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버튼신작애니메이션,시체신부(TheCorpseBride).알사람은알다시피,<크리스마스악몽>과비슷한분위기의퍼펫애니메이션.목소리(+캐릭터모델)는조니뎁과헬레나본햄카터.학생할인극장에서봄.한줄감상:팀버튼의겨울연가…라면좀과장이지만,치정살인,집안간갈등,엇나간사각관계,신랑보쌈,두번의결혼식…신부가반쯤썩은시체이고해골들이캬바레를한다는소소한사항들만빼면순도100%멜로드라마.연인과함께보길(정말?).짐작하겠지만,전체적포스는<크리스마스악몽>보다부족한편. [예고편보기]
Category Archives: 매체만상
상상의 자유와 발언의 무게 사이: 만평의 책임 [인물과 사상 0510]
!@#… 인물과 사상 2005년 10월호 수록(원래는 9월호용이었으나, 마감 시간의 문제로 – 편집부 잘못 1%, capcold 잘못 99% – 10월호에 들어감). 인물과 사상에서 하고 있는 ‘시사만화’ 이야기는 아무래도 통일된 주제를 상정하다보니 각론과 총론을 배합해가면서 쓰는 중. 그런데 개별 시리즈/작가를 해부하는 각론과는 달리, 종합적 이야기를 하는 경우에는 별로 인기가 없다. 이번에는 후자쪽 부류인데다가, 왠지 단행본으로 치면 결론 챕터에 들어가야할 듯한 내용… -_-; 하기야, 조선일보 곤란하다!라고 하면 다들 맞아맞아 하면서도, 신문의 책임은 이런 것이야!라고 하면 어려워하는 것이 사람심리.
!@#… 앞으로도 각론 분야에서는 뉴스툰이라든지, 시사뒷북 등으로 대표되는 서사형 시사만화, 박순찬의 장도리를 위시한 90년대 이후 동향… 등등, 그리고 총론 분야에서는 포털과 시사만화, 프로파간다로서의 만화, 만화와 사회참여, 한국 시사만화의 흐름(단순히 자료로서의 ‘역사’가 아닌, 진짜 변화과정) 등등 여러가지를 건드릴 생각. 확실한 틀을 좀 더하면 언젠가 단행본화할수 있을지도(누가 사본다고…;;).
노마네코 사건으로 저작권 체계의 맹점을 생각하다
!@#… 저작권의 미묘함이란 끝이 없다. 공공창작의 사유화라는 자본주의의 뼛속 깊이 뿌리박힌 관행 – 아니 원동력 – 에 대한 해답은 과연 어디에? 그것을 한번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최근 사건이 하나 있다.
!@#… 일본 대중문화에 관심있는 분들은 누구나 한번쯤 접해보셨을 ‘마이아히 송’. 원래 O-zone이라는 유럽 댄스그룹의 노래 ‘Dragostea Din Tei(사랑의 말들)’인데, 경쾌한 유로비트로 한번 들으면 멜로디가 딱 감겨오는 그런 곡이다. 그런데 한때 한국에서 유행한 ‘식섭이쏭’ 마냥, 이것을 일본어로 약간 유머러스하게 가사를 듣기 시작하면 아주 걸작 개그송으로 바뀐다. 그래서 종종 그렇듯, 일본의 온라인 폐인 집중서식촌인 2ch에서 사람들이 플래시 뮤직비디오로 아예 만들어버렸다. 일본어식으로 읽는 가사와 그 상황을 개그스럽게 묘사하는 그림을 배치하는 꽤 흔한 방식인데, 주연은 그쪽 분위기가 항상 그렇듯 소위 ‘모나’. 이 모나라는 것은 일반 아스키 문자 코드로 만든 고양이 모양 캐릭터인데, 일본쪽 웹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이 녀석이 바로 그 녀석. 굳이 말하자면 약간 더 비주얼한 이모티콘에 가깝다. *^^* 이라든지, OTL 이라든지 하는.
