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부짜리 대필 번역의 개그 한마당

!@#… 최근, 모 아나운서의 모 베스트셀러 번역 대필 사건이 잠시 훈훈한 웃음을 선사해주었다. 이 책을 둘러싼 개그는 “하루에 틈틈이 100페이지씩 했어요” 오바질 오보로 시작되어, 그따위 “참으면 부자되고 안 참으면 가난해진단다”라는 초딩스러운 내용의 책이 밀리언셀러가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한층 개그력이 상승했던 터. 그러다가 결국 번역 대필이 뽀록나서 개그의 강렬함이 더해지다가, 출판사가 ‘이중번역’이라는 굉장히 처절한 변명을 하면서 결국 개그 입신의 경지에 도달했다. 세상에, 무려 출판사 사람들이라는 자들이 진지하게 그런 주장을 펼치다니. 다만 정작 그 모 아나운서만 개그에 동참할 정도의 유머감각이 부족한지, 심려를 끼쳐드렸다는 멘트 하나만 날리고, 나머지 실제 잘잘못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아쉬운 일이다.

!@#… 번역작업을 하면서, 여러명의 번역자들로 나누어서 작업하는 것 만큼 뒷수습이 힘든 것이 없다. 어순이나 어미활용 및 용어의 호환성이 높아서 비교적 기계적 번역이 가능한 일한 번역이라면 정도가 확실히 덜하지만, 영한 번역 정도만 되도 정말 골때린다. 특히 팀에 번역 초보자라도 있다면, 그 사람의 원고는 번역 숙련자인 대표 번역자가 실질적으로 깡그리 다시 해야 한다. 전체 책의 문체를 통일하고, 용어의 선택도 맞추고, 전체 문맥을 조율해야 하니까 (capcold의 경우 역시 몸으로 배운 교훈이다). 만약 출판사의 주장처럼 무경험자인데다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도 없는 초보자 – 예를 들면 모 아나운서 – 와 전문번역가가 ‘이중으로’ 작업을 하고 ‘그 중 잘된것을 짜깁기 했다’면, 99.9% 후자의 번역을 그대로 썼다는 거나 다름없다. 번역이라는 작업 자체가 그런 작업인거다. 그런데 그 아나운서, 책 나온 걸 보고도 자기가 쓴 문장이 아니라 전혀 다른 문체와 용어로 되어있는데도 눈치를 못챘나 궁금하다. 보고도 눈치 못챘다면 그만큼 자기도 자기 작업을 기억 못할 정도로 대충 때려넣었다는 것이다. 교열과정에서도, 완성된 책을 받아들고서도 한번도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면 더욱 더 안습이고. 보고 눈치챘지만 생까고 그냥 자기가 한 양 이야기하고 다닌 것이라면 뭐… 진짜 할 말 없어지겠다. 닥치고 이불덮고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 여튼 책은 다 팔만큼 팔았으니 뭐 잠깐 버로우하면 출판사도 아나운서도 해피. 다만 짜증나 쓰러질 입장에 처한 것은 대필을 제공한 그 전문 번역가. 대필 번역을 했다면 당연히 인세지분이나 인센티브 없이 매절을 했을테니까 말이다. 그런 경우 (아니 그런 경우가 아니라도) 계약서도 따로 정식으로 안하고 작업하는 경우도 많고. 그런데 책은 잘팔리고, 번역에 대한 공은 엉뚱한 사람이 들고 가니 뭐 클레임 걸고 싶지 않겠는가. 책 좀 잘 팔릴때 출판사가 알아서 잘 기름칠을 했어야 했을 부분인데, 뭐 돈에 눈돌아가면 자기 두개골 내부말고 뭐가 또 보이겠나. 그리고 언론에서 사건이 터지고 나니까 이제서야 출판계의 어려운 현실이니 아나운서에게 죄송하다느니 설레발이다. 그리고 아나운서한텐 송구스러운데 정작 번역자에게는 하나도 안 미안해하니 그것도 참 안습이다.

!@#… 번역분야가 출판계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거야 뭐 뻔한 이야기니 반복할 필요도 없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번역이라는 작업 자체가 학계든 출판계든 지극히 우습게 취급되고 폄하된다는 점이다. 특히 학계에서는 번역서에 대한 변변한 경력 인정이 안되기 일쑤인데, 그래서 유명 교수가 대학원생들에게 한 챕터씩 나눠주고는 적당히 수거해서 역자 후기만 쓰고 출판사에 넘겨준다는 괴담이 도는 것. 하기야 진정한 괴담은, 그 결과 번역서랍시고 나와있는 이론서들이 거의 한국말이라고 부르기 부끄러울 정도로 전혀 내용에 대한 이해도 전달력도 없는 전문용어들의 기계적 짜집기 덩어리로 나와서 원서에 대한 독서욕구를 불태우는 실제 현상들이다. 기실 번역이야말로 원 자료는 물론 원 저자의 학문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또하나의 창조, 재해석을 해서 한국의 맥락에 맞게 설명해내는 복잡한 작업이며 훌륭한 학문적 성과가 되어야 할 터인데 말이다. 마틴 루터의 진짜 중요한 일생의 과업이자 종교개혁의 뿌리는 열받아서 대자보 붙이고 다닌 것이 아니라, 기독교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한 것 아니던가. 나름대로 룰이 있다는 학계가 그럴 정도면, 일반 출판계야 뭐 할말 다했다. 번역 품질보다는 가격에 맞추는 패턴만 벗어나도 조금은 나아지겠지만.

!@#… 그러니까 이제부터 번역을 좀 잘 취급해달라고? 내가 여기서 그런 말 한마디 한다고 개선될 성격의 것이라면 이미 이 곳을 다 도배해놨을 것이다. 번역이 우습게 취급되는 것은 실제로 독자들이 ‘독서행위의 품질’에 신경을 안쓰니까 이렇게 되는 것이다. 대체로 까다롭지 않고, 대충 밀가루 위에 캐첩만 뿌리고 본토 이태리 피자에요 내놓으면 아싸조쿠나하면서 받아먹으니까. 좋은 번역에 대한 독자들의 수요가 적은데 뭐하러 출판사가 애써 신경과 돈을 써가면서 공급을 하겠는가. 번역자가 그 책을 한국어로 들여오기 위해 직접 출판사에 소개시켜주고 자신의 성심성의를 다해서 전문적으로 작업을 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모를까, 출판사가 책을 찍고 번역자를 구하는 보통의 경우라면 어디까지나 품질보다는 기대 충족의 효율성을 따질 수 밖에. 학계도 마찬가지여서, 저널의 도서리뷰에 “이 책은 번역이 개판이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경우가 없다. 학생들은 그냥 원래 어려우니까 어려운건가보다 하고 그냥 넘어가기 십상이고. 번역의 품질을 따지며 더 나은 번역문화를 요구하는 자리 자체가 없는 것이다. 워낙 광팬을 거느리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 정도가 몇 안되는 예외지만, 광팬이 많아도 여전히 해리포터 시리즈의 허마이오니는 한국에서 헤르미온느일 뿐.

!@#… 좀 갑갑한 이야기지만, 결국 상황을 개선하는 근본적인 방법이란… 따지는 것. 번역이 개판이면 번역자가 우울증에 빠질 정도로 따지고 몰아붙여서 좋은 번역에 대한 압박을 주는 것. 수요가 요구하면 공급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고품질 공급이 필요한 판이 되면 야매스러운 관행들이 하나씩 사라질 수 있다. 사실 이야기가 번역계의 사기질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결국 번역의 품질 이야기로 귀결되고 있는 셈이라 읽다가 헷갈려하는 분들도 있겠으나, 하나의 ‘판’을 제대로 정돈하고 질서를 바로잡는 것은 그 분야의 총체적 품질을 올리는 것이다. 향유 사슬의 가장 끝에서부터, 하나씩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바로 시장체제에서 가장 근본적인 품질 향상의 지름길이니까. 뭐 여하튼, 그러니까 우선 독서를 좀 더 까다롭게 하는 습관부터.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대사면 쑈 잡상.

!@#… 올해도 예외 없는 한국 사법체계 최대의 이벤트, 광복절특사. 작년에 눈치때문에 넘어갔던 안희정 어쩌고 하는 노무현 측근들의 사면 때문에 참 시끄럽다. 사실 무슨 고스톱판에서 개평주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이 무슨 황제나 신도 아니면서 무슨 죄를 사하여 준다는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한 해에 2-3회 정도 꼬박꼬박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다들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기에 의아해하던 터. 이 사회의 ‘원인과 결과’의 책임관계, 즉 법적 정의를 과감히 무효화할 수 있는 궁극의 치트 코드.

노무현의 심복들이 풀려나게 되자, 한나라당은 노발대발. 물론 자기네 팀도 꽤 에이스들이 풀려나게 되었으나 (그 정도 거래 균형도 안해놨을리가 없지), 여하튼 법적 정의를 외치며 규탄. 재계는 재벌 총수들이 거의 포함이 안되어 있다고 항의. 수많은 일반인들은 이놈의 세상, 권력 있는 것들은 다들 쫌만 있으면 풀려나는구나 하면서 다 노무현 탓이라며 불만.

그런데, 한나라당은 작년에 똑같은 규탄을 똑같은 시점에서 똑같은 논리로 했었지, 아마. 그런데 정작 특별사면권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법안은 1년 동안 그냥 처리도 안하고 놀고 있었다. 하기야 특별 사면 대상은 생계형 서민 범죄와 경제발전에 이바지할 기업인이어야 한다고 주장, 상호배타적인 대척점에 있는 두 대상(기업인이 들어가면 권력형 뇌물비리나 대형 탈세 사건으로 들어가는 것이 대부분이니)을 하나의 논리로 감싸안는 궤변에 조금도 거리낌이 없는 자들이니 뭐 할 말 다했다. 재계 역시 사면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논리가 아니라, 당장 활동해야할 자기네 대장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볼멘소리할 뿐이고. 일반인들은? 솔직히 애초부터 사면권에 대해서 굳이 공개적으로 여론의 중심의제로 들고 오지도 않는다. 뉴스에 리플 두어개씩 다는 거라면 모를까. 아니 사실 한 이틀쯤 그것가지고 이야기가 되었으려나, 지금은 이미 다른 사안들에 모두 묻혀버렸다. 된장녀 논쟁에 쏟는 정성의 100분의 1만이라도 쏟는다면 우리사회 좋은사회.

!@#… 사람들은 법적 정의를 갈망하는 존재라는 상식과 대사면이 수십년간 매년 대규모로 여전히 마구 남발되고 있다는 현실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다. 정말 사람들이 갈망한다면 대사면을 모두들 진지하게 반대해서 결국 법적 정의를 지켜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와중에, 오캄의 면도날 원칙에 의거, 가장 간단명료한 가설에 도달. 바로 첫번째 전제를 기각하는 것이다. 즉, “사람들은 법적 정의와 기회의 균등 따위, 그다지 바라지 않는다”! 법적 정의에 대해서 애초에 크게 신경쓰지 않거나, 아니면 더 나아가서 법적 정의의 구멍을 자신들만은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기를 바라거나. 사면 쑈에 대해서 불만은 툴툴거리지만 그것을 제한하고 막기 위한 진짜 노력은 안하는 이유다. 남들이 모두 원칙에 따라서 처분되기에 나에게 ‘예측가능’ 하면 좋기야 하겠지만, 나는 그들을 후딱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상대팀은 모두 발로 축구하는데 나만 손으로 들고 뛰어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안정적 사회정의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갑갑한 것이고, 마구 나아가고 싶은 내 행보에는 방해가 될 여지가 크기 마련이다.

