주체성과 피동성을 논하라는 문제지, 클래식 가니까 나도 고급이야 라는 70년대틱한 대중/고급의 얄팍한 구분이 아니라고. 그 고연봉 강남 학원강사라는 사람들이 실력이 그따구로 개판일 줄이야. 덕분에 누구나 황금어장 논술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듯 하니(논술학원의 돈을 받아서 운영하면서도 입시논술을 거부하는 듯한 이미지를 취한다든지), 이번 기회에 capcold도 온라인 논술과외 학원이나 열어서 돈벌이나 좀 해볼까 심각하게 고민중.

!@#… 그런데 솔직히, 이미 입시과정을 뒤로 한지 오래 지난 capcold로서는 입시논술이 어쩌느니 하는 것은 심정적으로는 별반 관심없다. 오히려 관심 있는 것은 그 과정을 거쳐온 사람들이 그 따위 교육밖에 못받고는, 엘리트니 지식인이니 하면서 나중에 이 사회의 담론과 지식을 한껏 개판으로 만들어버릴 것에 대한 공포다. 이 세대 이전에도 그런 자의식 과잉의 바보들이 항상 넘쳐났기 때문에 어찌보면 별반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황우석 사기 사건 당시 화려하게 망가진 수많은 ‘지식인’들과 일반인들을 기억해보자), 스스로를 ‘논리’로 포장하고 바보짓을 해서 그럴듯하게 보이기까지 한다면 더 큰일 아니겠는가. 그래서 별반 입시에 직접 관여된 것도 아니지만 공교육을 걱정할 수 밖에.

!@#… 사실 모범답안 따라잡기가 아니라 자신의 길을 만들고 관철시키기 위해서 결국 필요한 것은 세상을 보는 안목인데, 그것은 결국 세상의 다른 아이디어들과 균형을 맞춰가며 자신의 의지를 끌고 나가는 능력이다. 그것을 ‘육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다양한 종류의 아이들을 한 공간에서 생활하게 만들며 여러 종류의 다양한 해결과제를 주고 서로 경쟁과 협력을 반복하게 만드는 훈련뿐. 아하, 바로 공교육의 학교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영역인데도 불구하고 손을 놓아버린지 오래인 바로 그 부분이다. 학교가 개인의 학력발전을 해준답시고 꼴깝치면 당연히 될리도 없고, 사교육과 경쟁도 될리가 있나. 학교에서 전인적 인격교육을 해야겠다고? 바랄 것을 바래라. 아니면 학교와 보육원을 하나로 합쳐서 부모 역할까지 다 하든지. 즉, 공교육 학교에서 해야하는 것이자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다양한 사회장면의 의도적 연출이다. 그 사회 장면 속의 상황들에 대해서, 지식 공급이 뒷받침해주는 합리적 해결과 발전방식을 최대한 체험시켜주는 것. 그리고 그 체험이 바로 애초부터 논술의 가장 확실한 대비책이었을 터이다. 논리 교육이나 얄팍한 지식 몇줄이 아니라, 사람들의 사회가 돌아가는 패턴에 대한 경험치로 인한 식견이 바로 논술의 진짜 핵심 실력이다. 게다가 무슨 입시 시험 논술이 아니라, 세상에 나가서 살아나가는 방식의 핵심이기도 하고.

다시 말해, 공교육이 정상적이고 고등한 ‘교육’으로 돌아갈 수 있는 황금의 기회인 ‘논술’의 진짜 열쇠는 애초부터 학교가 가지고 있었는데, 그냥 놓고 방치한 것 뿐이다. 94년 수능과 함께 첫 도입된 이후 12년이나 그냥 교육붕괴니 어쩌니 칭얼거리기만 한거다. 그동안 별 이상한 약장수들이 이거만 하면 만점이다 라고 야매 처방으로 사교육 시장을 부풀렸고.

