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선생의 일기’의 히트, 아마추어 만세 [IZE / 150511]

!@#… 본문에 “시작은 데스메탈”이라는 것은 사실 단순화한 이야기인 것이, 그 전부터도 과학 긱 또는 아저씨 개그 애호인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져있었고 비교적 최근에 해부학 관련으로 단행본도 나와서 입소문이 있었기 때문. 하지만 그 바깥으로 확산을 시켜준 특이한 ‘계기’로 보기에는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게재본은 여기로.

 

[꽉선생의 일기]의 히트, 아마추어 만세

김낙호 (만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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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적 위기에 대한 성찰을 종용하는 방법 – 만화로 보는 기후변화의 거의 모든 것 [기획회의 389호]

!@#… 사회파 다큐 만화 도입 전문(?), 해바라기 프로젝트의 최근작. 한국어판의 표지는 상당히 아쉽다.

 

거시적 위기에 대한 성찰을 종용하는 방법 – [만화로 보는 기후변화의 거의 모든 것]

김낙호(만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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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미디어사용자로 살아가는 것 – 미디어 씹어먹기 [기획회의 317호]

!@#… 이전에 쓴 프레시안 서평의 마이너 변형. 예전 트윗에서도 언급했지만, 90년대 중반 ‘신문읽기의 혁명’ 만큼이나 기본교재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해 마땅한 책. 다만 여전히, 번안제목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늘날, 미디어사용자로 살아가는 것 – [미디어 씹어먹기]

김낙호(만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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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만화와 교육성, 웹툰에 관하여 [GQ / 1204]

!@#… 보시다시피, 만화에 대한 여전히 꽤 커다란 고정관념으로 작용하는 교육성을 미덕으로 삼는 것에 대해(그리고 그 위에 자라나는 산업논리든 검열논리든) 몇 마디 쓴, 남성스타일 잡지 GQ 지난 호 기고글. 중간에 편집조율에서 좀 초점을 재조정한 관계로(당장, 제목부터…핫핫), 평소처럼 첫 투고버전 말고 중간 퇴고 버전으로.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김낙호(만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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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건강만화 – 다이어터 [기획회의 301호]

!@#… 늘 이야기하듯, 종이단행본으로 나오기 전에도 이 정도 분량을 받고 좋은 독자층을 지닌 리뷰를 연재할 지면이 요긴하다. 이런 작품 덕에 더.

 

건강한 건강만화 – [다이어터]

김낙호(만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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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이 아닌 과학만화를 읽기 [학교도서관저널 1105]

!@#… 그간 쌓인 만화평론글들, 블로그에 백업 올려놓는 주간.

 

공상이 아닌 과학만화를 읽기

김낙호(만화연구가)

과학 만큼 대중문화에서 오남용된 개념은 드물 것 같다. 한때 나름대로 초등학생 교육 측면에서 사회적 문제로 치부되었던 광고문구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 과학입니다”에서 쉽게 엿볼 수 있듯, 일종의 그럴듯한 차별화 도구로 사용되었다. 대부분의 공상과학(SF)물은 상상의 세계관에서 펼쳐지는 판타지물인데, 과학적 요소들을 상상의 소재로 삼는다는 이유만으로 별도 장르로 불러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인공이 반중력 비행선을 타고 날아다니면 공상과학, 드래곤을 타고 날아다니면 판타지, 그런데 그 드래곤이 사실은 유전공학의 산물이라면 다시 공상과학이라는 식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 과학은 체계적 지식탐구라는 본연의 의미가 아니라, 그런 과학을 통해 앞으로 이 세계에서 혹은 다른 우주에서 축적할 수 있을 법한 ‘기술’을 지칭한다.

하지만 가끔, 작품을 읽으며 과학으로서의 과학에 대한 욕구를 충족받고 싶을 때도 있다. 현상을 바라보고,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체계적인 분석 탐구 방법을 통해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 원리를 파악해나가는 방법론으로서의 과학 말이다. 과학을 기반으로 한 상상력의 세계를 돌아다니는 모험물로서의 소재거리가 아니라, 호기심을 체계적으로 해소하고 더 많은 질문을 던져주는 그런 재미를 주는 과학 말이다. 즉 탐정물에서 범행의 진실을 알아나가듯, 현상에서 원리라는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공상’ 없는 과학만화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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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거대한 모순과 직면시키기 – 『어린왕자의 귀환』[기획회의 252호]

!@#… 생각해보면 ‘어린왕자’ 자체도 현대 자본주의 물질문명 사회에 대한 비판이 쩔었던 통쾌한 작품이었는데, 한국에서는 이상한 방향으로 낭만화되어 받아들여진 감이 있다.