!@#… 그렇다면 대사면은 이 사회는 그런 식의 야매가 가능하다는 것에 대한 상징, 즉 (자신에게 유리한) 야매를 동경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마음의 위안이다. 무려 ‘사회 대통합’이니 하는 이야기가 따듯하고 인간적이고 결국 긍정적인 것으로 여겨지도록 설계되어 있는 이 사회의 성향 자체가 이미 그쪽이니 별로 신기할 것도 없다. 사회 대통합을 위한 명절 특별 감동 쑈가 아닌, 정당한 죄과를 치룰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주어지는 상식적인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다수가 되려면 얼마나 더 필요할지 가히 궁금할 따름이다. 뭐 그런 작은 푸념.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혹시 그래도 쑈가 계속되나…?

!@#… 작년말과 올 초반을 뜨겁게 달구며 온갖 사람들을 쪽팔리게 만들었던 희대의 과학 사기극, 황우석 연구실 가짜 줄기세포 사건. 아직도 착란에서 못벗어나고 황빠질을 지속하는 이도 있고, 황빠질에서는 벗어났지만 자신이 했던 황빠질을 반성하고 그로부터 교훈을 배울만한 용기는 없는 수많은 평범한 이들도 있다. 자신들이 열렬히 그 황빠현상에 가담했던 사실은 정신건강을 위해서 과감히 입닥치고 지나가는 수많은 이들의 변명, “나는 단지 속았을 뿐이오”(심지어 황우석 본인마저도 그렇게 주장하고 있을 정도니, 말세다 말세야).

!@#… 그런데, 최근 브릭이나 과갤에 도는 소식들에 따르면 서울대가 강성근은 짜르고 이병천은 스너피의 성과 등을 빌미로 3개월 정직으로 처벌 수위를 정하려고 한다나 뭐라나. 적극적인 사기 공범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이들이 언론에서 떠들고 다니며 사태를 악화시켰던 범죄를 생각하면 박사학위 박탈이 당연하건데 정말로 그런 어처구니 없는 짓거리를 할까 참 상식의 저항이 일어난다. 여하튼 스너피라도 붙들고 만세 한번 불러보자는 그 심정은 모르는 바 아니지만, 적어도 이들을 포함, 황랩은 전체적으로 사기 가담자들이었던 만큼 연구성과에 대한 철저한 조사 정도는 해봐야겠지. 안그러면 황우석 패턴이 다시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까. 자, 라이브 실황 중계로 한번 여러분들도 모두 뛰어들어 보시라. 줄기세포 사기를 밝혀낸 희대의 과학검증법이자 진정한 한국형 원천기술, “뽀샵질 사진 중복 찾아내기 기법”이다.

[브릭] The show must go on…?
http://gene.postech.ac.kr/bbs/zboard.php?id=job&no=8827

!@#…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야매 척결 해보세. (‘새마을 노래’ 곡조에 맞추어 불러보아요) 척결할 야매가 처음부터 없으면 무척 다행이지만.

(약간 추가)
!@#… 자, 그리고 이제 동물복제 특허로 다시 슬금슬금 피치를 올려보려고 기회를 노리던 대한민국 언론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기대만빵. 애국만세로 장사 좀 해보려다가 황우석 사기로 드러나고, 월드컵 16강 탈락하고, 결국 다시금 꺼리를 찾아나서는 모습들이 심히 안습.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그들은 어디에? 황빠 담론 선동가들을 기억하며 (v1.4)

!@#… 누구나 주지하다시피, 이번 황우석 사건은 일종의 담론전쟁이었다. 평범한 대형 과학 사기 사건으로 끝났어야 할 사건이 국익이 어쩌니 희망이 어쩌니 하면서 무슨 국가의 운명을 건 대단한 것으로 포장되어, 오히려 가장 간단한 사회적 공공선의 지향점인 “나쁜 짓 하면 벌받는다”는 진리마저 당연하다는 듯 부정되도록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혁혁한 뻘타로 사태를 악화시킨 황빠 담론 주범들과 공범들이 참 많이 있었는데, 워낙 일들이 많이 일어나다 보니 다 기억하기도 힘들지 않던가. 그래서, 좀 적어놓을까 한다. 특성상 언론 미디어계가 중심이 되겠지만, 그 못지 않은 활약을 보인 일반인들도 넣어서. 리플반영 업데이트한, ver.1.2(06.5)에, 약간 코멘트와 내용 추가한 ver.1.3(06.6), 그리고 ‘학계’라는 치명적인 누락을 발견한 ver 1.4 (06.11). 설명도 중간중간 새로 파악하는 상황에 따라서 업데이트.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황우석 사건 검찰수사 요약: “여하튼 성공한 셈 치자”

!@#… 황우석 사건, 검찰 수사결과 발표. 발표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황우석씨가 황랩의 여러 공범들과 함께 2003년부터 내내 일으킨 일들의 전모는 이런 것이다:

“여하튼 성공한 셈 치자.”

!@#… 2004년 첫 줄기세포? 뭔가 만들어지기는 했는데, 그게 진짜 환자 맞춤형 배아복제 줄기세포인지 제대로 검증해내야 논문을 내지. 그런데 번거롭고, 혹시 그러다가 아니라고 나오면 얼마나 골때리겠어. 안그래도 “네이쳐”에서는 빠꾸시킴. 그러니까 과감한 전략을 택한다. “여하튼 성공한 셈 치자“. 그래서 실험 데이터와 사진을 가라로 적당히 끼워맞추고 발표.

!@#… 2005년 논문용 후속연구. 애초에 첫번째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도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상상의 존재인데 (뭐, 알고보니 처녀생식으로 생성되었을 가능성이 큰 엉뚱한 줄기세포였다든지… -_-;), 난데없이 후속 성과가 나오면 그게 더 신기한 일일 것이다. 즉 검증된 원천기술이고 자시고, 애초부터 없는 상태. 그러니까 만드는 족족 다 죽는다. 배반포 원천기술은 얼어죽을. 배양만 할려면 죽고 떨어져 나가는데. 여하튼 결국 빡돌아버린 김선종씨, 미즈메디 병원에서 세포 몇개 들고와서 섞어넣는다. 오오, 활력이 넘치는 줄기세포 접시. 물론 말도 안되는 짓거리고,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루틴으로 약간만 검사해보면 금방 뽀록날 행위지만… 어머나, 황대장이고 자시고 그냥 믿어버리네? 아 그래, 그렇다면 뭐 “여하튼 성공한 셈 치자.” 그러다가 결국 그런 방법으로 구라 줄기세포 두 덩어리 성공 보고. 이거라면 한동안 체면 치례하면서 시간 벌 수 있겠다. 아아, 그런데, 이번에는 황이 또다시 과감한 결단. 그래, 그렇다면 아예 11개 해냈다고 하자. 두개 만들었으면 뭐 11개도 만들겠지. 2004년에도 데이터 조작해서 통과됐으니, 이번에도 또 한번. 그러니까, “여하튼 성공한 셈 치자“. 그래서 데이터조작 지시.

!@#… 그 와중에서, 돈 참 많이 타냈다. 그리고, 허겁지겁 많이도 돌려 먹고 떼어 먹었다. 황우석씨와 공범 교수들의 원천기술은 생물학이 아니라 언론학이고(미디어 조작, 여론 공작 분야), 이번에 드러난 바 사실은 경제학이다. 돈 세탁 전문. 그래서 여튼 관련자들이 검찰에 기소당했다. 신분도주 증거인멸 우려가 적다고 판단, 불구속 기소. 하기야 이미 인멸할 증거는 다 인멸했고, 그래도 모을 수 있는 증거는 이미 다 확보되어 있으니. 대략 여기까지가 검찰 수사결과 내용.

다시 한번 엑기스 요약: 애초에 단 한번도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든 적이 없고, 따라서 소위 ‘원천기술’의 실효성을 검증받은 적도 아예 없다는 말이다. 그냥 “여하튼 성공한 셈 친 것” 뿐이지.

!@#… 황우석씨를 신으로 모시는 자칭 국익추구 선량시민 (이라고 쓰고, ‘황빠에다’라고 읽는다) 들? 아 그 분들도 교주의 사상을 따랐지 뭐. 아무런 근거도 없지만 여하튼 줄기세포가 성공한 셈 치고, 300조 국익이 어쩌니 하면서 열심히 장미빛 꿈을 꾸며 온 주변에 테러를 가하고 돌아다녔으니.

!@#… 그러니까, 이번 사건의 교훈은 아주 간단하다. “여하튼 성공한 셈 치지” 말고, 확실히 성공한 후 성공했다고 쳐야 한다는 것. 결국 [야매 척결] 이라는 캠페인을 부르짖어봐야 겠다는 말이다. 음음.

[부록] 나는 요약 싫어! 풀버전을 보여줘!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한 검찰 발표자료 전문. 다운받아 보시길.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너도나도 참여하자: 공공사이트 웹표준화를 위한 행정소송

!@#… 한국의 인터넷 환경이란, 참 표준과 거리가 멀다. 아니 이런 이야기를 새삼 다시 꺼내는 것 자체도 좀 거시기할 정도로 일상 상식이 되어버렸고, 이 블로그에서도 한 두번 불평한 것이 아니지. 기업이고 공공기관이고 뭐고 마이크로소프트 익스플로러 전용의 ActiveX를 너무나도 열렬하게 사랑하는 나머지, 마소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인터넷 뱅킹도 민원 확인도 안되는 동네. 한국을 기준으로만 생각한다면 이건 인터넷이 아니라 숫제 마소넷이다. 2003년에 프랑스에서 한국 메일을 확인하기 위해서 맥으로 접속해서 유명 포탈들을 들어가려다가 번번히 뭘 설치한다느니, 호환이 안된다느니 하면서 거부당했던 씁쓸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웹표준의 영역 내에서 툴을 활용해서 넓은 확장성과 개방성을 도모하기보다는, “자신들만의” 툴을 억지로 내 컴퓨터에 설치시키고, 그것 마저도 단지 마소 익스플로러라는 민간 독점기업의 전용으로만 돌아가게 만드는 당혹스러운 접근법. ‘표준화‘를 빙자한 ‘단일화‘를 기치로 걸며 제한된 영역의 압축적 고속 성장을 해온 한국이라는 나라의 성향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네이버의 경우만 하더라도 자기네 블로그나 카페 말고 인터넷 홈페이지 일반에 대한 검색을 해보면 검색결과가 그렇게까지 형편없지. 이런 야매스러운 기반 위에 발전한 인터넷 강국이니 하는 이야기들은, 참 허무하다 못해 맹랑하기까지 하다. 기업들이야 뭐 지네 맘이라 쳐도, 하다못해 공공 홈페이지들, 금융업무 등등 나름대로 공적인 요소가 있는 곳들이 그러고 앉아있으면 참 열불이 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뭐 더 생각해보면, 다 그래도 사람들이 군말 없이 잘만 자기네 원하는 대로 따라주니까 그렇게 야매스럽게 인터넷을 맘대로 재단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즉 그런 사태를 타파하고 싶다면 열심히 문제제기를 하고, 특히 그 문제제기를 실질적인 물리적 압력으로 변환시켜야 하다. 즉 지켜달라고 도덕적으로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지키지 않으면 그 댓가로 구체적인 피해를 입도록 하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 강제력 없이 도덕률만으로 유지되는 아름다운 세상따위 안드로메다 너머에도 없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웹표준을 지키도록 하려면 성명서 수십수백장이 아닌, 단 한번만이라도 정식 행정소송이 필요한 것이다.

