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코드’의 유쾌함 – 『그=그녀』[기획회의 071015]

!@#… 일부러 3권이 나올때까지 기다렸다가 리뷰를 올린 작품. 작품 전개상, 한 5권 정도면 완결되지 않을까(혹시나 인기 연재작의 무한 루프에 걸리지만 않는다면).

동성애 ‘코드’의 유쾌함 – 『그=그녀』

김낙호(만화연구가)

최근 크게 유행했던 TV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 있다. 보통 한국의 소위 전문직 드라마들이 그렇듯 커피를 다루는 부분은 거의 곁가지고 결국 커피 다루는 사람들의 연애 이야기인데, 사실 방점은 ‘프린스’에 있다. 청소년 대상 주류 순정만화의 캐릭터 취향을 깊이 참고한 듯한 성격안배도 안배지만, 여자 주인공마저 신분위장하고 남장을 시켜서 프린스로 만들어버린 것. 그 결과 남녀주인공의 연애는 미묘한 동성애 코드를 품게 되고, 극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진짜 매력은 오히려 여기서부터 시작되는데, 동성애 자체를 다루지 않고 동성애 코드를 일상사에 활용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동성애 자체를 놓고 보면 여전히 이 사회에서는 개인 간의 애정 문제, 취향문제가 아니라 인권문제의 영역에서 다루어져야만 할 것 같은 비장함이 있다. 혹은 동성애에 대한 무지한 편견으로 무장하여 유치한 희화화(‘남자/여자답지 못한 것’)로 가버리거나 말이다. 그런데 동성애 자체가 아니라 동성애로 읽힐 수 있으나 아닌 것을 다룸으로써, 비장함도 희화화도 살짝 비켜나가며 편견도 버리게 해주고 자연스러운 의외의 재미를 주는 것이다. 코드만을 취함으로써 오히려 희화화하지 않고도 성 역할과 가치관의 전복에서 나오는 건강한 웃음을 만끽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사회적 상황이 있는 만큼 정면승부도 필요하지만, 이런 접근을 통해서 즐거움과 약간의 생각을 던져주는 미덕 또한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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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협상 뭉개기 방지하기 [팝툰 16호]

!@#… 하지만 잡지에 나가고 홀드백 이후 이 블로그에 오른 지금 시점에, 이 이슈는 이미 원더걸스 만큼의 떡밥레벨도 없는 유사 망각의 영역으로 벌써 사라지고 있도다. -_-;

남북협상 뭉개기 방지하기

김낙호(만화연구가)

마치 초등학생들이 방학 마지막 날에 밀린 일일 숙제를 한꺼번에 처리하듯, 한 정권 내내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던 남북관계가 임기 말에 결국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레어 DVD 박스세트로 상대의 환심을 사는 참으로 바람직한 접근에 힘입었는지 몇몇 상당히 소중하고 구체적인 남북협력 사업계획 성과를 가지고 돌아왔고, 바닥을 치던 국정지지율은 일시에 거의 50%를 넘나들고 있다. 남북 평화의 중요성 뭐 그런 뻔한 것을 제외하고 가장 큰 교훈이라면, 역시 자고로 인생은 한 방. 하지만 문제는 워낙 임기 막판이라서 선언은 현 대통령이 하고 일은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것. 그런데 사람들의 현재 후보 선택 성향이란 것이 남북 발전보다는 대운하 개그에 쏠려 있는 만큼, 이번 협상 내용들의 향후 진행에 난관이 적지 않을 것임을 자연스럽게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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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돈된 자료와 효과적 소통 – 『9/11 테러 리포트』[기획회의 071001]

정돈된 자료와 효과적 소통 – 『9/11 테러 리포트』

김낙호(만화연구가)