 

일상의 거대한 모순과 직면시키기 – 『어린왕자의 귀환』

김낙호(만화연구가)

현존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작품이 설득력을 지니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일상적인 상황 속에서 모순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수많은 ‘교과서’들이 그런 요소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그저 추상적 개념들의 향연을 벌이거나, 혹은 선명한 만큼 특수할 수 밖에 없는 몇몇 대표적 사례를 중심으로 문제점들을 부각시키려고 한다. 그런 접근이 물론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켜서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문제에 주목하고 결국 나서게 만들고 싶다면 그다지 크게 효율적이지 못하다. 필요한 것은 지극히 일상적이 된 세상사 속의 어떤 패턴을 살짝 끄집어내서, 그것이 약간만 생각해보면 얼마나 모순투성이인지 직면시켜주는 것이다. 일상의 패턴은 더 일상적일수록, 모순은 거대할수록 효과는 뚜렷하다. 예를 들어 어느덧 시대정신처럼 되어버린 자본주의 과잉(흔히 문제점들을 모아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로 통칭하곤 하는데, 그 용어의 원래 의미는 좀 더 복합적이다) 속에서, 일을 위한 일을 하게 되고 그럼에도 불평등은 증가하는 이상한 상황을 뽑아낸다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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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도전 [한국문학번역원 LIST 09여름]

!@#… 올해는 한국만화 100주년 기념으로 여기저기서 만화특집을 다루고 있음. 그냥 재미삼아 슬쩍 때우려는 대중 지면은 기자가 사업회 측의 보도자료를 대충 요약해서 일반론이나 썰 좀 풀고, 좀 더 전문성을 표방하는 지면은 좀 더 타이트한 꼭지들을 기획해서 전문필자들에게 의뢰하고 뭐 그렇다. 여튼 그 중 명백히 후자인 한국문학번역원의 외국인 대상 계간지 LIST도 이번 여름호가 한국만화 특집. 그 중 ‘젊은 작가들’ 관련 한 꼭지 맡았다. 해외 대상으로 한국만화판의 어떤 상황을 설명하는 글인데,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도 한국만화판의 상황들을 잘 모르지 아마… -_-;;; 이미 잡지는 나왔고, 6월 하반기 쯤 공식사이트에서 서비스. 원래는 영어와 중국어판이 출판되었는데, 캡콜닷넷에는 친절하게도 원래의 한국어판 원고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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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크롬 설명만화 한국어판 떴습니다

!@#… 생각만큼 금방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여하튼 이전에 약속한 바 대로 구글 크롬 브라우저의 소개만화 한국어판을 만들었습니다. 원작만화는 Creative Commons 2.5 BY-NC-ND 규정에 따라서 이동은 자유지만 ND(non-derivative 변형불가)로 되어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원어판을 변형 없이 밑에 깔고 그 위에 한국어판 ‘자막’을 레이어로 겹쳐서 보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번역문 자체가 이미 변형이지만, 뭐 자막판으로 해보라는 아이디어는 애초에 작가분이 제안한 바이며, 구글 본사가 이런 것을 문제삼을 소인배들은 아니니까요. 여튼, 여기 있습니다:

구글 크롬 소개 만화 보러 가기

Copyleft 2008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모집] 구글 크롬 소개만화 한국어판 도와주실 분

