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의 오락코드 – 『서울협객전』[기획회의 250호]

!@#… 지면으로 인한 저평가는 슬프다. 특히 한때 오히려 고평가를 나을만한 지면이었다면.

 

무협의 오락코드 – 『서울협객전』

김낙호(만화연구가)

대중문화의 특정 인기 장르에 대한 편견은 결코 드문 것이 아니다. 아니 일각에서는 아예 장르라는 말이 접두어로 붙으면 격을 여러 단계 낮춰 인식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장르소설’ 이라든지). 이런 자세가 장르의 뻔한 규칙을 따르기 때문에 새로운 예술적 성취가 없으니 얕잡아 봐도 된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보다 훨씬 논리가 덜 갖춰진 어렴풋한 우월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생활의 다양한 층위 만큼이나 문화 역시 여러 층위를 총체적으로 볼 것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심히 한탄스럽다. 장르물이라는 것은 하나의 틀일 뿐, 그 안에 담기는 것은 사실 예술적 성취를 이룰 수도 있고(히치콕을 재발견한 카이에뒤시네마를 기억하자), 사회적 문제의식을 던져넣을 수도 있다. 다만 장르물은 특성상 대중적 오락기능에 더 우선적인 초점을 두고 있을 따름이다. 아니 애초부터, 대중적 오락기능 자체에만 집중하면 또 어떤가. 중요한 것은 애초에 목표한 바가 명확하고 그것을 수행하는 완성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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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도전 [한국문학번역원 LIST 09여름]

!@#… 올해는 한국만화 100주년 기념으로 여기저기서 만화특집을 다루고 있음. 그냥 재미삼아 슬쩍 때우려는 대중 지면은 기자가 사업회 측의 보도자료를 대충 요약해서 일반론이나 썰 좀 풀고, 좀 더 전문성을 표방하는 지면은 좀 더 타이트한 꼭지들을 기획해서 전문필자들에게 의뢰하고 뭐 그렇다. 여튼 그 중 명백히 후자인 한국문학번역원의 외국인 대상 계간지 LIST도 이번 여름호가 한국만화 특집. 그 중 ‘젊은 작가들’ 관련 한 꼭지 맡았다. 해외 대상으로 한국만화판의 어떤 상황을 설명하는 글인데,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도 한국만화판의 상황들을 잘 모르지 아마… -_-;;; 이미 잡지는 나왔고, 6월 하반기 쯤 공식사이트에서 서비스. 원래는 영어와 중국어판이 출판되었는데, 캡콜닷넷에는 친절하게도 원래의 한국어판 원고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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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의 기원과 진화 [플랫폼 0905]

!@#… 인천문화재단의 격월간 문화저널 ‘플랫폼‘ 2009년 5/6월호 한국만화 100주년 특집 코너의 한 꼭지용 원고. 기본적으로는 2003년에 월간미술에 썼던 글의 큰 줄거리 위에 좀 이후 상황들 업데이트. 실제 게재본은 개인적으로는 무척 싫어하는 ‘별 이유도 없이 용어 뒤에 괄호넣고 영어 표기 덧붙여주기’ 같은 편집기법이 들어가서 좀 민망한 구석이 있음.

 

한국만화의 기원과 진화

김낙호(만화연구가)

한국만화의 역사는, 대한민보 창간호에 실린 이도영의 한칸 카툰을 그 시작으로 볼 때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한다. 세부 역사를 짧은 글에서 소화하는 것은 무리인 만큼, 큰 흐름과 그 속에서 만들어진 작품 성향들을 몇가지 훑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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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것도 없이 머뭇거리는 성인들 – 『속좁은 여학생』[기획회의 248호]

!@#… “적어도 나름대로는 평화로운 현대 한국사회” 같은 말이 좀 뻘쭘해졌는데, 월초에 쓴 원고다보니 그런 것. 소개하는 작품은 인디팝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같은 제목 노래를 들으면 더욱 재미있다.

