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적 삶의 모험성장극 -『미스문방구매니저』[기획회의 232호]

!@#… 아니 굳이 정말로 비운의 명작이 되었으면 하는 것은 아니고, 한정된 인지도로 저평가되는 것이 마냥 아쉽다는.

 

동네적 삶의 모험성장극 -『미스문방구매니저』

김낙호(만화연구가)

한국 드라마에서 최근 수년간 소위 저주받은 걸작 또는 비운의 명작이라고 칭해지는 작품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시청률이 처절하게 낮다느니 소수에게만 열광적으로 인기를 끈다느니 하는 지당한 이야기 말고, 내용적으로 어떤 비슷한 코드가 종종 엿보인다는 것이다. 우선, 독특한 성격의 캐릭터들이 남루한 일상적 삶을 사는 이야기가 많다. 물론 일상의 와중에서 보물찾기가 벌어진다든지 혹은 취업을 위한 사투가 벌어진다든지 사건은 충분하지만, 기본적으로 폼 나는 코드가 없이 그저 서민적 페이소스 자체만으로 승부한다. 또한 종종, 그 주인공들은 신비감 없는 아웃사이더들이다. 반항아나 천재 같은 식의 아웃사이더가 아니라 낙천적 백수, 특정 소소한 분야의 ‘오타쿠’, 구멍가게 알바생 등이다. 또, 핑크빛 연애 관계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물론 각종 짝사랑 등 연애담이 빠지는 경우는 적지만, 핑크빛이라기보다는 적당히 생활의 찌든 얼룩이 든 느낌에 가깝다. 즉 동지애의 연대와 우정 같은 느낌이 로맨틱한 사랑의 느낌을 자주 압도한다. 즉 드라마속 주인공들이라기보다, ‘동네 사람들 이야기’의 느낌이 강하다. 따라서 작품의 완성도가 높더라도 그 취향에 동의하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섬세함으로 다가오지만, 역시 보편적으로 화려한 현실도피의 오락성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물론 전자에 속하는 이들의 경우, 왜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 좀 더 인기를 끌지 못할까 한탄을 터트리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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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크롬 설명만화 한국어판 떴습니다

!@#… 생각만큼 금방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여하튼 이전에 약속한 바 대로 구글 크롬 브라우저의 소개만화 한국어판을 만들었습니다. 원작만화는 Creative Commons 2.5 BY-NC-ND 규정에 따라서 이동은 자유지만 ND(non-derivative 변형불가)로 되어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원어판을 변형 없이 밑에 깔고 그 위에 한국어판 ‘자막’을 레이어로 겹쳐서 보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번역문 자체가 이미 변형이지만, 뭐 자막판으로 해보라는 아이디어는 애초에 작가분이 제안한 바이며, 구글 본사가 이런 것을 문제삼을 소인배들은 아니니까요. 여튼, 여기 있습니다:

구글 크롬 소개 만화 보러 가기

Copyleft 2008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우연과 바보짓은 있다 [팝툰 38호]

!@#… 바보야매질에 무척 관심이 많은 블로그 주인장 성향상, 한번쯤 꺼내지 않을 수 없었던 이야기. 하인라인옹 왈, “절대 인류의 멍청함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우연과 바보짓은 있다

김낙호(만화연구가)

사람들은 정도 차이는 있지만, 세상을 이해하고 싶어 한다. 경제가 어떤 이치에 의해서 굴러가는지 알아야 돈을 벌 수 있고, 정치가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이해해야 줄을 설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의 기분이 어떤 이치에 의해서 좌우되는지 알아야 연애를 할 수 있고, 여론이 움직이는 패턴을 알아야 왕따를 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의 이치는 도저히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기 마련이고, 설상가상으로 인류의 지능이란 스스로 믿고 싶어 하는 것보다 좀 많이 낮다. 게다가 실용적인 의미에서 어느 정도 이상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은 비효율적인만큼, 결국 사람들은 “이 정도면 충분히 이치를 파악했다”고 만족하는 일종의 선을 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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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정의 -『배트맨: 다크나이트 리턴즈』[기획회의 231호]

!@#… 기획회의에 배트맨 만화책 소개 연타(라고 해도 결국 애초에 썼던 책내서평용 원고를 재가공한 버전). 여담이지만, 사실 영화 ‘다크나이트’는 감독과 각본의 놀란 형제가 투페이스가 죽은 것으로 확정짓고자 했다고 알려진 순간 capcold의 개인적인 평가가 2단계쯤 하락… 다행히도 제작자의 입김으로 결국 생사여부가 모호하게 처리되었지만. 행여나 ‘감독판’을 만들어서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하도록, 이런 경우는 감독으로부터 자신의 작품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ET, 스타워즈 등등). 여튼, 놀런 형제가 ‘다크나이트리턴즈’ 만화책을 다시 한번 일독하기를 권장할 따름이다.

