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 관하여 by 스콧 맥클라우드 [TED 강연]

!@#… 만화는 물론, 시각 인터페이스나 대중문화 연구 일반에서 종종 필독서로 꼽히는 ‘만화의 이해’ 연작의 작가 스콧 맥클라우드가 TED에서 2005년 강연한 내용의 한글자막판이 공개되었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한국만화의 기원과 진화 [플랫폼 0905]

!@#… 인천문화재단의 격월간 문화저널 ‘플랫폼‘ 2009년 5/6월호 한국만화 100주년 특집 코너의 한 꼭지용 원고. 기본적으로는 2003년에 월간미술에 썼던 글의 큰 줄거리 위에 좀 이후 상황들 업데이트. 실제 게재본은 개인적으로는 무척 싫어하는 ‘별 이유도 없이 용어 뒤에 괄호넣고 영어 표기 덧붙여주기’ 같은 편집기법이 들어가서 좀 민망한 구석이 있음.

 

한국만화의 기원과 진화

김낙호(만화연구가)

한국만화의 역사는, 대한민보 창간호에 실린 이도영의 한칸 카툰을 그 시작으로 볼 때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한다. 세부 역사를 짧은 글에서 소화하는 것은 무리인 만큼, 큰 흐름과 그 속에서 만들어진 작품 성향들을 몇가지 훑어보도록 하겠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한국 시사만화 트렌드 [한국만화연감 2009]

!@#… 이왕 올리는 김에, 그리고 같이 올리시는 분도 생긴 김에, 2009 한국만화연감(그러니까 2008년의 자료 총람) 트렌드 챕터 중 시사만화 관련. 이런 류의 책들이 주로 산업통계적 의의 위주로 가다보니 거의 빼놓곤 했던 시사만화 챕터를 반드시 연감에 포함시키자는 c모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 결과 집필까지 맡게 되었다는 사연이 있다(…). 책 버전에는 다른 분이 작성하신 ‘카툰’ 관련 내용이 말미에 함께 묶여있음.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만화잡지 영챔프의 웹진 전환 단상

!@#… 소식에 따르면(클릭, 클릭, 클릭, 클릭), 소년만화잡지 영챔프가 온라인 전용으로 전환(뻔한 이야기지만, 종이잡지가 폐간할 때 연착륙하는 방법)한다고 한다. 솔직히 수년 전 ‘영점프’가 폐간될 당시와는 달리 약간 무덤덤하게 느껴지는 것이, 당시 영점프는 새로운 지면 품질 개편을 의욕적으로 실험하고 있던 와중에 몇달만에 명줄이 끊긴 것이지만 이번의 영챔프는 활력을 잃은 지지부진함의 바닥을 기며 수년간 버티다가 수명을 다했다는 느낌이니까.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20세기 한국만화사 총정리 도표

!@#… 이전에 고우영 작가론 책 출간소식에 nomodem님이 “계보가 있는 한국 만화사”라는 접근을 이야기하신 바 있다. 덕분에 한동안 묻어두었던 이전 자료가 생각나서 슬쩍 공개. 일종의 20세기 한국만화사 총정리 도표(의 베타버전)인데, 여튼 이런 것도 가능하다, 라는 차원에서 예전에 했던 작업 하나를 꺼내본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발굴! 한국만화사의 숨겨진 대가를 찾아서[무크지 ‘거짓말’ / 0709]

!@#… 작년 하반기에 나왔던 만화 무크지 ‘거짓말’에 실린 글. 원래는 한국만화판 ‘포가튼 실버‘ 혹은 ‘스파이널탭‘ 혹은 ‘무슈 페라이으‘같은 녀석을 목표로 하고 확 써버렸으나, 문제는 사이사이에 숨겨놓은 개그는 고사하고 한국만화의 역사에라도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는 사람이 한 100명은 되려나… 결과적으로 도를 넘어서게 매니악한 물건이 되어버렸다. 대중적 개그의 장착이 무척 절실하다. -_-; 여튼 capcold가 추산하는 그 100여명에 자신이 포함된다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스크롤의 압박을 선물로 드립니다.