 

별 것도 없이 머뭇거리는 성인들 – 『속좁은 여학생』

김낙호(만화연구가)

대부분 사람들에게 있어서, 인생은 주말드라마가 아니다. 적당히 크고 작은 부침은 있지만, 극단적인 인간관계의 소용돌이 속에서 맹목적으로 누군가를 쫒는 열정을 불사르다가 배신을 당한다든지 하는 파국은 없다. 아니 그런 파국이 행여나 다가올까 피하기 위해서라도, 꽤 소심하고 머뭇거리며,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견주어보면서 다가간다. 그리고 조금만 틀어져도 뒤집고, 쿨하게 초월했다는 듯 허세를 부리다가도 알고 보면 마음이 허전하고,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좋아하는지 어떤지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가 말았다가 한다. 때로 그것은 정말로 생활의 모든 것을 침범할 정도로 무겁지만, 사실 약간만 다른 곳에 신경쓰고 집중하고 나면 또 의외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거꾸로 여느 드라마 속이라면 대범하게 지나갈만한 것들도, 자꾸 다시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대범하게 불사르고 맺고 끊는 그런 마음들보다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그런 속 좁은 마음들이 (적어도 나름대로는 평화로운 현대 한국사회에서는) 현실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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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사만화 트렌드 [한국만화연감 2009]

!@#… 이왕 올리는 김에, 그리고 같이 올리시는 분도 생긴 김에, 2009 한국만화연감(그러니까 2008년의 자료 총람) 트렌드 챕터 중 시사만화 관련. 이런 류의 책들이 주로 산업통계적 의의 위주로 가다보니 거의 빼놓곤 했던 시사만화 챕터를 반드시 연감에 포함시키자는 c모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 결과 집필까지 맡게 되었다는 사연이 있다(…). 책 버전에는 다른 분이 작성하신 ‘카툰’ 관련 내용이 말미에 함께 묶여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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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만화작가 해외 진출 [한국만화연감 2009]

!@#… 앞선 내용(온라인만화)에 이어 2009 한국만화연감(그러니까 2008년의 자료 총람) 원고 창고대방출. 트렌드 개요 챕터 중 한국 만화작가의 해외진출 관련 부분. 즉 한국만화 해외수출 관련이 아니라, 작가가 해외에서 활동하는 ‘창작’ 분야의 이야기다. 최종 출간버전에는 일부 사례가 추가되어 있으니, 책으로 전체 버전을 읽을 것 추천.

 

창작: 일본 및 해외 진출 작가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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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라인 만화 트렌드 [한국만화연감 2009]

!@#… 2009 한국만화연감(그러니까 2008년의 자료 총람)의 트렌드 개요 챕터에 기여한 원고 가운데 온라인 만화 관련. 창작, 제작, 유통 부문으로 나누어진 ‘주요 이슈’ 챕터의 사이사이로 하나씩 들어간 꼭지들을 여기 따로 모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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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력을 수탈당해도 살아가기 [팝툰 51호]

!@#… 팝툰 6월호 개편에 맞추어, 이번이 ‘여하튼 살아가기’ 칼럼 마지막회. 만화와 세상사를 접목시킨다는 컨셉을 이어나가면서 더 큰 재미를 줄 수 있는 새 칼럼 아이디어 모집중.

 

노동력을 수탈당해도 살아가기

김낙호(만화연구가)

굳이 ‘자본론’을 공부하지 않더라도, 하루하루 살다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가지게 되는 의문이 있다 – “내가 과연 내가 일하는 대가를 제대로 받고 있는 건가”. 극소수 운 좋은 이들은 일보다 보상이 훨씬 많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노동과 보상이 얼추 맞아떨어지거나, 숫제 노동보다 보상이 적더라도 자리 자체를 보전하기 위해서 그럭저럭 참고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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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잡지 영챔프의 웹진 전환 단상

!@#… 소식에 따르면(클릭, 클릭, 클릭, 클릭), 소년만화잡지 영챔프가 온라인 전용으로 전환(뻔한 이야기지만, 종이잡지가 폐간할 때 연착륙하는 방법)한다고 한다. 솔직히 수년 전 ‘영점프’가 폐간될 당시와는 달리 약간 무덤덤하게 느껴지는 것이, 당시 영점프는 새로운 지면 품질 개편을 의욕적으로 실험하고 있던 와중에 몇달만에 명줄이 끊긴 것이지만 이번의 영챔프는 활력을 잃은 지지부진함의 바닥을 기며 수년간 버티다가 수명을 다했다는 느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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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성과 전문소재 -『오늘의 커피』[기획회의 245호]

!@#… 단행본이 좀 잘 나가면 연재도 재개되고 열심히 나와줄까 하는 희망을 담아 보낸다.