∧_∧
( ・∀・) (그림1)
!@#… 그런데, 일본의 초대형 AV(…그 AV가 아니라;;) 업체인 AVEX가 그 노래를 공식 수입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명민한 상업기업이 그렇듯, 당연히 현재의 유행의 근원이 2ch식 폐인문화임을 파악, 아예 ‘사랑의 마이아히'(그러니까, 원제는 사랑의 말들…)이라고 제목 붙여서 들여왔다. 달러멘디 음반을 한국에서 ‘뚫훍뚤훍뚥’이라고 이름붙여서 들여오는 것 같은 만행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비주얼 이미지로는… 노마네코를 캐릭터화. 공식 홍보 홈피 http://maiahi.com/index.html 에서 볼 수 있듯, 모나를 낙서체 선으로 이식한 캐릭터. 이름하여 노마네코.
!@#… 그런데 문제는 AVEX가 이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서면서 발생. 분명히 문자가 아닌 선으로 만든 그 캐릭터는 AVEX의 창작이지만, 그것이 나타내고 있는 대상은 공동창작물이자 일상적 표현수단인 그 문자캐릭터. 그렇다면 캐릭터 저작권을 주장해도 되는걸까? 아니 그보다 문제는 상업적 저작권 행사의 첫 걸음인 유사품에 대한 단속인데, 그렇다면 AVEX는 2ch에서 사람들이 노마네코를 쓰는 것을 무단사용이라며 단속해도 되는걸까? 뭐 당연한 이야기지만 2ch는 난리가 났다. 사태 추이는 좀 더 진행되고 나면 그때가서 다시 정리해봐야겠다. … 하기야 따지고 보면 나이키 광고에서 ‘스틱맨’을 상표등록한 것도 아햏햏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공공재의 사유화가 문제가 되는 것은 사적 사용 자체가 아니라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방법으로서 사용권 독점을 애용한다는 것인데, 문화 창작물이라면 그것이 참 미묘한 문제가 되어버린다.
!@#… 가장 좋은 방법은 모나를 맨 처음 고안해낸 누군가가 나타나서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 소유를 증명받은 후 사용권을 공공에 열어버리는 것이다(정보공유운동 진영의 기본 발상이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척 불분명한 경우는 어렵다. 현행 저작권법 체계의 가장 큰 맹점이 바로 이 지점인데, 뚜렷한 ‘저작권자’가 있어야만 저작권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으로 구성된 사회 일반’은 저작권을 가지고 있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자유로운 사용의 문제를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저작권 소유를 통한 것 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예를 들어 공공문서 공개 어쩌고 하는 조항들은 결국 ‘국가라는 저작권자’를 상정하고, 그 저작권자가 사용처를 열어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공동창작’이란 것은 “OS땅 프로젝트”, 또는 “이글루양 만들기” 등에서도 볼 수 있듯, 대단히 재미있는 결과물들을 만들어내는데 말이지. 사용권이 아니라 저작권 자체의 사회환원에 대한 새로운 법논리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 아아, 여튼 복잡하게 들어가면 어려운 이야기가 될 듯 하다. 대충 여기서 접고, 나중에 정리되면 또 이야기 꺼내보자.
(수정 주: 노마네코는 avex 캐릭터 이름이고, 원래의 2ch 캐릭터는 모나입니다. mirugi님의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 2005 copyleft by capcold. 이동 수정 영리 자유 —
오늘, 인터넷 문화의 화두 잡상.
!@#… 문득 잡상들. 좀 더 이야기를 발전시켜볼만한 화두들. 하지만 시간없고 귀찮으니까 다이제스트 버전만.
*저작권*
한국에서 저작권교육은 성교육과 비슷하다. 초딩 때부터 일상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되기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공식적 교육과정에서 완전히 소외되어서 이상한 오해와 민간신앙들이 난무한다. 그 결과, 막나가는 사회. 이제 교육과정을 제발 성장과정과 일상 생활에 부합하는, 좀 현실적인 커리큘럼으로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인터넷 실명제*
대형 포털들의 실명인증 의무화 방안. 지금은 가입시 실명인증 안해서 그런 쓰레기가 넘쳐나나? 스팸이든 불법자료든 물의를 일으킬 경우 아이디를 자르고 같은 인적 정보로 1년쯤 모든 해당 업체 관련 서비스 재가입 불가, 아이템 몰수 및 블랙리스트 공개를 하는 것이 낫다. 왜냐하면, 해결책은 실명이 아니라 일관된 기준의 ‘정화의지’ 니까. 책임감 부여는 실명인증이 아니라, 원인과 결과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생각없는 찌질한 짓을 하면 크게 손해본다는 단순한 공식이 사람들에게 와닿으면 된다.