 

발굴! 한국만화사의 숨겨진 대가를 찾아서

김낙호(만화연구가)

사실, 한국 만화의 역사는 파고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수수께끼로 가득하다. 다른 어느 나라의 만화계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다양한 변화의 과정과 세대간 분절이 넘쳐난다. 해방 후 잠깐 있었던 고급 양장본의 히트와 저렴한 대여문화의 좌판 떼기 만화가 공존했던 시절에서 만화방으로 갑자기 판도가 바뀌었고, 만화방의 융성 십 수년 만에 잡지나 신문이 새로운 주류로 들어서고, 만화방 자체도 장편 극화와 무협물 위주로 완전히 세대 교체되어버렸다. 여기에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시금 잡지판, 작가 세대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이런 상시적 격변의 와중에서 한국의 만화사 연구는 항상 남겨진 자료의 부족에 시달렸다. 단편적인 구술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사료 수집 속에서, 중요한 작가들이 종종 현재 그의 영향권 아래에 있었던 분들의 증언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저평가 또는 아예 묻혀지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때로는 새로운 발견의 놀라움의 바탕이 되어주기도 한다. 청공만화문화연구소에서 몇 가지 제보를 바탕으로 지난 수년간 전국은 물론 미국, 일본 등을 찾아다닌 결과, 지금까지 알려진 한국만화사의 흐름을 하나로 관통하면서도 완전히 숨겨져 있던 역사적 발견을 하고 말았다. 한국만화의 배후의 스승, 진정한 아버지였던 김자설 화백을 이번에 재발굴하여 본 지면에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고자 한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만화잡지여, 튀어 올라라 [한겨레21/650호]

!@#… 지난 한겨레21 650호에 ‘만화잡지여, 튀어 올라라’라는 제목으로 실린, 한국 만화잡지의 흐름을 정리하는 글. 이미 눈치챘겠지만, 씨네21의 만화잡지 ‘팝툰’의 창간 관련해서 잡힌 꼭지. 비슷한 시기 비슷한 컨셉으로 씨네21에서는 이명석씨의 글을 게재했는데, 글 스타일이나 주제의 초점이 전혀 달라서 은근히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명석씨 글쓰기의 대중적 호소력과 직관성을 많이 부러워하고 있다 – 하지만 팩트 오류는 좀 줄여줬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여기 공개하는 버전은 항상 그렇듯 편집을 거치기 전의 송고 버젼. 편집부의 제목과 리드문 뽑는 센스는 역시 현장이기에 해낼 수 있는 귀중한 자산. 지면관계상 압축적으로 이야기를 했지만, 한국의 만화잡지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capcold.net 검색창을 활용하시길.

 

만화 잡지, 새로운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다

김낙호(만화연구가)

최근, 80년대 초의 소년시절을 소재로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여 화제를 모았던 만화 『소년탐구생활』의 한 에피소드를 보면 만화잡지 ‘보물섬’이 등장한다. 매 호마다 정성스럽게 모으고 있던 잡지의 지난 호 한 권이 없어지자 주인공 소년과 또래 친구들이 벌이는 치열한 신경전이, 해학적이자 실감나게 펼쳐지며 세대적 공감을 자아내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대중문화계의 복잡성이 증가한 오늘날은 어떨까. 만화가 ‘콘텐츠’로서의 각광받은 것과는 달리 만화 잡지는 대중적 지명도에서나 품질과 다양성에서나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팝툰’(씨네21 발행)의 의욕적 창간에서도 볼 수 있듯, 만화잡지에 대한 기대나 희망은 여전히 크다. 한국에서 만화잡지라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상황이기에 이런 끈끈한 인연을 자랑하는 것일까.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90년대 만화/애니사

(추가: 아래 내용의 확장판 및 다른 시대의 이야기들까지 합쳐서, 2010년 말에 책으로 묶여나온 바 있습니다: 클릭 )