!@#… 뭐 그런데 이제와서 싸그리 바꾸라고 한다고 해서 바뀔 교육계도 아니고, 여기가 뭐 대단한 영향력이 넘치는 지면도 아니지. 게다가 당장 시험은 봐야해서 발등이 불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슨 학교교육의 본질이니 어쩌니 운운하는 것도 웃기고. 그저, 아직도 논술시험이 학교교육을 망친다느니, 학교는 전인교육을 행해야 한다느니, 사교육과의 경쟁력을 키우자느니 하는 식으로 엉뚱한 방향의 삽질을 거듭하는 교육공무원들이 그냥 이런 가장 근본적인 발상부터 좀 다시 점검하고 갔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 뿐.

!@#… 그래도 뭐 대충 패배주의적으로 이야기를 끝내기는 아쉬우니, 그냥 당장 논술 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부록으로 간단한 조언 5가지만.

 

[부록] 논술: 논리고 뭐고 다 좋은데 이것 5가지는 기억하라

1) 양시론 양비론은 완벽한 뻘타다. 균형을 이루라느니 하면서 끝나면 모범답안 외웠어요 하는 티가 풀풀 난다. 부탁인데, “너의 의견은 확실히 알고 있지만 역시 나는 이런이런 이유로 인하여 이쪽을 밀겠다” 로 가라. 실생활에서도 그래야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깨지기도 하고 수정하고 발전이 있다. 논술은 설명문이 아닌 논설문이다. 균형을 보는 것이 아니라, 주장을 합리적으로 하는 것을 원하는 것이다. 주장이 없으면 쓸 필요도 볼 필요도 없다. “그러니까 ** 하자”라고 마지막에 던져 줄 수 없다면 이미 실패한 답안이다. 채점자는 당신의 사상따위 관심 없다. 주장의 합리성만 관심있을 뿐.

2) 주장을 위해서 들어주는 사례는, 확실히 아는 것으로 들어라. 제발 잘 이해도 못한 명언 인용하지 말고, 관념적 개념 마구 끌어써서 부도수표내지 말고. 그냥 스스로 잘 알고 있는, 주변의 사례 또는 자기 전문 분야에서 의미를 끌어내라. 국가간 힘의 균형과 조화의 필요성에 대해서 논해야 할 때, 괜히 알지도 못하는 국제정세 요약본 외워서 쓰는 것 보다 차라리 스타크의 계열별 상극관계에서 적절한 비유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을 찌를 수 있다. “이 게임이 큰 인기를 끈 것은 그만큼 현대 사회의 실제 권력관계를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런 비유적 사례가 전체를 바라보기 위한 큰 통찰을 제공하곤 한다” 라는 식으로 잘 수습만 한다면.

3) 모범답안에 나온 사례는 처음부터 피하라. 아마 그 책을 사본 사람들, 그 선생에게 과외받은 사람들은 모두 그대로 쓸 것이다. 물론 이 충고를 보고 다른 모두들 모범답안을 피해서, 하필 답안 그대로 쓴 당신만 남을 수도 있지만… 그 정도 운이라면 차라리 로또를 사라.

4) 키워드, 혹은 키 문장을 잘 뽑아라. 그것이 당신 생각의 핵심이다. 그 한 두 문장 한 두 단어로 전체 글의 이미지를 요약한 엑기스가 있기 때문에 비로소 상대방은 당신의 장문을 읽고 뭔가 이해했다는 만족감을 표할 수 있다. 게다가 사람들에게 이후에 이어질 내용들을 읽을 동기를 부여해주기도 한다. “만국의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 이 하나의 키 문장 덕분에 백여년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공산당 선언문은 물론, 그 미칠듯이 길고 난해한 자본론까지도 읽었다.