 

거친 정의 -『배트맨: 다크나이트 리턴즈』

김낙호 (만화연구가)

2008년 여름은 유난히 양질의 대형 오락영화가 많았던 시즌이었다. 그 중 최고의 영화를 뽑으라면 각자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가장 큰 화제를 모았으며 흥행을 거둔 영화라면, 단연 ‘다크나이트’를 꼽을 수 있다. 배트맨이라는 슈퍼히어로 만화 캐릭터를 범죄드라마 풍으로 해석한 접근법이 악역인 조커의 카리스마(및 배우의 비극적 사망의 화제성)와 맞물리며 호평 일색이었다. 하지만 찬사의 물결 속에서도, 배트맨의 오랜 팬들에게는 다소 눈에 차지 않은 부분은 있다. 배트맨이 너무… 신사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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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만화의 창작'(스콧 맥클라우드) 출간

!@#… 옙, 나왔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나오지 않습니다. 스콧 맥클라우드의 ‘만화의 창작 Making Comics’ 한국어판이 출간되었습니다. 만화판은 물론 대중매체 분야 전반에서 표준 레퍼런스 가운데 하나가 된 ‘만화의 이해 Understanding Comics’, 산업에 대한 문제제기와 온라인의 활용에 대한 제시 덕에 HCI 분야에서도 주목하게 만든 후속작 ‘만화의 미래 Reinventing Comics’의 뒤를 잇는, 이 시리즈의 내용적 완성편. 이제 서점에 깔렸습니다. 원래는 제가 참여한 책 같은 것이 나와도 캡콜닷넷에서 별다른 개별 언급을 하지 않는 편인데(…), 이것만큼은 좀 특별 취급. 그냥 특별 취급이 아니라, 특설 해설 페이지까지 마련했습니다: http://capcold.net/mccloud.

그저 기법서가 아니라 창작의 틀 자체를 해부하는 책으로, 전작이 조금이라도 흥미로우셨던 분들이라면 단 1mg의 망설임 없이 지르심이 마땅하다고 단언합니다. 특히 대중문화의 창작 관련 뭇 커리큘럼들은, 이로써 다시금 업그레이드를 강요받게 되었습니다.

!@#… 여튼 이로써 뭔가 ‘한 세트’를 완성시켰다는 느낌입니다. 다음에는 저도 거인의 어깨 위에 서야 할 차례겠지요(만약, 부지런할 자신이 있다면).

Copyleft 2008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그렇다면 도대체 어쩌라고 [팝툰 37호]

!@#… 넉넉한 추석을 맞이하여, 쪼잔한(…) 정치성 이야기. 지난 호 팝툰 칼럼.

 

그렇다면 도대체 어쩌라고

김낙호(만화연구가)

세상에는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이도저도 선택하기 힘든 상황이 주어지곤 한다. 지뢰찾기 게임의 마지막 두 칸이든, 어장관리남녀들의 연애사든, 혹은 좀 더 진지한 사회적 문제의 경우든 말이다. 그런데 선택의 어려움이 생기는 대부분은 각 선택의 장단점이 비등해서 그렇게 되기보다, 사실은 훨씬 단순한 이유가 있다. 바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큰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합리적 판단이라면 그 중 손해를 덜 보는 쪽을 택하면 되겠지만, 만약 어느 쪽이든 예상되는 손해가 크기가 궤멸적일 정도로 크다면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 그런 상태가 약간만 더 지속된다면, 선택은 합리성이 아닌 임의성에 몸을 맡기게 된다. 애초에 특정한 선택을 강요했던 각각의 주체들조차 주체할 수 없을 파국의 시작이다. 지뢰찾기라면 다행, 연애사라면 본인들만 비극. 하지만 진지한 사회적 문제라면 좀 파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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