!@#… 한국의 각 문화예술분야의 역사를 10년 단위로 종합하여 집대성한 역작, <한국 예술사대계>. 그 90년대편에 수록된 90년대 만화/애니메이션사. 나중에 소위 ‘정사’ 로 불리울 물건이다(원튼말든). 여튼 최근 오마이뉴스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만화판을 걱정하기 좋아하는 아저씨 아줌마들이 의외로 90년대의 역학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지해서, 80년대 기준으로 2000년대를 이야기하는 괴이한 현상들이 난무. 그래서 이번 기회에 본문을 여기에 공개. 어차피 연구비 형식으로 작업한 것이고 이미 책은 나왔기 때문에 여기 공개하는 것에 문제는 없음. ‘사관’과 ‘자료’로 뒷받침되는 역사 서술을 하고자 했는데, 여튼 당시 지면이 부족해서 참 많은 내용을 오히려 커트. 당연한 이야기지만 본 책에는 도판도 좀 들어가 있으나… 이 황폐한 문자 블로그에서는 문자만 그득.

!@#… 이외에도 90년대 이후 만화판도에 대한 종합적 접근을 더 보시고 싶다면, <만화세계정복>(두고보자 저, 2003)을 보시길. 지금은 나름대로 레어아이템. 자 그럼 마음의 준비를 하시고, 클릭.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만화독자는 진화한다 [계간만화 2004 여름]

!@#… 계간만화 2004년 여름호 글. 에에… 까먹고 안올려놨었더라는. 실제 잡지에는 20매짜리 축약버젼으로 올라갔지만. 사실 계간만화의 특집은 항상 헤비한 편이라서, 개별 꼭지들을 집중해서 읽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희망적 비전을 듬뿍 넣은 글. 만화독자를 자청하지만 사실은 찌질이에 불과한 일련의 암적 생명체들에 대한 이야기는 언젠가 다른 기회에 다루어보도록 하고… 여기서는 긍정적 독자상만.

!@#… 글 말미에서 언급된 독만상 (http://www.comicreader.org)에서 요새 한참 올해 투표 진행중이다. 가서들 투표하시길. 아 물론 이 글을 그쪽으로 퍼가고 싶다면 흔쾌히 승낙.

===========================

만화 독자는 진화한다

김낙호 (계간만화 편집위원)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서구만화, 한국을 방문한 이후의 이야기들 [만화규장각 웹진/0410]

!@#… 부천 만화정보센터 만화규장각(http://www.kcomics.net) 웹진 커버스토리용으로 기고한 글. 기고 버젼은 밑의 주소 (로그인 필요). 당연히 다른 꼭지들과 맞물려서 좋은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에 (게다가 도판도 있고) 가서 읽기를 추천함.

!@#… 보통 그렇듯이, 여기 올리는 건 애초에 기고한 버젼. 사실 벌써 일이년전에 했어야 할 이야기인데 자꾸 미루고 미루다보니 이제서야..;;;

=================================

서구만화, 한국을 방문한 이후의 이야기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만화는 신문을 구원할 것인가 [인물과 사상 / 2004.8]

!@#… [인물과 사상]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런 재미없고 이상한 글 말고도 훌륭한 글들이 많으니, 잡지는 알아서 사보시기를;;  이전 김상택 만평 비평글과 마찬가지로, [미디어 오늘] 온라인에서도 게재중.

!@#… 이 글을 썼던 시점 이후로 이미 몇가지 변화의 조짐이 후딱 나타나기도 했지만, 대세는 아직은 여전한 듯 하더군요. 음. 좋은건가, 나쁜건가…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월간미술] 한국만화의 역사와 비평적 쟁점

!@#… 맞아, 이런 황당한 글쓰기를 썼던 적도 있었구나. 한국만화의 역사 통째로를 월간지 기사의 짧디 짧은 지면에 우격다짐으로 쑤셔넣는 바보짓… 제목도 물론 잡지사의 취향에 따라서 어마어마한 제목으로 마구 확장. 뭐 이런 것이 있었다. 어디보자… [월간미술]. 2003년 5월호였나? 4월호? 기억이 가물가물. 당시 커버스토리의 타이틀 Art & Comics… 즉, 만화는 예술이 아니라는 의미 되겠다. 편집진이 의도했든 말았든.

