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파탄쑈에서 희망의 언어를 보다

!@#… 공교육 제도 변경, 각 초중고교가 자율적으로 입시몰빵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파격적 조치가 강행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NCLB제도를 일부 베끼기도 하고, 그냥 자기들이 나름대로 좋았다고 생각했던 옛 시절을 베끼기도 하면서 뚝딱뚝딱 뭔가 나왔다. 이런 제도 변경 자체의 허접함천박함에 대해서는 어차피 여기저기 넘쳐나니 생략. 그보다, 그것에 대한 담론 유통 과정에서 재미있는 사례를 하나 발견해서 잠시 주목해본다. 바로 “희망의 언어”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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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격언들

!@#… 세상 일은 넘치고 할 말은 많지만, 역시 길게 정리해서 쓰기 귀찮을 때는 그냥 토막으로 대방출이다. 어차피 한줄 요약만 기억에 남고 널리 퍼지는 시대인데, 아예 처음부터 한줄씩만 쓰면 어떨까? 그래서 이번 토막들은 아예 거두절미하고 격언 포맷. 실제로 쓴 적은 없지만 4-5개 포스팅을 써서 정식으로 이야기하고 각각 결론 요약본만 뽑았겠거니 하고 넘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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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탈당

!@#… 결국 예정된 수순은 현실화되었다.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던 원래의 취지를 계속 계승하고자, capcold는 노동자 권익을 최우선 정체성으로 내놓는 당을 지지하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노동당 안에서 노동자 권익을 중심 의제로 놓은 사람들이 대부분 빠져나가 다른 당을 만든다면, 그들을 지지하는 것이 스스로의 논리에 맞다고 판단. 그렇다면 그들을 새로이 지지하면서 기존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는 어떻게 할까라는 문제가 남는데, 나는 무엇을 숭배하는 것이든지 간에 종교적 신념이 없고 앞으로도 별반 계획이 없다. 따라서 지지중단은 당연한 수순.

!@#… 새로운 당이 종합선물세트식 진보 같은 패셔너블한 곁가지에 너무 진심으로 빠지지 않고 노동자 이익 대변이라는 본연의 목표에 충실하기를 바랄 따름. 당신들이 해야할 ‘기능’을 항상 의식해주기를 바랍니다. 오버는 패망의 지름길.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되었으면, 한 달 이내로 모든 상황을 정리하시고 냉큼 총선모드로 들어가시길. 시간, 무척 없음.

Copyleft 2008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개인적인 정치적 입장이라면

!@#… 다이나믹 코리아, 또 한번 흔들리는구나. 이명박 후보 BBK 주가조작 경제사범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중간발표, 무혐의 잠정결론. 아니 검찰의 발표가 특별히 다이나믹하다는 것도 아니고, 주가조작 사건이 뭔가 대선 결과의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온 것도 아니다. 솔직히 만약 이명박이 BBK의 실제 소유주로 드러났더라고 할지라도, 어차피 한국의 조폭보스류(즉 대부분 거대 조직들의 수장)들이 원래 쓰는 ‘내가 안시켰어, 난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보스일 뿐이야, 아래에서 알아서 한거야” 스킬 한방이면 유야무야 지나갔을테니까 – 법이나 당 규정에 의하여 물리적으로 후보사퇴를 시키지 않는 한.

다이나믹하다고 하는 것은, 바로 유권자들 말이다. 발표 나오자마자 이명박 표가 무슨 6% 오르고 반대로 이회창 표가 7% 떨어졌단다(07.12.5. CBS 조사 기준). 이런 널뛰기가 과연 선거 2주일 앞두고 나올법한 수치인가. -_-; 이회창 이탈표가 고스란히 이명박에게 갔겠거니 하고 거칠게 해석하자면(물론 그렇다는 확실한 보장은 없지만, 상식의 수준에서 추측하는 정도다), 반드시 소위 ‘보수’를 표방하는 주자가 승리하는 꼴을 보고 싶은데, 위장취업 탈세와 서울시 공금으로 마누라 호화 해외여행 보내는 것은 세이프지만 주가조작 사범은 좀 꺼림찍해할 정도의 윤리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략 7%라는 이야기 되겠다. 정말, 범상치 않게 미묘한 감각이라고 밖에는. 마치 신세계와 구세계의 중간 같은, 이베리아의 춤추는 여인 같은 미묘함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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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하워드 진 강연 듣고 오다.

!@#… 미국 최강의 빨갱이(!) 역사학자 하워드 진Howard Zinn의 강연을 듣고 왔다. 뭐 알 사람은 다 알다시피, ‘미국 민중 저항사’, ‘오만한 제국’,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같은 이 분야 최고 명저들의 주인공이고, 그 일을 한 50년 넘게 해왔다. 위스콘신대 사회학과 쪽에서 만든 Haven’s Center에서 주는 비판연구 평생 공로상(센터 대표의 말이 걸작이다: “이 상은 비판적 학문 연구의 노벨상이다. 그들은 십몇억씩 상금도 주지만, 우리는 좌파라서 그런거 없다”) 수상 기념 특별 토크, ‘역사의 활용과 테러와의 전쟁’. 동네가 매디슨이다 보니, 행사장이 미어터졌다… -_-; 머리 희끗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물론, 새파란 신입생 티 풀풀나는 젊은이들까지. 오죽하면 하워드 진이 인사말로, “매디슨에 오면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 같다”고 이야기했겠나. 여튼 하워드 진의 실물을 본다는 것은 사람이 나이도 나이인지라 날이면 날마다 올 기회가 아니라서 긴 줄 기다려가면서 여하튼 착석.