!@#… 그리고 마침내, 고대 법대 김기창 교수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 정보통신부 홈페이지의 제안마당과 민원창구에 대한 정식 민원을 제기하여, 행정소송의 수순을 밟고자 나선 것. 이것을 계기로 기타 공공 홈페이지 및 공인인증서에 대한 웹 표준화를 법적으로 정식 청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전략의 일환으로 GATT 체제의 국가별 차별 방지 조항을 이용하기 위해 노르웨이산 브라우저 Opera와 연계하는 방법까지도 세워놓고 있다.

이 움직임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 곳에 들어가서 내용을 읽은 후, 김기창 교수 앞으로 동참 의사 메일을 이름 주소 (+ 응원 메시지?) 적어서 보내는 것. 민원인으로 동참한다고 해서 나중에 국정원에서 빨간 줄 긋고 취직때 불이익 받는 것 아니니까, 안심하고 마음껏 보내시길. 그리고 이런 것이 진행중이라는 소식 자체도 널리널리 뿌려주시길. 이럴때 한번 바꿔보지, 언제 또 바꿔보겠는가.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애국적 열망과 숭고한 과학…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 황우석 과학 사기사건과 저널리즘에 대해서 열심히 이야기해온 만큼, 결국 논문 작업까지 이어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 최근 서울대학교 언론정보 연구소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서 국제 세미나 행사 “방송 탐사 저널리즘의 이론과 현실”(클릭)실시. 여기서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강명구 선생님 주도로 수행한 연구 Patriotic Passion and ‘Sublime’ Science: Un-searching for Journalistic Truth (한국어 제목: 애국적 열망과 숭고한 과학: 진실추구를 억압한 저널리즘)에 2저자로 참여. 아직 작업중인 논문이기는 하지만, 여튼 첫 공개.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사기사건 자체보다 그것을 다루는 저널리즘의 자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기자들도 속았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보다 저널리즘적 진실 추구의 과정 자체를 적극적으로 억압했다는 문제를 지적. 뭐 결국 여기 블로그에서 계속 해오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_-; 주로 집중한 부분은 저널리즘적 실천의 담론전략과 맥락조건, 그리고 무엇보다 결국 그 절대적인 황우석 만세 분위기가 뒤집혀 나갔던 “담론 균열의 기제”. 특히 capcold로서는 담론 균열의 기제 부분에서 분석틀을 의욕적으로 고안해낸 만큼, 이후에 분리해서 개별 논문으로 총대 매고 직접 진행하고자 한다. 행사 자료집은 위의 링크에 있고, 여기에는 당시 발표자료로 사용한 요약판 파워포인트 자료를 링크한다.

영어판은 이쪽 클릭!
한국어판은 이쪽 클릭!

 

— Copyleft 2005 by 강명구/김낙호/김학재/이성민. 이동자유/수정불가/영리불가 —

황우석 사태와 저널리즘의 야매성 [차원/2006봄]

!@#… 3월 발간 예정인 서울대 언론학부 학생회 학회지 <차원> 이번 호에 기고한 글(비록 해당 지면의 마감 스케쥴을 완전히 재구축하는 민폐를 끼쳤지만…;;). 이 주제에 대한 논문 프로젝트도 따로 들어가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가볍지도 아주 학술적이지도 않은 이 정도의 ‘기름진 에세이’ 스타일이 가장 맘편하고 솔직하게 쓸 수 있어서 선호. 내용이야 뭐, 결국 계속 해오던 이야기인 황우석 논문사기 사건과 저널리즘. 일종의 방향타.  

==========================================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YTN, 고소하다

!@#… 맞춤형 보도의 종가, YTN에서 큰 거 한건 하셨다. 미디어오늘과 오마이뉴스에 명예훼손 등으로 10억짜리 손배소.
http://www.mediatoday.co.kr/news/read.php?idxno=43518&rsec=MAIN

!@#… 우선 5초 동안만 웃고 시작하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오우, 멋져버렸다. 사실 이런 구도, 무척 마음에 든다. 그래, 수세에 몰리면 차라리 확 깨물어버리기라도 해야지. 이럴 때 가만히 있다가는 평생 우석갈비 먹은 맞춤형 줄기보도의 대가들로 낙인찍힐 것 아닌가. 게다가 노사합동 진상조사를 했다는 것도, 알고보니 고작 9일만에 다 끝냈었고 그 결과 역시 완전 공개 안하고 대충 뭉겠다. 사보에만 살짝 내용이 언급이 되어있는데, 누가누가 어디까지 개입됐다 자세한 이야기고 책임소재고 없이 대충 “원래 경비 카드로 긁으려고 했는데 황팀이 먼저 다 계산 끝내서 어쩔수 없이 나중에 줬어요”라고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표사장이 직접 보도지침을 내렸다는 내부 유출 문건의 진위 결론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음은 물론, 자세한 보도 경위 등등 뭐 알 길이 없다. 노사합동이니 진상규명이니 하는 명패가 엉엉 울어버릴, 아주 쪽팔리는 노릇이다.  

!@#… 다만, 그 후 일어날 일들에 대한 각오라든지, 책임 정도는 확실하게 지워줘야 예의. 자 YTN이 칼을 먼저 뽑았으니, 미디어오늘과 오마이도 가만 있으면 안된다. 무고 및 명예훼손 맞고소 해야지. YTN이 자신들이 당한 ‘명예훼손’이 10억어치라고 주장했으니, MBC는 YTN에게 최소한 100억 어치는 손배소할 명분이 충분하다. 여기에 YTN의 왜곡보도 대상이 되었던 피츠버그 이형기 교수라든지 여타 인터뷰 당사자 등도 같은 차에 올라타면 금상첨화다. 덤으로 ‘찌라시성 보도에 분노한 일반시민’도 몇명 더 YTN 고소의 물결에 끼어들면 구도는 완벽해진다. 뭐 사실 큰 주류 회사인 MBC 정도면 YTN과 대충 합의하고 넘어가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미디어오늘과 오마이 정도는 여기에서 확실한 전투 근성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제발 그렇게 좀 되었으면 좋겠다. 아주 끝장 보는 분위기로 갔으면 좋겠다. 큰 권한을 남용한 큰 잘못에는 큰 책임이 뒤따른다는 심플한 교훈이 통용되는 시스템이 좋다.  

!@#… 책임을 강제하는 시스템이 없으면, 판은 왜곡된다. 도덕률이니 윤리니 하는것은 방향을 제시해주기는 하지만, 구속력이 없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현재 한국의 저널리즘에 해당되는 말이다. 아무리 윤리강령이 잘 짜여져 있어도, 그것을 강제하는 시스템이 없으면 말짱 황이다. 어떤 사회 시스템에서 특정한 윤리가 지키는 것은 그 것을 지켰을 때 이익이 나오고, 어겼을 때 불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번 돌아보자. 추측성 찌라시 보도를 내더라도, 충분히 선정적이면 사람들은 우루루 와서 읽는다. 과학적 근거고 사실검증이고 다 때려치우고 그냥 “황교수 만세!”라고 부르짖어도, 독자들은 열렬한 호응을 보낸다. 즉 확실한 이득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아 물론 “그런게 누적되면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언론계 전체의 불이익이고…” 어쩌고 하는 이야기, 맞는 말이기는 하다. 하지만 결국에는 신문 부수가 떨어지고 신뢰도가 바닥을 기더라도, 당장 독자를 확보하지 못해서 당하는 불이익보다는 낫다는 판단을 내리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이득은 즉각적이고, 손해는 먼 나중의 일이다. 그 손해는 그때가서 또 어떻게 비비며 빠져나갈 구멍이 있겠지. 바로 그것이 황 사건에서 여실히 증명되지 않았던가: 근거도 없이 피디수첩은 야매라고 굳게 주장할 정도로 언론을 불신하지만, YTN과 조선일보의 속보는 챙겨본다. 각 언론사의 신뢰도는 어찌되든, ‘뉴스’라는 것 자체의 영향력은 더 강해질 따름인 것이 현대 ‘정보화 사회’의 생활패턴 아닌가.  

!@#… 책임은 강제해야 책임으로서 효력을 발휘한다. 아주 간단한 시스템이다: 잘못 했을 경우 책임지는 의미로 손해를 입도록 강제한다. 그리고 그 책임을 거부할 경우, 가중책임 즉 더 큰 책임을 물린다. 바로 이런 시스템이 사실 언론 판에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 민언련에서 백날 “언론은 이러면 안된다”고 성명서 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무리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언론이 개판이라고 한탄하며 ‘여론’을 규합해봐야 실제로 구체적인 불이익(구독자나 시청률 급락이라든지)이 돌아가지 않는 한은 언론사들로서는 눈 깜빡할 이유조차 없다.

그렇다면 불이익은 어떻게 해서 부여될 수 있는가. 방법은 두 가지다. 원래 받던 이익을 제한하거나, 아니면 구체적인 손해를 보도록 만들거나. 그런데 전자의 경우, 언론판에서는 사실상 힘들다. 이익을 원래 준 것이 있어야 박탈하든 말든 하지. 기자협회에서 제명시킨다? 애초에 기자협회 회원으로서 어떤 이익을 누리고 있었나. 게다가 혹시나 이익이 있었더라도 그것이 인맥관리라든지 하는 식으로 ‘대체’ 가능한 것이면 말짱 황. 따라서 중요한 것은 바로 후자다. 구체적인 손해를 보게 만들기.

구체적인 손해라는 것은 다시금 두 가지다. 하나는 돈을 물어내도록 만드는 것과, 또 하나는 자신들의 보도지면/시간을 사과와 정정보도로 낭비하도록 강제하는 것. 이것을 이루어내는 방법은 바로 법적인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이루어진다. 한마디로, 중재 신청하든 고소하든 한다는 거다. 그리고 사실 이것이 바로 바른언론운동이 나아가야할 진짜 방향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중재신청과 고소 유도하기 및 보조해주기. 강제로 벌금을 물게하고 강제로 사과를 하도록 만들어야 비로소, 윤리를 어겼을때 얻는 이익보다 당하는 손해가 더 크다는 사실이 눈에 보이게 된다. 사실 한국에서 언론사 상대로 손배소 한 것 치고 끝까지 가서 확실히 벌금 다 물고 개망신 당했다는 사례를 거의 접한 적이 없다. 대부분 중간에서 여차저차 합의하고 끝. 그렇게 해서야 언론이 정신 차리겠나.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를 봐야 “아하, 윤리를 어기려면 막대한 각오를 해야하는구나”라고 깨닫는다.