===================================================

Art & Comics

한국만화의 역사와 비평적 쟁점

김낙호/만화비평

“근대적 문화의 형성기부터 한국만화의 역사는 시작된다. 19세기 말 서구에서 영향받은 일본만화를 통해 형성된 초창기 한국만화는 이후 급변하는 사회환경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 왔다. 필자는 이 글에서 한국만화의 여명기부터 최근 새로운 매체를 활용한 신개념의 만화환경에 이르는 만화의 역사를 살펴보고 그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광복과 함께, 한국만화는 여명기를 지나서 새로운 시기로 들어섰다. 그 동안 억눌렸던 한국어 출판물에 대한 붐이 일어났고, 만화도 그 속에서 새로운 지면을 얻어 나갔다. 그리고 1948년 김용환의 주도로 한국 최초의 만화 전문 잡지인 《만화행진》이 만들어졌고, 이후 한동안 만화는 여러 방면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프로파간다용 삐라에 만화가 적극 활용되었으며, 한국전쟁 말기부터 권당 20페이지 내외의 조악한 품질의 대중오락만화인 《떼기만화》 판형들이 좌판을 통해서 보급되었다. 떼기만화에는 최상권의 《헨델박사》(1952) 등 모험물, SF 장르가 많았는데, 이로써 각종 이야기 만화가 급격하게 인기를 끌었다. 한국전쟁 이후에 잡지 창간은 더욱 가속되었고, 김용환, 신동헌, 박기정 등 많은 작가가 한국만화의 ‘황금시대’(주: 미국에서, 만화가 질적·양적·산업적으로 급속하게 발전하여 대중문화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던 1930~1950년대 초반까지의 시기를 지칭하는 용어인 ‘Golden Age’에서 차용했음)를 시작했다. 잡지 《만화세계》를 내던 출판사인 만화세계사는 1955년부터 200여 페이지짜리 고급 장정을 한 판본으로 큰 인기를 끌며 김종래의 〈눈물의 수평선〉등 히트작을 남겼다. 동시에 길거리 좌판에서도 서봉재의 〈밀림의 왕자〉(일본만화 〈소년 케니아〉의 도작) 등을 통해서 만화가 대중에게 크게 각광받았다. 하지만 경제사정의 악화로 인하여 서점용 고급 판형은 점차 시장성을 잃어 버리고, 1958년에는 책을 빌려 보는 ‘대본소’라는 유통구조가 들어섰다.

초창기의 대본소는 많은 만화를 적은 비용으로 볼 수 있게 하는 효용을 지니고 있었고, 덕분에 더욱 많아진 만화는 더욱 많아진 만화인구에게 다가설 수 있었다. 그 속에서 한국만화는 극화체 만화, 만화체 만화, 순정만화라는 큰 줄기 아래에서 다양한 장르로 분화할 수 있었고, 한국적 감수성 위에서 일본의 드라마 만화, 미국의 슈퍼히어로 만화, 유럽의 모험물 등이 영향을 끼치며 골고루 유입되어 박기당, 엄희자, 산호, 신동우 등 기라성 같은 작가가 그 기세를 이어 나갔다. 그러나 대본소 체제만으로는 시장이 정상적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웠고, 결국 박정희의 군사쿠데타에 이은 1961년 사전심사 도입과 1966년의 대본소 유통 독점화로 이어져서 한국만화의 짧았던 황금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린다.

1960∼1970년대의 억압적인 상황에서, 대본소 만화는 질적인 급락을 계속했다.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작가군은 공장제로 변해 가는 작업환경으로 인해 창작의 열기가 점차 식어 가면서 대본소 시스템에서 데뷔한 일련의 작가군과 세대적으로 단절되었다. 당시 질적 성장을 거듭하던 일본만화에 대한 도작은 이미 일반화되어 있었으며, 출판사 및 유통사가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절대적인 권한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만화는 ‘무조건 많이 만들면 되는’ 공산품 취급을 받기에 이르렀다. 작가의 권리도, 작품의 수준도, 산업적 활로도 가히 ‘암흑기’라는 표현이 적합한데, 이 시기는 임창 등을 주축으로 한 ‘반합동연합’ 운동으로 대본소 독점체제가 깨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성인만화와 명랑만화의 성장

