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영화계의 안중에 들어오다 [문화저널 백도씨/0704]

!@#… 만화가 영화 원작으로 열심히 쓰여서 유명세를 타고 돈이 산업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이야 물론 훌륭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만화는 영화를 위한 최고의 보고라느니 하는 식의 호들갑 오버로 흘러가지 않도록 조금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어서 쓴 글.

 

만화, 영화계의 안중에 들어오다

김낙호(만화연구가)

최근 수년간 영화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만화를 원작으로 쓰는 것의 화제성이다. 물론 영화계에서 만화를 원작으로 작품을 만든 것이 비단 어제 오늘일은 아니지만, 한국이든 헐리웃이든 만화에 대한 관심이 난데없을 정도로 지면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300』이라는 만화 그 자체를 화면으로 옮기는 것이 지상목표인 영화가 큰 흥행을 이루며 이런 현상은 한층 더 고무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만화는 희망적 관점의 기사들이 이야기하듯 영화계의 새로운 돌파구이자 활력소인가,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어떤 측면에서 그런 것인가. 한번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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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프랭크 밀러 만화의 세계 [팝툰/2호]

!@#… 씨네21의 만화잡지 ‘팝툰’에 실린 글 (여차저차, 고정 기고하게 될 듯). 궁극의 복근영화 ‘300’의 화제속 개봉도 있고 해서 한창 부각되는 프랭크 밀러 작품세계 읽기. 분량상 작품연보라든지 세부 설명은 생략, 핵심 키워드만 간추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프랭크 밀러 만화의 세계

김낙호 (만화연구가)

죄악의 도시에서 거친 삶을 불사르는 마초들의 이야기에 뜨거움을 느낄 수 있는가. 300명 병사로 백만대군에 맞서는 거침없는 그리스 세계 전사의 열혈을 보고 싶은가. 상대가 슈퍼맨이라도 맞짱을 뜨고 마는 거친 중년 배트맨이 궁금한가. 프랭크 밀러 만화의 하드보일드 세계에 환영한다. 소재나 줄거리의 차용이 아니라 전례 없이 만화의 화면을 하나하나 그대로 차용하여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씬시티』나 『300』의 원작으로서가 아니라, 그 감독들마저도 굳건한 팬으로 누리고 있는 강렬한 작품으로서의 프랭크 밀러 만화들을 바라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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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의 힘 – 『무크지 에로틱』[기획회의 070315]

망상의 힘 – 『무크지 에로틱』

김낙호 (만화연구가)

굳이 프로이트니 뭐니 머리 아픈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성적 욕망을 돌리고 돌려서 창작열로 승화시키는 행위는 대중예술 전반에 너무나도 흔하다. 그 중에서도 그 ‘본심’을 비교적 꼭꼭 숨겨놓은 장르가 있는 반면, 자신의 에로스적 원류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장르가 있다. 그 중 후자를 바로 ‘에로’물으로 지칭하곤 한다. 성적 자극이 넘친다, 혹은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성교하고 싶은 욕구를 지핀다는 뜻의 ‘섹시하다’라는 말이 더 이상 천박한 표현이 아니게 된 오늘날의 대중문화에 있어서, 역설적으로 가장 애매한 처지에 있는 것이 이러한 에로 장르이기도 하다. 직접적인 물리적 자극을 통해서 지극히 실용적인 기능성을 추구하는 ‘포르노’와 스스로를 차별화해야 하는 당위와 함께, 장르에 대해서 요구되는 자극의 수위를 충족시킨다는 두 가지 임무를 달성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미묘한 표현과 기발한 발상으로 성적 욕망의 정수를 압축해내어 향유자로 하여금 외부로부터의 성적 자극보다는 자신의 머리 속에서부터 스며 나오는 성적 망상을 자극하는 ‘참여적 망상’이 에로물의 품격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런 와중에 그림과 그림 사이 글과 그림 사이를 채우는 참여적 상상력이 표현양식의 기본 원리 그 자체인, 만화라는 매체가 지니는 강점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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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동화 – 『우주인』[기획회의 070301]

백수동화 – 『우주인』

김낙호(만화연구가)

백수라는 종족이 있다.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일을 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사람을 칭하지만, 약간만 파고 들어가면 사정은 좀 더 복잡하다. 물론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 주변의 스트레스를 받는다거나 금전적 압박이 있다는 점이야 뻔한 이야기지만, 무직자라고 할 때와 백수라고 할 때의 미묘한 어감 차이는 도대체 무엇일까. 우선 일을 그냥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이나 신체, 지능이든 뭐든 여러 조건들이 분명히 어떤 일을 할 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거리가 없어야 한다. 일을 못하는 것과 일을 ‘안’하는 것 사이의 미묘한 경계에 서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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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동경 – 『바벨2세』[기획회의 070215]

소년의 동경 – 『바벨2세』

김낙호(만화연구가)

활극형 서사문화에서 종종 사용되는 몇 가지 원형적 요소들이 있다. 초월적으로 강력한 주인공, 그 힘을 더욱 배가시켜주는 동료, 물리쳐야할 대상인 강력한 적. 이 공식을 성장하는 소년들을 대상으로, 이입이 가능하도록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우선 힘을 놓고 보자면 그것은 ‘어느날 갑자기 주어지는 초월적인 힘’이 되어주는 것이 좋다. 실제로 하루가 다르게 키가 크고 근육이 붙는 (혹은 옆의 친구들이 그렇게 변모해나가는 것을 목격하는) 시기, 엇비슷하던 또래 동료들이 서로 다양한 개성으로 분화해나가는 시절, 본격적인 사회적 경쟁에 눈을 뜨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엇비슷하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엇비슷한 사람들 중에, 혹시나 내가 급격한 성장, 거의 변신에 가까운 성장으로 초월적인 힘을 얻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동경을 충족시켜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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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시빌워, 한 아이콘의 소멸

!@#… 마블의 거의 모든 메이저 만화 시리즈들을 어떻게든 연계시키며, 지난 반년을 빛낸 궁극의 프랜차이즈 ‘시빌워’. 대형 민간 피해 폭발사건 후 슈퍼히어로 진영이 정부요원 등록파와 반대파 사이에 갈라져서 내전을 겪는 이야기. 스파이더맨 신분 노출 포함 여러 큰 대형사건이 벌어졌지만, 이번달 초에 메인 스토리의 완결이 난 후의 감상은 왠지 당초에 퍼졌던 진짜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다던 소문에 못미친다는 느낌이었는데… 마블 이 인간들, 결국 내전 후 사태정리를 다루는 시리즈에서 결국 소문의 그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읽기(영어)]

근조 캡틴 아메리카. 이것으로 2차대전부터 버텨온 한 시대의 아이콘이 사라지는구나. 인기 캐릭터라기 보다 아이콘이라고 부르고 싶은 것이, 워낙 캡틴 아메리카가 체화하고 있는 특정한 ‘전통적 가치’들이 많으니까. 어쩌겠어, 시대가 바뀌고 인기가 없으면 죽어야지. 그런 세계인 것을. 뭐, 인기가 회복되면 90년대와 함께 화끈하게 죽어버렸던 DC의 슈퍼맨처럼 부활할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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