5) 팩트와 추측과 주장은 구분하라. 합리적 판단의 기본이 실제 드러난 ‘팩트’, 팩트가 좀 군데군데 비어서 자기 머리 속에서 적당히 전체 상을 그려본 ‘추측’, 그리고 모든 것을 바탕으로 자신이 정말로 관철시키고 싶은 의지인 ‘주장’을 혼동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추측을 팩트로 착각하지 말고, 추측을 주장으로 생각하지 말아라. 예를 들어보자. 박철수는 고병희랑 잤다 (팩트) -> 뱃속 아기의 아빠는 철수일 것이다 (추측) -> 철수는 병희를 책임져라 (주장). 여기서 추측과 팩트를 혼동하면서 벌어지는 오만 소동이 어떤 것들인지, 추측 자체가 애초부터 틀릴 경우 주장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워지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드라마 ‘여** 뭐**’를 다시보기 누르시길. 앞서 말했듯 논술의 최종목적은 결국 ‘주장’을 하는 것이고, 그것을 위한 합리적 기반이란 바로 충분한 ‘팩트’, 그리고 팩트관계를 지나치게 넘겨짚지 않으며 동시에 자기 한계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추측’이다. 어차피 완성본에서는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지만, 주장에 눈이 어두워 이 모든 것을 처음부터 혼동하면 뭉개진다. 조선일보다.

6) 처음에 다섯가지만 기억하라고 말했다. 그래놓고는 여섯번째를 이야기하면 꽝이다. 논술을 쓸 때, 처음에 다루겠다고 제시한 것 이외의 것들을 뒤에 자꾸자꾸 이어붙이지 말자. 전체논지가 사정없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 아무 생각없이 막 쓰고 있는 것이 곧바로 들통난다. 무슨 무한연속 TV드라마도 아니고.

!@#… 수험생분들, 여하튼 굳럭. 많이 필요할 테니까.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김어준 총수, 버로우를 풀다. 이런.

!@#… 황우석 과학 사기극 당시 적극적 황빠로 커밍아웃해서 배째겠다고 설레발치다가 적당히 버로우해버렸던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가 오랜만에 딴지일보에 글 하나 올렸다. 무려 ‘북핵 성명‘이란다. 쿨한척 하면서 실상 곱씹어보면 뜨거운 민족만세를 부르짖는 기본 자세는 여전하고, 영양가 없는 원론적인 내용 두어마디를 위해서 이런저런 자료만 잔뜩 붙여서 스크롤의 압박을 만드는 방식도 황빠 선언 당시와 대동소이. 한때 간결명확하고 풍자적으로 촌철살인을 일삼던 코스모폴리탄 쿨가이의 이미지는 이제 완전히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봐도 무방할 듯. 황빠질로 눈이 뒤집혔을 때 한번 잠깐 미쳐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제는 완전히 그것이 본체가 된 듯. 재기발랄하게 시작한 담론가의 퇴물화 과정은 언제봐도 씁쓸하다. 정치적 입장과는 별개로, 조갑제도 지만원도 복거일도 맨 처음에는 나름대로 실력있고 제정신이었던 기억이… 언젠가 한번 그 이야기(담론가가 망가지는 패턴)도 좀 자세히 풀어봐야겠다. 뭐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매력의 원천 – 『석정현 소품집 Expression』[기획회의 061101]

매력의 원천 – 『석정현 소품집 Expression』

김낙호(만화연구가)

지난 몇 년 사이, 젊은 전도유망한 재능의 만화작가들이 단편집으로 단행본 데뷔를 하는 일이 연달아 있었다. 장편 연재지면에 곧바로 뛰어들어서 굵직한 작품을 만들어냄으로서 주목을 모으며 데뷔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아무런 기반도 없이 믿을 것이라고는 실력과 패기밖에 없는 젊은 만화작가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적은 지면 안에서 최대한 자신만의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무언가를 이야기하고자 활동을 해온 결과다. 그런 짧은 이야기들을 통해서 작가는 자신의 존재를 업계는 물론이고, 특히 웹을 통하여 독자들에게까지도 직접 증명해보이곤 하여 장편 데뷔작 없이 먼저 ‘스타’로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물론 안정적 고료나 단행본 인세를 받는 완성된 스타라기보다는 우선 지명도를 올리고 가능성을 인정받는 불완전한 예비 스타인 셈이지만, 적어도 자신의 실력으로 첫발을 내딛는 중요한 과정임에는 틀림없다. 그렇기에 이러한 작가들의 첫 단편집이란, 단지 그 작가의 짧은 이야기들의 모음이라기보다 사람들이 이 작가에게 주목한 이유의 재발견이다. 중후장대한 장편의 틈새에서 틈틈이 숨돌리며 만드는 의미의 단편집이 아니라, 작가의 가장 거칠고 원형적인 매력이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 그대로 주어지는 셈이다.