하지만 그 속에서도 한국만화는 성인만화와 명랑만화라는 두 갈래 길에서 몰래(?) 성장을 계속하고 있었다. 1972년 창간된 스포츠신문 《일간스포츠》가 고우영의 〈임꺽정〉을 시작했고, 이것은 일간지와 성인만화의 성공적인 랑데부를 이끌어냈다. 굵직한 드라마의 연재극화(방학기의 〈바리데기〉 등)와 잡담적 사변과 줄거리가 수시로 교차하여 마치 이야기꾼의 재담을 직접 듣고 있는 듯한 ‘노가리 만화’(고우영의 〈삼국지〉 등)가 그 대표적인 장르다. 이외에도 박수동의 기념비적 작품 〈고인돌〉이 1974년부터 연재, 성에 관한 담론을 풀어나갔다. 또한 1964년 창간된 《새소년》 등의 어린이 종합잡지를 중심으로 명랑만화 장르가 꽃피었다. 이들은 일상적인 풍경과 상황 속에서 슬랩스틱 코미디와 교훈을 이끌어 내는 만화체(주: 카툰화 정도가 강한 형상)의 이야기들이었는데, TV의 ‘시트콤’ 개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이중 특히 길창덕의 〈꺼벙이〉, 윤승운의 〈요철 발명왕〉 등은 대단한 인기를 구가했다. 물론 어린이 잡지에서 명랑만화가 가장 인기 있는 장르이기는 했지만, 기존 SF나 모험물에 대한 관심 역시 이어졌다. 잡지 연재에서 시작해서, 후속편들을 문방구 유통망을 통한 단행본 단위의 직접 판매를 시도한 고유성의 SF물인 〈로보트 킹 연작〉이 대표적인 사례다.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시작한 1980년대가 문화, 특히 대중문화의 고도성장기였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만화에서 그 첫 번째 조짐은 대본소에서부터 나왔다. 시대의 욕구를 잘 반영한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의 대성공은 장편 극화의 붐을 촉발했고, 박봉성, 고행석, 허영만 등 1980년대를 이끌어나간 굵직한 대본소 극화 작가들이 표면으로 떠올랐다. 고도성장 사회에서 비극적인 도전을 반복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이후에 하나의 장르처럼 굳어져서, 유사한 스토리와 화풍을 계속 재생산해 나갔다. 두 번째 조짐은 《보물섬》의 창간이었다. 《보물섬》은 만화전문잡지를 표방하며 기존의 종합 어린이 오락지보다 더욱 적극적인 작가 및 작품군을 거느렸고, 상업적인 성공을 이루었다. 특히 보물섬은 소년 취향 만화와 여성 취향 만화가 고루 섞여서, 양쪽 장르의 독자를 고루 만족시켰다. 엄희자/민애니로 대표되는 초창기 전성기가 지나간 이후 표면에서 잊혀졌다가, 동호회 등을 통해서 게토 속의(?) 성장을 계속하던 순정만화 장르 역시 1980년대 말에 화려하게 컴백했다. 그리고 1988년 창간된 순정만화 전문지 《르네상스》를 통해서 그들의 암중모색의 성과를 유감없이 떨쳤다. 김진/김혜린 등으로 대표되는 장쾌한 대하서사극은 순정만화 특유의 감성과 드라마 구조가 결합하여 걸작을 탄생시켰고, 강경옥 등으로 대표되는 섬세한 일상과 감정표현은 맹위를 떨쳤다.