!@#… 마음이 동해서, 구글의 브라우저 크롬 소개만화 한국어판을 만들고자 합니다. 만화론 전도사라는 속성에, 이번에 여튼 구글 전도사까지 살짝 겸업을 하게 되는 셈이랄까… 번역이야 물론 제가 이미 작업하고 있는데, 허가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스이기는 하지만 nd(non-derivative)로 되어 있어서, 번역 같은 파생저작물을 만들려면 저작권자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현재 미국 쪽에는 작가(스콧 맥클라우드…)께서 구글 측에 허락맡아보마 해서 답변 기다리는 중이고, 구글코리아에도 따로 허가 문의를 보내놓은 상태입니다. 물론 지금도 번역문을 ‘자막’의 형태로 보이게 하는 것은 합법적으로 가능하지만(혹은 이미지맵으로 작업해서 말풍선에 포인터를 가져가면 한국어 말풍선이 뜬다든지), 역시 가급적이면 온전한 한글본을 해보고 싶습니다. 여튼 그래서 문의:

1) 번역문 드리면, 예쁘게 식자 해주실 분 찾습니다.

2) 혹은 결국 구글이 허가를 안해주거나 아니면 결정이 너무 시간이 걸리면, 위에서 이야기했듯 HTML로 이미지맵 작업을 해주실 분 찾습니다.

생각 있으신 분 리플 달아주세요.

[9.10.추가: 번역고 완료, 식자도와주실 kay님께 넘겼습니다.]
[9.12.추가: 유감스럽게도 담당자분에게 구글코리아측은 허가 권한이 없다고 연락 왔습니다. 본사에서 승인받을 수 있도록 계속 도와주시기로 했는데, 역시 당장은 원본을 유지하는 우회적 인터페이스로 할 수 밖에요.

Copyleft 2008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무척 편리한 장치 -『일본인과 천황』[기획회의 071101]

!@#… capcold의 영원한 테마인, “with no power comes no responsibility”(영화 Clerks2에서 차용) 마인드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정신 좀 차리게 해주기 프로젝트™의 연장선 상에서 쓴 내용의 도서 리뷰.

무척 편리한 장치 -『일본인과 천황』

김낙호 (만화연구가)

마치 남한의 정치인이 북한의 공식 국호인 ‘북조선’이라는 용어를 쓰면 큰 홍역을 치루듯, 한국에서 일본의 왕을 그들의 용어인 천황이라고 부르는 것은 터부시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왕’이라고 하면 별다른 울림이 없지만, ‘천황’에게는 강제부역과 인권탄압의 고통을 겪은 현대사가 있으니까. 물론 천황이라는 것은 그 자체만 놓고 보면 하늘의 직계손이 다스리는 나라라는 식의 발상으로 세계 도처는 물론 한국의 건국신화에서도 사용하는 코드이고, 현대 민주주의 사회를 이루고도 상징적 존재로서 군주를 두고 있는 입헌군주제 국가가 특별히 드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영국의 제국주의적 식민지배가 여왕의 이름보다는 대영제국 자본의 이익 논리에 입각해서 이루어진 것과 달리, 일본은 어째서인지 천황이라는 상징체를 모든 것의 중심에 놓고는 했다. 덕분에 천황과 천황제는 전체주의, 군국주의, 파시즘 등 일본식 극우 일반의 폐해를 논할 때 항상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핵심 개념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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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 위의 상상력 – 『빙하시대』[기획회의 070715]

!@#… 고옥탄가휘발성 시사정치 이야기만 하면 바보가 된다. 가끔은 다시 유희로 가득한 만화 소개 (다음 회는 다시 시니컬대마왕세상통찰 만화인 ‘고스트월드’로 갔지만).

백지 위의 상상력 – 『빙하시대』

김낙호(만화연구가)

아주 간혹, 모르는 것이 때로는 약인 경우가 있다. 알면 알수록 중요한 정치나 학문의 영역이 아니라, 바로 순수한 상상력의 영역이 그렇다. 물론 상상력 역시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기반으로 해서 기존의 것과 겹치지 않게 잘 끌고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모든 (의식적인) 지식과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서 그저 떠오르는 대로, 완전히 기존 맥락과 관계없는 새로운 무언가를 꿈꿔보고 싶을 때가 있다. 문화예술을 즐기는 행위에 있어서 특히 이것은 중요하다. 이런 리뷰를 쓰는 필자야 물론 워낙 고답적이라서 가능한 한 원래의 맥락, 현재의 맥락을 자꾸 공부하며 쌓아놓는 쪽을 선호하지만, 그 정반대 지점에 있는 완전한 무지의 감상방법을 때로는 동경하곤 한다. 대상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순수하게 새로 찾아나가는 과정을, ‘정답’을 찾아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럴듯한 상상’을 함으로써 추구하는 것. 그 순수한 유희적 즐거움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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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교양의 균형 – 『고전만화해제』[기획회의 070701]

!@#… 좋은 출발. 아마 이번 소설편보다, 시편 정도에 들어가면 더욱 진가가 드러날 듯.