그리고 강연 시작. 물론 이젠 늙어서 말도 느릿느릿 힘겹게 이어가는 할아버지지만, 여전히 현장 활동가의 포스와 대가 특유의 여유까지 겸비. 강연 소감이라면… liberalism가 아무리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conservatism의 반댓말로 쓰인다고 할지라도, 진짜 progressive의 포스에는 쨉도 안된다는 것. 오래오래 살아서, 더욱 더 세상에 공헌하시길.

(추가: kabbala님이 찾아주신 강의 동영상. 역시 유튭! 하지만 아쉽게도 본강연 부분만 있음)
(추가2: 루나님이 본 강연 중 몇 대목을 발췌 번역해주셨음)

!@#… 발표 내용이야 뭐 항상 책에서도 하던 이야기인 “현재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역사를 망각하지 말도록 교육을 하자”니까 그렇다치고… 질의응답에서 몇토막(녹음해온 것이 아니라서, 적당히 의역).

Q: “정부의 문제에 대해서 아무리 이야기해도 도대체 사람들이 알아듣길 거부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그건 당신이 제 처남을 못만나봐서 그러는 겁니다.”
…그 분야 최고 대가가, 수십년동안 자기 처남 하나 못 설득했다는… 그만큼 사람을 바꾸는 건 힘들다는 이야기. 그리고 말로 안되면 책을 선물해라, 라고 이야기한 후 책을 한 열 권 이상 주루룩 소개.

Q: “대학와서 한 3년동안 저항운동을 한 것만으로도 각종 압박에 시달리는데, 어떻게 그 긴 세월을 계속 해나가셨습니까. 어떻게 해야 계속할 수 있을까요.”
A: “가끔 야구도 하고 영화도 보고 그러십시오. 저도 100% 선동가가 아닙니다. 그리고 ‘사람’을 믿으십시오.

Q: “항의 운동(시위, 팜플렛 등등)으로는 도저히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항의 다음 단계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A: “모든 항의는 항의 당시에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이고 모여서는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어쩌면 내일, 어쩌면 내년, 어쩌면 그 후가 될지도 모르지만, 항의는 계속 해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운동이 필요하지만, 항의 다음 단계는 무엇이고 그 다음은 무엇이다 식이 아닙니다.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는 것이죠.

!@#… 잘 기억해뒀다가 나도 50년 뒤에 써먹고 싶다. 그 목표를 위해서라도, 그 때 가서 이런 질문들을 받을 만한 자격을 갖추고 싶다.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2010.1. 추가) PS. 삼가 고인의 명복을.

노조와 진보에 관한 짧은 잡설.

!@#… 이번 주 한겨레21에서, 드디어 노조의 환부에 대해서 직언을 하는 특집을 다루었다. 제목하여, “대공장노조 진보 맞나?“. 대공장 노조의 비틀거림이 민주노조의 비틀거림이 되고, 그것이 민주노동당까지 굴비 묶이듯 연대 창피를 당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기아 건, 폭력사태 건 같은 위기징후들이 연이어 터지면 확실히 곤란하다. 말을 해줘야 하는 타이밍에 말을 꺼냈으니 우선 박수부터.

!@#…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노조 = 진보” 라는 공식이다. 그래서 노조가 뭔가 잘못을 저지르면, ‘거봐, 다 똑같잖아!’하면서 진보라는 이데올로기 일반을 통째로 헐뜯어버리고.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말해두자. 노조라고 진보인 것이 아니다. 그 노조에 속한 노동자라고 진보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게 아니라, 노조가 정당한 활동과 참여지분을 보장받는 사회구조가 바로 진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진보라는 것은 1) 다양한 성원들이 효과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와 영향력을 발휘해서, 2) 결국 토론과 합의에 의해서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아무도 소외받지 않는 발전이 가능한 사회구조를 지향하는 자세라는 말이다. 노조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지, 그 자체가 진보인 것이 아니다. 아직도 한국이라는 상황으로서는 분명히 노조가 그런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덕분에 노조가 진보의 상징처럼 쓰이고 또한 (capcold 포함) ‘진보’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현재 지지하고 있는 것 뿐이다. 노조라는 것 자체는, 무슨 정의와 평등의 이상향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이익단체다. 짜장면에는 양파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파 자체가 짜장면인 것은 아니다.

!@#… 만약 노조라는 도구를 거치지 않고도 기업이라는 사회에서 개별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합리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그게 바로 진보다. 거꾸로, 노조가 그런 역할을 못해준다면 (예를 들어, 전체의 60%라는 비정규직들의 목소리는 어디있는가) 그건 진보라는 사회상태를 만들기 위한 도구로서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 뿐이다. ‘노조는 진보인데 왜 이렇게 굴러갈까’는 잘못된 질문이다(<올드보이>의 유지태 말투로…). 진짜 질문은 애초부터, ‘노조를 어떻게 하면 진보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그리고 ‘노조를 어떻게 활용해야 진보적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여야 한다.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자유/개작자유/영리불허 —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자유/개작자유/영리불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