*정부, 사이버 폭력죄 신설 추진*
바보 앞에는 약도 없다. 특히 의결권을 가지고 있는 바보 앞에는 더더욱 약이 없다. 명예훼손의 반의사 불벌죄, 모욕죄의 친고죄 조항을 없애서 어쩌려고??? 아니 애초에 왜 그런 조항들이 들어가 있는지 한번 법 공부 정도는 미리 해보지 좀. 필요한 것은 절차와 기간이 간략화/합리화된 고소 절차. 중재위원회가 그 역할을 해주는 경우도 좋고. 하지만 여하튼 자기에게 피해를 준 그 상대방에게 확실한 손해를 입힐 수 있어야 한다. 자꾸 정부가 나서서 뭘 하려고 하지좀 말았으면 좋겠구나. 잘 하지도 못하면서.
*p2p*
문제는 p2p라는 기술이 아니라, p2p가 주로 불법유통에 쓰인다는 사회적 활용 아닌가. 불법에 대한 징계야 당연하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p2p의 기술력과 문화적 파급력을 합법적 경제수단으로 활용할 궁리에 집중해야 할 것 아닌가. 만화책 스캔본이든, mp3든, DivX든. 돈을 벌려면 머리를 굴리든지.
*개인정보 유출*
딜레마: 개인정보 유출의 케이스로 꼽히는 대부분은, 결국 자기가 직접 노출한 것들이다. 싸이에 프로필과 사진들 올린다든지… 사립탐정이나 흥신소가 아니라도 그 정도면 충분하다. 문제는 정보 자체의 유출보다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그 개인을 개인적으로 매장시키러 우루루 몰려가는 개떼 근성이다. 그것 말고 기업체가 유출한 경우는 기업체를 고소하면 되고.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 수정 자유 / 영리 불가 —
키덜트: 유아회귀? 새로운 성장! [연합르페르 0509]
!@#… 연합뉴스 사내잡지(사내들의 뜨거운 땀과 불끈대는 근육과 열정!!! …이 아니라, 社內. 같은 계열 개그로는, ‘사내 동호회’ 등이 있다) <연합르페르> 9월호 특집에 들어가는 글. 오랜만에, 나름대로 심리학적인 기반으로 접근. 심리학, 문화, 미디어 등을 엮어내는 건 역시 capcold의 적성에 잘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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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 유아회귀? 새로운 성장!
키덜트라는 용어가 있다. 아이(Kid)와 어른(Adult)를 기계적으로 합성한 말인데, 흔히 대중문화의 취향에서 “어른들이 어린이가 되고 싶어하는 환상을 담은 문화 형식들”을 지칭한다고 한다. 약간만 주변을 둘러보아도, 분명히 ‘아직도’ 프라모델을 만들고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려놓는 이상한 철딱서니 없는 어른들을 쉽게 발견할 것이다. 남사스럽게도 커다란 아톰이나 둘리 얼굴이 그려진 티를, 다 큰 처자가 스스럼없이 입고 다니는 모습도 흔하다. 이 세상이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인가?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의 구미에 맞는 심리학적 설명들이 동원되기도 한다. 한 가지는 키덜트 문화가 소비문화 마케팅이라는 점에 착안하는 것인데, 워싱턴대 심리학교수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말을 인용하자면 “생산자들이 성인 소비자들에게 어린 시절이 얼마나 좋았는가 하는 허위 기억들을 창조하도록 만들게 함으로써 어린 시절의 향수 이미지를 상품 형식으로 사용한다”. 좀 더 키덜트 족 자신의 심리를 듣고 싶다면, 고려대 심리학과 성영신 교수의 발언도 있다: “청소년기의 취향을 서른이 넘어서까지 유지하는 것은 성인이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표출이며, 현대인들이 피폐해져가는 일상생활 속에서 순수했던 시절을 기억함으로써 활력소를 얻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하, 그렇군요. 즉 키덜트는 어린 시절의 향수에 절어 사는 사람들이며, 유년으로 회귀하고 싶은 심리의 일환, 그리고 그것을 공략하는 자본의 마케팅에 휘둘려버린 것이군요.