『Expression』(석정현/ 거북이 북스)은 이런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실사풍의 화려한 이미지로 만화 지망생층은 물론 일반 독자들 사이에서도 널리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석정현이라는 작가가 왜 지지를 받았는지 복기해주는 모음집인 셈이다. 이 책은 단편집이라는 분류상의 명칭보다, 작품 개개의 역할을 강조하고자 하는 의미의 ‘소품집’이라는 이름을 고집한다. 실제로 이 책에는 일관성 있게 모인 단편들이라기보다는 여러 가지 길이와 형식의 작품들이 섞여있다. 다양한 방식의 작품 활동으로 다양하게 두각을 나타낸 작가의 행보다운 결과다. 작품들은 가장 최근작부터 역순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중간 중간의 풍부한 작가 해설과 함께 작가의 매력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으로 인도한다. 작가의 장편 데뷔작 『귀신』이 화려한 필치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문제의식의 수습이나 이야기 서술의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냈던 것에 비해, 이 소품집은 훨씬 소탈하고 솔직한 모습, 즉 작가 본연의 매력이 지녔던 호소력을 발휘한다.

수록된 작품들은 시사만평, 일러스트형 카툰, ‘하이라이트 엿보기’ 방식의 작품, 기승전결이 담긴 정식 단편 등 여러가지다. 어느 시기에는 하나만 하고 다른 시기에는 다른 것만 한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작업을 계속 오갔다는 점도 특기할 만 하다. 모든 작업 방식을 총괄하는 것은 특유의 섬세한 실사풍 이미지로, 칸간 연결의 역동성보다는 칸 안의 순간의 힘에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다. 필체에서도 연출방식에서도 고압축 고밀도를 전개하는데, 장편과 달리 짧은 소품에 있어서는 이런 것이 내용과도 썩 좋은 조화를 이루곤 한다. 다만 칸 자체에 주목하게 만드는 연출에서 작품의 역동성을 보충하기 위하여 보통 취하는 과장된 기하학적 구도와 포즈가 적은 편이다. 그 결과 실사풍에 가깝게 그릴수록 작품이 정적으로 느껴지는 효과가 발생, 액션 위주의 작품일수록 표현력이 부족해지는 약점이 있기는 하다.

카툰의 전통 위에 서있는 시사만평이나 일러스트형 카툰의 경우 작가의 이런 재능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순간의 이미지를 가공하되, 실사풍의 필치는 그것을 만화체로 약호화한 감성과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주는 사람 세상의 실제 모습 사이에 있는 영역에서 보여준다. 여타 카툰들이 극도의 희화화와 추상성을 통해서 날 것 그대로의 감수성에 노크를 한다면, 석정현식 카툰은 카툰 특유의 감성을 지니면서도 무언가를 바깥에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사람 세상에 대한 거울 역할을 좀 더 강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만화와 실사의 경계, 만화 작품 속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 단칸 카툰과 연속 칸 만화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려버리는 ‘Expression’이라는 수록작품의 시도 역시 재미있다.

보다 본격적인 극만화풍 단편의 경우는 효과가 덜 명확하다. 기승전결을 지닌 완결성 있는 단편이나 에피소드식 연재물의 경우 석정현이라는 작가가 그림장이 이전에 본디 이야기꾼의 기질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평범한 인간사에 대한 애정은 『순정만화』의 강풀이나 『비빔툰』의 홍승우에 다다를 정도의 따뜻함을 지니고 있어서 이야기의 좋은 뼈대가 되어준다. 아직은 무거운 사회적 또는 철학적 주제를 다룰 때보다 사람들의 온기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더 재능이 빛을 발한다.