1980년대의 세 번째 발전은 만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들이었다. 만화의 대중친화력과 강력한 표현력에 매력을 느낀 문학이나 민중미술계의 전문적인 관심이 만화 영역으로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 에너지를 이어받아서 사회참여의식과 실험성이 강한 작가주의적 작품 경향들이 고개를 들었다. 특히 1987년 창간된 《만화광장》은 그러한 움직임의 정점이었는데, 이론적 논의들과 작가의식이 강한 작품들이 고루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또한 아예 사회운동의 일선에서 활동해 온 ‘민중만화’도 효과적인 선동수단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1980년대 전성기의 마지막은, 1988년 창간된 주간지 《아이큐 점프》가 열었다. 일본식의 기업화된 잡지관리시스템을 수입하고, 주간지라는 빠른 스케줄 및 중고생층이라는 대상 연령층 공략 등은 한국에서는 대단히 신선한 시도였고, 이현세/야설록의 〈아마게돈〉, 이상무의 〈제4지대〉 등 대담한 시도가 히트로 이어졌다. 하지만 주요 인기 작품이 연재종료되면서, 잡지사는 떨어져 가는 인기를 만회하기 위하여 새로운 작가 발굴과 시스템 개혁보다는 너무도 손쉬운 길을 택하고야 말았다. 1989년 말, 결국 일본의 ‘검증된 초히트작’인 〈드래곤볼〉이 한국 라이선스 연재를 시작하면서 한국만화는 1990년대를 맞이했다.

1990년도 《스포츠 조선》 창간으로 인하여 스포츠 신문들은 만화를 통한 독자확보경쟁을 본격화했다. 그리고 《아이큐점프》와 비슷한 컨셉트의 소년지인 《소년챔프》 창간이 이어지면서 한국만화의 판은 일순간 희망찬 성장을 보여 주는 듯했다. 이전의 도제 시스템에서는 도저히 지면을 얻을 수 없었을 법한 새로운 감수성의 젊은 세대들이 속속 데뷔했고, 해적판으로 유입된 다양한 일본만화는 만화의 더욱 넓은 세계를 보여 주기에 충분했다. 그 와중에 〈어쩐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저녁〉, 〈마이러브〉등, 소년만화 장르의 일부 인기작들이 단행본 누계 판매 100만부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적당한 선에서라면 유익한 자극도 도를 넘어서면 독이 된다. 1994년을 기점으로 한국만화의 양대 메이저 출판사인 서울문화사와 대원은 대대적인 만화사업 확장을 꾀했는데, 연령별로 분화된 다양한 잡지 창간과 일본 만화 단행본 라이선스 수입 강화가 주요 요지였다. 1990년대 중후반 일련의 만화탄압사태를 맞을 때마다 이들은 질적인 개발보다 양적인 확대를 통해서 돌파하려 했고, 급기야는 일본만화 라이선스 경쟁에 들어갔다. 그 결과 지나치게 많은 종수가 좁은 시장을 강타했고, 시장은 기형적으로 왜곡되어 현재까지 그 문제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지나치게 ‘쉽게’ 데뷔한 새로운 세대의 신인작가와 기존 작가군 간에는 명확한 세대적 단절이 이루어졌고, 마치 10대 댄스음악 위주의 가요계처럼 주류만화가 특정 장르, 경향성 위주로 집중되는 기현상을 낳았다.

한국만화의 새로운 가능성

하지만 결국 문제를 풀어 나가는 열쇠를 쥔 것은 작가와 작품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1990년대의 작가들은 그들의 만화에 대한 열정을 풀어 나갔다. ‘구태의연한’ 기존 장르의 재해석이 그중 하나다. 1980년대 대본소 극화의 유산을 이어받은 드라마틱한 스토리 구조와 비정한 사회에 대한 동시대적인 묘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윤태호의 〈YAHOO〉, 대본소 무협만화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그 속에 존재론적인 철학을 시간이 정지한 듯한 연출 방식 속에 묘사하는 〈남자이야기〉의 권가야 등도 있다.