!@#… 이번 건으로 YTN이 끝까지 강제로 책임지는 모습 보고 싶다. 시청률 저하니 그런 애매한 것 말고, 잘못에 대한 벌금을 물고 구체적인 사과 보도와 책임자 처벌을 보고 싶다. MBC의 피디수첩만 하더라도 자신들의 취재상 과오에 대해서 수없이 세부적으로 짚어가며 사과하고, 감봉과 프로 방출이라는 결단을 보였다. 그 수위가 너무 낮다 높다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이고 뚜렷하게 짚고 넘어갔다. 최소한 그정도, 아니 그 이상의 뚜렷한 책임을 바라는 것이 사치가 아니길 빌 뿐이다. YTN이 걸어놓은 손배소는 잘하면 이런 결과까지 가는 멋진 도화선이 되어줄 수도 있다. 고소당한 측의 멋진 대응 기대한다. 잘하면 바로 여기서부터 진정한 언론개혁 시작될 수 있다.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PS. 하지만 사실 capcold가 진짜로 바라는 바는, 판이 이렇게 굴러감으로써 검찰 조사 들어가고, 그 결과 ‘자료’들이 드러나 줬으면 하는 것. 황랩의 홍보참모 미스테리윤(=전 YTN 기조실장 윤태일 = 알럽황 운영자 빈주)이 수행한 역할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우석갈비의 언론 장악 네트워크는 어떻게 뻗어있으며, 맞춤형 줄기취재의 메커니즘은 정확히 어떤 경로로 이루어졌는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축이지만 가장 진상규명이 등한시되고 있는 부분인 ‘저널리즘의 역학’이라는 측면을 채워줄 수 있는 귀중한 사건 데이터를 얻어냈으면 하는 것이다. 직업병?

PS2. 댓글 여론의 힘이란… 0.06%가 25%, 0.25가 50%. 대단한 집중현상이다. 예상했던 것 보다 더욱 더 뚜렷한 수치가 무척 흥미롭다. NHN에서 배포한 원본 보도자료와 로 데이터를 보고 싶어라.

개그 저널리즘의 새로운 다크호스

!@#… 밑바닥 따위는 없다. 계속 떨어질 뿐이다.

 KBS “황우석 ‘줄기세포 특허’ 지켜야” (한국일보)

 KBS’생방송 시사중심’ 전용길 PD 말씀하신다: “이번 방송은 언론의 맹목적인 팩트주의를 반성하는 내용을 담을 것“. 이럴때는 대략 어이가 은하철도999타고 안드로메다로 직행해서 메텔과 쎄쎄쎄하신다. 지존급 개그언론인으로 발돋움하셨으니 축하.

 !@#… 중앙일보 홍혜걸 기자의 “때로는 국익을 위하여 진실을 덮자“(MBC 100분 토론) 발언 이래로 최강의 개그.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의 “팩트보다는 직관이다” 발언과 같은 패밀리 계열이기는 하지만, 뭐랄까 포스가 남다르다. 자타 공인 황빠 KBS 홍사훈 기자와 함께 우석갈비를 먹다가 탈나서 광우병이라도 옮으신 것 아닌가 사료된다. 빠른 쾌유를 빈다.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PS. 오랜만에 발견한, “개념글“. 다른 설명이 필요없다.

명랑 기자회견, 그리고 잡상.

!@#… 한줄로 웃겨주마:

저는 줄기세포 배양해본적도 없고, 줄기세포를 볼 안목도 없었습니다” (황우석, 기자회견중 답변)

!@#… 여튼 오늘 기자회견은, 수염기르고 병원에 누운 것 이래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였음.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 난 그냥 속은거지만 나한테 화살을 돌려라, 라는 막강 클라이막스까지. 안되겠다. 황우석씨를 언론학과로 모셔야겠다. 이 사람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자기 수족처럼 다룰 줄 아는 분이다. 어차피 이제 검찰조사 불려나가는 것 빼고는 할 일도 없을텐데, 수능보고 언론학부에 입학할 것을 권한다.

!@#… 황 사건에 대해서, 아직도 똥오줌 못가리는 사람들이 많다. 원천기술이 있네 없네, 바꿔치기 당했느니 말았느니… 뭐 이제는 적어도 논문 조작 만큼은 적어도 확고부동한 만큼 과학자로서 생매장 당하는 것은 다들 어쩔 수 없이라도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황우석의 이번 기자회견은, 솔직히 말해서 일본 수상이 역사 사과 하는 것들과 비슷한 삘이었다. 화려한 수사를 동원해서 사과를 하기는 하지만, 도대체 뭘 사과한건지는 도저히 아리송한 것 말이다. “잘못은 없지만 여하튼 다 내 책임이다”라는 가식.

!@#… 그런데, capcold는 다른 지점에 주목한다. 아무리 아무것도 몰랐다는 황의 말에 또 한번 속아주더라도, 어느 특정 시점 – 아무리 늦어도 PD수첩 취재 도중 자기들의 ‘자체검증 결과’가 나왔다는 11월  중순부터는 논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닌가. 그런데 그 뒤에 한 작업이 뭐게? 피디수첩 죽이기. 거짓말로 속이고 사태를 모면하려 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진실규명  노력 자체를 죽여버리려고 한 것. 아직도 원천기술 타령이나 하는 탓에 여기에 초점 맞추는 사람들 별로 없지만, 나는 이게 가장 주목해야할 문제고 또 커다란 죄과라고 본다. 거짓말을 한 정도가 아니라, 진실이라는 사회 원칙 자체를 적극적으로 부숴버리고자 했다는 것. 숨겨놓은 원천기술이 넘쳐나서 알고보니 황우석 연구팀이 전부 황우석의 클론이라고 드러날지라도 이 죄과는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그런데 어째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처벌도 안받고 지나갈 듯한 불길한 분위기다. 심지어 도덕적 비난도 별로 안받고 있으니.

!@#… 이게, 비유하자면 이런거다. 월드컵 축구에서 한국 선수가 카메라맨들 눈 피해서 존내 대범한 파울을 저질렀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근처에 있던 심판이 와서 누런 카드 하나 꺼내들고는 휘슬을 분다. 그런데 그 선수가, 심판을 오히려 졸라 패버린다. 이봐, 그러면 당연히 레드카드에, 장기적인 선수 징계에, 잘못하면 게임도 몰수패에, 덤으로 국제적인 개망신이라고! 나쁜 짓을 하면 거기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룬다. 하지만 그 댓가를 거부하면 훨씬 더 큰 댓가를 치뤄야 한다. 이렇게 해놓지 않으면 아무도 곱게 처음부터 댓가를 치루려고 하지 않을테니까. “음주운전 하다가 단속에 걸려도, 경찰을 치어죽이고 달아나면 대략 오케이~” 인 곳은 지옥에 다름아니다. 제발, 최소한의 사회정의 정도는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한국사회가.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PS. 아까의 축구 비유로 돌아가보자. 무엇보다 이번 건에서 capcold가 가장 어처구니 없는건, 왜 한국팀이 이기고 있는데 휘슬 불고 지랄이냐며 우루루 경기장에 난입해 들어오는 관중들. 그리고 “심판이 앗아간 승리”라고 떠들어댔던 찌라시 언론들, 그리고 그것은 모두 강대국의 음모라면서 가슴만 치고 앉아 있었던 우리네 ‘평범한’ 시민들. 기억하라. 잊고 싶을 수록 기억하라. ‘평범한 시민’인 우리들 자신들의 이런 부끄럽고 치졸한 치부일수록, 더더욱 기억하라. 이런 광기의 늪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거나 아니면 침묵으로 묵인함으로써 일조했던 쪽팔림을 기억하라. 기억은 성찰의 시작이다.

확인사살: YTN은 미즈메디급 공범이다

!@#… 황우석의 ‘제 3의 언론사’ – 라기보다는 ‘사립 황우석 통신’ – YTN, 자체 조사위의 1차 결과 발표…가 아니라, 우선 사과글 세 꼭지만 공개.

http://www.ytn.co.kr/news/news_view.php?s_mcd=0104&key=200601031859454529
http://www.ytn.co.kr/news/news_view.php?s_mcd=0103&key=200601031848010820
http://www.ytn.co.kr/news/news_view.php?s_mcd=0103&key=200601031848010799

(MBC를 증오한 나머지 YTN을 응원하기로 결심한 무뇌 황빠들이 달고간 리플들, 가관이다)

!@#… 결국 시인한 팩트에 의하면 줄기세포 검증도 참여하고, 심지어 영롱이까지도 검증. 검사 결과는 물론 불일치 및 판별불능. 근데 이쪽은 피디수첩이 아니라서, 황우석 말에 따라서 착실하게 검증결과 은폐. 다른 건 이미 알고 있었다쳐도, 영롱이는 새로운 팩트. 도대체, YTN이 개입 안한게 뭐가 있나 궁금하다(그리고 또 윤교수까지도 따로 검증한 게 있었다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진실 은폐에 공범 역할 한거야?). 하지만 아직 ‘사람들이 어느 선까지 개입됐다’라는 건 밝히지 않고 있다. 조사가 예정보다 오래 걸리는 것으로 보아, 당초 생각보다 너무 윗선 + 많은 인원이 연루되어있을 가능성도 농후. 하기야 대통령이랑 독대하는 황우석이 고작 보도국장 하나 정도만 상대하고 놀았으리라는 상상이 너무 순진한 거겠지만. 참 그런데 피디수첩에 협박질이나 하고 줄기 신도들 선동해서 조직적 업무방해를 이끈 미스테리윤 아저씨는 같이 용의선상에서 조사하고 있기는 하는 지 모르겠다.

!@#…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세포를 미즈메디가 바꿔치기 한거고 황은 아무것도 모르다가 속은 것이라면 황도 ‘피해자다’라는 인식. 설령 그렇다 치더라도, 황은 세포에 이상이 있다는 모든 사실을 아무리 늦어도 11월 18일에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자발적인 의지에 의해서, 주도적으로, 피디수첩 및 기타 진실 규명 움직임을 총력 미디어전으로 철저하게 짓밟았다(이미 이전 글에서 분석했듯). 난자 불법 사용, 논문 세포 개수 의도적 조작 그런건 과학(윤리)적 차원에서 단죄한다고 치자. 하지만 진실을 짓밟은 행위는 사법적으로 엄하게 다스려서 일벌백계함이 마땅하다. 논문조작의 파트너가 황랩-미즈메디라면, 미디어전에 의한 진실탄압의 명백한 파트너는 황랩-YTN이다. YTN은 이번 건에서 그냥 찌라시 언론이었던 것이 아니라, 미즈메디 급의 공범이라는 말이다. YTN의 자성? 그거야 뭐 어떻게 되었든, YTN은 처벌을 좀 받아야 겠다. 민언련 같은 곳에서, 맨날 성명서만 내지 말고 이럴때 한번쯤 정식으로 소송을 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진실을 폭로할 권리와 자격을 스스로 지켜내지 않는다면, 저널리즘에 미래 따위란 없다. 아니 오늘도 없다.
PS. YTN 김진두 기자가 황랩 맞춤형 청부 취재 당시 비행기 값을 황랩에 그나마 사후지불이라도 했다고 만들어줬다는 수령증을 미디어오늘에서 입수, 공개했다. 어떻게 이런 문서 하나하나마다 야매의 포스가 철철 넘쳐흐르냐… OTL 불가사의한 일이다.

http://www.mediatoday.co.kr/news/read.php?idxno=42957&rsec=MAIN&section=MAIN

PS 2. 최근, 피디수첩의 최승호cp가 줄기세포 존재할수도 있다고 말했다면서 또 찌라시업계(와 찌라시들에 의존하는 신도들) 술렁인다. 아니, 피디수첩측에서 세포 검증한 건 2005년 논문이자나. 2004년 것은 그렇게까지 완전 검증 안했다고. 그럼 당연히 세포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고 해야지, 소신만으로 없다고 말해야 하나? 그런데 그걸 찌라시 보도에서는 완전히 피디수첩이 줄기세포의 존재를 인정했다느니, 한발 빼기 시작했다느니 별의별 지랄발광을 떨고 앉아있다. 도대체 이 사회의 언론/여론 기능이 어디까지 바닥을 칠지, 그 하한가가 심히 우려스러우면서도 기대된다.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야매 외신은 계속된다: 유럽 라이벌들이 한국을 제쳤단다

!@#… 아직도 정신 못차리는구나, 찌라시 언론들의 지조때로 외신 짜깁기. 황우석의 사기가 만천하에 폭로되고 있는 틈에도, “이러는 사이 외국이 자꾸 한국을 추월하고 있어!”라는 골때리는 채찍질은 그치지 않는다. 사실 언론사의 입장에서, 이따구 논지가 가져다주는 몇가지 확연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뭐냐하면,

1) 독자 일반의 민족주의적 감수성을 건드려줌으로서 공감대 형성

– 심지어 ‘진실’보다도, 독자와의 공감대가 더 중요시된다는 것이 이번 건에서 누차 증명되었으니 뭐. 조선일보가 황을 감싸고 오보를 남발하고 진실규명 노력을 짓밟았지만, 황이 사기꾼으로 판명되었으니까 이제 조선일보 구독 끊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심지어 강단있는 반골 이미지로 자신을 구축해온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조차도 피디수첩의 진실규명 노력을 “재수없다”고 치부하는 판에.