다만 아직 긴 이야기를 가지고 계속 상대방을 쥐었다 놓는 식의 이야기꾼은 아직 아닌, 순간 반짝이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끌어와서 단번에 매료시키는 식의 재담에 가깝다. 즉 소재의 힘, 이미지의 압도에 많은 에너지가 할애되어 있고, 그에 비해서 밀고 당기는 연출에는 아직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의 경우 다행히도 짧막한 소품들이기에 앞의 강점은 부각되고, 단점이 드러나기 전에 작품이 끝나서 곧바로 여운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가의 프로 데뷔작이자 처음 주목을 모으게 한 『노르웨이의 숲』이라든지, 작가 자신의 해병대 전력과 만화가 생활을 바탕으로 그려낸 연재물 『코미커즈』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런 경향이 한 단계 더 나아가 『귀신 외전』같은 작품에서는 아예 자체적 완결성보다는 전체 장편을 상정하고 그 중 한 대목을 뽑아낸 듯한 방식까지 구사하기에 이른다. 이 경우 작품 자체로서 읽기에는 지나치게 거두절미지만, 보다 큰 작품을 연상시키는 기대효과에서는 효과적인 것이다.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하나의 책으로 일관성 있게 엮어낸 것은 책 만듦새의 뛰어남 덕분이다. 작가의 작품 설명과 세상사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적절하게 삽입한 것 등 한마디로 ‘잘 프로듀싱된’ 책이다. 다만 소품집이라는 컨셉 자체의 한계 때문에, 이미 작가에게 어떤 식으로든 주목하고 있거나 만화가 지망생으로서 다양한 창작시도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 외에 새로운 독자를 개척하기에 적합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장편작품들이 더 출간되면서, 작가의 매력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들이 항상 돌아오게 될 원천으로서 자리매김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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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기획회의>.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발간. 여기에 쓰는 글에서는 ‘책’이라는 개념으로 최대한 접근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즉, 업계인 뽐뿌질 용.)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자유/동의없는개작불허/영리불허 —

석정현 소품집 Expression
석정현 지음/거북이북스

이 드라마, 멋지다 – NBC 드라마 ‘히어로즈’

!@#… NBC 드라마 ‘히어로즈'(Heroes) 보기 시작하다. 이거, 무지 재밌잖아! 참 당혹스러웠던 것이, 주변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처음 만나서 인사 나누는 미국인들까지도 만화 좀 본다는 capcold라면 당연히 이것을 보고 있겠거니, 하고 가정을 해버리는 것. 매번 아직 안보고 있었다, 원래 드라마 실시간으로 챙겨보는 일이 없다 등등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결국 보기 시작해버렸음. 스판과 근육과 주먹이 날라다니지 않는 슈퍼히어로 리그물은 아무래도 심심하다고 생각하는 쪽이지만, 한번쯤은 초능력을 지녔으나 밋밋한 바디를 지닌 서민들의 이야기도 나쁘지 않겠지 하고 예외를 두기로 했다. 스몰빌은 대형 히어로를 데려다가 작디 작은 일상으로 박아 넣은 소심한(?) 설정이라서 그다지 끌리지 않았으나, 히어로즈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슈퍼 히어로를 끌어내서 결국 대형 활극으로 이어갈 야심찬 프로젝트니까.

!@#… 초반 스토리 전개에서는 평범한 생활을 살아가던 각 주인공들이 초능력을 발현하게 되는 중. 초능력이 거의 무슨 정신이상 증세처럼 묘사되는 전개가 멋지고, 영화 엑스멘 시리즈의 영향이 뚜렷한 그 커밍아웃스러운 분위기가 재밌다. 시공간을 굴곡시키는 오타쿠 화이트 칼라 일본 회사원의 소년스러운 사고방식이 상쾌하고(실제로 이 사람은 ILM의 CG 프로그래밍이 본업, 연기가 부업), 날아다니는 근엄한 정치가 아저씨도 은근히 깬다. 그리고 당연히 슈퍼히어로물이라면 등장해줘야 하는 지구종말도 쌈박하게 예고.