세상 살아가는 것은 어차피 항상 경쟁자, 적대자들과 마주치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고도로 발달한 사회일수록 때때로 불안은 활용할지언정 충격과 공포만큼은 최소한으로 줄이고자 노력을 한다. 그래야 사람들에게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안도감을 주고 세금도 고분고분 내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런 방식이 전혀 작동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 있으니, 막강한 폭력으로 삶의 터전이 직접적인 공격을 받을 때다. 직접적인 파괴의 현장에서는, 승패니 이권이니 하는 나름대로 세련된 이해관계와 논리가 아니라 순수한 적의와 공포가 지배한다. 특히 적의 정체, 공격의 방법, 그 모든 것들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 동안에는 더욱 더 공포가 공포를 먹고 성장한다. 사회를 위협할 정도의 적의와 공포를 해소하는 방법은? 쉬운 길과 어려운 길이 있다. 쉬운 길은, 대충 외부의 적을 하나 만들어서 사회에 팽배한 공포와 적의를 죄다 그쪽으로 돌리는 것이다. 선악구도 같은 단순명쾌한 것도 도입하면 더욱 호응이 좋고, 얼떨결에 적의를 뒤집어쓴 자들이 실제로도 뒤가 구린 것이 많고 또 일반인들이 사실 별로 자세히 알거나 가깝게 여기지 않는 존재라면 안성맞춤이다. 반면에,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한 때가 있다. 사건이 일어난 과정을 밝히고, 그것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기술하며, 어떤 식으로 이런 일이 방지될 수 있는가 복잡하게 경우의 수와 가능성, 대안들을 타진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 것을 심지어 공포와 적의에 사로잡힌 사회 성원들에게 이해시키기 까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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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급 오지랖의 거품을 빼자 [팝툰 15호]

!@#… 전체주의니 파시즘이니 하는 거창하고 편의적인 개념말고, 일상의 오바질과 성찰을 논할 때는 일상의 용어와 논리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추진하는 일련의 capcold 캠페인 가운데 하나다. 추석 특집인 줄 알았으나 알고보니 추석 이후에 들어간 원고. 뭐 별로 애초에 추석스러운 이야기도 아니었지만, 원래는 “한가위를 맞아 풍성한 마음으로 자제 좀 하자”라고 썼던 바 있다 (당연히, 타이밍이 어긋나는 만큼 그냥 뺐다).

국가급 오지랖의 거품을 빼자

김낙호(만화연구가)

워낙 항상 이슈를 이슈로 덮어버리는 세상인지라 아직 기억할 분들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기아 자동차의 어떤 직원들이 핵심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렸다고 해서 적잖은 국민적 분노가 사회를 뒤흔든 적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 그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벌금형 이상으로 아예 징역형이 선고되었는데, 그 이유는 “국부 유출”이란다. 그런데 가만 보니 뭔가 이상하다. 민간기업의 기술을 빼돌렸으니 기업이 민사상의 손해배상을 받는 것이 정상이 아니려나. 국가가 대주주인 공영/국영 기업도 아닌데 말이다. 형사상의 처벌이라도 절도죄의 범주에서 규정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을까. 게다가 이 논리라면, 해당 기술을 중국이 아니라 다른 국내 자동차 업체에 팔아넘겼다면 불법 유출이라는 똑같은 죄를 지어도 죄과가 가벼워진다. 법 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사법부 특유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고, 왜 무려 나라 생각하며 국부 운운할까. 아아, 이런 국가 단위 오지랖 정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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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으로서의 락 음악 – 『창고라이브』[기획회의 070915]

!@#… 난데없이 직장인 락밴드 영화가 두 편이나 동시개봉해서 그저그런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락덕후 몸부림과 좌절의 타이밍에 지난번 원고를 끄집어내고 말았다.