2) 선진국을 따라잡자라는 현대사 이데올로기

– 여하튼 한국은 전후 현대사 내내 잘살아보세를 암묵적 국시로 삼고 있다. 그런데 잘살아보세의 내막은 정말로 행복한 삶을 꾸린다든지 하는 것보다는 선진국, 특히 서구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즉 한국 자체를 판단 기준으로 신뢰하고 싶지 않고, ‘선진국’의 눈으로 우리 자신을 평가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그러니까 미국의 영어테스트인 토익따위가 한국에서 입사 시험의 준거틀이 되지 않던가). 선진외국과의 비교는 아주 근본적으로 잘 먹혀든다. 재밌는건 한국 언론에 대한 불신이 극도로 심해지면서 독자들이 외신을 준거틀로 삼고자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는 것. 그 외신이라 할지라도 결국은 한국 언론을 통해서 필터링되서 들어오는 건데 말이지. 참 골때리는 일이다.

3) 저널리즘의 ‘전문영역’을 자랑하기

– 솔직히 요새는 누구나 다 자기 소식이 있고 특종이 있다. 즉 누구나 기사거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 극단적인 예는 오마이뉴스, 개인 블로그들이고. 즉 특별한 소식을 발굴해서 전한다는 저널리스트들의 입지가 그만큼 좁아졌다. 그런데 아직 ‘일반인’들이 손대지 못하는 분야가 바로 해외 언론들을 통한 소식, 즉 “외신”이다. 언어장벽이 있거든. 그리고 외국 언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왠만해서는 잘 모르고(잘 알 필요도 없고). 그래서 외신 보도를 하면 아주 전문적 저널리즘처럼 이미지가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다만, 실제로는 대다수의 저널리스트들도 그렇게 외신에 밝지 못하기 때문에, 소수 전담 취재자들이 가져온 소스를 가지고 서로 돌려가며 베껴가며 비스무리한 내용들을 양산하지만.

!@#… 게다가 이번 건에 한정시켜 놓고 보자면, 한가지 이점이 더 있다:

4) 지난 과오 묻어버리기

– 알다시피, 찌라시들로서는 참 이번에 밑바닥을 드러냈다. 아니 밑바닥을 파고 천연암반수까지 도달했다고나. 한편으로는 그래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 소재를 우려먹고 싶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추리꺼리’도 슬슬 떨어지는 만큼 어서 봉합하고 넘어가고 싶은 구석도 있다. 어떻게 하면 너무 속보이지 않게 다른 이슈로 넘어갈 수 있을까. 간단하다. “소모적인 논쟁을 이제 슬슬 접고 발전을 바라보자”라는 명제를 주입시키는 거지. 이런 패턴 한두번 본 것 아니지 않나. 가깝게는 2004년의 대통령 탄핵건에서도 화려하게 선보였던 담론 구성방식. 소모적 논쟁을 하면 안된다는 당위성을 주는 확실한 방법은? 이러는 동안 남들이 우리를 추월한다는 것. 명쾌하다.

!@#… 여튼, 그래서 이런 보도들이 나오는 것이다.

황우석 박사 실족, 유럽 라이벌 학자 활개친다
[연합뉴스 2006-01-02 01:05]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기사클릭)

스위스의 유력지이자 세계 우수 저널리즘 톱텐 안에 항상 들어가는 신문,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NZZ)의 1월1일 일요일자판에서 외신 인용. 선정적인 제목에서 볼 수 있듯, 황우석이 낙마하니까 다른 외국 학자들이 활개친다, 뭐 그런거지. 아 이거 위기감 고조. 한국인들이 이러고 있어도 될까, 하는 위기의식이 절로 샘솟는다.

!@#… 자 여기서, 슬슬 원문 뒤져볼 때가 되었지. 무료 기사 공개되어 있는 온라인판이 아닌, 유료 서비스라서 눈물 머금고 기사 단위 결재. 아아, 졸라 비싸다. 여튼 어디보자. 1면에 있는 기사 예고 제목은 “Weiter klonen“. 즉 “복제는 계속된다“. 59면(즉 그만큼 과학 기사는 무척 비대중적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에 있는 본문 기사 제목은 “Europas Klonpionier“. 유럽의 복제개척자. 자세한 내용은 좀 줄이고, 그냥 1면에 소개된 예고글 그대로 옮기자. 움라우트는 코드 깨지니까 생략.

Der Falschungsskandal um den sudkoreanischen Klonpionier Hwang hat die Stammzellforscher erschuttert. Jetzt ruhen die Hoffnungen auf den Wissenschaftlern in Europa. Einer von ihnen ist der in Newcastle tatige Miodrag Stojkovic. (by Mark Livingston, 1.1.2006)

남한의 복제개척자 황의 조작 스캔들이 줄기세포 연구자들을 뒤흔들었다. 이제 희망은 유럽의 과학자들에게 놓여졌다. 그들 중 하나는 뉴캐슬에서 활동중인 미오드락 스토이코비치다.

대략 여기까지만 봐도 원문의 뉘앙스 짐작가지 않나? 스토이코비치 소개 기사다. 황우석 이야기는 그냥 양념일 뿐. 그것도 전체 기사는 줄기세포 연구의 제도적 어려움에 대한 것, 줄기세포 연구가 복제인간 만드는 게 아니라는 것 등의 내용이다. 스페인으로 간다는 것도 고액연봉 스카웃 그런게 아니라 복제 연구 제한이 덜한 곳으로 가는거고.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이 기사는 스토이코비치를 통해서 줄기세포 연구가 무슨 만능 치료약이 아니라는 것, 당장 내일이면 모두 벌떡 일어나서 걸어다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잇다. 즉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세간의 편견과 거품을 오히려 깨버리고자 하는 기사라는 말이다. 유치하게 무슨 국제 경쟁이 어쩌느니, 유럽이 세계최고니(아니 도대체 유럽이 한 나라냐?) 하는 기사가 아니란 말이다.

또 덤으로 연합뉴스 문정식 기자는 “최근까지도 스토이코비치 박사는 건강한 여성의 난자를 확보한 황박사 팀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라고 쓴 대목이 있는데, 원문에서는 “건강하고 젊은 여성의 난자를 쓸 수 있는 남한을 부러워했다“라고 되어있다. 연합뉴스 문정식 기자가 생각하고 싶었던 것 처럼 스토이코비치가 황랩을 시기한게 아니라, 한국의 연구환경을 탐냈다는 거지. 이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연구환경을 찾아서 영국으로 갔고, 또 스페인으로 가려는 사람 아닌가. 참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이토록 뼈저릴 수 없다.

!@#… 하지만 지조때로 읽어낸 기사 하나, 한국 찌라시 업계를 한바퀴 도셨다. 아싸가오리 외치면서 이걸 그대로 이어받아서, YTN, MBN, KBS, 해럴드경제,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바퀴 돌아가면서 다 그대로 썼다. 번역이고 뭐고 그대로 베끼다시피 해서. 연합뉴스 기사에서 ‘미오드라’라고 이름을 잘못 표기하니까, 이후 보도들에서 너도나도 미오드라다. 원문에 원어로 쓰여진 본래 이름 안 읽어본거지. 하기야 영어들도 잘 못하는데, 독일어는 오죽하겠나. 게다가 숫제 이전에 국내에 보도되었던 과학 관련 기사들 검색조차 안해본거지. 중간에 “유럽 학자, 줄기세포 선두 주자로”(중앙일보) 같은 문학적인 제목으로 가끔 탈바꿈도 하고. 뭐 굉장하다고 밖에.

!@#… 하지만 진짜 걸작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있다. 세계일보, 아주 뒤지게 웃겨줬다.

한국은 죽쑤는데…미국 “배아줄기세포 신기술 개발”
[세계일보 2006-01-02 21:06] 조현일 기자
(기사클릭)

개그 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도입해야 할 것 같다. 여기서 UW-Madison에서 개발했다는 연구라는 것은 수정란 배아 줄기세포지, 황랩에서 하고 있던 핵치환 배아 줄기세포가 아니라고. 그것도 영양세포 공급법 개량을 통한 배양 효율 개선.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한 녀석은 브레이크 연구 중이고 한 녀석은 트랜스미션 연구중이었다, 라고 보면 되겠다. 나중에 다 취합되면 좋은 자동차가 나오는 것이지, 무슨 동종 분야의 라이벌 연구가 아니라고. 게다가 황빠들이 원천기술이라고 극구 주장하는 황랩의 주력 분야는 배반포 단계까지라며. 아 그리고 이 기사에도 말미에 “미오드라” 스토이코비치 박사 또 등장하신다.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 외신, 아니 그걸 인용한 연합뉴스 기사 적당히 쑤셔넣어서. 세계일보 조현일 기자는 스포츠고 연예고 정치고 경제고 뭐고 다 뭉뚱그린 ‘국제’ 섹션 전문인지라 과학에는 사전 학습이 좀 많이 부족했나 싶다. 그런데 프로 저널리스트가 그러면 안된다. 특히 전국민(?)이 세포 전문가가 되어가는 한국 현실에서. 너무 쉽게 야매란게 뽀록나잖아.

!@#… 호랑이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외국 과학자 라이벌들”이 몰려오신단다. 겁나 죽겠다. 아 뭐 여튼. 저널리즘의 위기는 온전히 저널리스트들의 몫이다. 어디 딴데 이유 돌리고 자시고 그런거 없다. 이런 식의 같잖은 외신 보도는 그런 야매스러움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이번 황건으로 한국 과학계의 야매가 마구 드러나는데, 사실은 한 구석에서 언론의 야매도 마구 드러나고 있다. 이쪽에도 나중에 사람들이 관심 좀 가져서, 언론개혁 한번 하면 얼마나 좋을까.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비겁하고 치사하고 당혹스러운 이야기

!@#… 황우석씨 대변 방송국 YTN의 주문형 맞춤 줄기 취재에 대해서, 뒷 이야기가 한가지 공개되었다. 비장한 임무를 지닌 안규리 교수가 윤현수 교수와 YTN 김진두 기자를 대동하고 피츠버그로 갔던 당시, 다른 언론사들은 어떻게 물먹었던 것인가. 수수께끼의 일부가 풀렸다.

미디어 오늘 기사. 또 다른 기사.

