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에서 대중문화의 ‘연애’ 포스트를 올렸으니, 다음 자연스러운 수순은 ‘에로’ 포스트. 아동 신간에도 소개된(핫핫) 만화무크지 ‘에로틱’에 실린 글. 여담이지만 이번 무크지는 키워드가 ‘밥’이었던 지난 호보다 훨씬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_-;;; 에로만화 본연의 매력에 대해서 설파한다는 꽤 난이도 있는 임무를 부여받고 착수했던 물건이다. 그런데 쓰고 보니 (마치 무크지 자체도 그렇듯) 글의 타겟층이 창작자 대상인지, 매니아성 독자 대상인지, ‘만화계’ 외부용인지, 일반 독자 대상인지 좀 애매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 아니 조금씩 다 다루어버렸다. 여튼 여기는 편집을 거치지 않은 탈고버젼. 글을 읽다가 솔깃하면 책을 사서, 에로틱한 수록 작품들을 감상하길. 아마 이 포스트 때문에, 검색엔진에서 에로만화 찾다가 이 엉뚱한 블로그로 흘러들어오는 비극적 사례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우훗, 좋은 에로만화 – 혹은 에로만화의 조건들
김낙호 (만화연구가)
에로만화의 즐거움
생물의 기본법칙이란 바로 생명 현상의 유지고, 그 목표를 충족하기 위한 의지가 바로 욕망이다. 그 중 식욕이 양분의 흡수를 통해서 개체의 생존을 도모하는 것이라면, 성욕은 유전자의 혼합과 번식행위를 통해서 종의 생존을 추구하는 것. 그런데 두 본능 모두 인간사회의 발전 과정 속에서 특유의 사회적 체계화 및 그에 대한 반대급부의 쾌락이 더해졌으니, 식욕은 식사를 통한 모임과 미식의 쾌락이 그것이고 성욕은 연애행위와 에로틱한 쾌락이 그것이다. 식욕이 테이블매너와 요리라는 형식으로 사회적 통제의 대상이 된다면, 성욕은 법적 연령, 결혼관계, ‘건전한 성관계’ 등의 개념으로 통제되곤 한다. 이런 와중에서 통제와 욕구의 괴리를 극복하며 나름의 쾌락을 추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매체를 통한 대리만족인데, 그렇기에 에로 장르는 사회의 통제가 고도화됨과 동시에 점점 더 발달하곤 한다.
거창하게 이야기를 꺼냈지만, 결국 하려는 말은 에로물이라는 것은 그만큼 근본적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에로를 즐기는 수많은 에로 매체 가운데, 특히 에로 만화는 단연 에로의 꽃이라고 부를 수 있다. 에로만화는 단순한 생식작용을 클로즈업해주는 포르노 비디오보다 풍부한 상상력을 자극하며, 야설에는 없는 시각적 즐거움을 겸비하는 절충적인 에로 매체이기에 독특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때로는 이야기에 집중할 수도, 때로는 강렬한 시각묘사 한가지에만 집중할 수도 있는 표현의 유연성 역시 만화의 에로적 활용성을 높여주곤 한다. 나아가 편하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는 점 덕분에, 사회적으로 금지되었으나 생체적으로는 마구 솟아오르는 정욕을 해소해야 하는 비운의 청소년 시기에 학급에서 돌려보며 책상 밑에 놓고 몰래 읽던 에로만화들은 한줄기 희망의 빛이었다. 성행위 없이도 성적 에너지를 열심히 소비시켜주는 상상력 풍부한 이미지로 표현되는 이야기들, 그것이 바로 에로 만화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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