심히 곤란하다. 이런 인식들은, 만화를 좋아한다, 오락성 모험물을 좋아한다, 모형을 만든다, 귀여운 것을 즐긴다… 이런 취향들을 어린이의 전유물이라고 규정하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고, 그것은 다시금 어린이/성인 사이에는 패러다임적 경계선이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이것은 사람의 심리적 성장과정 모델을 분절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나오는 오류다. 한 마디로 아이와 어른이 당연히 명확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편의주의적 세계관, 마치 만 18세 이상은 에로영화를 봐도 좋다는 사회적 규정 같은 것이다. 사실은 18번째 생일이 지나는 그 순간 갑자기 사람들의 심리발달 상태가 ‘사춘기’에서 ‘성인’으로 대변신을 할 리가 없는데 말이다. 성장을 마치 땅강아지에서 번데기를 거쳐서 매미로 변신하는 ‘변태 모델’로 보는 셈이다. 이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성인’이라는 막연한 기준에 의해서 미련 없이 버려버린 취향을 계속 추구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고, 자신들은 그것을 이미 버려버린 이유를 심리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서 상대방을 미성숙한 종족으로 폄하할 것이다. 심리학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인지부조화’라는 현상이다. 이해불가능한 현상을 보면서 느끼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스스로의 인지구조를 살짝 틀어버리는 것이다.
성장단계의 모델은 편의적 구분일 뿐, 사실 심리적 성장은 연속적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어른이 된다고 해서 갑자기 “오늘부터 나는 만화를 싫어할래!” 라기보다, 그 나이와 성장단계에 맞는 만화를 골라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은가. 만약 그 나이대의 소비수준과 사회적 인식능력에 적합한 작품을 찾지 못한다면, 자연스럽게 그 분야로부터 취향이 멀어지는 것 뿐이다. 적합한 작품을 찾는다면? 어차피 좋아하던 취향이니, 계속 추구한다.
키덜트 현상은, 취향이라는 심리적 인지구조가 만18세니 20세니 하는 ‘사회적 규범’에 의해서 정해지고 일탈이 허용되지 않았던 이상한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에 대해서, 스스로 느끼기 시작했다.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자유/수정불가/영리불가 —
‘모에’를 통해서 기자의 전문성을 생각하다
!@#… 뭐! ‘모에’가 이렇게 건전무쌍한 개념인 줄, 처음 알았다.
…이왕 모에를 소재로 기사를 쓴다면, 아무리 마감이 바쁘더라도 최소한 모에가 뭔지 한번 제대로 알아보는 정도는 했으면 좋겠는데. ( 단지 신문기사라는 이유만으로 이 설명이 ‘모에가 뭐에요? 라고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표준 대답으로 스크랩되고 돌아다닐 것을 생각하면, 참 세상 별 볼일 없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 기자에게 있어서, 속보와 흥행이라는 공명심의 불길 속에서 가장 먼저 증발하는 것은 바로 전문성. 하기야 기자 뿐만이 아니겠지만.