이야기와 교양의 균형 – 『곰선생의 고전만화해제』

김낙호(만화연구가)

‘고전’이라는 수식어는 작품에게 있어서 영광이자 커다란 짐이다. 영광인 것이야 뭐 당연한 이야기지만, 짐이라니 무슨 말인가. 고전이라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 대표적인 우수작이기에 부여되는 타이틀인데, 거꾸로 보자면 그만큼 일관된 좋은 평가를 받을만한 ‘범생이’라는 것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고전이라는 딱지는 재미없는 옛날 작품이라는 의미를 자동적으로 부여받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운 나쁘게도 의무교육 과정 속에서 교과서로 처음 접하는 불행한 사태라도 생긴다면, 그 작품의 재미는 영영 복권될 기회를 놓치고 만다. 그런데 의문이 드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 작품들이 좋은 평가를 받기 이전에 당장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다는 것은, 그 만큼 재미있는 구석이 있었기에, 끌렸기에 그랬다는 것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고전으로 인정받을 만큼 세월의 무게를 견뎌낸 우수작들은 실제로는 재미있다. 인간사의 사연이 서정이나 이야기로 담겨있고, 당대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통렬하게 반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미를 제거하는 엄숙주의 교육문화의 폐단일 뿐, 고전 작품들이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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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만화의 선택지 – 『삼인삼색 미학 오디세이』 [기획회의060801]

교양만화가 나아갈 세 갈래 선택지 – 『삼인삼색 미학 오디세이』

김낙호 (만화연구가)

한국에서 만화는 ‘공부를 방해하는 저질 오락거리’로 취급받아온 억울한 과거가 뼈에 사무쳐서 그런지, 교육과 학습에 사실은 도움이 많이 된다는 사실을 상당히 강조하기 위해서 아예 별도의 장르를 발달시켰다. 그것이 바로 학습만화다. 만화를 학습적 목표를 위해서 활용하는 사례라면 세계 어디에나 적지 않게 있지만, 아예 하나의 개별 장르 취급을 하고 유통 측면에서나 독서 문화 측면에서나 독립적 위치를 부여해주는 것은 아직 한국과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그 와중에서 (필자를 포함) 종종 평론가들이 강변하는 논리가 바로 학습만화가 얼마나 쉽고 재미있게 지식을 전수하는지 알아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만화라는 매체가 지니는 장점과, 장르로서의 학습 교양만화는 반드시 연동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시각적으로 보여주면서 말로 설명하는 것은 강력한 표현력을 지니고, 약호화된 도상이 주는 이입의 폭은 넓다. 하지만 이렇게 접근성이 올라간다고 해서, 어려운 내용이 저절로 쉬워지지는 않는다. 애초에 이쪽 계열 만화의 가장 두드러지는 표현적 장점은 키워드와 핵심 개념들의 효과적인 압축인데, 그 결과 이미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절묘한 요점정리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한층 난해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그것이 바로 ‘어려운’ 학습 교양 만화의 딜레마다. 이런 문제를 은폐하기 위해서 많은 학습교양만화들은 애초부터 어려운 지식보다는 ‘쉬운’ 부분들만 골라서 다루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런 우회로가 없다면 어떻게 할까. 『아이콘 총서』시리즈 같이 난해한 지식을 더욱 난해하게 요약한 책이 탄생한다.