!@#… 그런데 사실 그보다도 더 재미있는 점은, 드라마의 전개 방식 자체가 완전히 미국의 이슈 단위 만화 연재 포맷 그대로라는 것. 즉 몇개 화 단위로 하나의 ‘스토리 아크’로 묶인다. 1-4화가 하나의 스토리로 묶이고(심지어 그것에 대한 별도의 부제까지 붙고), 5화부터 연속되지만 다음 ‘챕터’스러운 단위의 새 이야기가 전개되는 식. 이 방식은 나중에 단행본으로 묶을 때 편한 방식이기도 하다. 뭐랄까, 슈퍼히어로라는 소재나 상상력뿐만 아니라 형식까지도 만화에 기대고 있는 드라마. 그러면서도 드라마로서의 재미를 최대한 살리는, 매체간 영향력의 진정한 윈윈관계. 게다가 공식 사이트에 가면 매 주 온라인 만화로 각 캐릭터들과 관련된 외전이 한편씩 새로 연재되는데, 각 주에 방영된 내용과 당연히 연계된다. 이거이거, 만화를 대충 만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작가진 가운데 Jeph Loeb 같은 만화계의 베테랑이 끼어있을 정도니(덤으로 공동 총제작자이기도 하다).

!@#… 여튼, 만화에서 캐릭터나 소재만 따오는 것이 아니라 만화라는 양식 자체의 여러 재미 요소들을 제대로 끌고 오면 더욱 다양한 재미가 생겨난다는 명백한 증명.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중인 미국 고예산 드라마계에 새로운 강자가 출현했고, 그 강자는 만화라는 말을 타고 있다. 향후 추이에 주목할 필요.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결국 보고 오다. 크리스마스 전야의 악몽.

!@#… 결국갔다. 소원성취. 이하생략.

!@#… 이하생략할까 했으나, 역시한마디안할수가없다! 나중에 갑부라도 된다면 극장을 하나짓고 매주 한번씩 상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디지털 리마스터링과 디지털 영사기의 위력 덕분에 코아아트홀에서 기스난 필름으로 본 기억이나 VHS로 복습한 기억, DVD로 본 버전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영화 감상 경험. 작품 성격상 결 하나하나 눈빛 하나하나가 더 자세히 보인다는 것이 완전히 새로운 표정과 감성으로 다가오기에, 이런 기술적 업그레이드는 축복에 가까웠다. 게다가 삼차원 효과 역시 압권으로, 유원지 마냥 뭐가 튀어나와서 사람을 놀래키는 식이 아니라 화면의 깊이를 만들어서 생동감을 더욱 배가시키는 쪽으로 활용. 특히 달빛 내리는 나선언덕 위에서 잭이 신세한탄의 노래를 하는 장면은 원래 100점 만점짜리 장면에서 가볍게 150점 짜리 장면으로 승격. 그러다가 마지막의 화려한 눈 내리는 피날레에서 만큼은 객석으로 눈이 내리도록 만들어서 따듯한 마무리. 아무 영화나 이런 방식이 효과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이 영화 만큼은 이 방법이 가히 최강의 조화. 신기한 삿대질 오락효과를 위한 입체가 아닌, 영화 자체를 더욱 멋지게 만드는 입체 효과의 매력에 흠뻑. 아, 그리고 리얼디 씨네마 방식의 입체 처리는 한 프로젝터로 두개의 상을 각각 초당 72번씩 쏘는 것이기 때문에 인터레이스 방식 특유의 화질 저하도 적청 방식 특유의 색감 저하도 없는 현존 최강의 입체 상영기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영사기에서만 되고, 현존 DVD시스템으로는 재현 불가 (색상이 망가지는 적청 방식으로 재제작을 한다면 모를까). 즉 이번에 극장에서 못보면 향후 최소 십수년은 다시 못올 기회. 비록 할로윈때 보지도 크리스마스때 보지도 못한 셈이지만, 크리스마스 전야의 악몽 관람을 멋지게 지르고 돌아온 뜻깊은 주말. 훗훗훗훗훗훗훗훗훗훗훗훗훗훗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