 

이야기성과 전문소재 -『오늘의 커피』

김낙호(만화연구가)

대중문화에서 전문 소재를 다룬다는 것은 무척 자주 정해진 패턴을 따르곤 한다. 애초에 “90%의 익숙함과 10%의 신선함”으로 폭넓은 대중을 사로잡아야 하는 목표가 있고 전문 소재는 어디까지나 그 10%의 역할을 위한 도구인 만큼, 그럴듯하기는 하되 너무 본질적으로 깊게 들어가는 것도 마찬가지로 금물이다. 그럴듯하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는 자극 (또는 지적 허영)을 주지 못하고, 그렇다고 너무 깊게 들어가면 입문교과서가 되어 재미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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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못미더워도 살아가기 [팝툰 49호]

!@#…팝툰이 월간으로 바뀐 후의 첫 원고…지만 이 코너는 포맷 변화가 전혀 없다. 그런데 문득 이번 호를 쓰다가 문득 다시 생각난 것이, 왜 미디어 관련으로는 지금껏 간간히 투고는 해왔어도 정식 칼럼 연재는 한 적이 없는걸까. 지면찾기를 게을리했다;;;

 

언론이 못미더워도 살아가기

김낙호(만화연구가)

신문보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오늘날, 가장 급격하게 신뢰를 상실하고 있는 직종이 있다면 바로 언론인일 듯하다. 뉴스를 소비하는 창구가 넓어지면서, 이전에는 경로의 희소성 덕분에 적당히 숨겨졌던 언론보도의 약점들이 쉽게 드러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로 사람들이 뉴스를 더욱 많이 소비하고 또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와중에서, 저널리스트로서의 전문적 실력이 턱도 없이 미비한 어중이 떠중이들까지도 기자 직함을 달고 있는 경우들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나아가 어떤 절대적 점유율의 대형 언론사들이 상업적 생존과 정치적 영향력을 보전하기 위해 언론으로서의 자존심 따위는 청와대 앞마당과 삼성 본관 뒷마당에 반씩 나눠서 묻어버린 듯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판 전체에 대한 냉소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니, 언론을 못미더워하는 것은 가히 시대정신이라 할 만 하다. 언론이 못미더우니 세상에 대한 온갖 소식이 못미덥고, 세상에 대한 소식이 못미더우니 세상이 못미덥다. 그 빈 자리를 노리고 온갖 헛소문들이 카더라 통신을 타고 공감대라는 애매한 기준으로 설득력을 행사하며 퍼지는 난감한 상황도 빈번해진다. 확실히, 언론이 못미더운 세상은 그리 살아가기 편리한 곳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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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악!법이라고’ 책 버전 출간

!@#… MB악법 반대캠페인 릴레이만화 “악! 법이라고”의 종이책 버전이 출간되었습니다. 혹 아직 이 이슈들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분들, 그중에서도 하필이면 인터넷을 잘 활용하시지 않는 분들을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친절한 입문용 자료가 필요하실 때 적합한 자료. 혹은 자신을 “좀 사회적으로 깨어있는 잘난 사람임”이라고 이미지메이킹을 하고 싶다거나 (핫핫).

구입: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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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것의 강렬함 – 『남한산성』[기획회의 241호]

!@#… 이번에는 무사히 마무리 좀… 그리고 여세를 몰아 남자이야기 연재 재개 성사 내지 해와달 시즌2 같은 희소식도 나오면 좋겠지.

 

버티는 것의 강렬함 – 『남한산성』

김낙호(만화연구가)

세상에는 두 종류의 싸움이 있다. 무언가를 무너트리기 위한 싸움, 그리고 이쪽을 무너트리려는 힘에 저항하며 버티는 싸움이 그것이다. 물론 많은 싸움은 그 두 가지 싸움들이 크고 작게 섞이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두 가지 구분은 전략적으로나 철학적으로나 항상 유용하게 쓰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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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떨어져도 살아가기 [팝툰 46호]

!@#… 종종 그렇듯, 핵심은 마지막에. 원고를 쓰던 당시보다 왠지 지금 오늘의 상황들이 더 신랄하게 맞아떨어지는 듯.