그렇다면, 미학이라는 괘 굵직한 인문학적 토양을 주제로 다루고자 한다면 어떨까. 게다가 아예 이미 널리 대학생 이상의 교양서로 자리 잡고 있는 그 분야의 명실상부한 ‘교과서’를 원작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한다. 여기에 대한 대답으로 출판 기획자들이 내놓은 하나의 대답이 바로 『삼인삼색 미학 오디세이』(진중권 원작 / 현태준, 이우일, 김태권 만화 / 휴머니스트 / 전3권)에 들어있다. 이 작품의 원작이 되는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는 미학의 고대부터 탈근대까지 인간이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인식틀의 발전과정을 친근한, 하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는 방식으로 서술한 것으로 유명하다. 어려운 개념을 사람들이 읽고 이해할만하게 설명하려 노력한 책을, 다시금 한 단계 더욱 이해할만하게 하려고 만화의 힘을 빌리고자 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역시 삼인삼색이라는 작가 시스템의 특이함이다. 원시와 근대, 모더니즘,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을 각각 그 해당분야에 가장 잘 어울릴만한 작가들에게 나눠준 후, 비교적 자유롭게 개성을 발휘하도록 해준 것이다. 그 결과 원시와 근대를 다루는 1권은 키치적 감수성으로 장난감과 잡다한 취향에 확고한 위치를 다진 바 있는 현태준이 맡았다. 평소 하던 방식 그대로, 초지일관의 유치함으로 오히려 하나의 경지에 도달하는 말장난, 그리고 가식에 대한 정면도전이 돋보인다. 원시와 근대 미학에 대해서 무언가를 설명하려고 한다기보다는, 그냥 그 시대의 ‘디오니소스적’인 정서를 스스로 펼쳐 보인 느낌에 가깝다. 이성적 세계관에 기반한 모더니즘의 시대를 다룬 2권의 경우, 체계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을 전달하는 것이 많아질 수 밖에 없는 영역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설명적인’ 학습만화나 일러스트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활약한 바 있는 이우일이 임무를 맡았다. 한쪽에서는 엽기적 낙서체 개그만화로 유명해졌으나, 『노빈손』 시리즈의 삽화 작업 등 오히려 스트레이트한 분야에서 안정적 작업을 해온 경력 그대로 2권은 착실히 원작의 명제들을 그대로 읊어낸다. 전개 형식 역시 설명하는 박사와 그것을 듣는 두 꼬마라는 전통적 형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을 논하는 3권의 경우, 포스트모더니즘의 탈경계성과 복잡성을 효과적으로 만화화해 줄 작가를 필요로 하며, 게다가 가장 어려운 개념들이 난무하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아예 미학 전공자인데다가, ‘어려운’ 학습교양만화 경력이 있는 김태권에게 주어졌다. 3권은 아예 설명보다는 극의 형식을 지니는데, 만화가가 각종 미학개념들의 바다에 뛰어들어 모험을 겪는 과정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틀 위에서 펼쳐진다.

작가가 서로 다른 실질적으로 3개의 작품을 하나의 세트로 묶어낸 것이니 만큼, 당연히 각각의 권은 따로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1권의 경우 친근하다 못해 그 비속함에 공감하고 킬킬거릴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면, 단점은 몰입해가며 읽기 어려운 산만함이다. 생활 속의 일상적 미감에 대한 사진 정리 등 원작 이상의 재해석이 독서에 도움을 주지만, 기본적으로 매니악한 느낌이 강해서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 남아있다. 표준적인 학습만화의 틀을 따라가고 있는 2권의 경우, 장점이라면 그 표준성 덕분에 학습적 읽기가 가장 수월하며 원작의 내용을 직접 전달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꾸로, 이왕 만화로 읽는 맛이 특별히 더한 것도 뺀 것도 없이 심심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저 무난하게 읽기에는 작가의 재능이 아깝기도 하다. 가장 만화가의 재해석이 강력하게 개입된 3권의 경우는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소설『소피의 세계』가 철학과 성장소설을 결합했듯, 미학의 세계를 환상문학의 양식에 넣어 만화로 소화해내는 재기가 돋보인다. 하지만 단점이라면, 읽고 나면 오히려 더욱 개념들에 대해서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하기야 포스트모더니즘 자체가 그런 성향이 있지만 말이다). 즉 개념들을 간명하게 요약 설명해준다기보다는 다양한 복잡한 현상과 모순들을 독자들에게 접하게 해주는 쪽으로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지적 자극으로 인한 교양에는 도움이 되지만 학습에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이 작품의 세 권은 모두 다른 접근, 따라서 다른 종류의 독서경험을 준다. 단적으로, 1권을 읽고 마음에 들어서 전3권 세트를 사는 구매 방식은 그다지 권장하고 싶지 않다. 다양한 접근을 경험하고 싶은 독자에게는 득이 되지만, 한 가지 방식의 일관된 설명을 원하는 독자들은 그냥 원작을 다시 한 번 읽는 쪽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어떤 권이든 나름의 지적 재미를 보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니 만큼 책장 한 켠을 차지하는 것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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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기획회의>.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발간. 여기에 쓰는 글에서는 ‘책’이라는 개념으로 최대한 접근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즉, 업계인 뽐뿌질 용.)