—(3번째 리플까지 보고 보충설명 추가)—
!@#… 그럼 모에가 뭐냐고? 쉽게 설명하면 이런 것이다: 히로스에 료코가 귀여워서 좋아하고 있다면, 그건 그냥 좋아하는 것일 뿐. 하지만 히로스에 료코라는 인물보다, 영화 <철도원>에서 커다란 오렌지색 조끼를 입고 있는 미소녀의 이미지가 눈앞에 집착한다면 뭔가 좀 다른 경지다. 아니 한발 나아가서 철도원이고 료코고 뭐고 간에, 아예 “단발머리의 귀여운 소녀가 커다란 오렌지색 조끼를 입고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집착적으로 불타오른다면 어떨까? 그것이 바로 모에. 모에는 특정 요소들에 대한 , 그리고 그 요소들의 조합에 대한 애정적 집착. 그 과정에서 개개 인격체나 캐릭터 자체는 오히려 뒷전으로 밀려날수도 있고. 그리고 그건 세부 요소로 환원될수록 확실해진다. 예를 들어서 미소년모에라고 한다면, 그다지 모에라고 명함 내밀기도 뭣하다. 안경모에, 고양이귀모에, 방울모에… 이 정도는 되야 좀 체면(?)이 산다. 위에서 어설픈 기자양반이 대충 쓴 것 마냥 귀여운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모에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귀여운 것이라는 개념을 구성하는 어떤 특정한 요소(세라복이라든지, 안테나 머리라든지, 뾰족한 덧니라든지)에 집착을 하는 것이 모에다.
에반게리온의 ‘레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그냥 팬일 뿐. 하지만 붕대를 맨 미소녀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이고, 하필이면 레이가 그 결정체이기 때문에 좋아한다면 그건 어엿한 ‘붕대소녀모에’. 이 사람은 아마도 수많은 만화, 애니, 게임 등 장르 대중오락문화를 샅샅이 뒤져가면서, 그 중 붕대를 맨 소녀 캐릭터를 찾아내며 애착을 보낼 것이다. 아마 그리고 붕대소녀는 자고로 이래야해(3분에 한번씩 아픔으로 얼굴을 찌푸려야 하며, 부상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서 활약을 벌이려다가 아픔으로 한번 넘어져 줘야 하며, 머리에 붕대를 맬 경우 머리카락 전체를 뒤덮어서는 안되고 이마와 한쪽 눈 정도까지만 덮어야 한다는 등…), 하는 나름의 공식을 만들어내기 시작할 것이다. 당연히 붕대소녀를 묘사한 각종 피겨와 게임, 만화책들을 긁어모으고 (문화평론가 아즈마 히로키의 용어를 빌자면, ‘데이타베이스적 소비’). 만화/애니/게임이라는 서브컬쳐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양적으로 비대해진, 기호와 상징의 홍수인 일본이기에 나올 수 있었던 현상. 페티시즘적 쾌락과 집착적 대중문화 소비의 화려한 만남.
설명이 어렵다면, 이렇게 쉽게 요약할수도: 80년대의 애니광들은 <오렌지로드> 마도카의 ‘팬’이었지만, 2000년대의 오타쿠들은 <오네가이 티쳐> 미즈호를 보며 ‘누님 모에’를 한다…
나중에 또 덤으로 추가:
1) ‘모에’라는 단어를 감탄사로 쓰면, “나는 지금 맹렬히 모에하고 있는 중이다”라는 뜻의 약칭이 된다. 왠 오타쿠 캐릭터가 아이돌 콘서트장에 가서, “모에~!!!”하고 외치는 장면이 있다면 바로 그런 것이다. 만약 모에의 대상이 되는 캐릭터가 “모에~?”라고 귀엽게 한마디 불러준다면? 그건 “나에게 모에해주시지 않을래요?” 라는 말의 약칭이 된다. -_-;
2) 리플에서 pseudorandom님이 지적하셨다시피, ‘모에’ 행태는 실체를 획득할 수 없음에 근거를 두고 있다. 실제로 획득할 수 있는 대상이면 가서 얻어내면 되는 것이지, 관련 굿즈를 사모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냥 팬으로서 상대의 전체를 동경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특정 요소 단위로 집착할 필요도 없고. 만화, 애니의 2차원 캐릭터(의 특정 요소들)에 모에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 하지만 인기 없는 오타쿠들에게 있어서는, 3차원 물질계의 여성들도 이미 실체를 획득할 수 없는 먼 세상 신비의 대상이다.
3) 참고로, ‘모에’라는 단어는 “싹트다, 움트다” 라는 용어와 “불타오르다”라는 용어의 동음이의어 말장난이다. 오타에서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의미상으로는 불타오른다 쪽이 훨씬 적합.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