 

만화로 배우는 생존법:
무인도에 떨어져도 살아가기

김낙호(만화연구가)

급격한 변화는 자고로 사람을 당황하게 만든다. 특히 더 나아지기 위한 변화라기보다 그저 기존 삶의 어떤 합리적 틀이 박살나는 파괴적인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소재를 대중문화 속에서 은유로 나타내는 것, 즉 인간을 둘러싼 가장 기초적인 삶의 조건인 ‘사회적 생활’이 급격하게 붕괴된 상황을 그려내는 것이 바로 무인도 조난이다. 홀로 혹은 소수의 인원으로 무인도에 떨어지면, 상식으로 받아들이던 전제들이 죄다 망가지고 문명의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세상이 펼쳐진다. 문명사회 속에서는 여러 층위로 복잡하게 가려져있던 여러 욕망 장치들은 원시적이고 노골적인 모습으로 선명하게 드러나고, 고독 같은 인간적 감성들은 주인공들에게 인격의 밑바닥을 드러내도록 한다. 여러모로 참 거친 상황인데, 뭐 그런 상황이라도 여하튼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파리대왕’ 류의 사회극도 ‘로빈슨 크루소’류의 고독 기행도 좋겠지만, 좀 더 엉뚱하게 우리 현재 생활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뒤돌아보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면 더 좋을 듯 하다. 『천사의 섬』(고리타 지음/미디어다음 연재완결)은 평범한 청년 윤규복이 조난당해서 무인도에 상륙하고, 하필이면 그 섬에 천사가 같이 살게 되는 이야기다. 이 페이소스 넘치는 개그만화를 보며 살짝 살아가는 법의 힌트를 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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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릴레이만화 ‘악!법이라고?’ 연재 개시

!@#… MB악법 종합선물세트를 반대하는 릴레이만화 ‘악! 법이라고?’가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다음아고라, 데일리서프 (그리고 향후 지면 추가 예정) 등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시사만화 웹만화 교양만화 장르만화 일러스트형 만화를 폭넓게 아우르는 13인의 만화가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이벤트입니다. 각각 법을 하나씩 붙잡고 간단히 그 악법이 통과되면 왜 문제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방식입니다. 여당의원들조차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워낙 한꺼번에 쏟아져서 묻어가려는 형국이니 만큼, 이런 식으로라도 관심을 뽐뿌질하는 것이 확실히 필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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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바라보는 혁명, 혁명이 바라보는 만화 [예장 29호]

!@#… 서울예대 교지 ‘예장’ 29호의 특집 ‘예술에 드리워진 혁명의 그림자’에 한 꼭지로 실린 글. 각 분야의 글들을 모아놓고 보면, 만화/영화/음악을 아우르는 대중예술 쪽 꼭지의 필자들이 보여주는 작품소개 위주의 분류와, 개념용어의 바다에 익사하기 직전인 순수예술 성향의 미술/문학 꼭지의 필자들의 접근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어서 재밌다. (핫핫)

 

만화가 바라보는 혁명, 혁명이 바라보는 만화

김낙호(만화연구가)

혁명이란, 기존의 근간이 크게 뒤집어져서 그 결과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 시작되도록 하는 변화를 칭한다. 가장 포괄적으로 내린 이 정도 정의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첫째, 사실 혁명이란 보기보다 무척 애매한 개념이란 점이다. 얼마나 바뀌어야 개혁이 아니라 ‘혁명’인지 명확한 선을 긋는다는 것은 꽤 임의적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혁명으로 바뀐 세상의 변화가 얼마나 지속되어야 성공한 혁명인지 아니면 혁명을 하려고 했다가 단순히 실패한 것인지 역시 역사적 해석이 정해주기 나름이다. 그리고 둘째(어떤 의미에서, 이것이 훨씬 중요하다), 혁명은 본연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혁명을 겪든 혁명을 이루고자 꿈꾸는 것에 지나지 않든 말이다. 어떤 이들은 혁명에서 불온함과 파괴라는 인상을 받겠지만, 다른 이들은 그 속에서 기존의 갑갑한 무언가를 타파하고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는 진취적인 변화에 대한 강한 낭만을 느낀다. 그런데 예술 양식이나 기술에서의 혁명이라면 좀 더 세부적인 차원이기에 그 인상 역시 한정적이지만, 아예 사회 체제에 관한 혁명이라면 그 사회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있어서 도저히 피할 길 없는 강렬하고 큰 사건이다. 사회 혁명은 그런 의미로 보자면, 무척 대중과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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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의 탈을 쓴 인격존중 -『삼단합체 김창남』[기획회의 239호]

!@#… 전작 ‘삼봉이발소’ 쪽이 비록 페이스는 불안정하고 연출은 가끔 흔들렸으나 더 알찼다. 아쉽.