!@#…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각각의 권이 모두 컨셉이 다르다는 점은 마케팅 면에서 득보다 실이 크다고 본다. 하나의 통일된 작품으로서 만족을 주기 힘들다면 누가 세트로 사겠는가. 그리고 본문에서는 비교적 점잖게 말했지만, 학습만화 분야를 공략하면서 정작 학습성이 좋지 않다는 것 역시 큰 마이너스. 시장의 반응은 과연 어느 정도까지 나와줄지, 자못 궁금할(걱정될) 따름.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자유/동의없는개작불허/영리불허 —

거대한 모험담의 학습만화 – 『지구대진화』 [기획회의 060515]

!@#… 오랜만에 만나는, ‘학습’에 정말로 신경을 쓰고 있는 어린이 대상 학습만화. 교육교육 말로는 떠들고 천문학적 돈을 쑤셔넣지만 정작 공부라는 것이 도대체 뭐고 뭘 어떻게 배우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놀랄만큼 무관심한 한국사회에서, 이런 책이 얼마나 부모들의 호응을 얻어낼지는 미지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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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모험담의 학습만화 – 『지구대진화』

김낙호(만화연구가)

개인적으로, 소위 “책을 읽자” 류의 캠페인을 싫어하는 편이다. 다양한 종류의 지식을 습득하고 간접경험을 쌓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자는 것이어야 하는데, 종종 단순히 월 평균 독서량이 어쩌니 하면서 단지 얇게 썰린 죽은 나무토막에 대한 페티시즘적 열정을 발휘하는 선에서 그치곤 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 중 특히 지식의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잘 정리된 풍부한 지식이 들어있고 그것이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편리한 방식으로 전달된다면 그것이 책이든 인터넷 홈페이지든 비디오든 동네 아저씨의 연설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리고 이러한 논리는 책이라는 매체 안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만약 제대로 된 풍부한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면 그것이 교과서든 소설이든 만화책이든 모양새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사실 교양/학습만화라는 장르는 이러한 발상에서 시작한다. 분명히 만화는 표현력과 전달력에 있어서 큰 장점을 지니고 있고, 그러한 능력을 그냥 썩혀둔다면 정말 아쉬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베스트셀러의 등장에 힘입어 큰 호황을 누리고 있는 교양학습만화의 경우 이러한 근본적 취지를 사정없이 배반하는 경우들이 다수였다. 말은 교양학습만화를 표방했지만, 실상은 연성화된 가벼운 지식들을 양념으로 살짝 뿌린 아동 취향 모험 오락만화인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장르 오락 만화라는 사실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왕 교양과 학습을 위해서 교양학습만화를 선택했다면 완성도 높은 지식을 축적하도록 도움이 될 만한 작품을 골라잡는 것이 원래의 취지에 맞을 것이라는 의미다. 만약 어떤 분야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싶다면 처음부터 교양지식 입문서를 읽는 것이 효과적이지, 그 분야를 소재로 삼았을 뿐인 오락 작품으로 만족하는 것은 좀 곤란하지 않은가. 아무리 시대의 대세가 속칭 ‘에듀테인먼트’라고 해도, 오락과 교육의 경계가 완전히 없어져버렸다거나 하는 과장은 금물이다.