KBS 민경욱 특파원이 자사의 개인칼럼 코너에 올린 글과 후속 인터뷰. 요약하자면, 비록 단독으로 부름을 받은 YTN보다는 당연히 정보가 느렸지만, 적어도 일행이 비행기를 탄 후에는 다른 언론사들도 낌새를 알아차렸다는 것. 그런데 황팀(윤현수 교수)에서 졸라리 구라쳐가면서 다른 언론들의 접근을 원천 차단했다는 것. 그래서 10여명 여러 언론사들의 현지 특파원들이 다들 물먹고 말도 안되는 상황에 기분나빴다는 것. 그런데 말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다른 언론사들도 YTN의 주문 취재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 특히 민경욱 통신원의 말에 따르면, 그런 상황에 대해서 한국 본사도 통보를 받았고. 그런데도 보도 안하고 가만히 묻어두었다는 것이다!

물론 민 특파원은 이야기한다: “KBS는 가십거리를 기사로 쓰지 않는다”고. 아 그래. 홍사훈 기자 통해서 아예 과학적으로 구라틱한 이야기들을 풀어가면서 황빠만세를 부르짖고, 별별 확인 안 된 찌꺼기 정보들도 모두 기사화시킨 K자로 시작하는 방송국이 하나 있었는데 어디였더라? YTN이 그 주문형 맞춤 취재의 결과 들이밀어낸 카드를 보라. “죽이러 왔다” 아닌가. 피디수첩을 통한 진실규명 시도를 박살내고자, 김선종씨의 검증 안된 일방적 발언을 고의적으로 선정적으로 발췌했던 그 보도말이다. 물론 KBS도 잘만 인용해 먹었고. 그런 상황에서 이런 뒷배경 이야기는 가십거리가 아니라 YTN의 보도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혀줄 중요한 단서다. 그 정도 판단을 못할 정도로 저능한 사람들만 널려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그 이야기인 즉슨, 다양한 여러 언론사의 특파원들과 그들의 보고를 받은 한국 본사가, 의도적으로 침묵을 지켰다는 것이지. 여러가지 요소들을 견주어 본 결과, 대다수 여론인 황빠 만세에 줄서서 피디수첩과 더불어 MBC를 뜯어 발겨버리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 아름다운 공범관계 이외에는, 다른 설명 방법이 도저히 없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MBC다. KBS 특파원도 알았는데, 10여명 특파원들이 알고 있었는데 정작 이 문제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처지인 MBC의 특파원이 몰랐을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 ‘알고도 침묵을 지킨’ 사람들 속에 MBC가 없었다면 이상할 것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문제. 왜 침묵을 지켰을까? 일방적 맞춤보도였다는 사실은, 보도 내용의 진실성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서 유용한 반격무기인데 말이다. 왜 피디수첩이 벌겨벗겨지도록 방관했을까? 논리적인 추론은 한가지 결론으로 이끌어진다: MBC 운영진은 피디수첩을 방영하지 않고 사태를 봉합했으면 했다는 것. 대통령도 게시판 전언이라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압력을 넣었고, 광고도 떨어지고, 광기에 휩쌓인 일반 대중들이 잡아먹으려고 달려들고… 정의의 사도라면 모를까, 기업 경영진이라면 아주 기꺼이 진실의 은폐와 거짓을 선택할 만한 천혜의 조건이다. 여기에 보도국과 시사/교양국 간의 알력 같은 것은 양념. 즉 피디수첩 방송을 취소할만한 명분을 찾고 있었는데, 얼씨구나 YTN이 취재윤리 문제를 터트려준 셈이다. 그리고 덥썩, 대국민 사과와 피디수첩 취소로 분위기 반전 시도. 그렇게 해서, 진실은 묻혀버릴뻔 했다. 정작 엠비씨까지도 공범이 된 상태에서. 이것이 바로, ‘비겁한’ 이야기.

!@#… 논문 공저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나는 논문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황랩이 어거지로 내 이름을 가져다가 쓴 것이고 자신들은 사인해준 적 조차 없다고.

(YTN 기사라서 미안하다)

저자서명도 받지 않았는데 철회 서명을 받는다니 말도 안된단다. 아, 그거 말 된다. 한마디로, 저들이 억지로 가라 싸인 했다는 것이지. 사실 그 전에 또다른 주요 공저자인 안규리 교수도 명언을 남겼다. 내 연구 기여 파트는 논문 제출된 다음에야 줬다고. 더 거슬러 올라가서 노성일 원장 기자회견장으로 가볼까? 제출되기 이전에, 논문을 본 적도 없단다. 훌륭하도다. 그런데 말이다. 그렇다면 왜 이제 와서야 항의를 하는건데? 어쩌자고 논문이 유명세 타고 멋진 취급 당할때는 무임 승차했다가 이제와서 다들 뛰어 내리시나. 실제로 *뺑이 깐 박사 연구원들이 논문 저자 순위에서는 뒤로뒤로뒤로 밀려날 때, 당신들은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앞자리들을 떡하니 차지했다는 말인가. 그게 당연하고 옳은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인가.
이제 저울질 시작된다. 기여도 안한 논문에 무임승차했다는 것 즉 명예라는 뇌물을 받아쳐먹은 것이 드러남으로써 잃어버리게 될, 학자로서의 도덕적 이미지가 한 쪽. 희대의 과학 사기극에 공범으로 묶여버림으로써 당하게 될 엄청난 다구리가 다른 쪽. 이 두가지 사이에서 저울질하면, 뭐 당연히 백이면 백 전자의 길을 선택할 수 밖에. 무임승차해서 얻어먹을 것이 있으면 친구, 똥이 튈 것 같으면 남남. 자, 이것이 바로 ‘치사한‘ 이야기.

!@#… 황우석씨, 드디어 입을 여셨도다. 주류 미디어도 등을 돌리고, 진보고 보수고 모두 등을 돌릴때 결국 의지할 것은 하나다. 종교. 그런데 줄기세포교에 의지할 줄 알았더니, 진짜로 자기 종교인 불교에 의지했다.

“원천기술 존재 확실…곧 입증 / 해외유출 우려…연구재개 희망”
 김재일 회장-황우석 박사 단독 면담 2005-12-30 20:39 (법보신문)

 http://www.beopbo.com/content.asp?news_no=44539

긴 말 붙이기도 싫다. 원천기술 있으니 동대에 취직시켜줘, 라는 요지 되겠다. 또 기술 해외유출 나왔고, 원천기술 보유 나왔고 국민 나오셨다. 성체줄기세포 연구가 실패한 기술이라는 이야기는 차라리 애교로 간주하자. 원천기술이 있으면 연구윤리고, 논문 야매고 뭐고 다 용납이 된다는 천박한 의식에 호소하는 수법이 결국 병원에서 오랫동안 누워서 구상한 플랜이었나보다.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원천기술이다. 아니 그보다, 원천기술이 있든 없든, 미즈메디가 공범이든 주범이든 아무것도 아니든, 그 어떤 것도 난자취득의 비윤리성, 실험 데이터 조작과 적극적인 진실 은폐(치밀한 언론전으로 피디수첩을 격침시킨 것 생각하면, 혀를 내두를 수 밖에…)라는 황우석씨의 죄과를 상쇄해주지 않는다. 물론 박정희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라면 얼마든지 이런 말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속아넘어가 주겠지만. 

그런데, 궁금한 것. 특별 조사위의 조사 대상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혼자 돌아다니면서 막 자기 맘대로 미디어전을 수행해도 되는건가? 아직 서울대 교수 사표 수리도 안된, 공무원인데 말이다. 아직 조사위 활동이 끝나지도 않았고. 무슨 구속수감을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소한 조사 방해 활동 정도는 단속해야 정상이라고 생각한 capcold가 바보인가? 황우석씨의 발언이야 뭐 이미 밑바닥 드러낸 사람의 또다른 잔머리라 간주하면 땡이지만, 이런 허술한 상황은 그 자체로서 참 곤란하다. 여튼 좋든 싫든 마지막 미디어전을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 와중인 셈이다. 그런 것이 가능한 이 허술하고 야매스러운 시스템. 아주 “당혹스러운” 이야기다.

!@#… 진실 자체도 물론 중요하지만, capcold가 주로 관심있는 것은 진실이 어떻게 다루어지는가 라는 부분이다. 지금까지의 경과는, 진실을 원하는 사람은 대단히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 역시 여전히 대다수 사람들은 진실보다는 희망을 원한다. 예를 들자면 국익이라는 희망. 야매로 무임승차해도 안걸리겠지라는 희망. 모두의 희망을 건드리면 또 다들 신도가 되어 넘어가주겠지 하는 희망. 희망을 위해서 진실 따위는 적당히 구겨버려도 괜찮다는 발상이 폭주하는 모든 사례들, 그것이 바로 궁극의 비겁하고 치사하고 당혹스러운 이야기다.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PS. 이러고 있는 동안, 딴지일보가 아주 화끈하게 미쳐버렸다.

http://www.ddanzi.com/new_ddanzi/199/199so_043.asp

피디수첩에 대해서 내린 멘트: “그리 이성적인 자들이 황우석을 효수한 순서는 대체 얼마나 합리적인가. 그리고 황우석 아니어도 된단다. 거기까진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이뤄낸 일마저 아무 것 아닌 것처럼 말하는 거, 정말로 재수 없다.” … 아아… 지능형 황빠였구나, 이 사람. 효수한 순서는 합리적이었고, 이뤄낸 일마저 아무것도 아니니까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 것 아닌가. 검증해보니까 줄기세포가 다 구라였잖아. 재수없다고? 재수없어도 어쩔 수 없다. 진실인데 어쩌겠냐. 나도 피디수첩이 더 잘할 수 있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수 없다고 욕먹을 만큼 잘못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단 말이다. 기술 존재유무 몇개월 시간주면 간단하다고? 기술 존재 유무는 자료로서 이미 축적되어 있고 또 곧바로 검증 가능해야 하는 거다. 그래야 기술이 있다고 하는 거지. 입을 안닥치고 있어야 할 때 침묵을 지켜놓고는(논문 진위 문제가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된 것도 총수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였는데 특별한 후속조치 없음; 그리고 오래전 YTN 김진두 기자 인터뷰했을 때도 정작 맞춤형 주문 취재에 대해서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하지 않았던가). 이제와서 입닥치라고 하는 골때리는 작태는, 그냥 화끈하게 미쳤다고밖에는…

스스로 한 3년 이어온 “국민은 강팀이다” 캠페인에 도취된 나머지, 그 국민이 집단적으로 잘못되었을 수 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되나보다. 진짜 강팀은, 자신들이 저지른 반칙에 대해서 겸연쩍어하며 피나는 노력으로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힘쓸 줄도 알아야 한단다.

“서울대 관계자”, 언론과 여론을 주무르다

!@#… 서울대 조사위 2차 발표, 줄기세포 전무. 기록도 없음. 줄기세포라고 녹여준 것은 미즈메디인공 체외수정란 버젼. 원천기술이고 자시고 개뻥임이라는 점을 확인사살. 그런데 그보다 문득 궁금한 점. 불과 이틀전, 5개가 유전자 일치했다느니 하던 기사.