1990년에 들어서면서 완전히 사라지다시피 했던 명랑만화의 유산 역시, 1990년대 말에 다시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되어 부활했다. 이들은 명랑만화에 날카로운 시사성과 소소한 일상성을 더욱 보강했다. 일간지에 연재되는 홍승우의 〈비빔툰〉, 김진태의 〈시민쾌걸〉, 정연식의 〈또디〉 등이 백미다. 과격한 종류의 실험은 주류만화의 방식에 전면적인 반기를 드는 진영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 일련의 젊은 작가들이 스스로 ‘언더그라운드’라고 선언하며 기존 지면에서는 담아낼 수 없었던 다양한 표현적/메시지적 실험을 담아 낸 작품들로 가득한 새로운 잡지들을 만들어 냈다. 이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두 잡지가 바로 《화끈》과 《히스테리》였는데, 이들 잡지를 중심으로 작가집단이 형성되었다. 두 진영 모두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웹진과 종이잡지를 넘나들며 지속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젊은 만화의 확장은, 여성들의 힘에서 나오고 있다. 이진경의 〈사춘기〉, 한혜연의 〈금지된 사랑〉 등은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오늘날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이고 또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가득 찬 작품들이다. 1980년대 중반 이래로 순정만화의 대가들이 택한 길이었던 드라마틱한 대하서사시나 일상에 대한 소소한 탐구라는 우회로 없이, 직접적으로 자신들의 현실을 발언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비단 이러한 페미니즘적 메시지 차원뿐만 아니라, 기존 틀을 크게 뛰어넘는 독특한 미학적 표현의 확장 역시 여성작가들이 선두에 서 있다. 다양한 시각적 스타일의 이애림, 현실적인 주제의식과 과장된 만화적 비유를 일삼는 최인선 등 수많은 작가 활동중이다.

한국에서의 젊은 만화의 또 다른 중요한 경향성은, 인터넷을 위시한 정보통신의 활용이다. 언더그라운드 성향 만화웹진 《화끈》의 편집장이기도 한 모해규는 플래시를 활용한 만화, 그리고 핸드폰으로 다운받을 수 있는 모바일 코믹 스트립 분야의 개척자 가운데 한 명이다. 아니면 〈스노캣〉(http://www.snowcat.co.kr)의 홈페이지처럼, 적극적으로 하나의 홈페이지를 통째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아이완의 〈점핑〉 시리즈처럼 온라인의 상호작용적 공간에서 새로운 만화독서방법을 고민할 수도 있다.

독립 출판, 자비 출판이 늘어나는 것도 최근의 공통된 경향이다. 자유롭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는 젊은 작가들이, 기존의 굳어진 생산방식과 장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형 출판사들에게 자신의 작품과 작가로서의 미래를 의지하지 않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의 젊은 만화가들에게 가장 돋보이는 특성은 바로 앞으로의 가능성들이다. 2003년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는 한국만화특별전이 열렸다. 이전에는 서구에 거의 그 존재조차 알려져 있지 않던 한국만화가 처음 선보인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온 만화관계자들은 특히 젊은 작가들의 에너지와 다양한 감수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그들과의 교류를 희망했다. 역사전을 통해서 기존의 명작들을 보는 것은 그들에게는 박물관적 즐거움일 따름이지만, 젊고 현재적인 에너지를 보면서 그들은 이 작가들과 함께 새로운 만화를 만들어 보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이들의 활약에 따라서, 만화는 더욱 활발하게 새로운 변종들을 낳아가며 한 단계 새로운 진화를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독자의 시각에서, 그 순간이 너무나도 기대된다.

 

— 2003. Copyleft by capcold. 이동자유/동의없는 개작불허/영리불허 —

여성과 만화, 만화와 여성 [부산대 문화제 강연0310]

(원 출처: 2003년 10월, 부산대학교 만화문화제 길거리 강연)

여성과 만화, 만화와 여성

김낙호 (만화연구자, 두고보자 편집위원)
여성 지향의 만화

  만화와 여성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아마도 100명 중 99명 정도는(실제로 물어본 적은 없지만) 꽃발 흩날리면서 등장하는 캐릭터들, 하늘하늘한 몸매의 나름대로 미남미녀라고 그린 등장인물들이 닭살스러운 대사를 읊어가면서 로맨스를 펼치는 내용의 만화책들을 상상할 것이다. 그것도, 대답하는 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말이다. 하지만 꽤 구체적으로 ‘여자 만화’라는 것에 대한 고정관념이 박혀있는 것에 비해서, 실제로는 여성과 만화의 관련맺음을 이야기하기란 결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몇가지 추가질문을 던져보는 것만으로 그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여자들은 맨날 그런 만화만 볼까?” “그런 만화들이 정말로 여성의 감수성을 대변해 줄 수 있는거냐?” “남자가 순정만화를 보면 이상하냐?”…등등.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