소통으로서의 락 음악 – 『창고라이브』
김낙호(만화연구가)

90년대 초중반 즈음, 한국에서 대중문화 담론이 폭발했을 당시 락 음악은 무슨 대단한 저항정신의 상징이어야만 한다는 듯 소개되곤 했다. 하지만 거품이 꺼진 후 남은 실상은, 락 음악도 다른 여느 음악과 마찬가지로 그 시작은 기존 다른 장르들에 만족하지 못해서 탄생했고 대중적인 무언가를 두드리며, 때로는 상업성에 찌들기도 하고 때로는 예술성을 꿈꾸기도 하는 또 다른 대중음악이었다. 다만 음악의 형식상 좀 더 원초적으로 열정적이며 강렬하게 내지를 수 있는데(하기야 그런 성향 자체가 이미 우리 현대 사회에서는 ‘반골’이지만 말이다), 예술적 성취에 목숨 거는 다른 온갖 고상한 장르들보다도 훨씬 편하게 소통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원래부터 그렇기에 기타연주 기교와 찰랑거리는 갈기머리 휘두르기, 위악적 무대설정으로 포장된 80년대 주류 락이, 90년대 초에 그저 동네 청년들 같이 차리고 나와서 젊은 세대의 불안과 자조를 거칠게 내지르던 너배나에게 밀려났던 것 아닌가. 중요한 것은 저항이라는 이름표가 아니라 크고 작은 억눌림 속에서 살고 있는 자신들의 이야기, 자신들의 감성을 솔직하게 락 음악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그저 창고에서 친구들과 모여서 굉음을 낸다 한들 무슨 상관인가. 좀 더 솔직하게 우리 이야기를 하겠다는 욕망, 다른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소통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역할을 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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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미국 만화계의 트렌드 [부천 2007]

!@#… 2007 부천 국제만화도서전 자료집용으로 쓴 원고. 자료집에 들어간 버전은 아마 분량상 많은 축약이 있었겠지만, 이게 원래 이야기. 북미권 만화계 트렌드 서술과 더불어, 2006-07시즌에 북미권에서 나온 만화 TPB 신간들 가운데 100여종을 추천하고 그 중 40편에 대해서 세 줄 소개문을 쓰는 것 까지 패키지로 (시장파괴자급 헐값에;;;) 작업. 추천 기준은 당해 수상기록이나 언론의 호평 및 화제성 등을 기준으로 했기에, 안읽어봤거나 혹은 읽어봤지만 별로 안좋아했던 것도 다소 섞여있음. 즉 capcold의 선호작품군이 아니라, 도서관용 구비 목록 (책들은 모두 현재 시점에서 아마존닷컴 등에서 구입 가능). 뭐 여튼, 혹시나 자료집을 구해본 적 없지만 내용은 궁금한 분들을 위해, 전문 백업.

오늘날, 미국 만화계의 트렌드

김낙호(만화연구가)

80년대 말 장르만화의 새로운 혁신과 작가주의 만화의 부흥으로 새로운 성장기를 맞이하려 했던 미국의 만화는, 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시장 측면에서도 작품성 면에서도 한동안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계속된 우수한 작가주의 계열 작품들의 축적이 한쪽에서, 그리고 다른 쪽에서는 일본 만화의 영향력을 흡수해가면서 새로운 발전의 기반을 다지고 있었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 마침내 미국 만화계는 거듭나고 있다. 우선 시장 측면에서 보자면 2006년에 미국의 만화 판매 시장은 6억4천만불 규모로 추산되며, 이중 ‘그래픽노블’로 총칭되는 단행본 판매가 3억3천만, ‘코믹북’으로 총칭되는 연속간행물 판매가 3억1천만으로 추산되었다(통계 출처: ICv2 그래픽노블 컨퍼런스 발표자료, 2007.2.22). 여기에는 유통경로 상의 차이점으로 인하여 일본만화 계열의 현지 발매분, 그리고 만화책의 일반 서점 판매량 가운데 상당수가 누락되었을 가능성이 있음을 고려할 때, 이 수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전년 대비 10% 가량 성장한 수치로, 세계 출판계 전반적인 불경기를 감안하면 더욱 고무적인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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