 

SF의 탈을 쓴 인격존중 -『삼단합체 김창남』

김낙호(만화연구가)

원래 인간이 인간형 피조물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는 최소한 그리스 신화 시절부터 존재했다. 모습은 유사하지만 낯선 이, 그것도 만들어진 존재에 대한 관심이 애정의 수준으로 올라선다는 것은 여러모로 실제 인생 속 어떤 패턴들을 이입해 볼 만한 요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현대 SF 장르의 경우, 이 소재는 로봇을 사랑하게 되는 인간으로 나타나곤 한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로 동원되는 것은 인간이 지니는 결함이 없는 완벽한 존재로서의 로봇이다. 하지만 좀 더 깊숙하게 이 소재를 파고드는 작품들의 경우, 사실은 정반대의 본질을 담고 있다. 인간들은 고등 두뇌 활동의 복합적인 인지과정에 의하여 사회활동을 하고, 덕분에 권력관계에 대한 수많은 이성적 및 감성적 세부적인 맥락 속에 살고 있다. 반면 로봇들은 그런 복잡한 것을 제거하고 순수하게 사전 프로그래밍된 논리에 의해서 판단한다. 그 결과 예를 들어 인간들은 열등한 상대를 폄하하는 것에 익숙하지만, 로봇은 그저 기본적인 도덕률에 의하여 상대를 인격체로 존중해준다든지 말이다. 덕분에 로봇은 정작 인간들이 잃어버린 무언가를 오히려 고지식하게 계속 가지고 있는 위치에 처하고, 인간이 상실해가는 어떤 ‘인간적’ 본성에 대한 알레고리가 되어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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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가 화병을 불러와도 살아가기 [팝툰 45호]

!@#… 팝툰 2009신년특집호에 실렸던 글인데, 탈고할 당시보다 지금의 상황이 화병이 10배는 더 나는 듯. 검찰이 정권에 충견심을 발휘해서 짜증을 나게 해도 살아가기, 천박한 찌라시들이 세상을 어지럽혀도 살아가기 등 시사 시리즈를 주욱해야할지도.

 

만화로 배우는 생존법:
정치가가 화병을 불러와도 살아가기

김낙호(만화연구가)

한국의 독특한 무언가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에 무한한 자랑을 느끼는 이들은, 심리학에서 세계적인 표준으로 통용되는 정신질환 분류체계 DSM 4판부터 포함된 ‘화병’이라는 것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들까. 화병, 혹은 울화병은 “오랫동안 속으로 화를 삭힌 것이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지칭한다. 예를 들자면 큰 분노를 느껴야할 만하다 싶은 상황에서 갑자기 뒷골이 지끈거려오면서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워지는 현상 말이다. 설명에도 나와 있듯 이런 화병이 일어나기 위한 조건은 오랫동안 속으로 화를 삭혀야 한다는 것으로, 첫째는 화를 낼 만한 상황이 계속 일어나고 둘째는 그 상황이 도저히 해소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은 고부 갈등 같은 사적인 가족 관련사에 자주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파급력으로 많은 이들에게 동시에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뻔한 이야기지만, 바로 정치뉴스를 볼 때 말이다. 선진국을 자처하는 경제규모와 사회상에 비하여 선거 이외의 직접적인 정치적 참여 경로가 형편없이 미비한 한국사회의 오늘날 상황에서, 하필이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정치상황이 한꺼번에 급증한 2008년의 경험은 수많은 이들에게 화병의 조건을 채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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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마가 동네에 살아도 살아가기 [팝툰 44호]

!@#… 연말의 훈훈한 분위기를 맞아서 팝툰에 올린, 연쇄살인마 이야기… 를 빙자한, 평소 늘 하는 세상사 적응하며 사는 이야기.

 

만화로 배우는 생존법:
연쇄살인마가 동네에 살아도 살아가기

김낙호(만화연구가)

세상에서 살인자보다 이웃으로서 더 부담되는 부류가 있다면, 아마 연쇄살인마일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늘 바보짓을 만천하에 알리고 사는 어떤 바보 정치인들과는 달리, 그런 부류일수록 더 똑똑하기 마련이라서 체포되기 전에는 그다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도 별로 없다. 특별한 계기가 더해지거나 혹은 막을 만한 계기가 주어지지 않아서 그런 성향이 촉발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본성’ 자체가 기본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도 종종 신빙성 있게 이야기될 정도다보니, 뭐 어떻게 잘 조화롭게 같이 살아가는 것도 영 틀렸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다보니 어디인가 사람 사는 곳에 살고 있기 마련이고, 그들에 대한 막연한 공포로 우리 자신의 생활을 망치지 않고도 여하튼 살아가야 한다. 암약한 연쇄살인마와 한 동네에 살아가는 방법을 연쇄살인마 스릴러 만화 『이웃사람』에서 살짝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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