『지구대진화』(NHK 기획, 고바야시 타츠요시 그림 / 삼성출판사, 전6권)은 정통파 ‘학습’만화다. 내용은 NHK의 유명한 동명 다큐멘터리 시리즈의 내용을 만화로 이식한 것으로, 문자 그대로 지구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여정을 그려내고 있다. 내용 전개방식은 실제 NHK 제작자들이, 방송국에 견학 나온 두 중학생에게 다큐의 내용을 순서대로 소개해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년소녀 주인공들을 모험길로 보내고 억지로 상황을 체험하게 만들어서 지식을 끼워 맞추는 식이 아닌, 순수하게 ‘강의식’ 학습만화인 셈이다. 등장인물들 사이의 막간 에피소드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평온하게 연속적으로 흘러가며, 부차적으로 취급되고 있을 뿐이다. 한 개 에피소드에서 배운 지식을 써먹으며 소동을 벌이는 전형적인 학습만화 구도를 보기 좋게 배반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그냥 설명문 같은 딱딱한 내용이라서, 이야기로서의 재미가 없다는 말인가? 놀랍게도,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작품은 분명히 재미있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하나의 성장 스토리다. 단지 하필이면 그것이 등장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구’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갖은 역경을 이겨내고 결국 성장과 성장을 하여 오늘날의 이곳까지 도달한 지구라는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모험담 말이다. 실로 장쾌한 스케일의 영웅전설이라고도 할 수 있으리라. 지구와 그 지구에 달라붙어있는 생명이 펼치는 생명의 서사시는 몇몇 미미한 인간들의 성장담과는 전혀 다른 규모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중고등학교의 지구과학이나 생물학 시간에 배우는 파편적인 자연 이야기가 아니라, 46억년의 역사를 하나의 이야기로서 순차적으로, 상당히 드라마틱하게 서술해 나아간다. ‘지식’이 바로 모험담이 되며, 그 결과 방대한 양의 귀중한 자연과학 지식을 문자 그대로 재미있게 학습시켜준다.

이러한 스케일 큰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해서 동원하는 연출방식은 과연 이름난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답게, 다큐와 동일한 순서로 다큐의 핵심 내용들을 별다른 각색 없이 그대로 전달해준다. 지구의 46억년 역사를 전집도 아닌 6권짜리 시리즈에 압축한다는 것은 일견 빡빡하게 들릴 수 있지만, 핵심을 짚는 절묘한 비유로 표현한다(지구의 역사를 하루의 시간에 비유하는 등). 또한 시각적으로도 명쾌한 도해와 구체적인 CG를 사용하는데, 휘황찬란한 원색 컬러로 포장하기보다 오히려 만화로서 부담 없이 읽기 편한 흑백으로 표현하는 배려를 보여주고 있다. 분명히 『지구대진화』은 훌륭한 교양 지식을 잘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다. 필독서까지는 아니라도, 추천 교양서로서 오르내릴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하지만 이러한 식의 시도가 독자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결정적인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독자층을 제대로 만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주류 교양학습만화의 주요 소비층은 하필이면 초등학생인데, 초등학생 대상으로는 지식수준이 너무 높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래의 독자층이 되어주어야 할 중학생 이상의 경우는 입시과정에서 벗어난 지식에 대해서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달려들기가 결코 쉽지 않다 (전적으로 입시 제도에 맞춰져 있는 정규 교육과정 속에서, 지구과학은 학생들에게 유감스럽게도 찬밥신세 아니던가). 깨달음을 위한 지식이 아닌 입시 성적을 위한 지식으로 움직이는 패러다임 속에서, 대자연이 움직여온 이치 같은 큼지막한 이야기는 관심의 대상에 들어오기 어렵다는 말이다. 나아가 성인들은 학습만화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동용으로 치부하며 거리를 두기 십상이다.

설명 방식에 있어서 정공법 그 자체인 이 작품은, 유감스럽게도 독자 소구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단점을 지니고 있다. 이 간극을 채울 수 있는 것은 결국 작품을 포장하는 마케팅이다. 진지한 교양지식을 얻게 해주는 본격 학습만화라는 점을 강조하는 작업에 실패하면, 그냥 ‘미소녀도 안 나오고 화려한 원색의 모험 액션도 없는 심심한 아동만화’ 정도로 취급받으며 서가 한쪽에서 먼지만 쌓이는 운명에 처할 수도 있다. 부디 여러 노력들이 지속되어, 이런 고품격 지식이 가득 담긴 만화가 정당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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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기획회의>.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발간. 여기에 쓰는 글에서는 ‘책’이라는 개념으로 최대한 접근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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