냉동보관 세포 일부, 체세포와 일치“(종합)
[연합뉴스 2005-12-27 17:08]  (홍제성 기자)

한동안 아이러브황 까페에 희망의 광기를 불태워주었고, 네이버 등지의 광신도들에게 감격의 눈물을 흘리게 해줬던 이 기사 내용이 한마디로 확인도 안된, 택도 없는 헛소문이었다는 것 아닌가. 물론 이 기사를 받아다가 YTN(연합뉴스 받아다 쓴 주제에, 방송시 무려 수의대에 나가있는 기자를 연결해서 보여주는 기민함으로 엄청난 기만을 떨기까지 했다… YTN은 이번 건 통해서 진짜 밑바닥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일보 등 몇몇 언론사들이 같이 기뻐해주기도 했다. 조중동은 오히려 좀 차분해하는 특이한 사례이기도 했지만.

그런데 이 기사의 구성이 무척 재밌다.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설명) – 서울대 관계자가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 – 그런데 조사위측은 아직 확인해줄수 없다고 한다 – 황교수는 원천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 이에따라 어디까지 원천기술인지 논란중이다.

황랩 말대로 결과가 나왔는데 조사위가 원천기술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전략 짜느라 어물쩍거리는 중이다, 뭐 그런 뉘앙스로 구축된 기사란 말이다.

1) 서울대 관계자와 서울대 조사위라는 두 입장을 깨끗하게 나눠버리는 것은 기본. 즉 대결구도에 의한 승패를 만든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조사위는 ‘패자’로 간주.

2)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선언으로 시작하고, 원천기술의 범위로 마무리를 하는 능란함까지.

3) 제목도 가관이다. 따옴표 처리를 함으로써 인용된 문구임을 밝혀서 나중에 도망갈 구석을 마련하는 치밀함이 있지만, 정작 그 문구를 이야기한 주체를 쏙 빼놓음으로써, 공인된 사실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부여해준다.

…기자 훈련 헛 받은게 아닌가보다, 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그걸 받아 쓰면서 제목에 따옴표 처리도 안한 세계일보 황계식 기자는 좀 안되어 보이지만.

!@#… 여튼 그런데, 맨 처음에 이야기했던 그 궁금한 점. 도대체, 이런 류의 어거지 찌라시 보도에서 맨날 나오는 그 ‘서울대 관계자’는 누구냐? 혹시 서울대 앞에서 붕어빵 뒤집는 아저씨 아냐?

!@#… 피디수첩 제보자 색출하자 소동에서 봤듯 취재원 보호라는 개념 따위는 1mg도 존재한 적이 없는 당신들이기는 하지만, 도대체 그 서울대 관계자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아마 결국 취재원 보호니 어쩌니 하는 이유를 들겠지. 오케이, 인정한다. 밝히지 마라. 하지만 최소한, 취재원 신빙성에 대한 검증은 스스로 해봐야 할 것 아니냐. 피디수첩은 시간과 돈이 남아돌아서 제보자 여럿이 나올때까지 기다리고, 무리수 둬가면서까지 제보 내용 검증받으려고 미국까지 찾아가고(결국 거기서 자충수를 뒀다가 나중에 낙마하고;;) 또 그것도 모자라서 과학실험까지 했냐? 연합뉴스는 얼어죽을. 동네 초등학교 학급지 어린이 기자들이 차라리 더 프로 저널리스트답게 군다(뭐라고 이야기해주면 항상, “어어어… 진짜루요?” 하고 재차 확인한다).

!@#… 그런데 역시 더 재미있는건, 이런 기본도 안된 보도들이 정작 여론을 이끄는 영향력 면에서는 막강하다는 것. 참 신기한 노릇이다.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YTN 커넥션, 점점 수면 위로

!@#… 이제야 슬슬 YTN 쪽도 슬슬 전면으로 드러나시는구먼. 뭐 결국 세상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민감한 문제, 바로 돈 문제를 통해서.

YTN 기자 체재비도 안교수가 지불

YTN 11월14일경 줄기세포 검사 취재했다

…그리고 여기서 언급된 CBS노컷뉴스, 그리고 YTN의 반박보도문.

여하튼 아직 미확인된 것, 주장들이 엇갈리는 것 빼자면 드러난 팩트만 해도 이정도다:

 – YTN 김진두 기자의 말에 따르면 안규리 교수가 김선종 연구원 만나러 미국 나간다는 정보를 알고 끈질기게 달려들어서 독점 동행을 허가받았다고 한다. 다른 어떤 언론사도 몰랐는데 YTN만 알았다? 아니면 누구나 다 알았는데 YTN 기자만 동행을 허용했다? 어느쪽일까. 뭐 어느쪽이든 YTN과 황랩의 ‘각별함’에 대한 근거가 되어준다.

 – YTN 김진두 기자가 (출처와 사용처 모두)의문의 3만불 반출에 도움을 주었다. 미신고 반출 한도가 1인당 1만불이니까 3명 머리수 채워준 것. 출처도 사용처도 몰랐다고 김진두 기자가 이야기한다. 출처도 사용처도 모르는데 거액의 외화 반출에 기꺼이 응해준다. 원래는 취재원과 객관적 거리를 유지해야할 기자가. 나중에 문제될까봐 비행기 비지니스석 운임 600여만원을 헐레벌떡 현금으로 챙겨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아 비행기 운임도 사실 쫌 까리하다. 김진두 기자의 주장은 집에서 300만원 챙겨갔고, 피츠버그 가서 300만원 뽑아줘서 600만원 완납했다고 한다. 그건 다시 말하자면, 처음 공항에서 결재할때는 황랩측(안규리 윤현수 교수)이 먼저 내준 것이 맞다는 이야기 아닌가. 즉 몇 백정도는 현장에서 가볍게 가불해주는 사이다. 아름다운 우정이로고.

 – 체제비를 누가 냈는가에 대해서, YTN의 대답이 없다. 황팀이 내줬다고 추측해도 무방. 고작 10여시간 머문 007작전이었으니 엄청난 비용은 아니지만, 여튼 ‘데리고 다녔다’는 컨셉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 황랩측이 피디수첩과 별도로 자체 검증을 맡기는 과정을 독점 취재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것도 무려 황랩측에 지정당해서. 아예 세포를 받아가서 검증자 역할을 했느냐(CBS, MBC주장) 아니면 취재만 했느냐(YTN 주장) 하는 것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도 물론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여하튼 어떤 경우든 간에 황랩에게 있어서 다른 언론사와는 다른 특권적 지위를 누렸다는 것은 확실해졌다. 즉 황우석씨가 이야기한 ‘제3의 언론기관’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한다.

!@#… 즉, 이 단계에서 이미 밝혀진 팩트만 놓고 봐도 YTN은 황랩의 인사이더로서 결합되어 있었다. 아주 밀접한 관계. 미스테리윤씨도 YTN 기조실장 출신이고 황우석씨 자신도 위원으로 들어가 있으니 가깝게 지낼 명분도 충분하다. YTN 입장에서는 황랩의 단독 밀착취재가 가능하고, 라이벌로 여기는 MBC를 물먹일 절호의 기회를 얻는다는 이득이 있다. 마찬가지로, 황랩으로서는 대변인격 뉴스채널을 하나 얻는다는 이득이 있다. 아니 애초에 그런 것을 위해서 열심히 사교생활을 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언론계에 넓혀온 것 아니었던가. 한마디로 윈-윈 게임이지.

!@#… 그래서 YTN이 죄를 저지른 것이냐고? 그게 참 거시기하다. 뇌물을 먹지 않은 한 법적인 죄는 아니다. 취재대상에 개입해서 고급정보를 얻어낸다는 것 역시 그 자체로 문제는 아니고. 황랩이라는 취재원과 모든 관계를 항상 완전히 공개하고 다닐 필요도 없다(나름대로 영업비밀인데). 하지만 그런 이해관계 때문에 보도의 객관적 사실관계 따위 은하철도 999타고 안드로메다까지 날라가버리면 그때부터는 곤란해진다. 뭐 상상하는 대로… 아니, 겪어본 대로다. “황우석 죽이러 왔다”고 말했다는 김선종씨의 일방적인 발언이 사실확인 없이 기정사실화되어 YTN의 대형 단독 특종이 되는 작태. 비지니스석 600만원어치 값어치는 충분히 뽑는다. 훌륭한 일이로다. YTN 경사났네. 사람들도 열광적인 호응을 해주고. 이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만약 황랩 쪽이 알고보니 거짓이었다면? 그때는 깔끔하게 꼬리를 자르면 된다. “우린 몰랐다, 우린 취재만 했거든”. 게다가 사람들은 YTN에 분노해줄 준비따위는 전혀 되어있지 않다. ‘국익에 반했던’ 피디수첩의 경우 당시와는 달리. 아무리 쓰레기 찌라시 같은 짓을 해도 전혀 밑질 것이 없는 최적의 조건.

!@#… 뭐 더 자세한 이야기는 사건이 더 정리되면서 차차 하도록 하겠다. MBC가 아주, 제대로 벼르고 있다.

(속보 추가) YTN에서 노사 합동 ‘자정작용 절차’를 시작했다. 당연히 그래야지, 꼬리(홍상표 보도국장, 김진두 기자… 그리고 사실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황우석씨부터 이쪽까지 두루뭉실 연결이 되는 커다란 인맥라인?)를 자르지 않으면 방송국이 통으로 엿먹는데. 뉴스에서 엿먹어도 드라마로 만회할 수 있는 여타 방송국과는 달리, YTN은 무려 뉴스전문채널 아닌가. 늦게나마 아주 약간은 정신 차려서 감사하다. 약간 더 정신차려서, 어거지 찌라시 보도에 관해서도 일괄 심층 조사를 좀 해보기를. 요새는 진짜, “이승은 기자가 보도합니다”로 시작하는 멘트만 나오면 파블로프의 개 마냥 조건반사적으로 아, 구라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니까.

 – 결국, 앞서 이야기했던 항공비 자사 결재 어쩌고, 완전 구라. 내줬단다. 이제 향응 제공, 즉 뇌물의 범주로 가뿐하게 세이프. 여기서부터는 확실하게 죄 맞다(공무원이 아닌지라, 법적인 죄가 아닌 윤리적 죄지만). 좀 있으면 체제비 내역도 나오겠지? 혹시 그것도 비지니스석 급으로 갔으면 빼도 박도 못한다. 기다려보자.

 – YTN 기자를 미국으로 꼬셔낸 것, 즉 주문취재를 의뢰한 건 사실상 이병천 교수.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기자들에게 중학교 영어책을 선물하자

!@#… 무려 워싱턴에 특파원으로 가있다는 기자가 영어실력이 이따위라니… -_-; 중학교 교육이 참 중요하구나 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황교수, ‘만들 때까지 만든 척 하기’ 전략 채택” <美일간지>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fake it till you make it”. 여기서 ‘make it’는 ‘만들다’가 아니라, ‘성공하다’라는 뜻. 

ex) I finally made it!

!@#… 아니 그보다 이 외신보도를 왜 인용한거야? 별 대단한 이야기도 아니고, 마이너한 지역 신문일 뿐인데. 기사 하나 또 날로 먹었네. 아하, 해답은 간단하구나. 포털뉴스에 많이 본 기사란의 톱으로 올라와 있다. 그래, 사람들은 역시 딱 이따구 수준의 기사를 좋아하는구나.

(약간 추가) 음. 찾아보니까, 연합뉴스 박노황 기자분, 이런 스타일의 어거지 외신 “기사”가 완전히 전문이구먼. 그래, 아예 한우물을 파든지.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빨리빨리 문화가 문제라고 AP님이 말하셨단 말이지?

!@#… 자꾸 기사 좀 이딴 식으로 날로 먹지 좀 마, 스벌놈들아. AP님이,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셨단다. 어째 “일반인은 못본다는 엄청난 권위의 사이언스님”이 생각나는 투의 어감이지만, 뭐 그러려니 하자.

클릭 (YTN)

또 클릭 (SBS)

!@#… 결론부터 말하자면, 찌라시 언론사의 찌라시 기자들이 원문도 제대로 안읽고 지랄친 것. 원문은 이거다.

여기서 빨리빨리 문화 어쩌고 하는 것은, 고려대 사회학과 박길성 교수의 말을 인용한 것. 무엇보다, “빨리빨리 문화”라고 키워드를 하나 새로 만든 것도 아니고 “신속한 결과를 원하는 사회 시스템”이라고 표현되어 있을 뿐. 난데없이 빨리빨리 문화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도 아니고, 특별히 지탄하는 것도 아니다(심지어 이런 문화의 긍정적인 측면도 높게 평가하는 부분도 있다). 아 “빨리빨리”라는 단어 자체를 한번 해설해주기는 하지만.

!@#… 그보다, 한국인의 문화가 좀 그렇다, 라는 것은 한국인을 제외한 나머지 전세계인들에게는 기사적 가치로 치자면 대략 흥미 가십거리 정도 이상이 아니다. 부시가 대통령으로 재선된 이유에 대해서 “미국놈들이 원래 좀 저능하거든” 이라고 기사가 나가면 한국에서는 그게 슬쩍 웃고 지나가는 오락성 기사 이상으로 받아들여지겠냔 말이지.그런데 왜 이렇게 대단한 지적이라도 받은 양, 진리라도 알아낸 양 지랄치고 있냐고? 왜냐하면 기사를 이따구로 써줘야 해피해 하는 독자들이 무진장 많이 있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다. ‘문화’가 잘못이면, ‘내 책임’은 사라지니까.

 

— Copyleft 2005 by capcold. 크리스마스에는 이런 격한 비판은 쓰기 싫었는데, 그래도 이동/수정/영리 자유. —

게임오버. 황선수 최종 낙마, 플러스 알파

!@#… 이제는 진짜로 게임오버. PD수첩이 제기한 의심, “취재를 하다보니 하나라도 있는지 의심스러워졌다”가 진실로 드러났다. 줄기세포는 없었다. 줄기세포가 하나라도 있으면 원천기술이 어쩌니 국익이 어쩌니 하면서 매달리고 싶어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이것이야말로 진정 아스트랄한 일이다. 이제는 나머지 사건관계를 추적하고 파헤치는 수순만 남았을 뿐.

http://gene.postech.ac.kr/bbs/view.php?id=job&no=5475

!@#…제발 이왕이면 언론 관계를 자세히 수사해 주기만을 희망한다. 이번 사건은 적어도 한국사회에 있어서 만큼은 과학 사기극 이상으로, 미디어전이었으니까. (클릭)

!@#… 참고로 난자기증의 ‘자발성'(한국의 랩과 군대 내무반에서 ‘자발성’이라는 말만큼 영롱이 스테이크 썰어먹는 소리가 또 있을까)에 대해서도 자꾸자꾸 또 뭔가 드러난다. 이것도 PD수첩이 자료를 다 가지고 있었다네. 이런 중요한 사안들을 다 사장시키려고 했던 MBC 운영진은 나가 죽어버려야겠구먼. 또한 적극적인 공범 역할을 한 ‘여론’은 대가리 박고 반성하고 있도록 권고한다. (또 클릭)

!@#… 아아, KBS 홍사훈 기자… 이사람 알고보니 그냥 평범한 또라이(그러니까, 이때 그 사람 말이다)가 아니라 진짜 소신있는 또라이였구나. 지만원 옹과 의형제 맺기를 추천하는 바다. (또 클릭)

=======================

(11시 서울대 중간발표 이후 추가)

!@#… 자, 이제부터 난데없이 찌라시들이 총동원, 한국사회 왜 이모양인가 타령에 나서기 시작하셨다. 언론의 자성론 같은 굉장한 건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는다. 빨리빨리 문화니 성과지상주의니 냄비니 하는 뻔한 레퍼토리 반복 확정. 왜냐하면 그런건, 타파해야 한다는 말만 하고 전혀 책임안져도 되니까. **문화나 **주의의 책임은 곧 사회 일반의 책임이고, 사회 일반의 책임은 거꾸로 말하면 아무의 책임도 아니거든.

!@#… capcold는 그래서 말한다. 여하튼 사기를 친 황선수와 그 과학적 공범들이 바로 문제라고. 그 뒤에서 종교적으로 사람들을 선동한 미스테리윤씨와 그의 커넥션이 문제라고. 검증을 미적미적 뭉개고 도망가려고 한 서울대가 문제라고. 검증 시스템 확립보다는 줄서기에 바빴던 손학규 박근혜 이해찬 + 기타등등 어거지 정치꾼들이 문제라고. 교주만세 여론을 햝아주는 것에만 목숨을 바친 찌라시 또라이 언론인들이 문제라고. 그리고…

국익이라는 어설픈 이데올로기로 무장하고는, 귀를 닫고 기꺼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이 사기극에 공범으로 동참한 평범한 자칭 ‘일반인’, 즉 바로 당신들 자신이 문제라고.

검증을 하고 사람들의 잘잘못을 좀 가리자는 말이다. 사회가 어쩌니 또 두루뭉실 뭉개지 말고. 사회나 문화가 죄를 짓나?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이 죄를 짓지.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조선일보의 문서 독해 능력이란…;;;

!@#… 조선일보가 일말의 반성도 뭣도 없이, 갑자기 정의의 사도 흉내내며 황우석 의혹 캐기 노선으로 간 것은 뭐 그렇다 치자. 사실 ‘다수 여론’이라는 것 자체가 딱 그 수준이니까. 조선일보가 그런 씨부럴 짓들을 하고 돌아다니는 것은, 다 충성스러운 지지를 보내주는 독자라는 공범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너무 급박하게 노선을 바꾸고 취재를 나서서 그런지, 취재내용들이 아주 개판이다. 최근 조선일보가 전형적인 ‘특종’형 보도로 내세우고 있는 이 녀석을 보자.

관례 벗어난 거액 연구비… 돈거래 조사 불가피: 섀튼, 黃교수에 ‘대금청구서’ 보내  (2005.12.21. 01:36 / 특별취재팀)

(클릭)

“…섀튼 교수는 황 교수에게 보낸 청구서에서 자신을 포함한 3명의 기본 연봉(Inst.base salary)을 섀튼 25만9000달러, 시멀리 12만6274달러, 휴잇슨 10만9803달러라고 밝혔다. 기간은 12개월이며 9월에 보낸 청구서에서는 ‘25%’에 해당하는 청구금액으로 섀튼 7만9858달러, 시멀리 3만8829달러, 휴잇슨 3만3764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이 부분은 9월에 보낸 청구서가 처음 보낸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도 비슷한 금액이 청구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즉 이 같은 금액의 요청이 수차례에 걸쳐서 정기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음을 의미한다…”

25%? 어디, 조선일보가 입수했다는 서류 스캔본을 봤다. 아니나 다를까, Effort on Project 항목 아래에 있구먼. 한국에서든 어디든, 대학원서 프로젝트 뛰면서 기안 만들어본 사람들은 이 지점에서 배꼽잡고 자빠져 웃기 시작할 것이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이건 ‘투입율’이라고 해서 개별 참여인력의 가용 시간과 노력 가운데 어느 정도의 비율을 이 프로젝트에 투입하는가 라는 것이다. 섀튼이 연봉 2만6천달러 짜리 가치를 지니는 사람인데, 졸라 프로젝트가 많단 말이지. 그런데 A라는 프로젝트에서 맡은 역할이, 그 인간 전체 업무의 25% 만큼의 노력을 투자한다. 그렇다면 그 프로젝트에서 내게 수당으로 주어야 할 것은 1년 기준 65000달러. 프로젝트에서 man-month를 계산하는 기초중에 기초다. 즉 조선일보 기자님들이 졸라 머리 굴려서 추측한 바는 이번에 25% 청구했으니 나머지 75%도 틈틈이 청구했겠구나, 뭐 그런거지만… 실상은, 이게 바로 전체 청구내역인 것이다. 문서 정도는 제발 제대로 읽을 줄 알았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자꾸 생긴다. 그래도 금액이 졸라 많다고? 무슨 교수가 연봉이 2억원이 넘냐고? 쌓인 업적과 명성에 따라서 연봉 차이가 졸라 큰 게 그 쪽 세계란다.

그리고 무슨 청구내역이냐고? Role on Project 란에 써져 있잖아. Chair, Board of Directors. 이 프로젝트에서, “이사장” 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연구수행이 아니라 이사장. 경영 역할. 뭘 경영하냐고? 제인 더필드 대변인의 미디어 관계 업무 금액도 청구되어 있는 것 보면 얼추 감이 잡히지 않나. 세계 학계 (및 생물학/의학 산업계)에 황우석표 줄기세포라는 상품을 세일즈하는 기업 경영을 하는거지. 그게 무슨 억측이고 자시고야, 문서에 다 나와있구먼. 이름을 붙여볼까? 월드 스템셀 허브 컴퍼니. 뭐 이런 비슷한거겠지. 한마디로, 애초부터 이건 연구 프로젝트용 청구서가 아니다.

아니 그보다. 이 청구내역이, 예산 제안서인지 아니면 영수증인지는 체크해봤나? Budget plan이냐 Invoice냐 Receipt냐? 확인 안해보고 그냥 터트린거지? 그럴줄 알았어.

!@#… 그래도 여튼 문제가 있어 보이는 부분을 의혹 제기했는데, 자잘한 것 가지고 트집잡지 말자고? 날씨도 추운데 쉰소리 좀 하지말자. 국익에 도움되니까 세포 데이터쯤 야매로 넘어가자는 말과 다르지 않으니까. 지들이 입수한 문서를 제대로 읽어내지도 못하고, 그 의미를 제대로 진단도 안한 상태에서 어설프게 펑펑 터트리기만 하는 바보들을 묵과하면, 지난 한달여의 소동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말과 진배없다. 거액 연구비가 미국으로 지출되었기 때문이 아니라도, 어차피 연구비 집행 내역은 조사대상이란다. 민주노동당이 그렇게 입이 부르터라 주장할때는 한줄도 안실어주더니, 이제와서 외국놈 나쁜놈 하면서 이런 식으로 들고 나오니, 참 신선하기는 하다.

!@#… 솔직히 조선일보 당신들이 난데없이 반성을 한다든지, 언론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든지 하면 심장마비로 쓰러져 돌아가실 분들이 너무 많으니 별로 기대도 안한다. 하지만 말야… 제발 기자들 공부 좀 시켜라. 아니면 국장을 공부 좀 시켜서, 이런 무식을 중간에 커트하도록 해주든지. 여튼 기차를 바꿔타려는 조선일보의 몸부림이 무지 애처롭기는 하다. 하지만 더 애처로운 것은, 그것에 기꺼어 속아넘어가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자칭 ‘국민여론’이겠지.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PS. 조선일보에는 수많은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있다고 한다. 하지만 모처에서, 사실 조선일보는 졸라 바보집단이라는 제보를 입수했다! 그리고 조사를 해볼수록, 실제로 유능한 인재를 눈으로 보았다는 사람이 없다! (사회)과학적 분석을 해보면 해볼수록, 이제는 단 한명이라도 유능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러다가 방회장이 기자회견해서, “그래도 우리는 원천기술이 있다!”라고 선언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